[시시 21] 등신불 外 / 복효근 詩

날씨도 화창한 5월의 중심인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어떤 시인은 인생을 ‘순례(巡禮)’이라고 표현하면서 “동아줄로 꼬인 번뇌의 길 / 일보일배 온몸으로 걷는다 / 다시는 못 올 길 / 성지가 아닌 곳은 없다.”라고 하더군요. 내가 머무르는 이곳이 곧 성지(聖地)라는 뜻입니다. 시장은 그야말로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한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지요. 세상사는 이치는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늘상 지나다니는 시장 어귀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 배달 나가는 밥집 아주머니를 통해서 그 모습을 담은 詩를 떠올려 봅니다. ‘등신불’은 사람의 키와 같은 정도의 크기(等身)로 만든 불상이고, ‘탑돌이’는 사월 초파일에 밤새도록 탑을 돌며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행사라는 사실도 덧붙여서 말입니다.      중앙 성당 옆 길가에졸고 있다다 팔아도 2만원 어치가 안 될푸성귀를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 한 분양버즘나무가 제 그림자를 끌어당겨 덮어주려 하지만8월 오후 세시의 햇볕이속살까지 구워내는 등신불상 하나 - 한 찰라도 멀리 56억 년 저쪽으로 이르기 위해자동차들이 질주해 가는 동안 이미 용화세계에 들었을까가끔 꿈결에 깨어경전을 넘기듯 무심히 몇 가닥씩 다듬어놓은우엉경 열무경 부추경 상치경 이 지옥이 저로 하여 눈부시다 -복효근 詩, <등신불> -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5층탑이네좁은 시장골목을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쟁반이 탑을 이루었네아슬아슬 무너질 듯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에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다보탑이겠는가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싸는 똥도 향그런탑만 같겠네   - 복효근 詩, <쟁반 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