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어질어질 지끈지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나의 머리 속에서 그 기억을 완전히 딜리트 시켜보려해도 언젠가 사우나에서 본 머리가 희끗해진 깍두기 형님의 어깨에 세겨진 하트를 꿰둟고 나온 화살자국처럼 나의 가슴 깊은곳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깊은 문신자국을 남겨놓았다. 영원히 지워지지않을 그 상처자국을 보며 지난 일주일이 그렇게 우울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가슴조이며 한숨을 내쉬어야 할까?
지난 토요일 참으로 화창하고 상쾌한 날씨였다. 날씨에 취해 마음도 같이 들떠서 일상에 지친 피곤에서 벗어나 간만에 여유로움을 느낄수 있었다. 그 여유로움은 지하주차장에 휴식중이던 다티를 끌어내게 하였다. 맑고 고운 햇살아래 내비친 다티의 모습을 보니 뭔가 모를 뿌듯함에 한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 행복감은 차량메트를 거둬내고 실내청소로 이어졌으며 새로 구입한 차량광택제로 여기저기 구석구석 문질러주니 이내 조금전보다 더욱 말끔해진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모습이 그렇게 듬직하고 믿음직 스러울수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불러낼까하다가 관뒀다. 아내는 아직도 다티에 대해서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상하게 아내만 타면 별의별 꼬투리를 다잡는다. 안전벨트가 뻑뻑하다, 에어컨에서 냄새가 너무난다, 컵홀더가 너무 헐렁하다, 카오디오가 먹통이된다, 열선시트표시등의 불이 안들어온다, 등등... 그런 아내의 푸념이 지겨워(중고차를 사면서 어찌 신차의 수준을 요구하는지 원...) 이제는 다티가 주는 즐거움을 나 혼자만 만끽하기로했다.
그 날 저녁 본가에서 부모님과 저녁을 하기로 약속이 되있어서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본가로 향했다. 토요일 오후의 시내는 몹시 정체가 심하였으나 으레 그러려니 하고 그때까지는 차량의 이상 증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정도 정체구간을 벗어나자 속력을 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지를 주행하고 있는데도 마치 차량 요철구간을 통과하는듯한 울퉁불퉁하는 느낌을 느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꼈으며 이내 자꾸만 마음이 걸렸지만 차량정체로 약속시간도 늦고해서 지체함이 없이 그냥 본가로 향했다.
본가에서 부모님과 늦은 저녁을 함께한 후 일어선 것은 밤11시가 넘어서였다. 원래는 본가에서 아버지와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함께 하고 올때는 아내가 운전하곤 하였지만 아내가 다티를 운전하는것을 부담스러워해 아쉽게도 그날 저녁은 운전 때문에 음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오는 길, 별다른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며 차가 내부순환로(마장램프)로 접어들었다. 처음의 진입구간은 과속방지 요철이 설치돼있어 당연히 울퉁불퉁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런데 요철구간을 벗어 나서도 차량은 계속 울퉁불퉁 거리고 있었다. 옆에서 눈을 감고 있던 아내도 이내 눈치를 챘는지 "차가 이상하다"고 한다. 뒤에서 자고있던 아이들도 놀라서 무슨일인가 하고 두려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차는 이미 울퉁불퉁하는 상태에서 갓길을 찾으려 약 5분정도는 주행한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밤12시가 가까워 있었다. 순간 다시 머리속이 하애지기 시작하였다. 머리속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갓길은 보이지 않았다. 차량은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주행이 불가함을 느끼며 일단 맨 오른쪽차선으로 차를 붙였다. 펑크인가 하여 내려서 바퀴를 보니 바퀴는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 시간 한산한 내부순환로를 지나치는 차량의 속도가 엄청났다. "저 지나치는 차량들중 혹시라도 음주차량이 지금 정차해있는 내차를 보지못하고 그대로 들이박는다면..." 순간 문득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려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했다. 우선 차안의 아내와 아이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큰 동요없이 진정을 찾아가고 있었으나 아내의 궃은 얼굴은 가뜩이나 심란한 나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죄여왔다. 우선은 비상라이트를 켜고 급한대로 차량 트렁크뚜껑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차로부터 한 30여미터 물러나서 뒤에오는 차량에게 손으로 왼쪽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하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지나치는 차량들의 속도가 엄청났다. 그들의 차량들이 제발 내차를 덮치지 않기를 빌면서 빌면서 죽도록 손을 흔들어댔다.
손을 흔들며 다른 손으로 애니카를 불렀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저쪽에서 들려오는 ARS의 지시에 따라 해당번호를 눌러도 엉뚱한 번호가 눌려지기를 수차례, 간신히 연결이 되어서 지금의 다급한 사정을 호소하였다. 약 15분정도 지났을까? 저멀리서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반짝거리며 견인차가 오고있었다. 너무 반갑고 고마워 눈물이 나려 하였다.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다가선 푸근한 인상의 애니카기사가 왜 그리도 믿음직스럽고 잘 생겼던지(?), 진짜 구세주를 만난 기분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차량의 상황를 설명해주자 애니카기사는 후레쉬로 차량 이곳 저곳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나를 보고는 "사장님 큰일날 뻔 하셨습니다. 이만한게 천만 다행이십니다. 잘못하면 바퀴가 빠져 큰사고로 이어질 뻔 하셨습니다." 하더니 후레쉬로 운전석 바퀴부분을 비춰보인다. 후레쉬 불빛을 따라가보니 오마이갓!!!!, 차량과 바퀴를 연결하는 축부위의 볼트가 빠져 차량과 바퀴가 분리된듯하다.(정비용어로 "엔도가 빠졌다"고 했음) 순간적으로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다.
순간 머리속으로 스쳐가는게 있었다. 그때 인천정비소에서 오무기어 자바라 교환할때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때 정비공이 자바라 교환후 제대로 뒷 마무리를 못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기가 막혔고 할 말을 잃었다. 마음씨 좋은 애니카기사가 액땜한거라 생각하시라는 위로의 말에 달리 할 말이 없이 견인차에 오를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말처럼 20여년을넘게 운전해 왔지만 견인차를 타보기는 처음이었다.
돌아오는 견인차 안에서 별의별 생각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하였으나 결론은 좋은쪽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이녀석(다티)이 그래도 주인의 생명을 구하려고 중간에 시그널을 보냈으리라. 그리하여 주행을 멈추게하여 주인과 그의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구하게한 거라고. 무정한 녀석 같았으면 그대로 주행하여 큰사고로 이어졌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으니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녀석이 그렇게도 사랑스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새벽 2시가 가까와 있었다. 놀람이었는지 피곤함이었는지 아내와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나는 한동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잠이 오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에 잠겼다 "세상사 모두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천국인지 지옥인지는 본인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몆 번이고 되내이다가 문득 담뱃갑이 앵꼬임을 발견했을때는 창 밖으로는 어느새 하얀 새벽이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PS :
1. 월요일 오무기어 자바라를 교환했던 공업사(인천)에 차량을 견인하여 토요일밤의 상황을 애기하였더니 나의 예상대로 그들의 과실(엔도빠짐)을 인정하고 새로 수리 해줬음(엔도교환, 타이루트 부심교환, 얼라인먼트조정, 볼트체결)
2. 동네 단골카센타에서 차량을 세부적으로 다시 재점검(드라이브샤프트, 파워오일, 파워저압호수, 파워펌프, 사이드커버, 에어컨가스 교환, 수리비 37만원)
3. 차량사고시 안전삼각대의 설치를 생략한채 구호 요청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100% 본인과실이라고 합니다. 항상 차량내 안전삼각대를 비치하여 비상시 꼭 설치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바랍니다.
첫댓글 ... 안전운전... 좋은경험하신듯..
예 돈주고도 살수없는 값진경험 이었습니다. 하여튼 다티로인해 점점더 단단해지는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 금년에 일어날 안좋은일 이것으로 다 액땜 했다고 생각하세요.
늦은밤 준고속도로상 차량정지시 정말 위험합니다. 젤코바님 현명한 대처 박수보냅니다.
젤코바님 마눌님 중고다티 대하는 반응은 저의 마눌님하고 비슷하네요^^ ㅋㅋ
위로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시련이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번으로 모든 액댐이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기야 시련을 함께하기에 저의 다티가 더욱 사랑스럽기도하기요. 참 그리고 이영준님도 산들마을사시네요. 저도 산들마을 살아요. 시간을 내시어 곡차라도 한잔 하심이 어떠실런지요. 제연락처는 010-3933-6537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다 읽진 못했지만 죽을뻔 하셧다니 정말 다행이네여... 차량관리 잘하셔서 안전 운전 하세여^^
하고싶은 애기를 쏟아내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하여튼 가슴에 맺힌게 많았나봐요. 위로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다행입니다..............앞으로 좋은일만 있으시려고 액땜하신거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다 과정이라 생각하고 하나 하나 극복해나가려 합니다. 약 한달전 다티를 처음 구입하던 날보다는 지금 훨씬 단단해졌다 생각이듭니다. 아픔이 있었지만 또 앞으로도 아픔이 오겠지만 그 아픔으로 더욱 단단해짐을 기쁘게생각하려 합니다.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