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4-240704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무라카미 미쓰루-김수경(옮김)-사람과 나무사이
일반적인 에세이 책을 3권은 읽은 것 같다. 그만큼 책 두께가 두껍다. 실물을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받고 보니 이거 한 달은 걸려야 다 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한 달은커녕 책을 덮는 데는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책 하나를 다 읽는데 시간이 그렇게 걸린 적은 예전에 삼국지 시리지 전권을 읽은 때를 제외하고는 기억에 없다. 하기야 보통책의 서너 권 분량이니 뭐 오래 걸린 것 같지는 않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가끔 치맥자리에 앉아 500정도의 생맥을 즐기기는 하지만 갈증이 난다거나 혼자 있는 자리에서 맥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요새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하는데 캔맥주 하나 정도는 혼술하기에 딱 좋기는 하다. 홀로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와인은 한 병을 따 놓으면 되도록 다 마셔야 하고 한 병을 혼자 다 마시는 건 버겁기도 하다. 병마개갸 있다고는 하지만 한 번 딴 것을 병마개로 막아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와인도 혼자 즐기기에 부담감이 없는 작은 병 사이즈나 음료캔 정도의 캔와인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 보지 못하였다.
맥주가 세계사를 변하게 만들었다니 역사의 변화가 어찌 맥주 탓이겠나 하고 표지를 열어보았는데 쓰인 내용에 의하면 역사를 변형되게 만든 역할을 하긴 한 것 같다.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다고 해서 종교법정에 섰을 때 비서가 가져다준 1리터의 맥주를 마시고 용기를 얻어 자기 변론을 해 개혁에 성공을 이루었다거나 또 그의 아내는 맥주 양조기술자였다거나 하는 재미있는 대목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한 분은 가톨릭에서 판매한 ‘면죄부’를 ‘면벌부’라고 번역하였다. 그게 그 말이겠지만 요새는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섹스피어의 아버지가 맥주 검사관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보고나서 알았다. 또한 2차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정치폭동의 야망도 맥주집에서 잉태하였다고 하니 맥주와 역사는 무관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인 모양이다.
역사책이라니 예전에 배운 역사적, 상업적 단어들이 많이 연관되어 있다. 학창시절에 다 배운 것들이지만 단어는 익숙한데 이제 그게 무엇이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본문에 설명이 없는데 그걸 알아야 맥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에서 스마트폰의 위력이 나타난다. 그저 간단히 그 단어만 치면 모든 정보가 나타나는 스마트폰의 위력은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것에 버금가는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근대에 들어와 세계적으로 유명하던 각 나라 맥주회사들의 변화도 내용 중에 들어있고 근래 들어 매주 판도의 변화도 이 책에 들어있다. 하지만 문제는 책장을 넘기면 전장에 읽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운 나이에 있는 내가 책 두께를 당하지 못하니 좀 품위 있는 독후감을 쓰려면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될 것 같다는 데 있다.
어찌되었건 요새 수제맥주가 유행이라는데 그런 맥주를 만드시는 분들은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권하고 싶다. 이미 맥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니 이 책에 소개되는 기술적 내용이야 모두들 훤히 꿰고 있으실테지만....
2024년 7월 5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nuaVgJFbOBs 링크
summertime on s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