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유혹
영호량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는 실로 이러한 장사꾼을 처음 보았다. 만 보당의 점원의 말로는 시가로 황금 십만 냥에 해당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며 지금 이 노인은 손해를 보려고 하는 것이란 말인가? 하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로 천하에 이렇게 무뚝뚝하고 단도직입적인 장사꾼도 무 척이나 드물 것이었다. 영호량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물었다. "혹시…… 무림인이십니까?" 노인은 그 말에 다소 웃으며 대답했다. "무림인이라니 별것이 있겠소? 나는 다만 무공이라고는 조금 익혔지만 이런 곳에서 사는 취미를 가진 노인이라오." 영호량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가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어 그는 다시 물었다. "정말로 이 백옥병이 황금 이십만 냥이나 나갑니까? 저는 그것의 절반 정도 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듣게 되니 기이하군요." 노인은 잠시 그를 보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젋은이의 생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오. 아니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원래부터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을 최대 의 목적으로 한다고 하니까." "……" "하지만…… 진정한 상사꾼의 재산은 그 정직성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내가 겨우 이 정도라도 기반을 이룬 것은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라오." 영호량은 거의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잠시 후 노인이 가져다 주는 황금 이십만 냥에 해당되는 전표를 받아들고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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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량은 매우 배가 고픈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십만 냥짜리 황금 전표 를 가지고 반점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과연 그 노인이 준 전표가 진짜인지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근처의 전장에 들러서 확인 을 한 다음에 그는 그것들을 차례로 고액권과 소액권으로 바꾸어서 품속에 잘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즉시 근처의 주루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실상 영호량은 그리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음식이 들어오자 마치 허기가 져서 정신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한꺼번에 음식들을 무려 몇 인분이 나 해치웠다. 이어 술을 시켰으나 역시 그 풍운주루의 백일취만큼 만족스러 운 것이 아니었다. 영호량은 다시 운몽현으로 신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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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은 귀신도 부릴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영호량은 우선 현성의 포목점에 들어가서 그간에 입었던 낡은 옷을 벗어 버 리고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서 풍운주루에 오르자 우선 그 를 대하는 점원들의 태도가 다소 달라졌다. 영호량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술이었다. 그가 일단 열 냥짜리 황금 전표 두 장을 내놓자 평소에는 없다고 말하며 은근히 그만 가 주었으면 하고 바 라던 풍운주루의 사람들은 금방 태도가 달라져서 영호량을 상전처럼 모심은 물론이요, 지하실에 깊숙이 묻어 놓았던 술과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술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기꺼이 대접하기 시작했다. 영호량은 실로 거의 만족할 만큼 마셨다. 그리고 거의 몽롱해진 얼굴로 주 루를 나섰다. 원래는 그는 며칠 밤낮을 새웠기 때문에 다소 졸려서 객점으로 찾아가야 하 겠지만, 그러나 술에 만취한 그는 오히려 현성의 밖으로 나와서 인적이 없 는 산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헌데 그때였다. 그의 귓전에 갑자기 들려 온 여인의 낯익은 비명이 있었다. "아악, 네, 네놈이 감히 이럴 수가……" 마치 본능의 힘이라고나 할까? 영호량은 즉시 그쪽으로 번쩍 신형을 날렸 다. ---여인(女人). 그녀를 여기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백무심.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장소는 산 속의 외진 동굴의 앞이었다. 헌데 웬일인지 백무심은 땅바다게 정좌를 하고 앉은 채 전혀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사내를 향해 분노한 음성을 토하 고 있는 중이었다. 사내는 일견하기로 낯설은 사람이었다. "흐흐흐, 왜 그러시오? 당신은 이미 나에게 잡힌 몸인데……" 사내는 느물거리며 백무심에게 다가들고 있었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백무심은 이곳에서 운기조식을 하다가 어이없게도 이 사내에게 전신 혈도를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원래 내공심법을 운용하여 운기조식을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로서, 혼 자만의 장소가 아니면 폐쇄되어 있는 장소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운기조식을 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을 뿐만 아 니라 운기조식을 쉽게 그만둘 수도 없어서 전혀 무방비의 상태가 되기 때문 이었다. 만일 그러한 때에 악의를 가진 침입자가 가벼운 독수만 펼쳐도 그 는 주화입마 내지는 심각한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었다. 바로 그러한 것처럼 백무심은 전혀 무방비의 상태로 운기조식을 하다가 뜻 밖에도 변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호상에는 비록 조심을 하고는 있지 만 타성에 젖어 있다가 이러한 일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 은 결코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네놈이 감히 나의 아버지께 무사할 수가 있을 것 같으냐?" 백무심의 분노한 교갈에 사내는 여전히 능글맞은 음성으로 대꾸했다. "흐흐흐,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이미 쌀이 익어서 밥이 되었는데 그대의 아버지도 사위를 해칠 리는 없는 것이 아닌가?" 실로 응큼한 생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니 비단 생각뿐만이 아니었다. 사내는 이어 발길을 옮겨 백무심의 앞에 이르러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면사를 손으로 벗기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영호량은 더 이상 두고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즉시 그 자의 앞에 나타났다. "멈춰라!" "……!" 사내는 다소 놀란 모양이었다. "누, 누구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듯 사내의 음성은 처음부터 심하게 떨리고 있 었다. 그는 영호량이 거의 기척도 없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무공 정도를 파 악한 듯 매우 두려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영호량은 간단하게 대꾸했다. "나는 술주정뱅이요." 사내는 다소 어리둥절해졌다. "그래서…… 그, 그게 어쨌다는 말이오?" 영호량은 대꾸했다. "나는 빌어먹을 술주정뱅이이지만 그러나 남의 물건을 훔치지는 않소. 게다 가……" 영호량은 손짓으로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당신처럼 터무니없이 공짜를 노리지는 않는다는 말이오." 사내는 영호량의 신형이 다소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고, 공짜라니?" 영호량은 대꾸했다. "그 여자는 내가 보기에도 순수한 처녀가 분명한데 그렇게 털도 뽑지 않고 통째로 삼키려고 해서야 되겠소? 안 그렇소, 백 소저?" 마지막의 말은 바로 백무심을 향해 한 말이었다. 문득 백무심의 눈빛이 붉게 물드는 듯했다. "빨리 이자를 제거하고 나를 구해 줘요." 눈살을 찌푸리며 백무심은 다소 화난 듯이 대꾸했다. 그러자 사내는 일순간에 어떤 상황을 판단한 듯 몸을 돌려 영호량을 향해 힘차게 쌍장을 후려쳤다. 하지만 그것은 허수에 불과했다. 장력이 영호량의 면전에 이르기도 전에 갑자기 스러지더니 일순 사내의 신형이 반대쪽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던 것이었다. 영호량은 이것을 보고 한 차례의 트림을 하며 비틀거리다가 백무심을 향해 기이한 어조로 물었다. "저자를 잡아올까 아니면 당신을 풀어 줄까?" 이미 사내의 신형은 빠르게 사라져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백무심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어서 날 풀어 줘요!" (……!) 영호량은 천천히 다가서서 백무심의 손목을 잡고 제압당한 혈도를 파악한 뒤에 같은 수법으로 풀어 주었다. "이제 됐소?" 영호량은 뒤이어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헌데 그때였다. "흑……!" 갑자기 백무심이 나직하게 흐느끼는 것이었다. (……?) 이것을 보고 영호량은 의아해 하여 몸을 돌리며 물었다. "아니, 왜 갑자기 우는 것이오?" 백무심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모욕을 당해 봤어요. 그런데 어찌 눈물 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당신은 그만 가 보세요." "……" 영호량은 마치 서리맞은 배꽃처럼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서 다시 가려고 했다. 헌데 그때 다시 백무심이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이에 영호량은 그것을 무 시하고 그냥 가 버릴 수가 없어서 몸을 세우고 다시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계속 울기만 할 것이오?" 백무심은 눈물을 멈추더니 대꾸했다. "내가 여기에서 울든 말든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영호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군. 그럼 나는 이만 가겠소?" 그러자 백무심이 다시 소리쳤다. "당신은 정말 차갑고 무정하고…… 그리고 아주 나쁜 사람이예요. 당신 은…… 당신은 내가 그런 자에게 쉽게 제압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말은 아주 기이한 말이었다. 영호량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그럼 방금 전의 일들은 모두 당신의 계획적인 일이었단 말이오?" 백무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로지 나의 계획적인 것이었어요." 그렇다. 하긴 백무심과 같은 여자가 그렇게 쉽게 강호의 어중이 떠중이들에 게 제압당할 리가 만무한 것이었다. 영호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짓을 했소?" 백무심은 눈물젖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당신은…… 나를 너무 무시해요. 내가 전에 그렇게 당신에게 관심을 보여 줬는데도 당신은 오히려 나를 쫓았었지요. 그리고 나를 늑대 취급했어요. 아마도…… 누구도 당신과 같은 짓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긴 백무심은 처음으로 그러한 경험을 했었을 것이니 매우 마음의 타격이 컸을 것이었다. 영호량은 물었다. "그래서 나를 일부러 골탕먹인 것이오?" 백무심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간에 당신의 행적에 대해서 조사했어요. 당신을 이렇게 만나려고 한 것은 바로 한 가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죠." 영호량은 의아해졌다. "그것은 무엇이오?" 백무심은 대답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다녔었죠. 마치 습관처럼…… 그 리고 나중에 신랑될 사람에게 먼저 얼굴을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었어요." 영호량은 더욱 의아해졌다. "그럼 그 얼굴을 내게 보여 줄 생각이오?" 백무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말과 동시에 그녀는 느닷없이 손을 움직여 자신의 면사를 벗어 보였다. (……!) 영호량은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다가 일순 멍하니 넋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 ---백무심의 얼굴. 그것은 가히 천상의 것이라고 할 수가 있을 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니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북경에서 많은 여인들을 보고 자라 난 영호량이었지만 실로 이와 같은 완벽하도록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침어낙안 폐월수화라고 나 할까? 백무심의 얼굴은 백색으로 투명하게 눈부셨다. 게다가 선의 윤곽이 또렷한 그녀의 용모는 가히 신의 조각품이라고 할 수가 있을 정도로 지극히 아름다 운 것이었다. 절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절세적인 용모였다. 과연 무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손꼽히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명성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상상 이상이요, 명성보다 더 욱 뛰어났다고나 할까? 세상에 실로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는 자체가 불가사의할 지경이었다. 영호량이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백무심이 문득 가볍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제 얼굴은 봐 줄 만한가요?" 영호량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소." 백무심의 안색이 다소 붉어졌다. "그렇다면……?" 영호량은 대답했다. "그 얼굴이 봐 줄 만한 것이라면 아마도 천하의 모든 여인들은 남자들로부 터 외면을 당하고 살아야 할 것이오. 당신의 얼굴은 내가 보았던 어떤 여자 들보다도 아름다운 것 같소." 영호량의 진심어린 칭찬에 백무심은 다소 안색이 풀어져서 기분이 좋은 듯 대꾸했다. "과찬의 말씀이예요. 그런데……" (……) 배무심은 말을 이었다. "어째서 당신은 전에는 나를 멀리했죠?" "그건……" 영호량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이윽고 다시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소." 백무심이 물었다. "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영호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는 않소." 백무심은 다시 물었다. "그럼 뭐죠?" 영호량은 대답했다. "아마도 당신과 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오." 백무심은 재차 물었다. "그럼 나를 늑대라고 말했던 것은 무엇이죠?" 영호량은 대답했다. "당신이 늑대일 리가 있소. 그건 단지 비유일 뿐이오." 백무심은 아름다운 두 눈을 맑게 떴다. "그럼 이제는 저를 사랑하실 수가 있나요?" 영호량은 한 차례 몸을 비틀거렸다. "물론…… 당신과 같은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행운일 것이오. 마다 한다면…… 그자는 필시 바보가 틀림이 없소." 백무심은 손가락으로 영호량을 가리켰다. "그럼 당신은 필시 바보가 틀림이 없ㅇ군요?" "그렇게 되나?" 영호량이 눈을 휘둥그래 뜨자 두 사람은 일시에 함께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핫핫……" "호호……" …… 한 차례의 가벼운 침묵이 지나가자 백무심은 영호량을 향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나 많이 취했다죠?" 영호량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모르겠소." (……) 백무심은 가만히 영호량의 손을 잡아 오며 물었다. "저 때문이었나요?" 영호량은 고개를 내저었다. "글쎄……?" 백무심은 배시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저는 이미 당신이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어요. 그리고 반드시 당신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 백무심은 영호량의 얼굴을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은 저의 아버님이 그렇게도 무서우셨나요?" 영호량은 되물었다. "그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백무심은 대답했다. "당신은 저를 보고 싶어 애를 태우면서도 감히 저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곳으 로 찾아올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의 아버님이 두려우셨죠?" 영호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당금의 무림에서 얼마나 있겠소?" 백무심은 고개를 내저었다. "허나 많은 분들은 또한 그분을 존경하고 있죠." "……" 백무심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혹시 저의 아버님께 환심을 사고 싶지 않나요?" 영호량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당신과 사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것 같소." 이에 백무심은 다소 울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안해요. 하지만…… 저의 아버님이 그러시는 것은 저로서도 막을 수가 없어요. 다만 당신이 능력자로 인정이 된다면 그때는 저의 아버님도 그렇게 반대하시지만은 않을 거예요." 영호량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가 있겠소?" 백무심은 대답했다. "만일 당신이 다시 우리 가문에 들어와서 우리의 무공을 배우게 된다면 곧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영호량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다시 동심각에 들어갈 수가 있단 말이오?" 백무심은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 수가 있어요. 허나 그보다도 우선 무공을 배우는 것이 급해요." "……" "우선은 이곳 근방에서 지내면서 무공을 연마하도록 해요." 영호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백무심은 이어 말했다. "당신의 무공이 완성된 후에 제가 당신을 데리고 아버님을 뵙도록 하겠어 요. 그러면 아버님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고…… 저는 당신과 맺어질 수가 있을 거예요." 과연 백무심의 말대로 되어 갈 것인가? 혹시 그녀는 지나친 상상을 하고 있 는 것이 아닌가? 문득 백무심은 그에게 몸을 안겨 왔다. 영호량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몸을 안았다. 술이 취했기 때문일까? 그녀의 몸은 지극히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서 그야말 로 꿀물이 녹는 듯했다. 진한 향기가 전해지고 영호량은 점차 정신이 아득 해지는 것을 느꼈다. 깊은 황홀감 속에…… 비록 이것이 취중이라도 이러한 황홀경에 젖을 수가 있다면 결코 마다할 리 가 없을 것이다. "비무대회가 벌어지기 전에 당신을 아버님께 소개시켜 드리겠어요." 꿈결인 듯한 아름다운 음성을 들으며 영호량은 아득하게 정신을 잃어 갔다.
영호량은 수중에 돈이 넉넉했기 때문에 운몽현에다 집을 한 채 빌려 가지고 그곳에서 살아 가기 시작했다. 이 운몽현은 바로 동심각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살게 되면 동심각의 정보를 빨리 읽을 수가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영호량이 운몽현의 집을 빌린 다음날 백무심은 한 권의 비급을 가지고 그를 찾아왔다. 바로 동심각의 각종 절기 등이 실려 있는 것이었는데, 이후부터 영호량은 그곳에서 머물며 동심각의 각종 절기들을 연마해 가기 시작했다. 풍운주루의 백일취라는 술은 이미 그의 입게 젖어 있었다. 가끔씩 술을 마 시기도 하면서 영호량은 무공을 연성하는 데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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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어떻게 알았는지 제갈수 등이 그를 찾아왔다. "비무대회가 내일모레로 다가왔소." 제갈수의 말이었다. 영호량은 물었다. "그럼 예정대로 열리기로 되어 있다는 말이오?" 제갈수가 대답했다. "물론이오.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소?" 영호량은 즉시 자신과 백무심과의 얘기를 그들에게 들려 주었었다 다 듣고 나자 제갈수가 다시 물었다. "비무대회가 열리는 날에 소개하겠다고 했단 말이오?" 영호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제갈수는 재차 물었다. "그럼 그간에 무공에 대한 진척은 조금 있었소?" 영호량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시일이 짧았기 때문에 전혀 진척이 보이는 것 같지가 않았소." 제갈수가 다시 물었다. "그럼 무슨 다른 대책이라도 있소?" 영호량은 고개를 내저었다.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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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량은 풍운주루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요즈음 그는 그곳 풍운주루에 서 아주 깍듯한 대우를 받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비무대회가 열리는 날은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하지만 비무대회 전에 한 번 들르겠다고 했던 백무심은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영호량은 사실상 마음이 다소 초조해져 있었다. 대체, ---백무심.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무공을 연마하고 싶은 생각도 뒷전으로 달아나서 영호량은 이렇게 아 침부터 이곳에 와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실상 그가 술을 마시는 방법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가거에는 그가 술 을 마신다는 것은 바로 술을 몸 속에 그대로 붓는 동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는 그렇게 마시는 습관에서 벗어나 마치 차를 마시듯 여유 있게 한 잔씩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한 습관은 바로 백무심이 비급을 가져다 줘서 그것을 배우기 위해 술을 조금씩만 마시다 보니 절로 형성된 것이었다. 전에는 많은 술을 마셨지만 이제 술을 적게 마시면서 그만한 취흥을 누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같은 양의 술을 아주 천천히 마셔야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영호량이 술을 마시는 방법은 아주 느렸고 숙달된 것이었다. 전에 그가 그러한 방법으로 술을 마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술을 천천히 마시며 음미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가 술을 마시는 태도는 여유가 있어 보였고, 더 이상 주루의 점원들이 고생하며 눈 치를 주지 않아도 되었다. 영호량은 한 모금의 술을 입 속에 넣은 뒤 한참 뒤에나 탁자 위에 놓인 훌 륭한 요리안주를 한 점을 집어들곤 했다. 이미 일신에 호화로운 의복을 걸친 그였기 때문에 영호량의 그러한 동작은 마치 그를 천하의 귀공자요 서생 정도로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긴 수중에 무려 황금으로 이십만 냥 가까이나 가지고 있는 영호량으로서는 자칭 부자 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터였다. 영호량은 천천히 술을 음미하듯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말하자면 비무대회 전에 동심각주에게 인사를 하려면 반드시 오늘밤에 열리 는 대연회에 참석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감사 감사 ;;;;;;;
즐독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