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맑고 푸른 섬, 어청도입니다. 군산시의 고군산열도에 딸린 63개의 섬 중 서해 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군산보다 보령에서 더 가깝고 중국 산동반도와는 약 200km 떨어져 있습니다. 물고기가 많이 잡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 군사적 요충지로 해군이 주둔하는 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등대는 섬의 대표적인 명소인데요. 어청도는 하루에 한 번 오가는 배 덕분에 하루를 꼬박 머물러야 하는 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반나절 동안 섬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해 쉬는 곳, 함께 돌아볼까요?
![백 년 동안의 꿋꿋함, 어청도 등대](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32EA3B5657F40C02)
[백 년 동안의 꿋꿋함, 어청도 등대]
이른 아침, 한일옥에서 시원한 소고기뭇국으로 식사를 하고 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뉴어청훼리호를 타고 72km의 망망대해를 달리면 어청도입니다. 9시에 출발한 배는 2시간 30분 걸려 선착장에 닿았죠. 낚시꾼들과 여행자들이 내리고, 육지에서 실어 온 물품들이 차례로 하역합니다. 걸어서 섬을 돌아볼 것이기 때문에, 섬에 대한 정보는 필수. 민박에 짐을 풀자마자 신흥상회 사장님에게 어청도에 대한 정보를 물어봅니다.
![군산에 속한 섬으로 향하는 배는 모두 군산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3FB1345657F41F35)
[군산에 속한 섬으로 향하는 배는 모두 군산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어청도에는 걷기 코스가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마을을 지나 천주교 어청도 공소 방향으로 향한 후 해안가에 놓인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산책로 끝에 두 개의 섬이 있고 왼편의 산길을 따라가면 샘넘쉼터가 나옵니다. 여기서 안산넘 정상에 오른 후 계속 능선을 따라 목넘쉼터, 해막넘쉼터를 지나면 팔각정에 닿습니다. 팔각정 쉼터에서 약 10분 정도 더 가면 어청도 등대에 이르게 되지요. 등대를 보고 난 후 임도를 따라가면 마을에 도착합니다. 약 7km의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 눈은 시원해지고 가슴은 탁 트이는 훌륭한 코스입니다.
등대에서 해넘이를 감상하다 보면 급격히 어두워지는데요. 임도에 가로등이 있습니다만 만일을 위해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을 준비하고 간단히 먹을 간식과 물, 또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가는 것이 좋습니다. 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불어 더 추우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줄 두툼한 외투도 준비해 두세요.
![어청도 선착장, 만남이 있고 떠남이 있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3438E3C5657F4362C)
[어청도 선착장, 만남이 있고 떠남이 있다]
![아담한 어청도 마을은 어촌의 정취가 잘 남아있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518EB335657F4412F)
[아담한 어청도 마을은 어촌의 정취가 잘 남아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섬 탐방에 나섰습니다. 선착장을 지나자 조류탐방방문자센터가 눈에 띄는데요. 어청도에 조류탐방방문자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철새들이 이동하다 어청도에서 쉬어가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만 228종의 희귀 조류를 발견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탐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학자들에게는 꼭 와봐야 할 섬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조류탐방방문자센터가 지어졌지만, 아쉽게도 현재 관리 문제로 운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조류탐방방문자센터 입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촌부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692B395657F49A0E)
[조류탐방방문자센터 입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촌부들]
센터를 지나면 옛 마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마을에는 중국 제나라 때 제상을 지냈던 전횡을 모신 사당이 있고, 올해로 90년이 된 어청도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산등성이에는 해군 기지들이 들어서 있죠.
![고래잡이로 전성기를 누렸던 어청도 마을, 과거 배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던 모습을 상상해본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0DF0345657F4A83E)
[고래잡이로 전성기를 누렸던 어청도 마을, 과거 배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던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청도초등학교에는 유치원생 3명을 포함 전교생 6명의 작은 학교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1FD9375657F4B329)
[어청도초등학교에는 유치원생 3명을 포함 전교생 6명의 작은 학교다]
어청도는 옛날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습니다. 동해 장승포와 함께 서해에서는 유일하게 1970년대까지 고래잡이가 성행했죠. 잡은 고래는 어청도에서 해체작업을 거쳐 일본으로 수출하며 크게 호황을 이루었습니다. 이때 섬 인구가 1천 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섬에는 어부들로 북적거렸죠. 목선에 의지해 바다에서 생과 삶을 넘나드는 어부에게 하룻밤 유흥은 절박함 끝의 작은 위안이었을 것입니다. 식당과 다방 등의 유흥업소가 넘쳐났고 마을 주민과 술집 여성들이 어부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일은 흔한 풍경이었죠. 신흥상회의 이용원 사장님은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울 아버지 때만 해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디다. 이 작은 섬에 수천 여명이나 있었다고 생각해봐요. 그때는 목선인 대다가 지금처럼 GPS나 통신설비도 없었으니 바다가 험해지면 어디로 가겄어요. 다 여기로 들어오지. 섬이 배 피하기는 좋거든. 어부가 들어오면 할 일이 뭐 있겄어요. 술 마시고 먹고 자고, 유흥업소 여성들도 많았죠. 지금은 최신 설비를 다 갖추고 다니니 굳이 여기로 올 필요가 없어졌지만요. 지금은 낚시나 사진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는 곳입니다.”
![여름 성수기가 지난 어청도의 거리에는 강아지만이 여행자를 반긴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310D335657F4C232)
[여름 성수기가 지난 어청도의 거리에는 강아지만이 여행자를 반긴다]
골목 어귀에 숙녀복과 란제리란 단어가 분홍색 글씨로 쓰여있는 간판이 있습니다. 한때 북적거렸을 풍경을 상상해봄 직합니다. 마을 안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예전에 만든 항구가 있습니다. 현재의 선착장은 섬 일부를 판 뒤 바다를 메워 조성한 것입니다. 새로 만들기 전에는 이곳에 배들이 정박했죠. 처음 부둣가를 만든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육지에서는 쌀을, 바다에서는 해산물을 수탈하기에 어청도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거든요.
![어부들이 거닐었던 거리는 이제 낚시를 즐기러 온 사람들만이 지난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1EF53A5657F4DC14)
[어부들이 거닐었던 거리는 이제 낚시를 즐기러 온 사람들만이 지난다]
해안가를 따라 걷는 기분이 좋습니다. 철썩철썩 파도가 바위를 간질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감으면 괭이갈매기와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소란스럽게 들리고, 산등성이에는 고사한 소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습니다. 능선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모습이 마치 어린 고슴도치 같습니다. 10여 년 전 ‘솔잎혹파리’를 제때 방제하지 못해 죽은 것인데요. 섬의 소나무가 반 이상 말라 죽을 만큼 피해는 컸습니다. 복구를 위해 후박나무도 심고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해안 산책 중, 옆 산과 두 개의 바위인 농배에도 고사한 소나무가 서있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759F395657F4EB1B)
[해안 산책 중, 옆 산과 두 개의 바위인 농배에도 고사한 소나무가 서있다]
![산책로에서 만난 어청도초등학교 아이들, 현재 9명이 재학생으로 있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5C93485657F6640A)
[산책로에서 만난 어청도초등학교 아이들, 현재 9명이 재학생으로 있다]
![샘넘쉼터 가는 길에서 본 외연도 방파제, 등대 너머 바다가 아련하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2B39495657F68A2C)
[샘넘쉼터 가는 길에서 본 외연도 방파제, 등대 너머 바다가 아련하다]
![트레킹 중에 만난 귀여운 새, 울음소리가 무척 경쾌했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375A495657F6960A)
[트레킹 중에 만난 귀여운 새, 울음소리가 무척 경쾌했다]
능선을 따라 왼편에는 외연도에 딸린 섬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어청도 마을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걸으니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집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데 어느새 팔각정에 이르렀습니다. 팔각정은 어청도 마을과 섬의 모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등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78254F5657F6A30C)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
![팔각정은 전망 좋은 쉼터다, 날씨가 좋으면 외연도 열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46674F5657F6B010)
[팔각정은 전망 좋은 쉼터다, 날씨가 좋으면 외연도 열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팔각정에서 본 어청도, 임도 따라 저수지와 마을 방파제가 연달아 보인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4610505657F6BD03)
[팔각정에서 본 어청도, 임도 따라 저수지와 마을 방파제가 연달아 보인다]
어청도 등대는 섬의 북쪽 끝에 있습니다. 군산항과 서해안의 남북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어청도 등대는 일제가 청일전쟁을 치르면서 중국 항로의 중요성을 인식해 설치한 것으로 일본의 대륙 침략의 야욕이 담겨있습니다.
1912년, 인천의 팔미도 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이 등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불을 밝히면 약 37㎞ 떨어진 바다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등대 옆에는 해안 절벽인 청각금이 있고 작은 정자가 벼랑 끝에 걸려있는데요. 여기서 쉬며 간식을 먹기도 하고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감상하기도 합니다.
![61m의 절벽 위에 세워진 어청도 등대는 국가 등록문화재 제378호이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53C924A5657F6CB0B)
[61m의 절벽 위에 세워진 어청도 등대는 국가 등록문화재 제378호이다]
![입구는 꽃장식이고 내부 계단은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접이식이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6DBB4F5657F6D619)
[입구는 꽃장식이고 내부 계단은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접이식이다]
조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가 물길을 가릅니다. 푸른 밤이 섬의 북쪽 바다를 감싸면 비로소 등대가 불을 밝힙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을 헤매다 간신히 마을의 불빛을 발견한 것처럼 반갑습니다. 불빛 하나가 주는 안도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지지요. 360도로 돌아가는 등대 빛을 감상하는데 문득 시인 정호승의 ‘무인등대’라는 시 구절이 떠오릅니다.
‘울지 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청각금의 정자는 어청도항로표지관리소 숙소 뒤에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13374C5657F6E528)
[청각금의 정자는 어청도항로표지관리소 숙소 뒤에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청각금의 정자에서 촬영한 갯바위 장노출, 풍경이 서정적이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50E24495657F6F426)
[청각금의 정자에서 촬영한 갯바위 장노출, 풍경이 서정적이다]
등대는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등대 앞에 서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하늘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집니다. 절대 손이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말이죠.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옵니다. 바다가 울렁이면 구름도 덩달아 이쪽에서 저쪽으로 흐릅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을 바라보면 마음도 아득해집니다.
![저 불빛에 의지해 어부들은 집으로 돌아가듯 나 역시 불빛으로 용기를 얻는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5C9F485657F7030C)
[저 불빛에 의지해 어부들은 집으로 돌아가듯 나 역시 불빛으로 용기를 얻는다]
어청도는 가만히 쉬어가는 섬입니다. 선착장, 팔각정, 등대, 해안 산책로, 어청도 초등학교 등 서해의 작은 섬이 가진 작은 쉼터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죠. 섬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은 마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다시 일상을 활기차게 살아가기 위해 어깨에 짐 지웠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등대가 밤하늘을 밝힌다면 아침에는 태양이 우리를 비춘다](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51CC54E5657F7140D)
[등대가 밤하늘을 밝힌다면 아침에는 태양이 우리를 비춘다]
군산에서 맛보는 별미
한일옥
한일옥은 소고기뭇국으로 유명합니다. 시원한 국물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김과 반찬으로 밤을 조금 먹은 다음 나머지 밥을 국물에 말아서 후루룩 먹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 2층에 올라가 보세요. 한일옥은 1937년에 지어진 병원 건물로 2층에 골동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 군산시 구영3길 63(신창동 2-1), 063-446-5502
![한일옥 2층의 전시장과 소고기 뭇국 상차림](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03564B5657F7F00C)
[한일옥 2층의 전시장과 소고기 뭇국 상차림]
항구식당
섬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은 백반을 합니다. 백반은 깔끔하고 과하지 않은 맛이 꽤 괜찮습니다. 회나, 생선찜, 매운탕 등은 미리 주문해야 합니다. 섬의 인심도 느낄 수 있는데요. 백반 반찬 외에 다른 메뉴를 덤으로 밥상에 올려주기도 합니다.
▶옥도면 어청도길, 010-4648-0801
![항구식당의 백반 상차림](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5E564E5657F7FE0D)
[항구식당의 백반 상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