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KT&G 국유지 사유화⋯
“춘천시, 관리는커녕 유료 사용
”KT&G 수변 무대 이어 잔디마당까지 국유지 무단 점유
2022년 12월 공유수면 허가 이전 사유지처럼 사용
관리기관 춘천시, ‘사용료 받아야 하는데 비용 지불한 꼴’
문화예술인, 기획자 “소유지도 아닌데 통제 갑질” 토로
KT&G가 KT&G상상마당 춘천 인근 국유지를 무단 점용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들 기관이 인근의 다른 국유지도 장기간 무단 점용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심지어 이를 관리해야 할 춘천시도 해당 국유지 사용을 위해
민간기업인 KT&G의 허락을 받고 비용까지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시 삼천동 236-2번지 일대는 의암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춘천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 중 하나다.
옛 어린이회관이 있던 곳으로 부지 상당수가 KT&G에 매각됐지만
상상마당 춘천 앞 잔디마당 일부는 여전히 환경부 소유의 국유지다.
시민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KT&G는 해당 부지를 장기간 사유지처럼 사용했고
이를 관리해야 할 지자체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부지에 대한 점용 허가는 2022년 12월 20일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KT&G는 춘천시에 236-2 등 2필지에 대한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받았다.
이들 기관은 허가에 따라 2026년까지 사용료를 지불하고 해당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적관리도상 분홍색 실선 안의 부지만 KT&G 소유의 부지다.
춘천시 삼천동 236-2번지 등 잔디마당 인근 대부분의 부지는 국유지로 별도 허가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국공유지 사용 허가를 낸 이들이 지불하는 사용료는 관리 지자체의 세금 수입이 된다.
재정 자립도가 약한 춘천시의 입장에서는 큰 세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춘천시의 관리 부제로 모든 시민이 공유해야 할
국·공유지 사용에 제약을 받고 중요한 세입원 마쳐 놓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춘천시는 민간기업인 KT&G에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부지를 사용하기까지 했다.
KT&G가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내기 불과 2개월여 전인 2022년 10월
춘천시는 상상마당 춘천 앞 잔디마당 등에서 ‘2022 춘천술페스타’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시는 KT&G 측에 야외공연장과 잔디마당 사용 계약을 맺고
3일간의 공간 사용료로 420만원을 지불했다.
KT&G 측은 대관 비용이 야외공연장을 기준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시가 지불한 대관료에 잔디마당 이용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22 제2회 춘천술페스타 당시 춘천시와 KT&G 측이 맺은 계약서에
대관시설에 잔디마당이 포함되어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사진=춘천시)
하지만 시로부터 입수한 계약서 일부를 보면 대관시설에
야외공연장과 잔디마당이 함께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상상마당이 잔디마당 등 공간을 사용하고 관리해서
당연히 이들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걸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KT&G는 점용허가를 얻기 전에 국유지를 무단 점용하고
이를 멋대로 활용하거나 사실상 수익사업에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복수의 예술가와 기획자들은 “그동안 해당 공간을 사용할 때 갑질도 당했는데 어이가 없다”며
“춘천에 있는 예술인이나 우리 같은 기획자라면
모두가 상상마당이 100% 관리하는 줄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춘천의 한 기획사는 시설 사용 계약을 체결한 후
상상마당 측이 잔디마당에서 진행하는 행사 전체 구성도를 요구하는 등
관리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공연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일방적 통제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획사 대표 A씨는 “잔디마당을 포함한 공간을 쓰기로 계약하고
버스킹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녹음 행사가 있다며 공연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관료를 내고 행사 진행 계획까지 보고했던 터라
잔디마당을 포함한 모든 공간이 상상마당 것인줄 알았다”며
“잔디마당 운영 주체가 아니고 제재할 권한도 없었는데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이 너무 황당하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KT&G가 춘천시에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받기 전인 2022년 9월,
삼천동 잔디마당에 행사를 위한 텐트 등이 쳐져 있고 곳곳에 조형물들이 놓여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잔디마당을 사용한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예술인, 기획사 등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법을 저지르게 된 셈이다.
이 밖에도 2022년 이전에 잔디마당에서 자체 행사를 개최하고
각종 조형물을 내놓는 등 사적으로 활용한 정황이 포착돼
국유지 무단 점용과 사유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KT&G 국유지 무단 설치, 전선 노출에 폐기물 투기 의혹
KT&G 무단 점유한 삼천동 수변 무대 관리 부실
시민 안전 위해 정비, 유지보수 했다더니 위험천만
야외 공간에 전선 노출돼 시민 안전 걱정 높아져
무대 아래 녹슨 페인트통 방치, 하천 유출 우려
KT&G가 KT&G상상마당 춘천 인근 국유지에 무단으로 수변 무대를 설치하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등 허가 없이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수변 무대는 언제 어떻게 설치됐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이나 춘천시는 “애초에 허가 없이 설치된 무대라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KT&G 측도 정확한 무대 설치 시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이 오래되어 확인이 필요하다”며 파악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전선들이 수변 무대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시민 안전이 우려된다. (사진=한승미 기자)
KT&G는 공익을 위해 해당 공간을 관리해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시민 안전과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모습들이 다수 포착됐다.
수변 무대를 확인한 결과 무대를 둘러싸고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전선이 다수 확인됐다.
등록 공연장이 아니고 설치 시기 확인조차 어려운 만큼 관리 감독이 부실하고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정기 안전검사도 장기간 누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외부에 노출된 전선으로 인한 감전,
파손, 화재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KT&G는 2014년 상상마당 춘천에 위치한 실내 공연장 ‘사운드 홀’과
야외 공연장 ‘아웃사이드 스테이지’에 대한 공연장 등록을 마쳤다.
관련법은 공연장 등록에 앞서 전문기관이 무대 시설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등록 이후 3년마다 정기 안전검사도 진행해야 한다.
수변 무대를 제외한 두 공연장에 대한 안전검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됐지만
10년이 되도록 수변 무대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는 의미다.
무단으로 설치된 수변 무대 아래에 녹슨 페인트통들이 방치되어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자연 경관과 주변 환경에 미쳤을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무대 아래에는 무단투기된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나무 데크 아래에는 녹슨 페인트 통 여러 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폐페인트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지정폐기물로
지정된 장소나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유해 물질인 폐페인트가 관리 부실로 하천에 유입되면 수중생물 폐사와
상수원 오염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관리 부실에 방치된 상황이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폐페인트와 같은 폐기물을
지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버렸을 경우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를 확인하고 수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