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책을 뒤적이다 눈에 띈 티셔츠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패션 리더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쇼핑몰과 동대문시장에 온통 이 브랜드 카피가 깔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마르니’의 2007년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 티셔츠다. 이 티셔츠는 과테말라, 브라질의 레시페, 인도의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 어린이들이 그린 7천여 장의 자화상 중에서 6개 작품을 골라 제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아이들만의 독특한 색감과 선이 이렇게 스타일리시해 보인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동안 민소도 자신의 운동화와 가방에 직접 그림을 그려 가지고 다니긴 했지만, 이 티셔츠를 보자 이번엔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작년에 샀던 파스텔 블루 티셔츠와 패브릭 물감을 줬더니 민소는 거침없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살짝 추상화스러워서 뭘 그리는 거냐고 물으니 모네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했다. 키우고 싶은 동물은 펭귄, 토끼, 생쥐라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이제는 엄마의 솜씨를 더해줄 차례다. 민소가 그린 동물의 그림 선을 따라 색실로 박음질을 해줬다. 여러 가지 색실을 내 맘대로 써가며 알록달록하게 바느질하는 게 포인트. 민소가 입던 옷에서 떼어낸 단추와 가지고 놀던 인형의 소품도 살짝 장식으로 달아 입체감을 줬다. 이 티셔츠에는 앞으로 키우고 싶은 동물이 더 생기면 또 추가해 줄 생각이다.
How to Make 1 무늬 없는 옷을 준비한다. 신축성이 좋고 골이 있는 니트류는 수놓을 때 애먹기 때문에 짜임이 톡톡한 면 티셔츠가 좋다.
2 옷 뒷면에 물감이 묻어나지 않도록 안쪽에 종이를 대고 패브릭 물감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린다(패브릭 물감은 뻬뻬오 세타컬러. 1색 4천3백원으로 대형 문구점에서 판매).
3 물감이 마르면 위에 천이나 종이를 대고 고온으로 다림질한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림질 전에 물에 빨면 깨끗이 지워진다. 다림질 후에는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4 아이들에게는 천 위에 선을 깔끔하게 그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엄마가 그림 밑에 먹지를 대고 그대로 옮긴다. 아이가 그린 그림의 선을 따라 색실로 수를 놓는다.
5 군데군데 단추를 달아 장식하거나 천 조각을 오려 패치워크해도 예쁘다.
※민소맘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조인숙 씨는 항상 그림 노트와 색연필을 챙겨주며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엄마다. 어떠한 천재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이의 그림이 아까워서 아이 그림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랑 단둘이 떠난 3개월간의 영국 여행기를 책으로도 엮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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