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와 길고양이

[초우]

요 며칠 여름내내 밤마다 울어대던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 길고양이를 위해 숲속 안쪽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두었는데 늘 저녁이면 두세마리 고양이가 보이곤 했었다.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는 친구집에 오랫만에 놀러갔다.
"봐봐 이제는 제법 우아해졌지 귀족고양이가 되었어"
윤기나는 때깔과 토실토실한 몸매, 조심스런 몸놀림,적당한 끼부리기 그런것들보다 내 눈엔 흘깃흘깃 눈치보는 그 눈빛에 시선이 간다.
'그래 자유를 저당잡혀 우아를 얻었네'라고 말하려다 꿀꺽 삼켰다. 그래도 이 친구는 여전이 밖에 떠도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따스한 사람이니까...

우리나라는 개는 집에서 키웠지만 고양이를 반료묘라하며 집에서 키운것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담을 타고 이집저집 다니며 쥐를 잡거나 생선을 훔치는 소속없는 도둑고양이들이 대부분 이었으니까...

반료묘가 된 고양이들 새끼는 반료묘가 되고, 길에서 떠도는 고양이들 새끼는 길고양이로 태어난다.
가끔 이리 길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될 수 있지만 그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고양이에게 물어봤어? 길고양이보다 집고양이가 되니까 행복하대?"라는 말도 꿀꺽 삼켰다.

선택권.
시어머님은 십년째 치매와 노인성질환으로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신다.
아주 가끔 정신이 드시면'이렇게 아플바에야 죽었으면 좋겠다'하시지만 또 어느새 정신을 놓으신다.

인간은 얼마만큼의 선택권을 갖고 있는걸까
삶과 죽음은 여전이 신의 영역이다.
그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은 남겨두더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의 권리들을 제대로 살펴봤는지 요즘 부쩍 생각해본다.
어찌할 수없는 거라는 범주에 쉽게 포함시키고 살아왔고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핑게로 변명으로 합리화로 배려해서 라는 명목으로...

코로나 이년동안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
필사하며 적어 놓은 것들을 보니 "자유" "행동" "용기" "도전" "지금" 이란 단어가 많다.
어제 또 한 단어를 추가했다.
"망치"
'마흔에 읽는 니체 '에 나오는 단어이다.

망치로 깨부수기.
사십대에 모토로 삼고 살자 하고 마음에 새긴 글
"심플하고 명료하고 단단하게 살자"
깨부셔야 다시 단단해진다.
흔들거리는 담벼락은 다시 망치로 부셔뜨리고 또 쌓아가면 된다.
과거의 부정적 감정과 미래의 불안의 자리가 없어야 지금 현재의 삶이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집고양이로도 길고양이로도 살고싶다.
집고양이에게 자존감과 망치를 , 길고양이에게는 용기와 단단함과 자신감을 ...

[알래스카]

길고양이가 집고양이가 됐다고 해서 자유가 저당잡힌 건 아니지 않나요?
근데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십니까?

[박알미]

소소한 이야기가
참 좋네요

화려하지도
않은
그저 소박한
옷차림이나 마음이 선한
그런 이가 좋아지는 것은
아마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이유기도 하겠지요

종종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