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이 제19차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움 개최를 통해 얻은 반사이익
미국과 중국은 미중 간 전략경쟁 구도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과 서로 상대국을 겨냥한 군사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정과 평화를 위한 군사협력를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 간 중국 해군 주관으로 개최된 제19차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움(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 이후 ‘제19차 WPNS’)에 미중 간 전략경쟁, 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미국과 뜻을 같이 하는 국가(like-minded nation)의 해군 대표단이 대거 참가한 이유였다.
▲4월 22일부터 24일 간 중국 해군 주관으로 개최된 제19차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움 / 출처: XINHUA 뉴스
하지만, 참가국들의 입장은 서로 달랐다. 우선, 대부분 중국 주변국들은 이번 제19차 WPNS를 통해 미중 간 군사대립이 가능한 미국과 중국 양국 간 갈등과 범위로 제한되기를 기대하며, 동아시아 해양에서의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후유증으로 남기를 원치 않기를 희망하였다.
특히, 중국보다 열세한 입장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체 아세안(ASEAN)은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을 갖고 있어 중국의 역사적 권리와 영향력을 기정 사실(fait accompli)로 받아 들이도록 하는 ‘중국식 먼로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제19차 WPNS에서 중국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확보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 주기를 기대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중국 주변국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해 전통적이며 대칭적 수단이 아닌, 비전통적이고 비대칭적 수단을 활용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구사하여 미국을 동아시아 해양에서 밀어내면서 중국 주변국과 양자간 관계를 통한 해양협력을 구사하자고 제안하였다.
최근 중국은 필리핀과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해양영유권 갈등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해군 함정만이 아닌, 해양경찰(이후 ‘중국 해경’)과 해상 민병대(maritime militia)를 마구잡이식으로 전개해 필리핀 해군과 해경의 분쟁 해역으로의 접근을 저지하면서, 중국 주변국을 지원하는 미 해군의 행보를 해양의 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한 ‘제3자 개입’이라고 비난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 주변국들은 미국이 자국의 해양안보 역량을 보강해 주고 우세한 해군력을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 배치하여 자국을 지원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미국이 가능한 중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중국 주변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ASEAN) 회원국과 남태평양 도서국들이 2021년 9월 15일에 미국과 영국이 호주가 중국의 인도양과 남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도록 호주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계획을 지원한다는 아쿠스(AUKUS)를 결성한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중국 주변국들의 우려를 고려해 중국은 중국 주변국에게 UNCLOS와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원칙이 적용된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제3자’이 개입없는 당사국 간 대화와 협력으로 동아시아 해양 이슈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 해군은 우세한 핵항모 타격단(CSG)과 원정 타격단(ESG)을 중국 동부 해양에 전진 배치하면서 하와이, 괌, 일본 요코스카, 사세보, 오끼나와 등의 해외기지를 중심으로 동맹국과의 촘촘한 격자형 네트워크(lattice fense)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먼로주의적 행보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제2도련 진출을 저지하는 대(對)중국 견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모순적 입장도 불구하고 중국 해군은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 간 중국 해군 북해 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칭따오(靑島)에서의 제19차 WPNS 개최를 통해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중국 해군이 2014년에 이어 2번째로 주관한 제19차 WPNS는 1987년에 처음 실시된 이래 총 23개국 해군이 정회원이고 서태평양 지역 이외 7개국 해군이 업저버로 참가하는 지역 내 유일한 다국적 해군협의체로서 그동안 1) WPNS 헌장 제정, 2) 공해상 비계획된 해상 조우에 따른 해상 충돌방지 방안(Code of Unplanned Encounters at Sea: CUES) 합의, 3) 태평양 주요 해상교통로 병목해역에서 다국적 기뢰제거와 수중잠수 훈련(MIMEX/DIVEX) 실시 합의 등으로 서태평양 해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저지하고 해양 안정과 평화를 위한 성과를 도출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WPNS 헌장과 CUES의 업그레이드, 회원국 해군 초급장교(JOIP), 부사관(ELIP), 의무장교 (NMS) 간 상호 교류 및 협력 증진, 자연재난 대비 및 구조 훈련(HADR & TTX) 협력 등의 WPNS 회원국 간 교류와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 중국 해군은 이번 제19차 WPNS 개최를 통해 그동안 중국이 서태평양 해양안보 훼손자로 몰리던 형국을 반전시키면서, 최근 중국 해경이 필리핀이 영유권을 행사하는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필리핀 해경과 어선에 대해 고압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의 강압적이며, 물리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중국 주변국과 해양협력을 지향한다는 암묵적 ‘반사이익’을 얻었다.
첫째, 중국은 제19차 WPNS를 지난해 11월 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한 양국 간 군사협력 메커니즘 재개 합의와 연계함으로써 그동안 중국 해군을 고립시키던 미국의 압박에서 다소 여유를 갖게 되었다.
이번 제19차 WPNS에 참가한 미국 해군 대표는 지난 4월 6일 취임한 신임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퀴일러(Admiral Stephen Koehler) 해군대장이었으며, 그는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는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해군 전투부대 사령관이다.
해양안보 전문가들은 미 해군 스티븐 퀴일러 해군대장이 제19차 WPNS에 참가한 것은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중국 해군을 2012년부터 2014, 2016년 림팩(RIMPAC) 훈련에 초청하였으나, 2018년 림팩 훈련부터 초청하지 않은 사례와 대조를 보였다면서 미 해군이 중국 해군에게 유화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이번 제19차 WPNS는 다국적 해군협의체로서 주최국 해군은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 해군 수뇌부를 초청하여, 매 2년 마다 다국적 연합햐군작전을 실시되는 림팩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또한, 중국 해군은 제19차 WPNS 개최 일자를 제39차 미국과 필리핀 간 바리카탄(Balikatan) 연합군사훈련 시작 일자와 일치시킴으로써 마치 중국 해군은 다국적 해군협력을 위해 노력하는데 미 해군은 동맹국과 연대하여 중국을 봉쇄하고, 포위하는 공세적 연합 해군훈련을 실시한다는 대조를 보임으로써 중국의 반사이익을 기대하였다. 지난 4월 21일 環球時報는 미국-필리핀 간 바리카탄 연합훈련이 필리핀 지역을 처음으로 벗어나서 실시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둘째, 중국은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견제 연대에 동참하는 인도, 호주, 일본, 영국, 프랑스 해군 참모총장들을 참가시킴으로써 외면적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 구사 효과를 저하시켰다.
우선,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 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따오위다오)에서 해양 영유권 분쟁을 치르고 있고, 대륙붕 한계선을 포함한 해양 경계선 획정 관련 대립하고 있으며, 동중국해에서 어업 갈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제19차 WPNS에 일본 해상막료장 사카이 료(Admiral Sakai Ryo) 해군대장이 참가하였다. 특히, 지난 4월 10일 미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이 미일 군사 지휘통제 체제의 업그레이드, 일본 자위대의 합동작전사령부(Joint Operation Command) 창설 등으로 통해 향후 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발표하였고 지난 4월 11일에는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미국-일본-필리핀 간 3국 정상회담은 올해 말에 3국 간 남중국해에서 해군 또는 해경 간 공동경비작전을 실시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일본 해상지위대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선에서 선봉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자임하였다.
이에 중국 해군은 제19차 WPNS에 미국 대(對)중국 견제 연대 선봉장 역할을 할 일본 해상 막료장 사카이 료 해군대장이 참가한 것을 미국, 미국 동맹국과 파트너십국들이 서로 말과 행동이 상충하는 모순된 대(對)중국 견제 연대를 보이고 있다고 것을 중국 주변국에게 홍보하기에 적합한 핑계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중국 해군은 2014년에 이어 이번 2차 WPNS 개최로 중국이 해군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은근히 미국과 동맹국 해군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 행보가 지역 해양안보에서 더 위험하다고 암시하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임명된 중국 해군 총사령관 후중밍(胡中明) 해군상장은 제19차 WPNS 대주제를 『가치를 나누는 운명의 해양(Ocean with a Shared Destiny)』로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참가국 해군 수뇌부 간 1세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와 해양 평화(peace)와 안정(tranquility), 2세션 해양안보 협력과 국제법에 기반을 둔 해양질서, 3세션 건설적 협력에 대한 공조와 글로벌 해양 거버런스 구축에 대해 참가국 해군 수뇌부와 토의한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중국 해군은 제19차 WPNS에서의 해군협력을 위해 1) 상호 신뢰 증진, 2) 공동 개발 추진, 3) 해양작전 협력, 4) 해양 공공재 제공 등의 기준과 자세로 지역 내 해양협력을 위한 의무와 책임을 갖고 대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셋째, 중국 해군은 이번 제19차 WPNS에 불참한 필리핀 해군 총사령관 토르비오 아다시 해군중장의 결정을 호기(好機)로 활용하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은 중국과 필리핀 간 미스췹,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 스카보르 산호초에서 첨예한 해양 영유권을 치르고 있는 상황하에서도 일본과 함께 제19차 WPNS를 참가한 반면, 필리핀 해군이 중국 해군의 제19차 WPNS 초청을 거부한 것은 상식적이질 않았다고 비난하였다.
그동안 미국이 항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뜻을 같이 하는 국가(like-minded nations)와 함께 국제법과 규범에 기반을 국제질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미국이 해양 국제법인 UNCLOS를 무시하는 중국에 대해 항의는 고사하고 오히려 제19차 WPNS에 참가하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과 협력한 필리핀 해군은 제19차 WPNS에 불참함으로써 더욱 고립되는 형국을 맞이하였다.
이러한 필리핀의 딜레마는 전임 드테르테 대통령의 친중국적 접근이 옳았고, 친미적 성향의 현 페르디난도 마르크스 주니어 대통령의 대외 기조가 잘못되었다는 국내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예를 들면 현 필리핀 마르크스 주니어 대통령은 전임(前任) 대통령 드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의 비밀 협정에 맺고 남중국해에서의 필리핀 해양 관할권을 포기하였다면서 이를 현 필리핀 정부가 재평가 및 감사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이에 대해 전임 드테르테 대통령이 반발하는 등 대(對)중국 접근 전략 기조에 대한 필리핀 국내 정치적 혼란이 나타난 사례였다.
결국 중국 해군은 이번 제19차 WPNS 개최를 통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뜻을 같이 하는 국가 간 해양연대를 구축하면서, 해당국가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였다는 중국의 의도가 중국 주변국에게 보여지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지난 4월 29일 중국 環球時報는 필리핀 정부가 그동안의 대(對)중국 우호적 전략에서 갑자기 친미적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 중국과 필리핀 간 맺은 『신사협정(Gentlman’s Agreement)』을 무시한 조치라며, 이는 중국 해군과 해경이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필리핀 해군과 해경과 첨예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근원적 원인이라고 역주장을 보도하였다. 또한, 필리핀 해군 총사령관 아다시 해군중장이 불참한 것은 묵시적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연합전선에 허점을 보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비록 지난 4월 29일 중국 環球時報의 주장이 중국이 자주 사용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해석일 것이나, 만일 필리핀이 제19차 WPNS에 참가하여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경과 일부 어선에 대해 고압력 물대포를 투사한 것을 2014년에 합의한 CUES를 위반한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하였다면, 아마도 중국 해군이 크게 당황하였을 것이고 제19차 WPNS에서 논의된 CUES 수정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실제 그동안 WPNS 회원국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의 자국 국내법 법집행 문제를 제기하면서 CUES 적용 대상에 해군만이 아닌, 해경과 관공선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기하였으나, 성사시키지 못하였다.
또한, 지난 4월 29일 環球時報는 이번 필리핀 해군의 불참이 2014년 4월 28일 서명한 미국- 필리핀 간 방위협력 증진 합의(EDCA)에 따라 필리핀이 미국에 허가한 5개 군사기지에 추가해 4개의 군사기지를 추가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에 대한 우려로 불참하였다면서 미국이 일본에 이어 필리핀을 불모(pawn)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넷째, 중국 해군과 러시아 해군 간 전략적 연대의 상징성을 보인 반사이익이다.
러시아 정부는 제19차 WPNS에 이례적으로 지난 4월 초에 임명된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참모총장) 알렉산드르 모이세예브(Alexander Moiseyev) 해군대장을 참가시켰다. 이는 2022년 2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에 참가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관계를 ‘무제한적 동반자(no-limited partnership)’ 관계라고 선언한 것을 증명한 러시아 정부의 배려였다.
이에 중국 해군은 제19차 WPNS에 러시아 해군 극동 함대 사령관이 아닌,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이 직접 참가한 것을 양국 해군 간 해군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은근히 미국과 미국 동맹국에게 과시하였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중립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개최된 WPNS에 러시아는 서태평양과 북태평양을 작전책임구역(AOR)으로 하는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관을 주로 참가시켰으나, 이번에 신임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가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었으며, 이는 2014년 중국 해군 주관 제14차 WPNS에 당시 미 해군 참모총장 조나단 그리넷(Admiral Jonathen Greenet) 해군대장과 당시 미 태평양 사령부(현 인도-태평양 사령부) 해리 해리스(Admiral Haary Haaris) 해군대장이 참가하였으나, 이번 제19차 WPNS에는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관 스티픈 퀘일러 해군대장으로 격을 낮춘 것과 대비되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연임 개시 일자에 맞추어 5월 15일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점을 고려할 시, 중국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여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로 대응한다는 묵시적 경고를 제19차 WPNS를 통해 미국, 주요 동맹국 그리고 파트너십국에게 보였다고 평가하였다.
궁극적으로, 중국 해군은 이번 제19차 WPNS 개최를 통해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건설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해양질서에 기여한다며,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불필요한 대(對)중국 견제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선의(善意)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반사이익을 얻어내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