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가 잘 안 된다는 게 제일 속상해요. 4년간 병원 오가는 길을 자동차로 봉사하고 도와주어도 교회는 안 온다고 하네요. 먹을 것을 주고받으며, 또 교회 일이 있을 때는 자기 일처럼 돌봐주기도 하면서도 예배드리자고 하면 싫다고 한 마디로 거절하네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답 좀 알려주세요.”
김민수 전도사(54, 성운교회 담임) 뇌리에는 온통 ‘전도’ 생각뿐이다. 먹을 것, 입을 것, 도와줄 일 있으면 ‘내 집 일이다’ 생각하고 정성으로 마을 주민을 섬기는 이유도 모두 그것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만 5년 동안 그렇게 봉사를 했는데도 말이다.
성운교회는 전주에서 40분 정도 산길로 들어가는 작은 산간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전북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1530-1이 주소다(063-432-7165). 인근 마을 3개를 합쳐 인구 60여 명밖에 살지 않은 곳이다. 그나마 할머니 혼자서 사는 집들이 많다. 도회지에서 늘어나는 1인 1가구가 이곳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뒤 늦게 신학공부를 했지요. 이후 지인을 통해 이 교회 소개를 받았어요. 그 동안 장로교회를 섬기고 사회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었다가 인생을 ‘턴(turn)’한 것이지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새로운 길로 가보자고 한 것이지요. 물론 아내와 뜻을 같이 했고요.”
5년 전이다. 김민수 전도사는 짐을 싸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20년 된 교회 건물은 곳곳에서 물이 새고, 각종 벌레들의 놀이터였다. 전도해서 사람을 데려오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수리’가 최우선의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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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전도사(오른쪽)와 정순자 사모 | 작은 교회 목회자는 ‘슈퍼맨’이 되어야 했다. 청소는 물론 땅 파고, 기둥 세우고, 시멘트 바르고 등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다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들은 그 동안 한 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물론 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김 전도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믿음의 동료들이 적극 나선 것이다.
“한 번은 교회 헌금함을 열었는데, 봉투가 나온 것이에요. 열어보니 1천 만원이 들어있더군요. 깜짝 놀랬지요. 누군가가 몰래 와서 헌금을 하고 간 것이지요. 이름도 밝히지 않고 말이에요.”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통장으로 입금해 준 이도 있었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들어온 헌금액이 무려 6천 만원이나 되었다.
김 전도사는 그 헌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많이 부족한 사례금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 헌금을 건드리지 않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를 위해 계속 기도만 하고 있었다.
얼마 전 결정을 내렸다. 그 헌금의 사용처를 생각한 것이다. 교회 인근에 수양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수가 뛰어난 지역 환경을 십분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활기찬 교회의 모습이 지역 전도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현재도 교회 앞에 방갈로를 마련해 두었다. 10명~20명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김 전도사 지인이 종종 방문해, 수려한 자연 속에서 쉼과 평안을 누리곤 한다.
김 전도사는 닭을 70여 마리 키우고 있다. 말 그대로 토종닭이다. 고랭지 배추 농사도 얼마간 짓고 있다. 때에 따라 산나물로 많이 따다 놓는다. 수입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 다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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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당 내부 | “동료들이 ‘인사만 잘해도 전도된다’고 말을 하는데, 이곳은 그게 안 통하는가 봐요. 도시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닫혀 있는 듯해요.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해서 두드려 보는 수밖에 없지요. 산골에 있는 저희교회로 수련회 오세요. 자연에 파묻힐 수 있어요. 그리고 교회에 사람이 많아야 전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산속마을은 해만 떨어져도 ‘적막’ 속으로 들어간다. 들리는 소리도 없고, 또 보이는 것도 없다. 믿음으로 듣고 보는 일이 더욱 필요한 곳이다. 김민수 전도사를 옆에서 지켜보며 동행하는 이가 있다. 바로 정순자 사모다. 직장과 대학 재학 관계로 외지에 나가 있는 두 아들 철하, 용은도 든든한 응원군이다.
취재 후, 지인의 음성이 귓가에 계속 남는다. “그곳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사역을 하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