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구덜 경조사 한번 지대루 챙기지 못하구
대소사에 따뜻한 마음 한번 쓰지도 못하믄서
거으 인생의 절반을 외국에 살다가 돌아왔으.
인생 전반기 알고지내던 칭구덜이 모두 나를
생까더라두 전혀 서운할 것이 읎는 기나긴 세월이었삼.
고등학교 칭구덜은 거으 다 연락이 끊겼고..
복원할만한 연결고리 마저 사라졌삼.
그나마 대학교 칭구덜은 몇몇 뒹국으로
놀러오고해서 건신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삼.
만일 낵아 시골출신이 아니었다믄..
초중친구덜두 다르지 않았을 것임미.
그런데 나는 다행히 시골출신이구..
지금 낙향하여 살다보니 불알칭구덜과는
거반 30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끈적끈적한
인연이 유지되고있삼.
설날 한번씩 귀국하여 고향에 내려가믄
오다가다 만날 수 있는 동향칭구 사이기 땜시
끊어질 수가 읎었던 것이지.
나이가 들고나니 말이야..
불알칭구가 그렇게나 좋을 수가 읎더이다.
시골집에 내려갈 때.. 밴드에다 알려두믄
무시로 찾아옴미. 삼겹살 두어근 사들고 그냥 옴미.
국민핵교와 뒹핵교를 함께 다녔기 때문에
9년씩이나 을매나 많은 추억덜을 남겼겄으?
밤이 새는줄 모르고 이바구를 틀다가
일출을 보고나서야 자기도 했삼.
겨울엔 시골이 춥삼. 한 2,3도는 기온이
낮다구봐야함미. 그래서 요즘은 시골에
자주 안감미. 인천사는 셋째 누님이 주말마다
쉬러올 때 내려가는 정도.
그런데두 불알칭구덜은 자주 봄미.
안타깝게도 장례식장에서 말이여.
겨울에는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마니
돌아가시자녀.
지난주만 세차례 장례식장을 찾았삼.
상주가 불알칭구인 관계로 마치 동창회라도
하는듯 많은 동창생들을 거기서 만나게됨미.
이런 저런 건강과 살아가는 야그를 하다가
술마시던 그 자리에서 자기도하고...
지난 연초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불알칭구덜이 열일 제껴놓고 30년 가까이나
얼굴 한번 보여주지 못했던 매정한 나를
찾아와 주어 을매나 고마웠던지.. 그 이후로
나는 일단 부음만 들리믄 무조건 가는 편임미.
그저 손 한번 잡아주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되더란 사실을 잘 알게 되았기 때문이지.
동창회 밴드에도 욜시미 시골근황을 전함미.
그래서 나를 내 고향 리포터라고 부름미. ㅋㅋㅋ
낵아 은퇴를 빨리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귀향 1호가 되았는데
내 불알칭구덜은 대부분 타지생활을 하고있삼.
그런데 만나서 야그해보믄 대부분
은퇴후엔 나를 따라 고향으로 내려와 살겠다고들 함미.
이것도 복임미.. 함께 늙어갈 칭구덜이 몇년 후엔
한명 두명 낙향하기 시작할 터이니까 말이야~
벌써부터 우린 고향에서 뭐 하믄서 늙어갈지
대화를 나눔미. ㅍㅎㅎ
난 그때마다 백학저수지에 둘레길 생기믄..
넓직하니 카페 하나 만들어 한켠에 불알칭구
사랑방 하나 내줄테니 와서 차나 한잔 마시고
매일같이 둘레길 산책 하자고 말해줌미.
백학저수는 우리덜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임미.
여름에는 거기서 헤엄을 쳤고.. 겨울에는 거기서
썰매를 탔었삼. 그런 곳에서 함께 늙어갈
불알칭구덜과 둘레길을 걷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땃해짐미.
마눌은 카페 한켠에 퀼트숍을 내아주고..
카페는 퀼트 전시장으로 쓰고 싶다구 벌써부터
압력을 행사중임미.
동창중 여사친 하나는 지금 충주에 살고 있는데..
2년후 낙향하여 비닐하우스에다가 바위솔과
이끼를 키울테니.. 카페에 놓고 팔아달람미. ㅋㅋㅋ
그러겠다고 약속은 해줬는데 혹시 공수표 남발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됨미.
나는 요즘 이런 상상의 재미로 혼자서도
잘 살고 있삼. 우리판때기두 10년이 넘었삼.
낵아 카페 하나 내믄 오다가다 들러 담소를
나눌 수 있을 날이 분명히 찾아올 것임미.
생각만 해두 좋삼. 안그랴?
그때마다 백학저수지 둘레길 안내두 해주고,
인근 호로고로, 경순왕릉, 숭의전, 당포성 등등을
가이드 해드리겄삼.
그럴려믄 우리판때기가 유지되아야함미.
낵아 노력할테니.. 횐님여러분덜께서두
쪼메만 더 곁을 주시기 바람미.
사는 것 별거 읎더이다.
칭구가 좋고.. 것두 오래된 칭구가 젤루 좋삼.
그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마찬가짐미.
2022년 12월 19일
시공
첫댓글 그러게요...
아직은 삶이 바빠서 엄두못내지만 곧 그런날이 올겁니다
어려븐 일이 아니죠.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나이먹으면서 누구나 로망은 귀촌 귀농하여 텃밭이나 일구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생각일것입니다
저역시 시골출신이면서 너무나 먼 고향이라 내려갈 엄두도 못내고
인근을 알아 본다면서도 잘 안됩니다
주인장님의 낭만어린 계획이 부럽습니다
긍정해야 일이 됩니다.
네가티브하면 될 일도 안돼죠... ㅠ
가보고 싶네요. 그 카페에…
그니께 판떼기도 한번 모입시데이
일단 필독공지 읽어 보시고..
우선 네이버 우리판때기로 들어오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른바 <버킷리스트>라는 것을 만드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수십 가지의 그것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인생의 초반전과 중반전이 지났으니 후반전을 고향에서 살다가 마치기가 아니라 한동안 살아보기입니다. 왜냐하면 가끔 울 마님에게 시골에 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절대 불가>라면서 살고 싶으면 혼자 가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뱀을 너무 무서워 하거든요.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한방에서 잠을 자도 트윈베드라 떨어져서 살아도 불편이 없기 때문에 텃밭을 가꾸며 1년 정도 살아볼 수 있는 곳에 대하여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물론 정이 들면 뽑히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말뚝을 박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