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를 치루더라도 집행하는 사람이 있고 신식 혼례를 해도 결혼식을 하는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결혼식장에서는 주례를 모시고 결혼식을 치루는 게 보통이다. 지난 5월 4일 아들의 결혼식을 치뤘다.
아들의 결혼식을 판에 박힌 주례선생님의 주도하에 진행하는 것 보다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아들한테 주례 없이 신랑 신부위주로 친구들과 재미있게 치루면 어떠냐고 말하니 반색을 하면서 그렇게 해 보겠다고 했다.
친구들과 상의를 했다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에게 보내왔다. 프로그램을 보니 제법 재미도 있고 그럴싸 해보였다. 갑자기 아들이 나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친구들과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아버지께서도 색소폰 연주를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그래, 내가 좀 망가지면 어떠랴! 혹 실수 한다손 치더라도 그 누가 말하겠는가? 하고 승낙을 하고 말았다.
아들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색소폰을 직접 연주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스스로 북도 치고 장고도 치는 격이다.
부모가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덕담은 적당히 하면 되지만 직접 악기를 다루게 되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취미로 배운지는 꽤 되는데 음악에 소질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고 있다. 렛슨 선생님한테 선곡을 받아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하는 곡이 한동준이 부른 ‘ 사랑의 서약’ 이었다.
결혼식 전날 반주기와 앰프를 준비하고 신랑신부에게 들려줄 덕담을 정리해 놓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8시 30분 까지 와달라는 미용실의 부탁에 따랐다.
아내와 딸은 미용실에 가고 나는 악기와 반주기, 앰프를 들고 음향담당자를 만나 설치를 하고 리허설을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연습은 많이 했지만 현장에 맞는지 몇 번 연주를 해보았다. 컨디션도 괜찮고 음향도 좋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신부단장을 한 며느리 옆에서 사진도 찍고 예쁘다고 칭찬을 하니 며느리 입이 함박만큼 벌어진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는데 나도 며느리를 많이 사랑해 주어야지 다짐을 해 본다.
축하객들이 몰려든다. 내가 수원에서 40여년을 살았고 처음으로 혼사를 치루는 것이라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이들 오셨다.
사회자의 진행하는 순서에 따라 양가 어머님의 촛불 점화가 끝나고 신랑이 입장을 하는데 무선 마이크를 들고 축가를 부르며 폼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이 보기에 너무 좋았다. 친정아버지와 신부가 입장을 하고 결혼서약서를 신랑, 신부가 각각 낭독을 하고난 후 신랑 아버지인 내가 덕담을 하는 순서가 되었다. 전날 준비한 내용을 참고삼아 축하하러 오신 손님과 사돈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후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게 된 경위와 신랑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해 주었다.
케익 커팅에 이어 축하연주로 내가 색스폰을 연주하게 되었다. 열심히 연습한 ‘사랑의 서약’이라는 곡을 연주했는데 실수 없이 끝까지 연주를 잘 한 것 같다. 손님들의 우뢰 같은 박수를 받으니 내가 무대에 선 것 같기도 하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들지만 아들 결혼에 축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뿌듯했다.
신랑 친구들이 춤을 추면서 축가도 불렀다. 신랑에게 엎드려뻗쳐, 신부 안고 한 바퀴돌기 등 장난기가 있는 행동은 안 하고 신랑이 노래를 부르고 신부와 함께 춤을 추는 것으로 공식행사를 마쳤다.
주례 없이 하는 결혼식이 아직은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된다.
아무쪼록 열심히 잘 살아주었으면 한다. 한 가지 욕심을 부린다면 빨리 손자를 보고 싶다. 아이들한테 대접만 받으려고 하지 말고 아들과 며느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시부모가 되려고 한다.
첫댓글 의미있는 결혼식을 준비하였네요. 색손폰 음률로 아버지가 전하는 진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들이나 잘 살았으면 하는게 부모마음이지요.
주레없이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하다보니 미끄럽지는 않아도 하객들이 즐거워 해서 위안을 삼았지요.
멋진 결혼식 이었네요
아드님의 축하드립니다 ~~
먼저 형식을 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ㅎㅎ
너무 형식에 치우친 결혼식에 지루하기도 하고 종교의식대로 하면 비종교인은 지루하기도 한데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게 주인공 위주로 하니 훨씬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엔 주례없이한다해서 의아했는데 한번보니 그런것도 시도해 볼만 했습니다 더구나 부친이 축가를 연주하는 식이라면 오히려 잘선택하신것 같습니다 자녀혼사에 신경 많이 쓰시고 부모역할도 대단하셔서 모범가정 이루리라 확신합니다 행복을 기원합니다
부모노릇을 제대로 할지 걱정입니다. 부족한 연주에 박수를 많이 받으니 송구스럽기도 했지요.
학원 홈페이지에 올리는 영광도 누렸지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멋진 결혼식이었군요 ~~ 참 보기 좋았겠습니다~ㅎㅎ
강촌애님의 색소폰연주까지 참 멋들어진~ 낭만이 있는 결혼식이 되었겠습니다~~
그리고 님의 소원이 빨리 모두 이루어지시리라 생각됩니다 ~ 강촌애님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항상 댓글로 격려도 해주시고 정말 고맙습니다.
이벤트 형식으로 결혼식을 해 보니 그것도 괜찮더라구요. 지루하지도 않고 아들의 노래실력도 알고요.
다른 무대보다 아들 결혼식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주례없이 결혼식하는 경우가 제법 있더라구요. 시아버님의 색스폰연주! 멋있으십니다.
아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너무 형식에 매달리는 것 보다 특색있는 결혼을 해 보느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추천했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닉이 독특하네요. 반장직책은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가까운데 축하도 할겸 공연 보는 기분으로 참석했으면 좋았겠네요
축하 해요 신랑 신부!!
주례를 모시고 점잖게 하고 싶기도 했지만 일생에 남는 결혼식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하객들 모두 즐거워했지요.
며느리도 친딸 못지 않게 사랑해주고 귀여워 해주겠습니다.
색다른 결혼식을 하셨네요 틀에 박힌것 보다 훨신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특색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연주는 잘 못해도 아들의 결혼식에 연주를 한다는 의미가 크지요.
모두 재미있게 결혼식을 준비했다고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 멋있네요 아버지의 섹스폰연주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스럽습니까
내친구중 성악하는놈 아들 결혼식때 직접 노래 한곡하더라고요 보기가 좋앗답니다
새신랑 새신부에게 영원한 행복을 보내드립니다
색스폰을 배운 보람을 느끼도 있습니다. 판에 박힌 결혼식보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결혼이었습니다.
점잖은 어른들이 보면 나무랄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요. 부모를 위해서 결혼을 하는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의지가 중요하지요.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결혼식입니다
영화를 보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많은 젊은이 들이 동참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잔치 한 마당의 장이 되는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위주로 하는것 보다 당사자와 친구들이 즐기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영상을 보니 대단히 만족한 결과입니다. 전통의식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결혼문화를 만드는것도 좋은 일일지요.
젊은사람들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하네요. 특히 양가부모님의 덕담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평소 하고 싶던 이야기나 가벼운 유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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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님. 요즘은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특히 종교시설에서 결혼식을 보면 비종교인은 부자연스럽고 지루하기만 하지요. 일어나라. 앉아라. 다같이 ㅇㅇ 합시다. 하고 명령하듯 하는것을 많이 봤습니다.
아뭇튼 자신을 위해서 이벤트성 결혼식이 모두 맞다는 것이 아니라 개성에 따라 하면 될 것 같네요.
전통식에서 21세기다운 식에 박수를 드립니다. 축하객이 되지 못함이 못내 서운....^^
전통도 중요하지만 세상이 변하는데 유독 결혼문화는 거꾸로 가고 있지요. 혼수문제, 예단. 예물, 이바지 음식.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생략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는 젊은이 들이 꼭 필요한 물건만 구비하고 살아가면서 하나, 둘 장만하는
즐거움을 유보하면 경제적이고 집도 작은집을 구해도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드님의 결혼 축하 합니다 .쌕스폰 연주하시는 시아버지 참 멋집니다 .
감사합니다. 나이들어 혼자 즐기는 취미가 있어야 하기에 몇 년 전부터 색스폰을 배우고 있지요. 상대방이
없어도 즐길수 있는 취미인 독서, 등산 , 컴퓨터활용, 글쓰기, 악기연주 등을 하고 있지요. 무료한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면 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멋지네요.강촌애님의 건강과 신랑 신부에게 행복을
감사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과 같이 한 번 시도해 보았는데 반응이 너무 좋네요.
주례를 부탁하는 어려움도 없고 경제적입니다. 친구들이 와서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면 더욱 좋습니다.
가족들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지요. 부모님의 덕담과 신랑신부가 서로 서약서를 읽는 모습도 의미있는 일이지요.
한달전 친구 아들 결혼식, 신랑 아버지가 주례를 맡아 참으로 어색한 장면이더군요.
색다른결혼식에 축하를드립니다 우리결혼식도 조금씩 변해야겠죠
결혼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혼수문제로 파혼을 하게되는 일도 봤습니다.
분수에 맞게 조금씩 준비해야 하는데 체면치레를 너무 신경쓰는것 같았습니다.
신혼집도 양가에서 함께 구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신랑편에서는 신혼방 구하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안타깝지요.
감사합니다.
저희조카네도 주례없는 결혼식을 몇년전에 하는걸보며 참 괜찮다 라고 생각했었네요
틀에짠 주례사에 지루해하기 일쑤였는데..시아버진 예능에 뚱이라 신랑이 기타치며 노래하고
퀴즈 시간에 답을맞춘 하객들에게 상품증정도 있고 그렇게 진행되는걸 봤습니다
며누리 사랑에 늘 행복한 날 보내세요 축하드립니다 .
주례없이 어떻게 결혼을 하냐고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세상은 발전하는데 유독 결혼문제는 과거와 전혀 바뀌지 않네요.
패물이나 시집 식구들한테 주는 예물. 예단도 무시할 수 없고요, 검소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체면을 차리느라 퇴직금을 부어놓고 정작 자신들 노후는 준비도 못하고 쩔쩔매는 나이드신 분들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자식의 결혼식!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었는데..하는 생각이 그리움처럼 듭니다. 좋은 결혼식이었네요.
늦게나마 축하드리고 곧 손자, 손녀도 안아보세요~! 그런데 부인은 왜 안 보이지요? 혹시..?
항상 청년으로 지내시길 바라는 아음에 닉을 정했나 봅니다.
꼭 주례를 세워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런대로 하객들이 즐겁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지요. 신랑인 아들과 아버지가 너무 설치고 있으니 아내 마음도
편치 않았나 봅니다. 님의 말씀대로 손자, 손녀를 안아보는 기쁨도 있겟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