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하게 펼쳐진 과천 어느 마을에, 평화롭게 자리한 빅마마 이혜정의 스튜디오. 초록 나무로 싱그럽게 둘러싸인 그곳에서, 요리에 대한 열정과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찬 요리사, 이혜정을 만났다.
2 그녀가 좋아하는 로얄 코펜하겐의 ‘블루 플루티드’ 라인.
3 헬시 푸드를 모아 놓은 요리 책
4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 어머님이 선물로 주신 그릇들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다.
과천으로 향하는 길. 특유의 또박또박한 말투로 경마장 앞길이라고 일러준 골목을 따라 찬찬히 들어가니 나지막한 동네가 펼쳐진다. 예전에 어느 사진가의 마당 좋은 집을 구경하러 들른 적이 있는, 푸근한 산자락 밑에 자리 잡은 평화로운 동네였다. 다시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그녀의 말대로 연노랑색 주택이 보였다. 저기가 빅마마 이혜정의 새로 지은 집이로구나. 아직 달리지 않은 대문. 그런데 벌써부터 무슨 촬영이 있는지 스탭들로 입구가 북적북적하다. 건물 현관을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가니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활짝 웃는 얼굴로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준다.
“어서 오세요. 아, 제 촬영은 아니고요. 스튜디오를 대여해주기도 하거든요. 이리 올라오세요.”
1층 스튜디오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2층 복도를 지나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응접실이 딸린 커다란 주방이 나타났다. 2층을 온전히 요리를 위한 공간으로 내준 모양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국 잡지 <마사 스튜어트>에서 본 듯한, 파스텔 톤의 컨트리 스타일. 빅마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마사 스튜어트를 만나러 맨해튼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봤던 마사 스튜어트의 스튜디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생각만큼 굉장한 곳은 아니었지만 철저하게 기능적인 공간이었어요. 오븐 안에 카메라가 들어 있는 식으로, 요리를 하고 촬영하기에 과학적인 공간이었죠.”
6 2층 현관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안쪽 계단을 올라가면 3층에 위치한 집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살짝 엿보이는 창이 바로 1층의 스튜디오를 내려다볼 수 있게 배려한 디자인이다.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한잎이와 꽃잎이는 빅마마가 아끼는 애완견들. 그녀의 집엔 무려 여섯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7 해외 여행 틈틈이 모아온 앤틱 그릇과 도자기들.
8 주방 한 코너를 장식한 정통 프랑스풍의 가구들.
대지 2백여 평에 자리 잡은 80여 평의 건물 안에 들어선 1층 스튜디오는 그녀의 말대로 철저히 기능적으로 디자인됐다. 모던한 스타일의 메인 주방과 중국 음식 같은 에스닉한 요리를 위한 앤틱한 코너, 연둣빛 타일로 마감한 디저트 코너 그리고 전문적인 조리 시설을 갖춘 작업용 부엌까지. 또한 원활한 촬영을 위해 천장고를 4미터 이상으로 높였고 2층에서 스튜디오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2층 복도에는 커다란 창을 냈다.
“이곳은 부모님이 23년을 사시던 곳이에요. 그런데 대구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 딸이 안쓰러웠는지 2년 전에 저에게 물려주셨죠.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지으라고요. 그래서 1년 전에 설계와 디자인에 들어갔고 이제야 완공하게 되었어요. 집과 스튜디오가 함께 딸려 있으니까 너무 좋죠. 저와 함께 요리사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딸 준영이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더 좋고요.”
10 앤틱한 분위기로 꾸며진 이혜정의 작업실.
11 손잡이와 조명 디자인에 힘을 쏟은 빅마마의 공간. 특히 도자기 꽃 장식의 스콘스가 눈길을 끈다.
12 연보라 톤으로 꾸며주길 원했던 딸 준영이의 방.
13 서재 맞은편에 위치한 부부 침실. 이곳 역시 박공 지붕의 선을 그대로 살렸고, 캐노피와 파스텔 옐로 톤의 벽 마감, 바이올렛 톤의 가구들로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왼쪽으로 파우더 룸과 드레싱 룸, 욕실이 위치한다.
영남대학교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있는 남편을 따라 대구에 내려가 우연치 않게 유명 요리사의 인생으로 접어들었지만 그곳에서 집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요리를 하고 촬영을 하는 것은 분명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주말 부부로 지낼지라도 널찍한 스튜디오와 집이 함께 있는 이 공간이 빅마마 이혜정에겐 너무나도 감사하다.
“집은 3층에 있어요. 한 번 둘러보세요.” 생각보다 간소한 공간. 정통 프랑스 스타일의 클래식한 가구로 꾸며놓은 집은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장식이 눈길을 끈다. 구조는 침실과 서재가 마주보고 있고 햇볕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거실을 지나면 아들 준구와 딸 준영이의 방이 나란히 자리한다. 디자인은 대구에서 자신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인연을 맺은 인스타트 인테리어의 이선영 실장과 함께 했다. 1년여를 이어온 공사 과정 동안 서울과 대구를 부지런히 오가며 완성한 디자이너의 성실함을 보면 빅마마의 사람 좋음이 짐작이 간다.
“이 집은 제게 매우 의미있는 집이에요. 어머님의 단정한 삶을 통해 요리라는 것을 배웠는데 이곳에서 다시 딸 준영이가 저와 함께 요리를 이어갈 수 있으니 말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이곳에 제대로 된 요리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어요. 방송에 비춰지는 빅마마는 대중들을 상대로 가볍고 쉽게 쉽게 하는 요리를 제안하는 즐거운 요리사로 알려져 있죠. 그것도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이젠 좀더 깊이 있는 요리를 하고 싶어요. 두고두고 보고 싶은 요리책도 내고 싶고, 빅마마식의 제대로 된 요리도 가르치고 싶고요.”
15 먹어보지 않고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엉 김치와 고무 나뭇잎 장아찌. 맛이 일품이다.
16 엄마와 함께 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자처한 딸 준영이는 늘 후식으로 먹을 쿠키와 케이크를 준비한다. 평소 틈틈이 구워놓은 쿠키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필요시 꺼내기도 한다.
17 지난 1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으며 가족처럼 친해진 인스타트 인테리어의 박기화 실장과 준영 씨.
최근 중국에 이은 일본 진출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요리에 대한 깊이를 일궈가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빅마마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곳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쿠킹 클래스를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겐 그녀와 직접 마주하며 빅마마식 레서피를 전수받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겠지만, 이미 너무 유명해진 빅마마에겐 그것 또한 분명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요. 어린 준구와 시장에 가서 큰 사과를 골라주며 ‘앞으로 큰 사람 되라고 엄마가 주는 거야’라고 했던 일들이 말이에요. 전 시장을 보는 일이건 요리를 하는 일이건 항상 아이들과 함께했던 것 같아요. 남편과 아이들은 즐겁게 먹어주었고요. 전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그 행복이 일로 이어져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제 나이 60세가 되기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려고 해요. 그리고 나선 딸 준영이와 제대로 된 요리 아카데미를 짓고 싶어요.”
또랑또랑 한 톤 높은 목소리, 활짝 웃으면 반달이 되는 예쁜 눈매, 순간순간 발휘되는 영민한 순발력…. 말 잘하는 요리사 빅마마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삶과 일 자체를 행복이라 여기며 뿜어내는 밝고 강렬한 에너지. 그녀의 삶에 지치지 않는 생명력을 부여해주는 이 에너지야말로 빅마마 이혜정에게서 배우고 싶은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19 1층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쿠키 반죽을 밀고 있는 빅마마.
20 촬영을 위해 철저히 기능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한 빅마마의 1층 스튜디오.
21 2층 작업실에서 내려다본 스튜디오 전경
첫댓글 앙~~ 너무 좋겠어요 ㅎㅎ 저런 멋진 곳에서 맛난것두 먹구 ㅎㅎㅎㅎ 근데 정말 포근해 보이죠??^^
그러게요~~^^: 먹는즐거움이 배가될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