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2002년 저물녘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같은 지역사회에서 50 여년을 살아온 친구들 사이에도 무슨 경조사들이 생기면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했느냐는 기준에서 모세가 홍해 바닷물 가르듯 확연하게 갈라져 버린다.
자식들의 결혼이나 부모님의 칠순잔치 등은 날짜를 정하고 시작하는 사업이라 동창회명부나 그 동안 의도적으로 슬금슬금 모아두었던 명함이나 심지어는 전화번호부 등을 총동원 무슨 고지서 발급하듯 사전에 치밀한 통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을 당하는 일은 대부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당하는 경우가 있어 보편적이고 계획적으로 통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는 부고 등이 있어 우편이나 인편으로 고지서 보내듯 하기도 하였으나 풍습이 바뀌면서 부고를 보내는 관습은 언제부턴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으며 일을 당하면 우선 급한 대로 가까운 동창회나 친목회 총무나 친지들 몇몇에게 만 통지를 할 수밖에는 없게 금 사회분위기가 변해버렸다.
그 다음은 그 총무나 친지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재 통지를 했느냐에 따라 객들의 숫자도 정비례 하기마련이다.
사회가 발전되고 간소화되어 가면서 많은 것과 제도들도 덩달아 간소화되어 가기는 하지만 잘 돼 가는 것과 못 돼 가는 것으로 양분되는 것 같다.
그 가운데서 이도 저도 아니고 중간입니다 하는 개념은 영 성립 될 줄을 모른다.
우리사회가 언제부턴가 군사문화의 영향을 받아 선지 획일화 속도화 돼 간 느낌이다.
제사도 그렇다. 년 전에 여행 중 원주의 어느 기독교인 댁에 머물게 됐는데 때마침 정초였다. 아침 식사를 하러 거실로 가보니 온 식구들이 제사상을 차려놓고 빙 둘러앉아 있었다.
조금은 특이한 느낌으로 우물쭈물 같이 앉았는데 가장이 기도를 하잔다.
얼결에 눈을 감고 같이 기도를 하고 나니 바로 밥을 먹기 시작해 나도 얼결에 따라 먹기는 했지만 지금도 그때의 묘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어쨌든 부고가 없는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여유다. 모른 척 데뽀를 부르고도 나중에 연락 못 받았다고 우기면 그만인 것이 오늘의 비겁한 여유인 것이다.
대부분 타인을 통해 전화 통지가 오니 나중에 상주를 만나도 "안 됐고 만 그런데 나한테는 통보를 안 했어?"하면서 시치미 떼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더구나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거나 만 부득이 한 친목회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담에야 그저 안 가면 그만인 경우가 일반화 돼있다.
고등학교를 제외한 초·중학교나 대학은 제 아무리 같은 학교를 여러 해 같이 다녔더라도 소가 닭 보듯 하는 것이 오늘의 못된 풍조라.
개중에는 초등학교 동창회 같은 것이 있어 더러 만나기는 한다. 내 기억만으로 본다면 춘천에서 춘천고 출신 경조사에 춘천농고나 성수고출신이 가는 법이 없고 뒤집어보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해 12월 어느 날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이창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춘고 출신뿐 아니라 모든 친구들의 경조사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친구다.
어쨌거나 이창주군의 전화 내용이 심각했다.
"큰일이야 최경득이 퇴원시켜야 되는데 돈이 없어." 이 대목에서 경득이 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이 친구는 춘천고등학교 38회 동기회장을 가장 오래 역임한 현직시의원으로 조운동 마을금고 이사장이었다.
강원도에서 춘천고라 하면 강릉고 원주고와 더불어 전통적 명문인 학교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지방도 도토리 키 재듯 고만고만한 현상일 테지만, 이 지역에서의 춘고 출신들 역시 사회적 역할 또한 좀 부정적인 듯하다.
지들끼리 잘 먹고 지들끼리 다 해먹겠다는 그놈의 놀부 속 심보를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 지역사회발전 운운하는 건 그놈들인데 이게 순전히 말로만 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희들은 강원도청에서는 지사가 영동출신이라 영동의 주도권 운운하며 문제라나 뭐라나 하면서 춘고 출신 도백 나올 날만 기다리는 딱한 처지 아니냐 이 말이지.
"이놈들아! 문어대가리 털 나기를 기다리는 게 더 날지도 모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렇게 춘고를 자랑하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이 친구가 년 전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무슨 일이던 벌리는 걸 좋아하던 이 친구는 사방에다 부동산 등을 재투자 방식으로 대추나무에 연 걸듯 했던 모양이라.
그러다 하루아침에 말도 못하는 식물인간이 되었으니 모든 재산관리가 엉망이 되고 경매 등을 통해 전 재산을 날리는 하루아침 거지신세가 된 것이었다.
비상시인 그럴 때를 대비해 평상시에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인간은 언제든 죽을 준비를 하고 자식들에게 유언 같은 걸 해 두라는 거다.
실제로 친구가 요 한달 새 친구녀석들이 둘씩이나 죽어나가는데 절대로 안 죽을 것 같이 꽁무니를 빼고 나는 아직 아니야 하고 싶겠지만 이놈들아 웃기지 마라 무슨 지가 불로초를 먹지 못한 다음에야 이 다음은 바로 네 차례야!
그러나 너무 들 겁먹진 마라 우리가 사는 이 지옥의 바로 위가 천국이라 하셨으니....
친구도 돈 좀 있고 잘 나갈 때 친구지 망한 처지의 세상인심은 망해보지 못 한 놈은 알 수가 없겠으나 불과 기 십 년 전부터 우리가 발 디딘 이 속세의 인생살이는 돈으로 밖에 계산을 할 수가 없게끔 혹독하게 변질돼 버린 것이다.
그나마 근래로 올수록 다행한 것은 극히 미미한 일부이긴 하지만, 돈의 부질없음을 알고 대자연속에 몰입돼, 털은 기르고 마음은 비우고 살아가는 사람 같지도 않은 도사를 방불 하는 사람들이 간혹 생기는 사회현상이 있다는 것이지.
최근 발표를 보니 전 세계 142개 국가들 중 우리나라의 환경지수는 136위 이건 국민총생산과 달라 숫자 많은 것이 나쁜 거라니 우리나라의 환경은 걱정할 수준이 이미 지났지 않겠어?
그런데 김대중이 이놈도 그렇고 노무현이 이놈도 환경에 대해서는 일언도 반구도 없으니 이 나라를 살아가는 민초들만 딱하고 억울한 거지 뭔가.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는 참으로 좋은 나라다.
미국 북한에 씹 대주고 뺨만 맞고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여기서 씹은 쌀과 돈이고 뺨은 핵무기와 화학무기라는 건 조금만 눈치 있는 놈들이라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지.
미순이 효선이 깔아뭉갠 미국 놈들은 무죄라?
아 씨발 그럼 그놈의 탱크라도 구속시켜야 할 거 아냐? 에라 이 씨발 놈들아!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본 뱀도 못 그리는 얼치기가 못 본 용을 그리려다 보니 말이 옆으로 새 버렸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