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파이네 트레킹을 끝내자 마자 푼타 아레나스로 돌아 왔는데---
여기선 할 일이 없다. 볼 것도 펭귄 뿐이고….
게으름을 피우다 피우다 3일째 저녁에 펭귄 서식지로 갔다.
4시 이후 출발뿐이라는데 왜 그리 늦게 출발할까.
시키는데로 3시 35분에 여행사로 갔더니 버스 대신 자동차가 한 대 온다. 거기에 타라해서 탔더니 달랑 우리 둘이다.(차도 현대차다) 철이 지났다던데 과연 펭귄이 있을까.. 아무도 없는 거 보니 펭귄 없는 거 아니야…살짝 걱정이 스치는데 벤으로 옮겨 타란다. 벤으로 숙소를 이곳 저곳 돌고 나니 9명의 승객이다. 펭귄이 아직 있긴 하나 보다.
펭귄 서식지로 가는 길 중간에 돌고래도 보이고 야생 타조에 독수리과의 새들, 소떼, 양떼가 가득이다.
1시간 반을 달려 공원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비도 추적 추적 내리는 곳을 한 10분 걸어 가니 펭귄 두 마리가 보인다.
아이구, 조그만 해!!!
생각보다 펭귄이 너무 작아 더 귀엽다.
굴 파고 바람 피하고 있는 것도 귀엽고- 펭귄이 굴 속에 사는구나…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 올록 볼록 굴 천지다.
설명을 듣자 하니 이 품종이 유난히 작단다. 2월까진 5000쌍이 넘게 있는데 3월에 많이 브라질로 떠나고 4월이면 모두 떠나 6개월 뒤에나 돌아온단다. 반드시 쌍을 이뤄 살고 굴 하나에는 딱 두 마리씩만 지내며 알도 해마다 한 두 개씩만 낳으며 평균 25년을 산다며 가이드 아줌마가 더듬 더듬 영어로 설명해 준다.
아침에는 바닷가로 물고기 사냥을 나갔다가 오후에나 돌아오는 게 펭귄의 하루라 한다.
그래서 4시 출발 버스밖에 없구나-
사이 좋게 가족을 이뤄 사는 것도 그렇고 매일 출퇴근 하듯 사냥을 나가는 것도 사람이랑 비슷하구나…. 역시 귀엽구만….
바닷가로 가니 한 무리의 펭귄이 모여 엽서에나 나올 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넓은 서식지를 돌아 다니니 아직 떠나지 않은 펭귄이 제법 많이 살고 있는데 짧은 팔로 파닥이면서 펭귄 특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있고(정말 먼싱웨어 마크랑 똑같다) 고개를 쭉 뻗어 코 푸는 소리를 빵빵 내고 있는 것도 있다.
어둑해져 돌아오니 8시다.
이제 펭귄도 봤으니 이 도시에서 뭘 하나…
마저 하루 게으름 피우다 아르헨티나로 넘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