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0-11-21 (생활/여성) 기획.연재 40 면 45 판 1245자
“뜨거움이 좋다, 진한 향기가 그립다” 이 한잔의 커피
*커피박사들이 추천하는 커피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탕처럼 달콤하다’는 커피. 진한 커피 한잔이 그리운 날씨다.
거리마다 에스프레소 바가 즐비하고 커피숍 메뉴에는 커피 종류가 10여가지가 넘는다.
최고로 치는 커피는 ‘샴페인의 돔 페리뇽’이라는 자메이카산 ‘블루 마운틴’.
커피 종류는 1000여가지가 넘는다.
꼭 비싸다고 맛있지는 않다.
커피콩에 따라, 콩을 볶고 분쇄하고 뽑는 방법에 따라, 또 물의 상태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이름난 커피 명소의 ‘커피 박사’들이 말하는 ‘딱 한잔 최고의 커피’
기초는 이렇다.
▲커피 콩을 직접 볶는 커피숍에 간다.
갓 볶은 콩으로 뽑은 커피가 최고로 신선하고 맛있다.
▲주방이 ‘오픈형’인 곳에 간다.
갖가지 도구를 써가며 커피 한잔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대학로 뒷골목 데미타스(02-3672-0125)는 사진가 김승근씨가 운영하는 곳.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잔뜩 붓고서 숟가락으로 가운데만 살살 저어 마셔 보세요.
그 사이, 설탕이 가라앉으면서 커피 침전물과 함께 굳지요.
쓴 커피 다 마시고 마지막에 달콤한 ‘커피캔디’를 입에 넣는 맛이란!” 아침에는 큼지막한 잔에 커피와 뜨거운 우유를 1대2로 부은 ‘카페라떼’를, 고기 먹고 나서는 에스프레소에 레몬 띄운 ‘로마노’를, 추운 날에는 초콜릿 시럽 넣고 휘핑 크림 얹은 ‘카페모카’를 권한다.
청담동 커피미학(02-3444-0770) 주인 나가하마 요시코씨는 일요일 아침이면 커피교실을 연다.
“설탕, 크림 넣기 전에 먼저 커피를 살짝 맛보세요.
그게 진짜 커피 맛이지요.
” 카페에서는 깊은 울림이 있는 ‘인도’와 맛이 쓰면서도 로맨틱한 ‘탄자니아’ 등이 인기라고 한다.
안암동 보헤미안(02-927-7949)의 박이추씨는 커피 전문점에서 볶은 지 열흘을 넘지 않는 ‘살아있는’ 콩을 한번에 200g씩만 사라고 권한다.
커피 10~15g, 물 150㏄ 비율에 온도는 80~85도쯤이 좋다.
코니써(02-3452-4700)의 커피 전문가 이진성씨는 “커피는 진하게 마시라”고 말한다.
“커피는 곱게 갈고 물은 조금만 넣으세요. 미국 빼곤 세계 어디서나 커피를 진하게 먹지요.” 진하다고 카페인이 많은 건 아니다.
20초만에 내리는 에스프레소 맛은 강해도 카페인은 제일 적다.
“완벽한 커피 맛 내기란 일생에 한 번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렵다”는 이씨가 지금까지 맛본 생애 최고의 커피는? “사실은 미지근한 보리차에 커피 믹스 넣고 군대에서 처음 타먹은 커피였답니다
[조선일보] 1999-11-03 (생활/여성) 기획.연재 37면 45판 1492자
벌써 겨울 기분… 센스있게 즐기는 원두커피
늦가을 비 뒤로 기온이 뚝 떨어지며 어느새 겨울 내음이 짙어졌다.
구수한 커피 향이 연중 어느때보다 반가운 때다.
짙고 신선한 맛과 향이라면 역시 원두 커피다.
요즘은 원두 커피 구하기가 아주 쉽다.
백화점 슈퍼마켓에서는 볶은 콩을 그 자리에서 갈아주며 이대 앞 스타 벅스, 역삼동 코니써 클럽 같은 커피 전문점에서는 직접 블렌딩한 것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내놓는다.
코니써 클럽 이진성 대표는 커피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름난 블렌더.
“블루마운틴은 남미 월렌포드 농장 것만 갖다 쓴다”고 할 정도로 종류별, 산지별로 까다롭게 커피를 고른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
따라서 원두 커피를 구입할 때는 100g이하 소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봉투를 뜯고 보름이 지나면 신선한 향을 즐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봉하지 않은 원두 커피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본다.
원두 커피 종류는 커피 콩 배합 방법에 따라 스트레이트, 블렌드, 향 커피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블루마운틴, 모카 등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것이 스트레이트, 다른 종류 커피 콩을 일정 비율로 섞은 것이 블렌드, 요즘 젊은 층에 인기 있는 향 커피는 헤이즐넛, 아이리시 크림 등의 합성 향을 첨가한 것이다.
최근 커피 페스티벌을 열었던 하얏트 델리 김명숙 지배인은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트레이트가 제일 좋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원두가 섞인 블렌드 커피는 커피 감식안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을 경우 진짜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는 내리는 방법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매니아들 중에는 퍼콜레이터로 내리거나 사이펀으로 끓여내야 제맛이 난다고 주장하는 고집장이들도 있지만, 요즘 가정에서 많이 쓰는 전기 드립형도 커피 맛을 잘 살리는 방식이다.
이때 쓰는 종이 필터는 흰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
표백제가 함께 추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터 박스도 깨끗이 씻어 때때로 식촛물에 담아 헹궈준다.
진짜 커피 맛을 좌우하는 것은 그러나 기계보다는 물이다.
생수를 쓰거나 수돗물을 병에 담아 뚜껑을 열어두어 휘발성 물질이 날아가게 한 뒤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는 게 좋다.
진한 맛을 낸다고 오래 우려내는 것은 좋지 않다.
커피 맛과 향을 살리는 데 제일 좋은 것은 2초 이내에 걸러내는 것.
물은 팔팔 끓인 뒤 92~95도 정도에서 커피를 추출한다.
커피를 맛있게 마시려면 잔을 미리 따뜻하게 해둔다.
끓는 물을 담았다 따라내면 알맞은 온도로 데워진다.
커피는 스푼으로 젓지 말고 포도주를 음미하듯 입안에 머금어 마신다.
인스턴트 커피는 원래 전쟁 때 군인들이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음식 전문 사이트 오리오 넷 (www.orio.net)은 본인의 커피 마시는 취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음과 같은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설탕과 프림을 넣지 말고 커피 그 자체의 맛을 즐긴다.
1/3정도 마신 뒤에는 설탕을 넣는다.
커피 특유의 맛에 달콤함을 곁들여 즐기는 것.
1/3을 더 마신 뒤에는 커피 크림을 넣고 마신다.
그러면 자신의 커피취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조선일보] 1999-03-17 (생활/여성) 기획.연재 38면 45판 641자
‘코니써클럽’이진성씨;“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맛보시죠”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자신합니다.
국내 커피전문점업계에 「커피 블렌딩」 전문가로 일찌기 이름난 이진성(41)씨가 자기 이름 석자를 상표명으로 건 커피를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6년째 커피 전문점 「코니써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단순한 커피집 사장이 아니다.
커피 생콩을 수입, 직접 볶아서 서울 시내 60여개 커피 전문점에 납품해온그는 20일 아예 이진성 이름 석자를 상표로 내건 블렌디드 커피를 내놓는다.
『커피콩 볶는 법은 사실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커피 맛을 가려내는 「정확한 혀」이지요.
』 혀를 「훈련」시키기 위해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커피집을 40일동안 순례했다.
미국에서 열린 커피 워크샵에도 참가했다.
수마트라 만들링, 킬리만자로 등 6가지 커피콩을 배합, 진하게 볶았다.
『쓰고 달고 새콤하고.
커피의 갖가지 맛들을 균형있게 내는게 핵심이지요.
』 소비자 가격은 250g 1만원.
『굳이 이름까지 내 건 것은 턱없이 값비싼 외제 블렌디드 커피때문이예요.
어차피 커피 원산지는 이디오피아, 탄자니아, 브라질같은 나란데, 블렌딩 비법 때문에 값이 올라가거든요.
』 좋은 원료와 기술, 신선함,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업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