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캐나다 직장생활에 대한 소감
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까해서 올려봅니다.
--------------------------
캐나다에서 직장생활한지 1년 반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느낀 점을 적어봅니다.
1.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다.
제가 한국을 떠나온지 2년이 넘었으므로 물론 지금 한국의 기업문화가 많이 달라졌으리라 믿습니다만, 제 경험을 기초로 보자면, 한국에서는 좀 비생산적인 일로 시간을 많이 보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사장님 보고한다고 온 부서가 근 몇주를 야근해가면서 보고서를 만들고 부장님은 파워포인트의 글씨가 크니 작으니, 색깔이 어둡니 칙칙하니 하면서 이런 일로 며칠씩 고쳤다 바꿨다 하게 하였습니다.
아마 캐나다에도 큰회사에서 중요한 브리핑이나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선 그렇게 할수도 있겠지요. 제가 있는 회사는 150명정도 근무하는 중간규모(캐나다에서는 이정도를 중소기업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중간이라고 하데요-middle sized company)라 그런지는 몰라도 필요이상의 페이퍼 잡 같은 것은 안하더군요.
사장에게 그냥 간단하게 email로 보내서 보고를 하기도 하구요. 영업실적 보고서 양식도 그냥 엑셀로 보기 쉽게 그래프를 만들긴 해도 색깔이나 폰트같은 것에 그리 신경쓴 것 같진 않더군요. 내용과 정보가 잘 전달되면 된다는 식의 합리적인 사고로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서작업은 확실하게 하더군요.꼭 필요한 문서들을 대충해서 넘어가는 일이 좀처럼 없고 규정에 따라 남겨야할 문서, 자료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남기도록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사람이 와도 문서만 보고도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사람들이 정직한 편이다.
이사람들은 직장에서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당연히 그래야 하고 또 그런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때론 그냥 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요. 예를 들어 전에 한국에서 저희 집에 보면 회사 물건이 꽤 있었습니다. 볼펜, 샤프펜슬, 지우개, 자, 복사용지, 심지어 스테플러, 프린트용지(양쪽에 구멍뚤린 것 - 프린터가 바뀌어 회사에서 잘 안쓰니깐 가져오긴 했지만...), 회사이름 박힌 3공 폴더 등등. 그래서 직장생활하는 동안 문구류를 별로 산 기억이 없었어요. 아참, 스크류 드라이버, 뺀치(렌치), 납땜기, 납땜제거기 등등. 이런 것도 집에 가져다가 썼던것 같아요. 당시는 이런 일에 대해서 별 양심의 가책같은 것이 없었어요. 뭐 회사에서 밤일해도 야근 수당도 안주는데 이런 것이라도 가져다가 써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캐나다 직장생활하고 나서 샤프심이라든지 지우개등을 아이들 쓰라고 가져 온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볼펜정도야 윗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무의식적으로 집으로 가져온 적이 많지만 샤프심이나 지우개의 경우는 고의적으로 회사 물건을 가져온 셈이죠. 그런데 어느날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만일 작은 거지만 내가 회사 물건을 가져다가 집에서 아이들 쓰라고 준다는 것을 캐나다 사람들이 안다면 어떻게 볼 것인가. 아마 이사람들은 점잖은 사람들이라서 그 앞에서는 직접 말 안해도 지네들끼리 얘기할 때 분명히 부정적으로 말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이점이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후진국에서 와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더군요. 창피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당장 마음을 고쳐 먹고 집에 있는 회사 물건을 다 회사로 갖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문구류는 내돈으로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별거 아닌 것 땜에 양심 속이고 또 후진국 백성으로 판단받는 것은 현명한 것 같지 않기에 결심한 것이지요.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는 근무시간에 은행 갈 일이 있으면 상사나 주위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잠시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월급에서 깍거나 하진 않지요. 그런데 이사람들은 근무시간에 개인 일을 보면 그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빼고 보고하더라구요. sick day (한국식으로 하면 월차)로 처리하든지, 오버타임 한 시간에서 빼든지 하더군요.
3. 업무 생산성
물건뿐 아니라 직장 일에 있어서도 이곳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하다 걸리면 (예를 들어 증권 싸이트)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인 이메일, 업무와 관련없는 웹싸이트 서핑등을 감시해서 해고된 경우도 있다는 군요.
물론 뉴스싸이트등은 이사람들도 간간히 보지만 대체적으로 업무시간엔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시간되면 얄짤없이 퇴근합니다. 시간당 업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죠.
(한국의 화이트 칼라 업무 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통계를 어디서 본 것 같네요)
점심시간도 보통 회사가 30분만 주니 자리에서 샌드위치나 햄버거 먹으면 그냥 지나갑니다.
잔업도 매니저가 허용하지 않으면 인정이 안되므로 밤새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괜히 일 좀 빨리 해보려고 알아서 잔업했다가 오버타임을 올렸더니 매니저가 자기 허락받지 않았다고 지워버리더군요.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요새는 무조건 칼 퇴근합니다.
4. 회사에 대한 애착
한국도 IMF 겪으면서 그런 사람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자기가 일한 회사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캐나다는 언제든지 짤릴 수 있고 또 언제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이 생기면 옮길 수 있으므로 회사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좀 감상적인 개인적인 얘기 하나 하지요. 제가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3년쯤 근무할 때 5년 특례보충역으로 의무기간을 마친 선배 하나가 대학원 공부한다고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은행에 다녀오는 버스창 밖으로 그 선배가 짐을 들고 회사를 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쓸쓸하게 보였고 제 마음도 허전하였습니다. 그로부터 8년뒤 제가 그 회사를 그만둘 때는 시원 섭섭하였는데 지내고 나니 자꾸 지나간 회사 생활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더군요.
사람사는 곳이야 다 마찬가지겠지요. 여기 사람들도 오래 근무한 회사에 미련이 없겠어요. 하지만 언제라도 짤릴 수 있다는 분위기 땜인지 이사람들은 경력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요즘은 경기가 안좋으니까 어떡하든 붙어 있으려 하지만 얼마전만 해도 보통은 회사 다니면서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많이 넣어 좋은 조건이 오면 바로 옮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 개발실 인원이 40명인데 3명인가 빼고는 다 최근 3년사이에 온사람들이라고 하니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요. 뭐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니 회사에 대한 애착보다는 어떻하든 짤리지 않거나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뭐 이정도... 아마 한국의 직장들도 이런 분위기로 이미 바뀌어 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