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ish you #5 - <night>
길의 복잡함에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버스는 능숙하게 산을 올라갔고, 목적지에 가까워 오자 더 이상의 커브는 없었다. 나름대로 매끄럽게 깔아진 도로(라고는 하지만 자갈밭)를 달리기 시작하자, 에리의 뺨을 덮고 있던 하리마의 손이 내려갔다. 쭈욱 깨어있던 에리는, 조금의 아쉬움을 느끼며, 양 뺨에 피어오른 홍조를 들킬까, ‘왜 이렇게 더운거야’라며 유난을 떨면서 이제야 일어난 시늉을 해댔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를 돌려, 하리마를 응시했다. 마치 그녀가 다시 앞을 보기도 전에, 하리마와 눈이 마주쳤고(하리마도 에리를 봤는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렇지만 태연히 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꽤 높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차는 한참을 들어갔다. 모르긴 몰라도 꽤나 깊은 산 속인 듯 하다. 도데체 누가 이런 곳에 오자고 했는지 들은 바는 없지만, 대강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버스에서 내린 2-C 학생들은, 찌뿌둥한 몸을 비비꼬며 여기에서 도대체 무얼 하느냐며 투덜투덜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나무와 허름해 보이는 숙소(라고 칭하기로 했다.)뿐이었다.
그 숙소는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상당히 오래된 목조건물 같았고, 멀리서 보기에도 균열같은 것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 숙소 안에서 한 노파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언뜻 보기에도 70은 거뜬히 넘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노파에게, 담임인 ‘타니’선생님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서 6개의 키를 넘겨 받았다. 그것이 이 숙소의 방의 전부라는 것이다.
2-C학생들은 적잖이 실망했지만, 이 숙소는 노파가 15살의 나이로 시집을 온 이후로, 목수인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오며, 힘들게 이룬 그런 건물이라는 것을 듣고는, 어쨌든 무엇이든 사연이 있구나, 라는 것을 상기하며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친근한 눈빛으로 ‘녹원장’이라는 낡은 간판이 걸려있는 그들의 숙소를 바라보았다. 다시보니 꽤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인 색도 그렇고, 건물도 전체적으로 소박한 미를 선사하고 있었다.
깊은 산 속에 어울릴 만한, 딱 그런 집 이었다.
그렇게 경치에 취해있던 학생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 선생님. 짐은 언제 푸나요 ? ”
“ 아. 그거 ”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했던 타니 선생님은 그 질문에 정신을 차린 듯 했고, 말을 이어나갔다.
“ 일단 방은 6개이고. 알아서들 조를 짜서 들어가도록. 단, 합방은 안된다. ”
마지못해 하는 듯한 그의 대답은 이미 예상했단 듯, 학생들은 그의 말이 끝나자 왁자지껄 조를 짜기 시작했다. 조라고 해봤자 결국, 친한 녀석들 끼리 같은 조가 될 것이 뻔했다. 여학생들은 그럭저럭 3팀이 만들어 졌다. 남학생들도 순조로운 듯이 보였으나, 하리마, 하나이는 일단 끼어들기 힘들었다. 이유는 ‘깡패’와 ‘고지식’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하리마와 하나이는 같은 방이 되었고, 그 방에는 ‘2-C 바보트리오’중 하나인 이마도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 제군들 ! 우리는 오늘 일정이 빡빡하니 10분내로 짐정리를 마치고 다시 여기로 집합해 주길 바라네! 그리고 이곳은 밤이 되면 무척 추워지니(물론 지금도 가을이라기엔 꽤 추웠다) 두툼하게 걸치고 오라고. ”
숙소로 들어가는 학생들은 하나이의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자기들끼리 즐겁게 떠들고 웃으며 들어갔다. 어쨌든 간에 10분은 넘었지만, 일단은 모두 집합해 주었다.
“ 어이, 뭐하는 건데, 이젠 ? ”
“ 물론, ‘산’ 하면 극기훈련이지. ”
타니선생님은 온데간데 없고, 하나이만이 트레이닝 복을 제대로 갖춘채로 서 있자, 큰 키에 멀리서 보기에도 찰랑거리는 흑발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스오우 미코토’라는 소녀가 물었고, 하나이의 대답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 난 안가. ”
이마도리가 뜬금없이 말했다.
“ 뭐야, 정말. 여기 핸드폰도 안되고, 고작 하는게 극기훈련이라고? 나 배가 아파서 못가겠어. 온천이라면 모를까. ”
불만스러운 그의 말을 시작으로, 극기훈련을 못마땅해 하던 학생들도 따라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나이는 이 상황을 어느정도 예상했단 듯,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물론, 여기까지 놀러와서 무슨 극기훈련이냐 하겠지만, 지금 우리 2-C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문화제 이후로 우리반은 너무 헤이해져 있어. 그것은 타니 선생님도 인정하셨어. 3학년이 되는데에 이제 반년도 체 안남았는데, 정신을 새롭게 하자는 의미에서 난, 이 극기훈련을 적극 추천한거야. 그러니까 .. ”
“ 그럼 교관은 ? ”
누군가가 하나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나. ”
“ 난 안해. ”
“ 다른거 찾아보자, 우리. ”
“ 차라리 이어달리기를 하지 그러냐. ”
그 대답에, 조금이나마 하나이의 말에 넘어가고 있던 2-C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극기훈련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하나이를 무시한채 새로운 활동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하나이는 이와같은 반응은 전혀 예상못했다는 듯, 풀이 죽은 듯이 보였다.
“ 어이, 이건 어떨까 ? ”
마침내 한쪽에서 의견이 나왔다. 육중한 몸의 ‘니시모토’와 ‘나라’, 그리고 ‘요시다마’의 수영복 씨름 팀이었다.
“ 담력훈련. ”
잠시나마 기대했던 학생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도데체 담력훈련이 극기훈련과 어디가 얼마나 다르다는 것인가. 그렇지만 이미 눈치 빠른 (남)학생들은 그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이곳은 핸드폰도 안되고, 게다가 깊은 산속. 분명히 여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리라. 혈기왕성한 그들에게 그것은 상당한 매력이었다.
하나 둘 씩, 손을 드는 학생들이(물론 대부분이 남학생) 늘어났다.
“ 좋아, 그럼. 담력 훈련 어때 ? ”
남학생들은 대다수가 찬성했고, 여학생들도 어떻든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일정은 극기훈련에서 담력훈련으로 변해버렸고(큰 차이점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그것은 실행되었다.
“ 2명이 한 조가 되기로 하자. ”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눈에 빛을 내기 시작했다.
“ 아, 그리고 남자는 남자끼리다. ”
안경을 고쳐 쓰며, 제비뽑기 준비를 하던 하나이가 곧바로 덧붙였다.
담력시험이라고는 했지만, 그것은 극기훈련이나 다름없었다. 예의 담력훈련처럼 귀신이 숨어있거나, 어두운 길을 걷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맨손으로 산을 오르고, 내리고.
하나 둘씩 돌아온 학생들은 기진맥진이었고, 그나마 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온천을 생각하며, 지친 몸을,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특히, 남학생들이 증상이 심했다.)
“ 일단은 첫째날이다. 경거망동 하지말고, 오늘은 정확한 주변조사. 그리고 내일의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 모든 위험요소를 체크 하는 거다. ”
니시모토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남학생들 간의 결의가 오고갔다. 이것은 어쩌면, 여행지에 ‘온천’이 있을 때부터 정해져 버린 것 일지도 모른다. 이미 하나이는 약에 취해 이불속에서 푹 자고 있었고,(정확히 말하자면 감금) 꿈 속에서 나마 야쿠모와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겨우 나무 판자를 사이로, 남탕과 여탕이 갈라져 있다.
남자는 시각에 매우 예민하다지만, 그들은 이미 심안(心眼)의 경지를 방불케 할만큼 숨을 죽인채 옆 탕의 상황을 파악한다. 여전히 선글라스는 벗지 않고 있던 하리마는, 시시하다며 먼저 탕을 나가버렸다.
그 날, 텐마는 일찍 온천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었다고 한다.
산 속의 저녁은 매우 신비로움을 머금고 있었다. 구름이 짙게 깔린 듯 달빛이 없어, 칠흑같은 어둠뿐이었지만 이따금씩 보이는 조그마한 불빛들은 반딧불이들이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 연주였다.
이런 경치 속에,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타고 있었다. 난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들을 넘어가며, 3층의 한 베란다로의 침입을 성공했다. 희끄무레한 커튼 같은 것이 그의 시야에 잠깐 들어오는 듯 했지만, 우선 텐마를 한 번 보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개의치 않고 그녀의 방 베란다 까지 기어온 것이었다. 베란다에 서서 방 안을 들여다 보려는 찰나, 그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위화감을 느꼈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것은 현실이 되어 있었다.
하리마와 눈이 마주쳐 버린 소녀는(그의 선글라스를 봤겠지만.) 그를 야밤에 여자방에 침입하려는 괴한정도로 보고 비명을 지르려 하였다. 그 전에, 어느 해변에서처럼 하리마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 자..잠깐.. 소리치지마. ”
“ .. ! 수..수염이야.. ? ”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저항이 줄어들자, 그는 막은 입을 놓아주었고, 에리는 확인하듯 되물었다.
잠깐의 정적 후,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듯이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 그.래.서. 여긴 왜 왔어? ”
“ 아. 그게. ”
이 상황에선 누구라 하더라도 변명거리따윌 찾는게 헛수고라는 것은 알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모면해야 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는 그의 손에는 주머니 속에 테르테르보즈(좋은 날씨를 기원하는 인형.)가 잡혔고, 대책없이 그것을 꺼내서 에리에게 건냈다.
“ 이, 이거 줄려고. 여기 베란다에 떨어져있지 뭐야. ”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에리는 아무말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고, 이상하게도 그에게 더 이상 핀잔 없이, ‘웃기는 인형이네.’라는 말과 함께 내일 텐마들에게 물어보겠다며, 쌀쌀함을 느꼈는지 가녀린 어깨를 부르르 떨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조심해서 넘어가, 수염’ 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뭐 어쨌든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하리마는, 그 인형이 의외로 쓸모있었다며 자신의 임기응변(그것은 결단코 임기응변이 아니다.)에 대해 꽤나 자부심을 느끼는 듯 그의 방으로 돌아갔다. 베란다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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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 내용이 없는 듯 하군요.
왠지 생각처럼 안되는 ... (언제나 그랬잖냐!)
하하하. 언제나 좋은 조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낄낄..
첫댓글 쩝... 사와치카가 너무 순순히 하리마를 놔준것 같아서 다음날 무언가 벌어질것 같...
다음화를 참조하시면 .... ... 핫핫.
지름성 개그!좋아,지르고 보는거다아아아!(즐) 화를 지낼수록 완성형이 되어 가는 디어님 작품.좋습니다!
으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면 좋겠군요.. 낄낄
테루테루보즈..!! 여기서도 쓰이는군요..!! 개그는 최고입니다, 네, 그렇다마다요<-무슨 소리? ㄱ-))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앗!!<
그것. 어딘가에서 써먹으려고 ... 낄낄낄
우오오오오옷! 좋습니다 좋아요! 헤헤헷
아아. 감사합니다 .. 쿡쿡
치카고로테루테루보오즈오~ (의미불명)
다멘다네 ~ (무슨말인지 ..)
나도 한번 써먹어볼까나....(퍽)
쏠쏠합니다 (뭐가)
사악한 놈 하나이!!! 필살의 정독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