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출발점은 자신 사랑(自我尊重感)으로부터!
전주곤지중학교장
성 하 익
40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면 학생교육원에서 교육연구사로 근무했던 1년의 세월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그것은 교사생활을 떠나서 학생과 함께 숙식을 같이 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반성하는 수련기관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혼자서 산에 오르기를 좋아했던 나한테는 그곳은 낙원(樂園)이었습니다. 고창 야영장에는 선운산이 있었고, 교육원 주위에는 아름답고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봉우리의 산들이 나를 반겨주며 기다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눈 덮인 세걸산에 올랐던 생각을 하면 가슴 설렘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유달리 젊은 시절부터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였습니다. 틈만 나면 혼자서 산에 오르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산을 너무 좋아도 하였지만,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할 수가 있고, 거기에다 내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상정복을 향하여 내가 오를 수 있느냐, 중도에서 포기하느냐로 내 자신을 실험하는 도전장이었으니까요. 높은 산(꿈, 目標)을 오르려면 다리도 많이 아프고, 심장과 맥박도 빨리 뛰고, 숨도 차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過程)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하면서 내 자신과의 투쟁에서 이기기 위한 극기심(克己心)과 몸부림(實踐力)으로 정상을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혼자 가기를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나는 사계절을 산에 오르면서 엄숙하게 진행되는 자연의 법칙과 인생살이를 비교, 음미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의 출발점은 같았는데 자아실현을 하며 성취 욕구를 달성하여 성공을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좌절하며 실패한 사람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늘 가슴 속에는 왜 그렇게 될까가 화두(話頭)였습니다.
자폐증 환자로 삼종경기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운 백현진 군! 불구의 몸으로 네 손가락만 갖고서 피아니스트로 우뚝 선 이희아 양!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혼혈아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미식축구의 영웅이 된 하인스 워드! 홀로 집을 등진 채 남쪽으로 내려와 현대그룹의 신화를 창조한 정주영 회장! 눈도, 귀도, 입도 제 기능을 못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 속에서도 최고학부를 졸업하였고, 희랍어, 라틴어, 독일어, 불어까지도 능통하게 구사하여 전 세계를 감동시킨 헬렌켈러 여사! 등등! 이 세상에 왔다가 사라져가는 많은 사람들 중 이러한 사람들은 1회 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았기에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면서 명예를 드높였을까요!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이라면 이 세상에 성공 못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마도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눈물겨운 치열한 싸움일 것입니다. 인내(忍耐)와
집념(執念), 노력(努力)과 실천력(實踐力)이 없이는 결코 정복(征服)되지 않는 정상일 테니 말입니다. 성공이 손쉽게 우연히 얻어지는 결과라면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많은 선지자(先知者)들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vision)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외칩니다. 참으로 옳은 말이고 이보다 더 교훈적인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성찰(省察)로 투철한 신념(信念)이 밑바탕에 각인(刻印)되어 있지 않으면 위의 말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며 공염불(空念佛)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꿈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으로부터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라는 인식 아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즉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이 없이는 성공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셀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서 ‘나’라고 하는 존재는 오직 ‘나’ 한사람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그 누가 나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인정해 주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대치가 높아서 언행을 함부로 하지 않기에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데 이 정도의 실패와 상처로 절망하느냐며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당당한 자신감과 용기가 생기고, 거기에 집념어린 노력으로 실천한다면 성공에 대한 접근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나는 혼자서 산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밝고 명랑하고 착한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웃으면서 말을 걸어 올 것 같은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침울하고, 어둡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까지도 불행의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표정은 자신의 생활과 태도가 그대로 조각되어 얼굴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항상 자신을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 띤 표정이 되어 타인에게도 사랑과 행운과 미소를 전파하여 아름다운 사회 형성에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살펴보면 학생들이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비하(卑下)하고, 열등의식(劣等意識)에 사로잡혀 언행을 함부로 하면서 미래에 대한 설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내가 ‘자신 사랑’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입니다.
“빛나는 성벽”이란 작품을 쓴 미국의 유명한 여류 작가인 “델마톰슨”은 젊은 날에 군인인 남편을 따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지대의 오두막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절망적이었습니다. 45도가 오르내리는 폭염에 모래바람, 사람들도 맥시코인들과 인디언들 뿐이어서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어느 날 친정 아버지께 “이대로 사느니 차라리 형무소가 낫겠다”고 도와달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며칠 후 아버지로부터 단 두 줄의 답장이 왔습니다. “두 사나이가 형무소에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진흙탕을, 다른 사람은 별을 보았다”
아버지의 이 편지글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진흙탕만을 보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전통 도자기와 직물 등을 아무런 대가 없이 선물로 받게 되었으며,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사막지대가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녀 스스로 모하비 사막의 생태계를 관찰하며 돌아다니기도 하였고, 조개 화석을 주으며 행복에 잠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에게도 별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한 아버지의 말씀에 힘입어 열심히 쓰기에 정진한 결과 위대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을 끝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거기에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어 번역본의 내용을 그대로 싣습니다.
“당장 눈앞의 욕구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눈부신 시절을 기꺼이 견딘 사람이 바로 청춘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낸 사람이 아니겠는가!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삶이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날마다 반복되는 시간인 것 같지만 오늘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습니다. 가슴 속에 꿈을 품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하여 흘러가는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며, 힘껏 달리는 자만이 먼 훗날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도 혼자서 산에 오를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음미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 위의 글은 전라북도 학생교육원 원지 세걸봉 제14호특집 “청소년의 꿈과도전” 31~33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