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동전의 힘’ | |||
[경향신문 2005-01-20 16:39] | |||
이야기 하나.
이달초 서울 송파구가 구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사무실이나 가정에 방치돼 있던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모은 돈이 5백71만1천8백80원. 그냥 버려졌을 10원들이 모여 어려운 이웃의 밥이 되고 외투가 됐습니다.
이야기 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민지의 통장엔 1백24만원이 들어있습니다. 3년전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통장엔 할머니 안마해 드리고 받은 200원, 동생과 사이좋게 놀았다고 받은 100원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엄마가 ‘○○가 필요한데…’라고 혼잣말할 때마다 “내가 나중에 사주겠다”고 큰소리치는 민지는 벌써 부자입니다.
이야기 셋.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진정군씨(63). 1995년부터 2002년까지 20원, 30원, 40원씩 날마다 10원씩을 더해 2002일 동안 저축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2천1백50여만원은 어린이 가장 100명의 장학금이 됐습니다. 아들과 8살짜리 손자까지 가세한 진씨의 ‘10원 저축’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이야기 넷.
300원. 북한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 따르면 이 돈으로 북한의 젖먹이들이 하루동안 먹을 우유를
살 수 있답니다. 유니세프는 500원으로 어린이 3.3명에게 홍역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고 호소합니다. 몇백원은 꺼져가는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돈입니다.
이렇듯 10원, 100원, 500원 동전의 힘은 강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10원짜리 동전은 빨리 없애버려야 할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경기는 어렵고, 그럴수록 10억 만들기, 한탕·대박열풍이 기승을 부립니다.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강물, 큰강물 모여서 바닷물….’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에서 오래 잊고 살았던 진리를 찾습니다. 작은 것들이 이뤄낸 크고 화려한 결과에만 관심있지, 한겹한겹 힘겹게 쌓아가는 과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절약입니다.1만원짜리로는 모자라 5만원, 10만원권 고액화폐 발행 얘기가 나오는 세상. 그래도 재테크의 기본은 절약입니다. 동전의 힘은 미약하지만 소중합니다. 허황된 것을 꿈꾸는 것보다 작은 것을 실천하는 힘이 가장 위대한 삶입니다. 올해는 모두 재테크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부자가 되는, 미미하지만 꾸준한 첫걸음을 내디디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글 송현숙·사진 박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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