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음악정상화를 위한 음악회
조익래 / 부산민예총 음악위원회 위원장
지난 7월 5일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학교음악정상화를 위한 음악회라는 매우 생소하고, 긴 이름의 음악회가 학교음악교육정상화를 위한 음악교육자연합회라는 매우 어색한 단체의 주최로 열렸다. 약 180여명의 연주자가 동료 음악인과 학부모 학생을 주된 청중으로 모시고, 이색적이고 열기 있는 음악회를 가졌다.
먼저, 이 음악회를 개최하게되는 과정을 얘기하자면 2003년 1월 9일 중앙일보에서 예술 체육 성적 내신 제외(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내용)라는 보도를 발표했다가 1월 24일 잘못된 보고라고 정정하였으나, 4월 9일 교육부에서는 예술 체육 교과의 성적을 중고등학교 내신성적에서 제외하고, 평가를 서술형으로 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유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이에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발끈하게 되고 급기야 이런 음악회를 통해서 라도 음악교육자들의 뜻을 모아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사실 음악교육의 문제점은 내신성적이 주된 관점이 아니고 단지 도화선일 뿐이다. 우리 교육은 7차교육과정에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수요자 중심의 학습이라는 교육의 관점이 도입되면서 교육의 기본이념이나, 개인의 인격형성은 도외시하고, 경쟁체제의 교육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7차교육과정은 중ㆍ고등학교의 예술과목 수업시수를 대폭 축소하고, 예술과목을 점차 필수교과에서 선택교과로 바꿔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5차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의 음악 수업시수가 1학년 2시간, 2학년 1시간이 필수였으나, 7차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1시간이 필수고, 나머지는 ‘음악과 생활’ 또는 ‘음악이론과 실기’로 선택하게끔 바뀌었다. 이는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가 음악과목 선택을 포기하고, 대신에 국영수 중심의 입시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구나 고등학교 시절에 1학년에만 1시간 있는 이 수업이 8차교육과정에서는 없어질 우려도 있다니 심각한 일이다.
이런 수업시수 문제나 내신성적 제외는 교육현장과 문화예술계에 미칠 여파는 매우 크다. 우선 심미성 과 창의성을 계발할 시기의 학생들이 피해를 겪어 그들의 인격적 사회적 문화적 성장이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올바른 예술과 문화의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 그들이 이끌어갈 민족의 암담한 미래를 우리는 예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의 예술 문화계의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인구의 감소는 물론이고, 전시회나 음악회에서 관람객과 청중을 찾아보기도 힘들어 질 것이다. 학교에서는 음악교사가 학생들의 과목선택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노래방기기를 갖춰두고 ‘유행가 도전 50곡’을 하고있을 지도 모른다.
동서고금에 걸쳐 가장 오랜 교육의 역사를 지닌 음악 예술교육이 무너진다는 것은 민족의 미래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민족문화를 지닌 우리가 억지로 보존해야 할 문화도 별로 없는 미국의 문화 교육정책을 무턱대고 받아들여 왜 이런 수난을 겪어야 하는 지 의문스럽다.
아무튼 이런 파탄지경의 음악교육현장을 심각하게 감지한 음악교사 및 음악교육단체들의 분연한 결의로 학교음악정상화를 위한 음악회를 열게 되었다. 결의에 동참한 단체는 한국음악교육협회 부산지회, 부산민예총 음악위원회를 비롯해 27단체가 함께 했으며, 교사 학생 학부모로 이루어진 연주자 180여명이 음악회를 열었다.
이 음악회 1부는 규탄대회 및 결의대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학교음악교육정상화를 위한 음악교육자연합회 공동대표를 맡은 경성대학교 하홍표 교수가 ‘학교음악교육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며, 학교교육을 ‘지식 편중 교육’으로부터 ‘홍익인간을 지향하는 인간성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함께 하자고 외쳤다. 이어서 양운고 김봉애 교사와 가야고 최인철 교사의 낭독으로 실천과제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조목조목 낭독하였으며, 객석은 뜨거운 열기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어 2부 연주회에서 민족음악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에서 원일 작곡의 ‘신뱃놀이’를 국악관현악 편성으로 힘차고 화려하게 연주해 소리열림을 알렸고, 초.중등교사 들로 구성된 한새리코더연구회에서 롯시니의 ‘The Italian Girl in Algiers 서곡’등을 맑고 잘 다듬어진 사운드로 연주했다. 이어 동여고 학생합창단이 ‘전래동요모음’과 ‘새몽금포타령’을 신선한 음색으로 연주했으며, 부산시내 음악학원장들로 구성된 음악사랑오카리나합주단에서 오카리나와 매우 잘 어울리는 오카리나빛 드레스를 입고 ‘바위섬’등의 노래곡을 연주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 무대는 요즘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부산남성중창단이 번스타인 작곡의 ‘활기차게 나가세’등을 불러 음악인들의 나아갈 바를 예시하는 듯 했으며, 소프라노 허영은이 요한시트라우스의 오페렛타 ‘박쥐’ 중에서 ‘친애하는 후작님’을 확 트인 발성과 깔끔한 호흡으로 연주했고, 부산교사합창단과 부산교사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무대를 ‘향수’ ‘장미의 축제’등으로 연주하여, 청중을 감동시켰다.
이번 연주회는 연주 그 자체로도 매우 흥분된 무대였지만, 학교음악교육정상화를 위해 교사들과 연주자들이 십시일반 연주경비를 모아 스스로 적극 참여한 음악회라는 점과 피켓을 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객석의 분위기가 감동을 자아냈다. 그 날 그 감동의 음악을 상기하며, 청중과 함께 한 구호들을 다시 한번 외쳐본다.
◆사교육비 주범이 예술과목 왠말이냐?
강남에나 있을소리 강남가서 알아봐라.
◆잘못된 입시교육 나라교육 망쳐놓고
잘못된 예술교육 국민정신 망쳐놓네
◆음악미술 체육과목 내신성적 배제하면
우리교육 민족교육 국영수만 살아남네
◆입시교육 멍든학생 밤마다 학원으로
학교마저 입시교육 정서교육은 어디에서?
◆미국교육 좋다면서 무조건 따라가면
우리문화 우리교육 어떻게 지켜낼까?
◆예술체육 주가 되던 그리이스교육 본받아
상업주의 몰아내고 국민정신 곧세우자.
◆창의력과 예술성은 우리민족 장점이며,
상업주의 입시중심 우리교육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