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부문] 날카로운 첫 직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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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계산해보니 27년 전 이야기네요.
마이클조던, 슬램덩크, 농구대잔치의 인기를 발판으로 프로농구가 시작됐고
읍내 고딩인 저도 버스로 40분?정도만 가면 대구동양 오리온스의 홈경기를 직관할 수 있는 환경이 마침내 조성됐습니다.
당시 농구에 반쯤 미쳐있던 지라 어떻게든 보러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문제는 제가 기숙사생이라 주말에는 집에 가야하고 주중에는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해야한다는 거였죠.
훗, 그깟 야자 따위.
저는 관대한(출첵잘 안하는) 미술 선생님이 야자감독을 하는 날과 오리온스의 홈경기 일정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손없는 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거사 당일,
다행히 좋은 날씨 만큼이나 모든 장애물이 순조롭게 풀려 초행길인 대구 실내체육관도 여유롭게 도착할 수가 있었어요.
오래전 기억이라 확실치는 않는데 친구 둘과 2층 중간쯤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TV로만 보던 전희철, 김병철, 토니 등의 선수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얼마나 감개무량하던지.
치어리더 누나들(당시에는 진짜 누나임)의 세끈함(요샌 이런말 안쓰죠?)도 장난 아니었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기 시작 직전,
갑자기 선수들이 몰려나와 사인한 농구공을 던져주기 시작합니다.
오! 이게 뭐야?
당연히 우린 미친 사람들처럼 환호성을 질러 댔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제가 앉은 위치와 영 다른 방향으로 공들이 날아가고..
실망하고 앉으려던 찰나 용병센터 로이로이가 여전히 사인볼을 쥔 채 우리 쪽을 바라봅니다.
그렇지! 루깻미! 저와 제 친구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온갖 깨춤을 췄습니다.
하지만 로이로이의 힘은 너무너무 셌어요.
그의 손을 떠난 사인볼은 제 정수리를 지나 훌쩍 날아가 버렸거든요.
우린 결국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죠.
아니 그런데 이게 왠일?
공이 날아간 위치의 관중들이 모두 로드맨이었을까요?
무수한 사람들이 손끝으로 치고쳐서 공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위쪽의 그런 상황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었지만 공은 중력을 따라 계속해서 관중석 아래로 내려왔고..
결국 저처럼 실망하고 앉은 제 앞자리 아저씨의 뒤통수를 맞은 뒤 제 무릎 위에 딱! 안착했습니다!
우어어어어어~!!
저는 본능적으로 공을 상체로 덮고 움켜쥐었습니다.
마치 피지컬100의 공뺐기 대결하는 사람처럼요.
그때 옆에 앉은 친구들이 등을 얼마나 두드려대던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뒤에야 허리를 펼 수 있었네요.ㅎ
아무튼 처음 간 직관에서 사인 농구공을 받은 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됐네요.
사실 그날 이겼는지 졌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지만요. ㅋㅋ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는데
관람을 마치고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간 저는 계획대로 야자에 빠진 것을 걸리지 않았습니다.
완전범죄, 안전귀가에 성공한 거죠.
문제는 그 다음날.
평소 형사라는 별명을 가진 독어(제2외국어) 선생님이 그날도 어김없이 제 발음을 문제 삼으며(저는 ich발음을 늘 '이씨'라고 했거든요-,-) 교실 뒤에 세웠다가 갑자기 제 얼굴을 유심히 봅니다.
그리고 하는 말.
"니 어제 야자 띵구고 농구보러 갔제?"
두둥..
저는 그분이 농구팬인지 몰랐고...
당시 위성방송 생중계까지 챙겨보는지는 더욱 몰랐고....
사인볼 잡은 저의 얼굴이 방송 화면에 커다랗게 클로즈업 됐는지는 꿈에도 몰랐고......

맞네 이 새끼.. 수업 마치고 따라온나!

이상 저의 첫 프로농구 직관기였습니다.

[스티브네시?]

엄청난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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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잊히는 걸 보니 그렇네요ㅎㅎ

[Emily]

크.. 역시 낭만의 마이클조던, 슬램덩크, 농구대잔치 세대!
진짜 이건 못잊겠다싶은 에피소드인걸요? ㅋㅋ 첫 직관에 싸인볼....인데 이게 또 첫 TV데뷔까지!!! ㅋㅋㅋㅋ 넘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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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