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향토민요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노동 현장의 기계화로 인해 그 전승이 끊겼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현장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향토민요의 잔재를 문자가 아닌 실제 살아 있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MBC 한국민요대전}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MBC 한국민요대전}은 논갈이부터 수확 후 갈무리까지 벼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민요를 농업노동요로 설정하고 있으며, 논매기 소리는 농업노동요의 하위항목으로 두었다. 본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료는 {MBC 한국 민요대전}의 [충청남도 민요(CD 12매)]와 [충청북도 민요(CD 6매)]에 수록되어 있는 향토 민요 중에서 논매기소리만을 그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그 이유는 모심기소리에 비해 다양한 유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상이한 음악현상을 볼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충청지역 음악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도 지역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육로와 해로의 중간 연결점이다. 따라서 문화접변이론을 따른다면, 경기도와 인접해 있는 지역은 경토리가 보일 것이고,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접해 있는 곳에는 메나리토리, 그리고 어사용토리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전라도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육자배기토리가 나타날 것이고, 서해안의 해로를 따라서는 서도토리의 유입도 쉬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충청남·북도의 지역 개관을 먼저 하고, {MBC 한국민요대전}과 {한국의 농요}, {한국의 민속음악}등에 수록되어 있는 충청도지역의 논매기소리 채록현황을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는 충청도 논매기소리의 채보를 바탕으로 음악을 분석하고, 각 지역의 음악어법을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반도 남단의 중앙에 위치한 충청도 지역의 다양한 음악현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양한 토리가 혼재한다면, 토리의 혼재 상황 그 자체가 충청도 민요의 성격인지, 아니면 충청도 토리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개관
(1) 충청 남·북도의 지역개관
충청도는 흔히 호서지방(湖西地方)이라고도 하는데, 삼한시대에는 마한에 속하였고, 삼국시대에는 고구려·백제·신라의 각축지역으로 영토변경이 잦았으며, 신라 말기에는 후백제와 태봉에게 분할 점령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충북을 중원도(中原道), 충남을 하남도(河南道)로 부르다가 명종 2년(1172)에 충청도, 충숙왕 1년(1314)에는 양광도로 불렀다.
조선시대 태종 13년(1413)에는 기존의 충청도 영역에서 여주·안성·음죽·양성·양지를 경기도에 속하게 하고, 경상도였던 옥천·영동·황간·보은·청산 등을 충청도에 예속시켰다. 연산군 11년(1505)에는 진천·직산·평택·아산을 경기도에 옮겼다가 다시 환원하였다. 이것을 정리해 보면, 삼국시대부터 타지방의 인구 유입이 많았고, 그 충청 문화권도 지금의 경기·경북을 넘나들며 형성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충청지역은 동쪽으로는 강원도, 남쪽으로는 전라북도, 서쪽으로는 황해, 북쪽으로는 경기도와 접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현재 대전직할시, 천안시·아산시·서산시·공주시·논산시·보령시의 6개 시, 연기군·금산군·부여군·청양군·예산군·당진군·홍성군·서천군 8개 군, 그리고 150여 개의 읍·면을 가지고 있다. 충청북도는 국내 유일의 내륙도이며, 제천·충주·청주의 3개 시와 단양·괴산·진천·청원·보은·옥천·영동군의 7개 군, 그리고 97여 개의 읍·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채록당시의 시·군과 현재의 시·군에는 차이가 있음을 밝인다.
(2) 논매기소리의 채록 현황파악
{MBC 한국 민요대전}의 충남편은 CD 12매로 구성되어 있다. 총 수록곡 232곡 중에서 논농사와 관련된 곡은 100여 곡이며, 이 중 모찌기소리는 14곡, 모심기소리는 22곡, 논매기소리는 49곡이다. 충북편은 CD 6매로 구성되어 있다. 총 수록곡은 150곡으로, 이 중 모찌기소리는 9곡, 모심기소리는 14곡, 논매기소리는 22곡이 실려있다.
이렇게 논농사와 관련된 노래 중에 논매기소리가 다른 곡들에 비해 채록된 수가 많고, 또한 모찌기소리와 모심기소리가 다른 도에는 없는 경우가 많지만 논매기소리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지역간 상호 비교가 유리하기 때문에 논매기소리만으로도 지역별 특징을 쉽게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충청 남·북도 지역별 민요 채록 현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와 더불어 이소라의 {한국의 농요}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민속음악}의 채록상황을 덧붙이면 아래의 표와 같다.
3. 음악 분석
(1) 논매기소리의 가창방식과 구성
먼저 논매기소리의 가창방식을 살펴보면, 충청도 논매기소리의 대부분은 메기고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금산군 부리면의 평촌리와 선원리의 '긴방애소리'는 전체 소리를 세 패로 나누어 돌아가며 부르는 일종의 부분적 교창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에서 부르는 '민생이'는 독특한 가창방식을 가지고 있다. 전체 악곡의 구성은 '산여→좋다→두레소리→좋다→마루소리→좋다→몬들산여'로 이루어져 있는데, 독창이 아닌 제창으로 '산여'와 '두레소리', '마루소리'를 매기며, 독창으로 '좋다'를 받는다. '산여' '두레' '마루'를 계속 돌아가면서 부르다가 논이 다 매질 때면 '먼들산여'를 부르는데, 이 곡은 전형적인 메기고 받는 형태로 부른다.
다음으로 채록된 논매기소리의 구성형태를 보면, {MBC 한국민요대전}에 수록되어 있는 논매기소리는 한가지 노래만 부르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종류의 소리를 한데 모아서 부르는 것을 채록한 것도 있다. 후자의 것에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먼저 음악 관습에 따라 일정한 종류의 곡을 붙이는 경우와, 긴소리와 자진소리를 짝으로 붙여 놓은 경우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형태의 노래가 모여 있다는 것은 논매는 시간을 채우기 위한 한 방법일 것이다.
충청북도의 논매기소리에서는 같은 노래를 속도를 달리하여 이어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괴산군 문광면 문법1리의 방아소리는 긴방아와 자진방아를 이어 부르며, 중원군 신니면 마수리의 방아소리는 '긴방아→중거리→자진방아'로 나누어 부른다. 또한 옥천군 옥천읍의 '저러구 저러하네'는 보통 속도의 노래 뒤에 속도를 빨리 하여 부르고 있다.
충청남도에서도 대부분은 충북의 것처럼 소리의 속도를 달리해서 이어 부른다. 속도를 빠르게 할 경우는 받는 소리의 글자 수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얼카덩어리'는 '얼카뎅이', 혹은 '어화뎅이' 등으로 축약시켜서 속도를 빠르게 하여 부른다.
(2) 충청 남·북도 논매기소리의 선율 분석
1) 충청남도
충청남도에서 불리고 채록된 논매기소리의 선율을 분석한 결과는 아래의 【표 3】과 같다.
충청남도는 위아래로 연접해 있는 도(道) 경계에 의해 세 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따라서 경기도와 인접해 있는 태안·서산·당진·아산·온양·천안지역과,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홍성·예산·청양·공주·연기·대전지역, 그리고 전라북도와 인접해 있는 서천·부여·논산·금산지역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① 태안·서산·당진·아산·온양·천안(천원)지역
태안의 고남면과 태안읍에서 '어이카덩어리'와 '훌디려라' 두 곡을 보면, 경기도와 근접해 있는 태안읍 '훌디려라'의 음계는 <미'-레'-도-라-솔>이며, <솔>에서 떨고 <도>에서 종지한다. 이 곡의 음구성은 경토리의 <솔-라-도-레'-미'>를 갖고 있으나, 각 음의 기능은 육자배기의 구조를 띠고 있어 남부경토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육자배기토리와 경토리가 합쳐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태안의 남쪽에 위치한 고남면의 '어이카덩어리'의 음계는 <레'-도-시-라-솔-미>이며, <미>에서 요성하고 <라>에서 종지한다. 이것은 <레'-도-시-라-미>의 육자배기토리와 <레'-도-라-솔-미>의 메나리토리가 결합된 형태로 이러한 음계구성은 충남지역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서산군에서는 전체적으로 경토리가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북쪽의 대산읍에서는 4곡이 채록되어 있으나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곡까지 합하면 여덟 곡이다. 대산읍 운산리 얼카뎅이의 구성음은 경토리의 모습을 갖고 있으나, 음의 기능은 육자배기토리의 모습을 한 남부경토리이며, '어허리넘차'는 행상소리류가 그렇듯 메나리토리의 모습을 취하나 <미>에서 <솔>음으로 상행하여 종지하기 때문에 완전한 메나리토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행상소리에 붙여서 '훌띠려'를 부르는데, 이것은 속도를 빨리하여 부르기 때문인지 메나리토리나 육자배기토리의 기본골격인 <도-라-미> 세 음으로만 노래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완전4도+단3도의 구조를 하고 중간음에서 종지하는 형태는 충청남북도 전역에서 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토리의 혼합된 것들과 비견될 정도로 많이 출현한다. 다음 영탑리의 '문성이'는 경토리와 메나리토리가 교묘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문성이를 듣고 있으면 메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음을 사용하면서도 서로 조를 달리하여 부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경토리와 메나리토리가 섞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성이'에 잇대어 부르는 '얼카뎅이'는 육자배기토리의 모습을 지니나 받는 사람들이 중간 중간에 남부경토리인 <솔-솔-라-도-도>로 받고 있어 특이하다. 빠른 곡인 '얼러차'는 <미'-레'-도-시-라>의 음계구성을 갖고 있어 육자배기의 모습을 취하나, 아래 <미>음이 없고, 음계상 최저음인 <라>로 종지하고 있어 육자배기토리와 경토리가 섞여있는 듯 하다. 지곡면의 '문생이'는 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토리의 결합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팔봉면에서는 경토리와 남부경토리가 나타났고, 음암면에서는 남부경토리로 부르는 '얼카덩어리'와 완전4도+장2도의 구조를 가진 '얼카뎅이'를 부르고 있다.
당진군에서는 행상소리와 얼카덩어리 계통의 곡들이 채록되었는데, 행상소리는 메나리토리의 구조이나 <미>음에서 <솔>음으로 상행하면서 종지하기 때문에 메나리토리와는 다르다. 그리고 '얼카덩어리'는 메나리토리의 구조를 지니며, 이것을 빨리 부르는 '얼카뎅이'는 메나리토리에서 하행시 출현하는 솔음이 빠진 음계, 즉 완전4도+단3도의 구조에서 노래한다. 송악면의 '헤하덩어리'는 선창자가 처음에는 남부경토리로 불렀으나 받는 사람들이 메나리토리로 받자, 그 다음부터는 메나리토리로 메기고 있다. 그리고 이어 부르는 '얼카덩이'는 완전4도+단3도의 구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산군 영인면 백석포리의 '올러를가세'는 전형적인 메나리토리로 불리며, 선장면의 얼카덩어리는 메나리토리로 부르고 이것을 빨리 부르는 얼카뎅이(어화뎅이)는 솔음이 빠진 완전4도+단3도의 골격음 만으로 부른다. 그리고 산타령은 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의 결합형의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잇대어 부르는 '어화몬들'은 산타령에서의 장식음들, 즉 <시>와 <솔>이 빠진 골격음, 즉 <레'-도-라-미>로 노래하고 있다.
온양시는 아산군에 속해있다가 시로 승격된 곳으로 문화권은 아산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온양에서는 '얼카뎅이'와 '올러를가세' 두 곡이 채록되었는데, '얼카뎅이'는 완전4도+단3도를 주축으로 선율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올러를가세'는 최저음인 <솔>을 요성하고 <도>에서 종지하고 있어 남부경토리로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충청남도의 북동면인 천안을 보면, 북쪽인 성환읍의 '산타령'은 아산의 산타령과 달리 육자배기토리로 부르고 있으며, 잇대어 부르는 '얼카덩어리' 역시 육자배기토리로 부르고 있다. 직산면의 '올러를가세'는 아산의 것처럼 메나리토리로 부르며, 잇대어 부르는 얼카덩이야는 성환읍과는 달리 완전4도+단3도의 골격음만으로 부르고 있다. 풍세면의 '궁글레소리'는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가 섞인 <미'-레'-도-시-라-솔-미>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라>음에서 <솔>로 퇴성하면서 종지한다. 수신면의 에헤야는 최저음인 <미>에서 종지하는 메나리토리의 음구성을 갖고 있다.
위의【 표 4 】는 경기도 인접지역의 논매는소리와 토리의 분포상황이다. 경토리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 36곡 중 9곡으로 25%이며, 메나리토리가 25%, 그리고 완전4도+단3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25%로 수적으로는 같은 분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육자배기토리가 11.2%, 육자배기와 메나리가 합쳐진 경우는 13.8%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토리와 관련이 있는 곡들의 분포비율이 25%라고는 하나 대부분 서산에 몰려 있으며, 서산지역에 경토리와의 혼합형이 많이 출현하는 대신 메나리토리나 시김새가 빠진 골격구조인 완전4도+단3도의 음조직은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은 메나리토리를 경토리가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태안의 경우는 경기도와 가까운 태안읍은 남부경토리가 출현하지만 중간지역과 가까운 고남면에서는 육+메의 음구성을 하고 있어 경기도 인접지역에서는 경토리가 출현한다는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또한 {MBC 민요대전}과는 달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온 {한국의 민속음악-충남편}은 당진의 논매기소리를 경토리 영향권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 표 4 】에서 보듯이 경기도와 접해있는 지역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이 경토리가 다 보이는 것은 아니며, 아산에서는 전혀 경토리가 출현하지 않고 있어, 경토리 유통과 관련된 역학관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② 홍성·예산·청양·공주·연기·대전
홍성군 흥북면의 '에야덩어리 에야호'는 얼카덩어리 계통이며, 음구성은 메나리토리의 것처럼 <미'-레'-도-라-솔-미>를 취하나 <미>음에서 <솔>음으로 상행하여 종지하고 있다. 결성면의 '어기야'는 처음에는 천천히 부르다가 뒷부분에서 빨리 몰아서 부르는데, 앞의 천천히 부르는 부분은 육자배기토리의 음구성을 갖고 있으나 최저음인 <미>에서 종지하며, 몰아서 부를 때는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의 혼합형인 <도-시-라-솔-미>의 음구성을 갖으나 <솔>에서 종지하고 있다. '얼카덩어리'는 메나리토리로 부르며, '얼카뎅이'는 메나리토리와 경토리가 혼합되어 나타난다. '민생이'는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가 혼합되어 있다.
예산군 삽교읍의 '헤하덩어리'는 메나리토리로 되어 있으며, 잇대어 부르는 '헤헤야'의 음구조는 메나리토리이나 <라>음에서 <솔>음으로 퇴성하면서 종지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대흥면의 '얼카덩어리'는 완전4도+단3도의 육자배기토리나 메나리토리의 골격음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양군 목면의 '얼카덩어리 잘넘어간다'는 메나리토리로 부르고 있다.
공주군 정안면의 '올러를가세'는 메나리토리를 취하나 최저음인 <미>에서 종지하며, '얼카뎅이야'는 메나리토리로 부른다.
연기군의 북쪽에 위치한 전동면의 '얼카덩어리 대허리야'는 메나리토리로 부르며, 남쪽에 위치한 금남면의 '얼카산이가 대허리야'는 메나리토리로 부르나 솔음이 상행시에도 출현하면서 경토리와 어울리고 있다. 이것은 메기는 소리의 첫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경토리로 메기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충북과 가까운 동면의 '어화여'는 육자배기의 구조를 갖지만, <도>와 <미>에서 요성을 하고 있으며, 남면의 행상소리는 메나리토리로 부르고 잇대어 부르는 '얼카산하고'는 메나리토리에서 골격음만을 취한 <레'-도-라-미>로 '얼카산하고'를 부른다.
대전은 대덕구의 노래만 수록되어 있는데, 대덕구 장동의 상사소리는 노래를 전형적인 육자배기토리로 부르다가 노래의 끝부분에서 입타령을 부를 때는 <라-솔-미-라>로 선율을 진행하면서 맺고 있다. 대덕구 평촌동의 '잘하네'는 메나리토리의 선율진행을 보여주며 최저음인 <미>로 종지하고 있고, '상사소리'는 전형적인 육자배기토리로 부르고 있다.
충청남도 내에서도 경기도나 전라도와 접하고 있지 않는 홍성·예산·청양·공주·연기·대전지역의 논매기소리를 살펴본 결과, 경토리의 흔적은 홍성군 결성면과 연기군 금남면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며, 이는 앞의 경기 인접지역과 비교해 볼 때 경토리의 출현빈도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경토리가 나타나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주로 메나리토리의 출현빈도가 월등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③ 서천·부여·논산·금산
충청남도지역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전라북도와 인접해 있는 서천·부여·논산·금산지역이다. 서천의 해안지역에서는 <미>로 종지하는 메나리토리와 완전4도+단3도의 음구조가 나타났다. 그리고 내륙의 한산면에서는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가 섞여 있었다.
부여에서 부르는 '에화덩어리'와 '어화덩이'는 육자배기토리로 부른다. 그러나 어화덩이는 <미>음에서 음을 떨기도 하고, 또 종지도 최저음인 <미>로 하고 있다.
논산의 노성면에서 부르는 '만물소리'는 메나리토리의 음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미>음에서 <솔>음으로 음이 상행하며 <솔>음을 퇴성하면서 종지하고 있다. 잇대어 부르는 '얼카산이냐'는 완전4도+단3도의 골격을 가지고 노래하고 있다.
금산 부리면 평촌리에서 부르는 '얼까산이야'와 '방아소리'는 모두 육자배기토리로 부르고 있다. 선원리에서 부르는 '잘하네'의 메기는 소리는 메나리토리이고, 받는 소리는 가운데 <솔>음이 생략된 완전4도+단3도의 음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긴방애소리는 <레'-도-시-라-솔-미>, 즉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가 결합된 음구조를 보인다. 자진방애소리는 두 토리의 골격이 되는 음인 <도-라-미>의 완전4도+단3도 구조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것은 같은 면, 같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서는 육자배기로 부르고, 다른 곳에서는 메나리로 부르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 표 6 】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라북도와의 인접지역에서는 경토리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육자배기토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메나리토리도 여전히 보이고,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의 결합형태, 그리고 이 결합형태에서 장식음을 뺀 골격음들로 이루어진 음구조 등도 빈번하게 출현한다고 할 수 있다.
2) 충청북도
다음 장의【 표 7 】은 {MBC 한국 민요대전} 충북편에 수록된 논매기소리의 분포와 분석결과이다.
충청북도의 논매기소리는 충청남도의 것에 비해 정형화된 모습, 즉 음계구성에서 메나리토리가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괴산군 문광면에서는 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토리와의 혼합형태, 즉 <미'-레'-도-시-라-솔-미>의 음계를 가지며, <라>에서 종지하는 음구성을 보이는데, 이는 충청남도와의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또한 두 토리의 골격음인 <도-라-미>로 이루어진 완전4도+단3도의 음구성을 갖는 소리도 출현하고 있다.
제천군 봉양면의 논매기소리는 어사용토리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어사용토리는 메나리토리의 음계를 갖는데 메기는 소리의 한 단락을 종지할 때 <솔>음에서 <미>음으로 내려가지 않고 <파>음까지만 내려가서 결국 <미'-레'-도-라-솔-파>가 <라-솔-미-레-도>의 음계로 구성되는 토리이다.
충청북도 논매기소리의 지역별 토리의 분포 현황을 정리해 보면, 전체 25곡 중에서 메나리토리로 부르는 곡은 17곡으로 68%를 차지하며, 메+육은 1곡으로 4%, 완전4도+단3도의 구조를 가진 곡은 5곡으로 20%를 차지하고, 어사용토리로 부르는 논매기소리는 2곡으로 8%의 분포 비율을 보이고 있다.
4. 충청도 토리에 관한 가설
이상에서 충청 남·북도 논매기소리를 {MBC 한국민요대전}에 한해 채보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분석해 보았다. 충청도의 토리를 논하기에 앞서 충청도의 음조직 현황을 정리해보려 한다.
우선 충남의 경우, 메나리토리가 넓게 분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기도와의 인접지역에서는 경토리와 남부경토리가 나타났으며, 중간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메나리토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와 인접해 있는 충남 남부지역은 육자배기토리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육자배기토리와 육+메의 형태도 종종 출현하며, 골격음으로 파악되는 완전4도+단3도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안지역에서 서도토리의 영향을 받은 곡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논매기소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충북의 지역별 음조직을 살펴보면, 메나리토리가 압도적으로 많고, 어사용토리가 보이며, 천안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육+메의 형태도 보였다. 또한 충남의 경우처럼 골격음구조, 즉 완전4도+단3도의 구조를 갖는 곡들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충남에서처럼 온전한 육자배기토리는 보이지 않는다.
충남 충북의 지역별 토리 분포 현황 모두 종합해 보면 다음의【 표 8 】과 같다.
충청도 논매기소리의 다수는 메나리토리로 불렀으며, 경기도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경토리와 육자배기토리가 접변한 남부경토리가 출현하며, 육자배기토리는 충남 전역에서 발견되기는 하나 그 수가 메나리토리만큼 많지 않았다. 또한 완전4도+단3도의 구조는 충청도 전역에서 발견되며,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의 혼합형은 충남지역에서 많이 보인다. 그리고 충북의 경우는 거의 많은 수가 메나리토리로 불리며, 천안과 접해있는 지역에서만 육+메형이 보이므로 충북은 메나리권과 어사용권, 그리고 완전4도+단3도의 구조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분석과정에서 재고를 요하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육자배기토리와 메나리토리의 혼합양태, 즉 육자배기의 <도-시-라-미>와 메나리토리의 <레'-도-라-솔-미>가 음의 가감도 없이 그대로 사이사이에 끼워져서 <미'-레'-도-시-라-솔-미>의 음계를 이루고 있는 형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에 덧붙여 완전4도+단3도의 음구조를 가지고 있는 곡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다른 하나는 드물기는 하지만 한사람의 가창자가 2개 이상의 토리를 자유로이 변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의 문제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선법이 어느 한 지역에서 만났을 경우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토착 선법의 성격이 강하여 새로 들어온 선법이 도태하는 경우, 둘째, 토착 선법의 성격이 강하지 못하고 새로 들어온 선법의 개성이 강할 경우, 새 선법이 우위를 점함에 따라 토착 선법이 자연 도태된 경우, 셋째, 두 선법이 공존하다가 접변하는 경우이다. 이중 육+메형은 세 번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충청도 지역의 토착 선법은 메나리토리인가, 육자배기토리인가, 아니면 다른 것이었는데 도태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메나리토리와 육자배기토리의 주요 골격은 <도-라-미>, 즉 완전4도+단3도의 구조라는 점이다. 이에 덧붙여 경토리 <미'-레'-도-라-솔>에서 <라>음을 메나리토리의 <솔>처럼 본다면 경토리는 완전4도+장2도의 구조이며, 장2도와 단3도의 문제가 맞붙은 것이 바로 남부경토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충남지역에서 나타나는 경토리, 육자배기토리, 메나리토리는 모두 구조상으로 완전4도+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충청지역의 본래 음조직은 장식음(시, 또는 솔)이 없는 <도-라-미>의 구조였으며,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개성이 강한 선법들과 기본 골격이 비슷하여 무리없이 습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사례가 바로 한사람의 가창자가 2개 이상의 토리를 자유로이 변용하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덕구 장동과 대덕구 평촌동, 당진군 송악면 봉교리, 그리고 서산군 대산읍의 '문성이' 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먼저 대덕구 장동의 상사소리는 종반 직전까지 육자배기토리로 부르다가 마지막에 메나리토리로 끝을 맺는데, 이 끝부분을 후창자들과 함께 메나리토리로 제창을 하고 있다. 대덕구 평촌동의 논매기소리는 동일 집단에 의한 녹음이다. 먼저 부른 '잘하네'는 메나리토리로 메기고 메나리토리로 받으며, '상사소리'는 육자배기토리로 메기고 육자배기토리로 받고 있다. 물론 가창자들은 대부분 그 지역 토박이들이다. 서산군 대산읍의 '문성이'는 선창자가 메나리토리와 경토리를 적절히 섞어서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는데, 후창자 역시 메나리토리와 경토리를 구분해서 달리 받는다. 당진군 송악면 봉교리의 '헤하덩어리'는 선창자가 남부경토리로 첫소절을 불렀는데, 받는 사람들이 메나리토리로 받자 그 다음부터 메나리토리로 메기고 있다. 이것은 골격이 변하지 않고 장식음과 시김새만 바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가곡의 우조와 계면조가 서로 변조될 때 기본 골격이 되는 황중임은 변하지 않고 중간의 태주↔중려, 남려↔무역을 바꿔줌으로써 무리없이 변조하는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글의 서두에서 쓴 바와 같이 충청도 지역이 한반도의 중앙부분에 위치하며, 한반도 남단과 서울을 연결하는 교량과도 같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다양한 음조직이 혼합되어 나타나는지, 그리고 다양한 토리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상황이 충청도 민요의 성격인지, 또 다른 충청도의 토리는 없는 것인지를 확인해보고자 논매기소리를 중심으로 충청도 민요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논리 전개에 무리한 감이 없지 않으나 충청도 지역의 토착적인 음구조는 장식음이 없는 완전4도+단3도의 구조였을 것이라고 섣부른 가설까지도 만들어 보았다.
그러나 논매기소리 하나만으로 충청도 민요의 성격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감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추후에 충청지역의 민요 전반을 대상으로 분석해 본다면, 충청지역, 혹은 호서지역의 음악적 성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0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