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 첫 관람기
2003년 4월 27일 일요일 간만에 화창한 휴일이다.
모든 걸 제쳐두고 마음먹고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동아일보 주관 제3회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를 관람하러 오후 2시 30분경에 입장했다.
이미 관람객들이 좋은 자리는 메우고 있었다.
참가 선수단들이 모두 중앙 홀에 모여서 대회 개회식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어 종목별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여기저기서 방송국 카메라가 돌아가고 캠코더로 멋진 장면들을 담느라고 관람자들도 부산했다.
경기 진행도중 몇 차례 일반인들이 댄스를 즐기는 시간, 제너럴타임이 주어졌다.
그 시간에 많은 커플들이 장충체육관의 가장 중심 플로어에 내려가 댄스를 즐기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약간의 시샘과 부러움, 저 사람들이 저렇게 댄스를 배울 동안 난 뭘 했나 하는 자신에 대한 질책.
진즉에 나도 좀 배워뒀더라면 저런 자리에서 멋진 숙녀와 댄스를 하며 자아만족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한편으론 나 자신에 대해서 짜증도 났다. 남들 다 할 때 왜 못했을까 하는 후회 땜에...
여러 팀이 라틴과 모던 종목별로 예선 경기를 치르는 동안 난 화장실에 담배를 피러 들락거렸다.
관람하는 분위기도 비교적 좋았다. 좋은 자리라서 잘 보였고.
단지 옆자리에서 자기 아는 팀이라고 돼지 멱따는 소리도 꽥꽥 소릴 질러대는 10대 여학생들만 아니었으면... (갑자기 한 번씩 소릴 질러대는 바람에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ㅋㅋ)
열기는 점점 무르익어서 진짜 선수다운 선수들의 결승 타임이 되어서야 진정 댄스의 진수를 즐길 수 있었다.
라틴은 라틴대로 선수들이 펄펄 나는 듯 했다. 모던은 우아하고 화려한 스텝, 마치 학이 수면 위를 날아오르기 직전의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가벼운 몸놀림.
난 얼이 빠진 듯 넋을 잃고 선수들의 동작에 빠져들었다.
내 눈에는 어떤 선수가 잘 하고 못하고 구분할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도 저런 걸 차이를 두고 점수 매기려면 골치깨나 아플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으론...
여러 팀이 어우러져서 경기를 하니까 난 어느 선수에게 눈길을 돌려야 할 지 헷갈리기만 하는데...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의 단독 시범이 있었다.
모던의 왈츠 시범은 정말 경이적이고 환상적이었다.
남자 선수들의 연미복 입은 쭉 빠진 멋진 모습,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의 아름다운 여성 파트너들...
활처럼 몸이 뒤로 꺾인 여성 파트너들의 무아지경인 듯한 미소.
그 아름다운 파트너를 가벼운 깃털인양 리드해나가는 사뿐사뿐한 워킹,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스텝.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놀림. 어느 순간에 숨 쉴 틈조차 없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연속적인 스핀. 그리곤 다시 평온을 되찾은 조용한 호수위의 물결 같은 잔잔함...
왈츠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는 정말 멋진 예술이 아닐 수 없었다.
선수들이 왈츠를 출 때, 난 마치 내가 그 자리의 남자 선수가 된 듯한 착각과 환상에 빠져들었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왈츠와 탱고를 할 수 있으면...
그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을 듯한...
그러고 보면 내 몸속에도 그런 끼가 숨어 있었고 피가 흐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왜 이제야 그런 게 발동할까 좀 더 일찍 시작되었더라면, 지금쯤 나도 남한테 안 빠질 정도로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최종 결과 발표는 보지 못하고 밤 10시가 넘어서 나와야 했다.
첫댓글 선수급들 추는 모습 보면 탄복하다 못해
주눅이 들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간에 보면 정상급 선수들을 추켜 세우며
동료들을 무시하는 풍조를 볼 수 있습니다.
서투르나마 내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최상급과 자기를 동일시하면서 정작 그 최상급도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대단하고 공정한 것 같지만 대단히 편협하고, 올바른 태도가 아니죠.
아주 속시원하게 마음에 와닿는 견해입니다.
백프로 천프로 공감합니다...~~^^
몰입~~!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죠...~^^
전 무도장에서 자이브.룸바하시는 부들보면 난 뭐했나하는 생각이요... 엄청 부럽데요...
지금부터 해도 늦지않아요.
몇 년후를 생각해보세요.
지금이라도 시작 안했으면 더 늦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