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대, 그 터무니없는 비경제성에 대하여
찬양대가 한 곡당 3분정도 되는 주일찬양을 드리기까지 쏟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주일오후 2시 연습시간에 한 곡에 할애되는 시간을 약 25분정도로 잡고
대략 4주전부터 첫연습이 시작된다고 치면 약 100분입니다.
거기다가 찬양 당일 오전연습엔 50분정도를 온전히 그 곡만 찬양하게 되므로
합해서 약 150분 정도를 준비하는 셈입니다.
결국 3분을 찬양하기 위해 50배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셈입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뿐 아니라 시간의 질적인 면에서도 찬양을 준비하는 시간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인해 그 밀도가 촘촘할 수 밖에 없지요.
그렇게 따져보면 시간이 곧 돈인 초고속의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경제적 고효율의 메커니즘에 비추어 찬양대의 사역은 얼마나 미련한 일인지요.....
모인 분들의 사회적 능력을 감안하고 그 분들의 시간당 경제활동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교회의 찬양대 사역은 세상의 이해타산과 이치에 역행하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찬양대를 폐지하고 찬양팀만 운영하는 교회가 생기나 봅니다.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따르면 찬양대는 참 애꿎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련한 멍에를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하나요?
물론입니다.
찬양대 사역은 예수님 발에 향유 옥합을 깨뜨린 마리아의 헌신과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참 미련하고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향유를 팔면 수 백명을 구제 할 수도 있고, 그 돈이면 굶주린 자 수천명이
배불리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알지도 못하는 차가운 땅에서 복음들고 살아가는
선교사의 수년치 생활비가 될지도 모르는 귀한 향유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절대적 가치를 말씀하셨습니다.
경제논리는 언제나 상대적 가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거저거 팔면 밥이 몇그릇이고....이야, 내 한달치 월급이네.....
세상살이에 익숙해진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언제나 그렇게 돈이 잣대가 됩니다.
단돈 은화 20냥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회계 가룟 유다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의 돈궤는 항상 비어있었으니 참 회계 할 맛 안 났겠죠.
세상이라는 학교에서 이 세상 모든 가치척도의 기준은 바로 돈이라고
알게 모르게 배운 것이 몸에 배어 우리 모두는 <회계>가 되어갑니다.
주님 가르쳐주신 내 마음 속 하늘의 저울엔 그래서 먼지만 쌓여갑니다.
찬양대 연습시간은 참 아까운 시간입니다.
하나님께 드릴 3분의 찬양을 위해 150분을 공들여 준비하는 것은
너무 미련하고 쓰잘데기 없어보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지휘자나 반주자들은 또 어떻습니까?
대원들과 함께하는 150분을 위해 그 몇수십배 더 연습하고 더 연구합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찬양대 사역을 해야 합니까?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
찬양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드리는 사역입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드리고 오늘을 위해 오늘을 드리는 사역입니다.
비록 알지 못하는 내일이지만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께 드릴 예배를, 정성을 다해 바로 지금 불꽃처럼 준비하는 사역입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영광의 찬양을 영원히 드리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언제 없어질지 모를 안개와 같은 존재이기에
지금 가진 것 다 쏟아 부어 지금 하나님께 드리는 사역입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주일에 하나님이 내 목에 숨을 붙여주시면
이 땅에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찬양하고 찬양하고 찬양하는 것입니다.
나의 나 된 것이 하나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이 미련한 사역의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 없는 비경제적인 사역인 찬양대에
여러분의 남은 인생을 한번 걸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안개가 언제 걷힐는지 도무지 모르기에
아직 걷히지 않은 지금, 이 거룩한 멍에를 함께 지십시다.
훗날에 하나님께서 그 멍에를 금 면류관으로 바꾸어 주실 것을
가슴에 소망하면서요......
내 평생에 힘쓸 그 큰 의무는
주 예수의 덕을 늘 기리다가
숨질 때에라도 내 할 말씀이
이전보다 더욱 사랑합니다
큰 영광의 구주 날 사랑하사
그 풍성한 은혜 더하시리니
금 면류관 쓰고 늘 찬송할 말
이전보다 더욱 사랑합니다
부산 송도제일교회 가나안찬양대
지휘자의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