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추적한 결과 노동이나 실업 상태에 있던 1대의 열악한 직업 여건이 대물림돼 2, 3대 63명 중 55명(87%)
이 막노동을 하거나 직업이 없었다. 학력이 대부분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1대의 교육 빈곤 역시 2대(주로 중졸)
, 3대(주로 고졸)
로 이어졌다.
◇ 역사 질곡, 빈곤의 대물림
본인부터 증손자까지 4대가 난곡에 사는 박순자(86)
할머니의 가족사에는 빈곤의 모든 가능성이 녹아 있다.
▶한국전쟁.이주정책〓한국전쟁 전 朴할머니의 시집은 충남의 유지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집과 재산을 모두 잃고 논 아홉 마지기만 남게 됐다. 1960년대 중반 朴할머니 부부와 자녀(3남2녀)
들은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 을 했다.
서울 흑석동 국립묘지 옆 한강변에서 천막 생활을 하던 가족들은 "대통령이 시찰을 나오시니 다른 곳으로 옮겨라" 는 공무원들의 성화(실제로는 67년 도심 빈민촌 철거 정책)
에 밀려 정부 트럭에 태워졌다. 그래서 옮겨온 곳이 바로 난곡. 구청 직원이 분필로 그어준 8평에 천막을 치고 시작한 난곡 생활은 30년 넘게 이어지고 말았다.
▶교육.직업.질병〓朴할머니의 다섯 자녀 중 두명은 무학, 세명은 국졸이다. 남자들은 나이가 차면 기계적으로 공사판에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손자.손녀도 야간대를 나온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초.중.고등학교만 나왔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전쟁 때 입은 상처에 속병을 앓던 남편은 70년 숨졌다. 알콜중독이 심했던 큰사위는 12년 전 간암으로 죽었다.
▶외환위기〓큰딸은 오는 11월 제대하는 아들(23)
만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국민기초생활보호법상의 수급권자 혜택이 '부양자가 생겼다' 는 이유로 박탈되기 때문이다.
97년 공고 자동차과 졸업반이던 아들은 갑자기 닥친 외환위기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아들은 "내가 군대라도 가야 어머니가 정부의 생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며 자원입대했다.
◇ 부자(父子)
의 교육 빈곤
김병수(가명.50)
씨 부자의 화두는 교육. '공부를 하지 않으면 가난을 벗을 수 없다' 는 게 이들의 뼈저린 신조다.
▶ '수재' 아버지의 좌절〓68년 봄 한 신문에 金씨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서울 Y고 재학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놓치지 않던 金씨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꿋꿋이 학업에 정진하는 수재' 로 소개한 것이다. 꼭 대학에 가고 싶었던 金씨. 그러나 가세가 더 기울어 고교조차 졸업할 수 없었다.
그해 겨울 金씨는 혈혈단신으로 난곡에 들어왔다.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그는 공사판.철공소 등을 전전해야 했다.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영영 일용직 노동자로 살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해 30대 중반 방수 기술을 익혔다. 이후 몇년간은 돈벌이가 제법 괜찮았지만 93년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가 부도 나 빚더미에 오르면서 끝내 술독에 빠지고 말았다.
▶영웅이의 절반의 성공〓金씨의 아들(19)
은 가족.친구 사이에 '영웅(英雄)
' 으로 불린다. 과외 한번 안 받았지만 중.고교 시절 반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고교 졸업성적은 전교 13등. 하지만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꿈을 접고 J대 야간에 진학해야 했다. 최근 아들은 낮에 일할 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 죽을 때까지 빈곤에 갇혔던 '자린고비'
지난달 20일 난곡 중턱에 위치한 8평짜리 기와집. 신림7동파출소 경찰관들은 이 집에서 혼자 살다 지병으로 숨진 조모(63)
씨의 변사 사건을 처리하다 깜짝 놀랐다. 합계 4천만원 이상이 입금된 통장 15개가 집안에서 발견된 것. 월세 5만~10만원짜리 집에 사는 난곡 주민에겐 엄청나게 큰 돈이다.
"이 정도 돈이 있으면서도 왜 그런 생활을 했는지 원…. " 경찰은 입출금 내역을 보고 더욱 놀랐다. 지난해 9월까지 생활보호대상자인 그에게 매월 지급된 7만원 등 몇만원 단위의 돈이 수시로 입금됐던 것. 하지만 출금한 흔적은 거의 없었다. 돈을 쓰지 않은 것이다.
동사무소 직원은 "난곡 생활에 젖어든 데다 병마저 심해 알콜에 의지하면서 돈이 있으면서도 정신적으로 주저앉은 것 같다" 고 말했다.
[현장 리포트] 서울 최대의 달동네 신림동 `난곡` [중앙일보]
박순자(가명·86)
할머니 일가에게 가난은 벗어나기 힘든,크고도 깊은 수렁이었다.증손자까지 4대 여섯 가구가 난곡에 살고 있는 朴할머니 일가.가족 29명 거의 모두가 최저생계비(3인 가구 기준·월소득 76만원)
이하 생활자.네명 중 한명꼴로 중증 질환자다.
대졸자는 단 한명(손자)
,유일한 정규직 취업자다.한국전쟁 때 가난의 늪에 빠진 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들은 저학력-저소득-노동력 마모라는 ‘사슬’에 걸려들었다.
취재팀은 ▶실업이 고착화하고 ▶근로 의욕이 감퇴하며 ▶장래에 대한 극도의 절망감이 번지는 등 ‘빈곤의 함정’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난곡의 성인 남녀 2백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1백19명(65%)
이 97년 이후 단 한번도 직업(공공근로 제외)
을 갖지 못했다.
특히 근로능력이 왕성한 20∼40대 중 62%가 4년간이나 실업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정부가 각종 자활·재취업 사업을 벌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했으나 이들을 일터로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실제로 주민의 68%는 ‘정부의 자활정책이 전혀 도움 안됐다’고 생각했다.
그 중 3분의 1은 ‘정부 보조금 수준의 임금이라면 취업하지 않겠다(34%)
’고 답하는 등 건전하지 못한 근로 태도도 등장했다.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함에 따라 상당수 저소득층은 극도의 절망감을 나타냈다.본인의 빈곤 탈피 전망에 대해 65%가 사실 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특히 ‘자녀가 지금의 가난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에는 절반 이상(56%)
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획일적·시혜 일변도의 대책은 갈수록 수혜자를 더욱 빈곤에 빠뜨릴 수 있다”며 “노동 수입 증가분만큼 세액을 공제해줘 근로의욕을 높이는 미국 저소득근로가구지원제도(EITC)
의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
는 “우리 사회에는 사회병리·절망감 등의 ‘인간 빈곤’을 치유할 프로그램이 없다”며 “슬럼문화의 출현을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let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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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2. 열악한 교육환경 [중앙일보]
"우리 가족은 난곡의 여러 주민들처럼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아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어려워진 와중에도 우등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올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이상 밤에 공부하고, 낮엔 돈을 벌어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
대학생 安모(20)
씨가 최근 몇몇 기업체에 보낸 구직 호소문. 하지만 상당수 저소득층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접하게 되는 열악한 환경에 좌절하고 있었다. 방치된 보육과 불충분한 사교육, 부족한 문화시설 등으로 인해 '예비 빈자(貧者)
' 로 커간다.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조사 결과 2000년 상위 10%의 사교육비 지출 비율이 하위 10%의 6.4배에 이르는 등 외환위기 이후 계층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벌어졌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실업자 가정이 빠져 있다.
◇ 아이들에게 번진 슬럼문화〓과실치사 사건에 연루돼 가정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시립 청소년쉼터에 상담 의뢰된 중학생 김성수(가명)
군. 金군이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은 또래 문화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金군과 친구들은 모이면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동네 어른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어릴 적부터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술주정도 만만치 않다. 한 상담교사는 "한번은 성수가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와 어른처럼 쉴새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고 말했다. 담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金군 또래의 기호품이다. 종종 동네 빈집에 들어가 본드도 흡입했다.
金군은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그나마 공사판에 나가던 어머니는 몇년 전 허리를 다쳐 거동이 힘든 형편이다.
◇ 방치된 아이들〓초등 4년생 영훈(가명)
이의 장래 직업은 '도둑 또는 강도' 다. 선생님.친구에게 "은행 강도가 되어서라도 돈을 벌겠다" 고 공공연히 말한다.
어머니는 영훈이가 다섯살 때 이혼하고 집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영훈이는 여성이나 이혼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얼마 전 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훈이는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에서 '이혼' 이 쓰인 풍선을 터진 뒤에도 계속 짓밟았다.
◇ 모성 결핍〓초등학생 정빈(가명.12)
이는 스트레스에 의한 원형탈모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빈이의 아버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할머니가 괴롭히는 데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머리가 빠지는 것 같다" 고 안타까워했다.
1983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가끔 집을 찾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정빈이만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때리고 욕을 한다. 흉기를 들고 위협한 경우도 있다.
어머니는 몇년 전 아버지와 헤어진 뒤 재혼했다. 정빈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이따금 '엄마' 를 소리쳐 부르며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골목길을 질주하는 등 자학을 한다.
학교에서는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자기도 하고,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등 공격적인 성향마저 보였다. 결국 아버지와 학교 담임교사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에 정빈이의 상담치료를 의뢰했다. 정빈이를 상담한 복지사는 "아버지가 일을 나가면 정빈이는 할머니의 괴롭힘에 그대로 노출됐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사무쳐 마음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 말했다.
[`난곡` 현장 리포트] 소외지대…떠도는 아이들
열악한 교육환경…정에 굶주려 세상에 적개심 갖기도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oins.com%2Fphoto%2F2001%2F04%2F09%2F5-1.jpg)
"우리 가족은 난곡의 여러 주민들처럼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아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어려워진 와중에도 우등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올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이상 밤에 공부하고, 낮엔 돈을 벌어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
대학생 安모(20)씨가 최근 몇몇 기업체에 보낸 구직 호소문. 하지만 상당수 저소득층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접하게 되는 열악한 환경에 좌절하고 있었다.
방치된 보육과 불충분한 사교육, 부족한 문화시설 등으로 인해 '예비 빈자(貧者)' 로 커간다.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조사 결과 2000년 상위 10%의 사교육비 지출 비율이 하위 10%의 6.4배에 이르는 등 외환위기 이후 계층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벌어졌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실업자 가정이 빠져 있다.
◇ 아이들에게 번진 슬럼문화〓과실치사 사건에 연루돼 가정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시립 청소년쉼터에 상담 의뢰된 중학생 김성수(가명)군. 金군이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은 또래 문화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oins.com%2Fphoto%2F2001%2F04%2F09%2F5-13.jpg)
金군과 친구들은 모이면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동네 어른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어릴 적부터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술주정도 만만치 않다. 한 상담교사는 "한번은 성수가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와 어른처럼 쉴새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고 말했다. 담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金군 또래의 기호품이다. 종종 동네 빈집에 들어가 본드도 흡입했다.
金군은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그나마 공사판에 나가던 어머니는 몇년 전 허리를 다쳐 거동이 힘든 형편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oins.com%2Fphoto%2F2001%2F04%2F09%2F5-11.jpg)
◇ 방치된 아이들〓초등 4년생 영훈(가명)이의 장래 직업은 '도둑 또는 강도' 다. 선생님.친구에게 "은행 강도가 되어서라도 돈을 벌겠다" 고 공공연히 말한다.
어머니는 영훈이가 다섯살 때 이혼하고 집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영훈이는 여성이나 이혼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얼마 전 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훈이는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에서 '이혼' 이 쓰인 풍선을 터진 뒤에도 계속 짓밟았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oins.com%2Fphoto%2F2001%2F04%2F09%2F5-12.jpg)
가끔 여의도공원 등지로 '원정' 가기도 한다. 영훈이는 최근 상담교사에게 "학교도, 공부도 싫다" 며 "중학생이 되면 돈 벌러 가겠다" 고 털어놨다. 상담교사는 이제 열살을 갓 넘긴 영훈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 모성 결핍〓초등학생 정빈(가명.12)이는 스트레스에 의한 원형탈모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빈이의 아버지는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할머니가 괴롭히는 데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머리가 빠지는 것 같다" 고 안타까워했다.
1983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가끔 집을 찾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정빈이만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때리고 욕을 한다. 흉기를 들고 위협한 경우도 있다.
어머니는 몇년 전 아버지와 헤어진 뒤 재혼했다. 정빈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이따금 '엄마' 를 소리쳐 부르며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골목길을 질주하는 등 자학을 한다.
학교에서는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자기도 하고,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등 공격적인 성향마저 보였다.
결국 아버지와 학교 담임교사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에 정빈이의 상담치료를 의뢰했다.
정빈이를 상담한 복지사는 "아버지가 일을 나가면 정빈이는 할머니의 괴롭힘에 그대로 노출됐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사무쳐 마음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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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3. 까마득한 구직 [중앙일보]
◇ 어느 자활공동체의 '맨주먹 신화' 〓난곡 초입에 있는 나눔물산(봉제업)
은 자활공동체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빈곤층의 성공 사례를 직접 보면서 애로 사항을 알고 싶다" 며 그동안 보건복지부 장관 5~6명이 다녀갔을 정도다. 하지만 이 자활공동체의 성공 신화는 정부 지원보다는 초인적인 자활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벌이자 경영자문이나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곳이 없었다. 원청업체의 부도까지 겹치면서 결국 두달여 만에 1억6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그래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길은 없었다. 지방자치단체 발주사업도 거의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영세 자활공동체가 명함을 내밀 곳은 없었다.
"이렇게 하다간 영영 망하고 말 것" 이라고 생각한 전직원은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일감이 있다고 소문난 곳은 어디든 찾아가고, 자정이 지나도록 열심히 일했다. 4년여를 이렇게 버텨왔는데, 요즘은 일감이 뜸해 근근이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문양임(37.여)
대표는 "자활공동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일감을 알선해주는 등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공한 자활공동체라고 부르지 말라" 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일감이 떨어지면서 자본 없이 시작한 전국의 상당수 자활공동체들이 넘어지고 있다. 실제 생산 자활공동체 1호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서울 노원구의 봉제업체 '실과 바늘' 도 지난 2월 말 문을 닫았다.
◇ 주저앉는 30대〓최세진(가명.33)
씨의 난곡 생활은 올해로 3년째. 97년까지만 해도 건설현장 용접공으로 월 1백만원 이상 고정수입을 올렸지만 외환위기 이후 일감이 없어지자 방값이 싼 난곡으로 옮겨왔다.
어떻게 하든 직장을 잡아 이곳을 벗어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지만 일자리 찾기는 마음 먹은 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다 비상금은 동나고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됐다.
마지막 희망이던 기초생활보장제마저 그를 외면했다. 근로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치 2개월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병.의원에서는 관행이라며 3~4주짜리 진단서에 '장기치료를 요함' 이라고만 첨부했다. 동사무소측도 "사정은 딱하지만 서류 위주로 진행되는 감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했다. 그는 "이러다 폐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며 고개를 떨구었다.
◇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관악자활센터는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센터는 1996년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난곡.봉천동 주민들의 특성을 감안해 건물 보수를 전담하는 자활공동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정부는 자활공동체에 관급공사를 우선 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 관련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는 경쟁입찰을 거치도록 해 사실상 자활공동체의 우선 발주를 가로막고 있었다.
센터측은 좀더 큰 공사를 따내기 위해 종합건설업으로의 업종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장애물은 또 있었다. 자활공동체로 인정받으려면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가 3분의1 이상 참여해야 하지만 저기술.저학력인 수급권자가 그만큼 들어갈 경우 많은 기술인력이 필요한 종합건설업으로의 변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센터측은 이 공동체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활공동체 지정기관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자활근로 포기〓40대 초반의 金모씨는 요즘 공공근로에 맛을 들였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전국 곳곳의 공사판을 훑던 그였다. 하지만 최근 웬만하면 어려운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힘들고 다치기 쉬운 노동이나 머리 아픈 사무직보다는 쉽게 일할 수 있는 공공근로가 체질에 맞기 때문이다.
주민 崔모씨는 "외환위기 이후 쏟아지다시피 들어온 구호물자와 공공근로사업이 일부 청.장년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난곡의 저소득층을 관할하는 신림7동사무소는 지난해 10월 기초생활보장제가 실시된 후 자활근로.직업훈련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수급권자 중 17명의 명단을 고용안정센터에 넘겼다. 사전 면담에서 가장 젊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판정된 경우였다.
그러나 벌써 여덟명이 탈락했다. 자녀 양육.노인 부양 등의 이유가 많았지만 "관심이 없다" "시간이 없어서" 라는 경우도 있었다. 한 30대 수급자는 "귀찮다" 며 직업훈련을 거부해 결국 조건부 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난곡` 현장 리포트] 전문가 대책 [중앙일보]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얘기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강씨는 최근 동사무소에서 6개월간 중장비 직업교육을 받으라는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없었다. 야간에 한 공장에 나가며 그날그날 생계를 꾸려가는 강씨에게 훈련기간 중 실비의 보조금만 지급되는 교육훈련은 '먼 나라' 얘기일 따름이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각종 직업훈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내실이 없어 현장에서 잘 먹혀들지 않는다" 고 지적한다.
◇ 근로유인책이 없다〓자활근로 참여를 전제로 보조금을 받는 조건부 수급권자 중 상당수가 일용직 등 불안정한 노동을 해 30만원 정도를 번다. 현 제도는 이들이 다른 일을 해 자활.생계 급여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그 초과액만큼을 급여에서 제외하거나 수급권자 대상에서 탈락시킨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를 기피한다. 학계.시민단체들이 자활적립금제나 근로소득공제 등 근로유인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큰 이유다.
◇ 지자체의 문제=지방자치단체에 자활사업을 전담하는 부서와 인력이 거의 없다. 특히 이 분야 담당자들은 다른 여러 업무와 함께 기존 취로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업무를 본다. 자활 담당부서와 녹지.청소과 등 관련 부서 사이에 협조가 안되는 경우도 많다.
◇ 자활사업이 마땅치 않다〓기초생활보장제 수급권자들은 학력.건강.기능 면에서 정상적인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계층이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마땅한 직종이 별로 개발돼 있지 않다. 기존의 취업알선.직업훈련을 통해 단기적인 취업을 목표로 하기보다 이들에게 적합한 직종.사업을 개발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 자활예산 부족〓올해 잡혀 있는 1천9백억원의 자활사업 예산은 대상자 22만명의 40% 정도에게만 쓸 수 있는 규모다. 이 정도로는 전국적인 자활프로그램을 시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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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4. 가족도 뿔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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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4. 가족도 뿔뿔이
[중앙일보]◇ 어느 부자(父子)
의 슬픔=이농→일용 노동자→가정 폭력.알콜중독→가정 해체. 10년 전만 해도 조용한 시골에서 화목하게 살던 현수(가명.11)
네 가정은 이 순서로 망가졌다.
▶이농.가정 해체=현수의 아버지 金상근(가명)
씨는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착하디 착한 사람이었다. 1990년대 초 평소 농사일을 못견뎌하던 현수의 어머니가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도 고민 끝에 현수를 데리고 뒤따라 상경했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견디다 못한 현수의 어머니는 남편을 상대로 가정법원에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해 '1백m 접근금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노숙자로 전락한 현수 아버지는 인근의 빈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정 해체가 남긴 상처=얼마 전까지 현수의 지능지수(IQ)
는 50. 정신지체아 2급 수준이었다. 현수를 맡았던 상담자는 '강한 두려움과 억압' 이 지능장애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아버지의 심한 가정 폭력과 알콜중독이 지능 발달을 막았다는 것이다. 현수는 미술 시간에 우는 여자 모습을 자주 그린다고 한다.
현수는 상담기관에서 몇년째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증세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IQ도 70~80으로 올라갔다.
◇ 가출〓여고생 정애(가명)
는 지금까지 몇차례 가출했다가 돌아왔다. 잦은 가출의 이유는 "가족의 우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다. 중풍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폐인으로 전락한 아버지….
할아버지.할머니는 30여년간 서울에 있는 달동네를 전전하며 살아왔다. 아버지도 가족을 가난의 수렁에서 건져올리지는 못했다. 공사판에서 일해오던 아버지는 몇년 전 건설 경기가 가라앉아 일감이 없어진 뒤에는 가끔씩 집을 나가 노숙자로 떠돈다. 어머니는 정애가 세살 때 가출한 뒤 소식이 없다.
정애의 큰오빠는 10년 전 "이런 환경에서는 살 수 없다" 며 집을 나간 뒤 여태까지 연락 한번 없다. 두살 터울인 언니도 5년 전에 가출했다.
집을 나갈 때마다 할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려 돌아왔다는 정애, 그는 앞으로 빈곤 문화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달동네 가구주 실직률 76%… 가정마저 무너진다 [중앙일보]
과 중산층 거주지(1~9통)
는 딴 세상이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달동네' 에는 유난히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취재팀이 이 지역 2백가구를 면접 조사한 결과 '나 홀로' 가구가 27%(53가구)
였다. 전체의 18%(36가구)
는 이른바 독거(獨居)
노인들이다.
씨는 10여년째 혼자 지내고 있다. 그에게는 아내와 2남2녀가 있다. 하지만 오래 전 실직에 이은 가정 불화로 가족이 흩어져 거의 남처럼 지내왔다. 두 아들은 수년 전 결혼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어디에 사는지조차 모른다.
아내.딸들과 가끔 전화로 연락하는 게 고작이다. 아내는 중풍으로 몸져누워 막내딸의 간호를 받고 있고, 큰딸은 결혼해 분가했다. 金씨는 취재팀에 "내가 폐병을 앓고 있는데 돈이 없어 자식들이 무시한다" 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식들을 교육시킬 때 술에 빠져 지낸 자신의 잘못은 인정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모두 가족들에게서 버림받은 사람은 아니다. 마땅한 부양가족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는 金씨처럼 가난이 몰고온 가정의 위기를 제대로 못 넘긴 사람들이다.
가정 폭력.불화 등 가족문제와 관련해 33%의 주민이 '가정 상담이 필요하다' 고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는 8%만이 상담을 받았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letter@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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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5·끝 신빈곤대책 세우자 [중앙일보]
#사례1=학원을 운영하던 50대의 김원형(가명)
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도를 맞고 가족과 헤어져 신림7동 난곡의 빈집으로 숨어들었다. 장기간의 도피생활로 주민등록까지 말소돼 '거지' 생활을 해야 했다.
#사례2=지난해 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입시험을 치른 金모(18)
군은 주변에서 '호프(희망)
' 로 불린다. 金군은 수능시험에서 웬만한 서울시내 명문대에 합격할 높은 점수(3백87점)
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수를 택했다. "서울대에 진학해 빈곤의 고리를 끊겠다" 고 생각한 것이다. 8평짜리 월세집에서 근근이 사는 金군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얼마 전 중남미까지 가 돈을 벌어왔다.
빈곤문제 전문가들은 큰 줄기로 봐 다섯 가지의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 빈곤대책도 '기초를 다지자' 〓미국의 헤드 스타트나 일본의 에인절 플랜처럼 대형 민.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요 예산▶프로그램▶수혜 대상 등을 결정해야 한다.
정책수립의 기초가 되는 정밀한 조사.통계가 없다. 정부 어느 기관도 공식적인 빈곤률.빈곤층 규모 등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빈곤 규모 추정치를 놓고 한 시민단체와 보건복지부가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자료가 부실하다.
◇ 민.관 협력을 강화하자〓복지제도는 정부만 나서서는 안된다. 민간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고용안정센터가 기업체.민간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겉돌고 있다.
기업인.현장활동가 등 민간인이 복지정책의 집행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이 참여하면 곧바로 취업과 연결되는 장점도 있다. 영국은 96년 기업인을 중심으로 복지정책 추진팀을 구성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
◇ 자활이 핵심〓아직도 대부분의 공공근로가 허드렛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인기에 영합하는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기 실업자가 많은 현실에서 갑자기 공공근로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빈곤층의 자활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감히 사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시혜 일변도의 현금 지원보다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심각한 질병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은 자활에 앞서 재활을 유도해야 한다. 그들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 노동력이 회복되면 자활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 자녀를 보호하라〓자녀에게 충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빈곤이 대물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이 슬럼문화에 빠져들지 않게 된다.
또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컴퓨터를 지급하고 고속통신망 등을 깔아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학비는 소득공제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 가족을 지켜라〓미국 등 선진국처럼 자녀를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빈곤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이는 가족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방안이다. 긴급 구호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재난.질병 등이 닥치면 가족 모두가 무너져 버린다. 따라서 적시에 구호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는 가족을 위해 일시적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쉼터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 가족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 함께 조사 하신 분
<신림사회복지관>
▶서병수 관장대리▶최성숙 부장▶김춘근 과장
▶이경아.박다애.김영돈 사회복지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강병철.김영미.이미혜.조성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이순형 교수
▶노원나눔의집 김홍일 신부
▶도시연구소 신명호 부소장
▶복지법인 '복음자리' 신명자 이사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순일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 문형표.유경준 연구위원
▶빈곤문제연구소 유점순 박사
▶신림사회복지관 여혜숙 가족치료사
▶서울사회복지사협회 김진학 회장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
▶신림7동 송평수 구의원
▶신림7동파출소장 윤원식
▶관악자활센터 김승오 실장
▶신림청소년쉼터 김선옥 실장
▶김치골공동체 최윤정 대표
▶낙골교회 김기돈 목사
▶수도권주민자치연구모임 김혜경 대표
▶희망교회 전춘우 목사
▶낙골공부방 이경희 교사
▶나눔물산 문양임 대표
▶서울공부방연합회 이미화 회장
▶난곡지역단체협의회 이명애 간사
▶LG화학 김동식 차장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개인.기업.단체에서 '난곡' 주민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참할 뜻을 가지신 분들은 한림대가 운영하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02-851-6753)
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독자와 지역 주민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난곡` 현장 리포트] 독거노인 구호체계 내실있게 [중앙일보]
' 다. 이 제도에는 어린이가 있는 빈곤 가정에 생계비를 우선 지급하고, 스스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미혼모 등 비합법적인 임신에 의해 형성된 가정보다 '1부(父)
1모(母)
' 의 정상적인 가정을 우선 관리한다는 것이다. 약물중독 등의 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마디로 건전한 가정을 육성함으로써 빈곤의 사슬을 끊겠다는 취지다.
TANF에 따르면 빈곤 가정이 복지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혼인 여부에 관계 없이 친부모가 아이에 대해 양육 의무를 다하도록 했다.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지 않는 미혼모는 정부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자녀가 있는 결손가정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이나, 그 역할을 대신할 성인이 반드시 자녀와 함께 살며 학교에 보내야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 미네소타주 등 일부 지역에서 가정 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정상적인 결혼율도 높아졌다.
다음은 국내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정 대책의 문제점이다.
◇ 가족치료.상담 체계가 없다=빈곤지역에서 가족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정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어린이.여성.노인 등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동사무소에 배치된 한두 명의 사회복지사가 대상자들을 찾아내 개별 상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담 프로그램의 개발 및 인적 지원이 필요하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모자 등이 가족 단위로 일정기간 쉴 피난처도 거의 없다.
◇ 다양한 정책이 없다=서울 신림7동 재개발예정지 내 산동네에는 홀로 사는 노인이 1백10여명에 달한다. 이처럼 독거노인 가정이나 편부모.여성가구주 가정 등 해체됐거나 위기에 처한 가족의 특성에 맞는 복지 서비스가 많지 않다. 이들을 겨냥한 차별적인 보호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 긴급구호체계 미비=갑자기 재난을 당한 노인에게 긴급구호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처리 시간이 길어 정작 구호가 필요할 때 제때 집행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금액이 너무 적어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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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난곡` 취재 후기 [중앙일보]
#장면1=지난달 27일 서울 신림7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20대 젊은이. 고교를 중퇴한 뒤 정규 직장을 얻는 데 실패하고, PC방.오락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지금은 공사판에 나간다. 사회가 자신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면2=취학 전 자녀를 둔 30대 중반의 주부는 탈출구 없는 가정생활을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남편, 일을 하고 싶지만 육아에 발목잡힌 자신…. "빈곤층 여성들이 고달픈 삶을 견디지 못해 가정을 버리고 있다" 는 어느 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장면3=밤이면 개.고양이 무리가 신림7동 산동네 골목길을 어슬렁거린다. 재개발을 앞두고 주민들이 하나 둘 이주하면서 버림받은 신세가 된 것이다. 이곳을 대책없이 떠났거나, 떠날 상당수 주민은 기약없이 어딘가를 서성일 게 뻔하다.
취재팀이 난곡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들어가본 결과 상당수 극빈층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취재팀이 접촉한 주민의 3분의2 이상은 외환위기 이후 한번도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절반 이상은 '영영 빈곤 탈출이 불가능할 것' 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난곡지역엔 현재 10여개의 시민.종교단체들이 지역주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난곡에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돼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어머니들이 굳센 자활의지를 갖고 있었다.
취재팀은 ▶2백가구를 면접조사하고▶3대가 모여 사는 20가구의 가계(家系)
를 추적하며▶빈곤전문가 20여명을 인터뷰하는 등 국내언론 사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사 보도' 를 시도했다. 빈곤실태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취재과정에서 놀란 건 우리 사회에 빈곤에 관한 기초통계나 연구논문이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이었다.
난곡의 빈민지역은 오는 6월 이후 재개발이 되면 영원히 사라진다. 하지만 주민의 상당수는 주변 서민층 연립주택의 지하방 등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빈민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확대 재생산될 수도 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엘리트층이 입에 올리기를 꺼려온 빈곤문제를 터놓고 토론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무릎을 맞대고 새로운 빈곤대책을 논의해보자.
이상복 기자<jizhe@joongang.co.kr>
[`난곡` 현장 리포트] 송평수 구의원 소감 [중앙일보]
25년째 서울 신림7동 산101 일대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살고 있는 송평수(56.구의원.사진)
씨는 11일 본사의 '난곡 시리즈' 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98년 9월부터 신림7동 주민모임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 지역의 저소득층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일시적 도움이 아닙니다. 취업 알선 등 자립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 宋의원은 특히 소외된 노인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실시된 뒤 오히려 상당수 노인들은 '보호망' 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현행 법은 부양 자식이 있으면 대부분 수급혜택을 박탈하는 전통적 '효(孝)
'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이는 빈곤 지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며 "혼자 사는 노인의 대부분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경우여서 이 제도를 좀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宋의원은 "오는 6월 이 지역의 재개발이 시작되면 자식 없는 노인들은 무작정 쫓겨나게 되는 만큼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가정이 가난으로 이혼.별거를 반복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고 아쉬워했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letter@joongang.co.kr>
◇ 알림〓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개인.기업.단체에서 '난곡'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참할 뜻을 가지신 분들은 한림대가 운영하는 신림사회복지관(02-851-6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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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곡주민들에 탈출구 열어주자 [중앙일보]
4대 여섯 가구가 이곳에 살면서 대부분 최저 생계비(3인 가족 기준.월소득 76만원)
이하의 생활을 하는가 하면 교육 소외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은 방황하다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난곡 주민들이 이러한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저학력-저소득-노동력 저하란 사슬에 묶여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곳 성인 남녀 2백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1백19명(65%)
이 1997년 이후 단 한번도 직업(공공근로 제외)
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들에게 취업.직업훈련을 통한 자활 의지를 키워주기보다는 공공근로 등을 통한 '집어주기식' 빈민 대책에 치중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빈민층의 실태를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난곡지역의 경우 사회복지사 한명이 1천4백여명을 담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별 상담을 통한 취업 알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대책이나 형식적 제도로는 가난 대물림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65년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마련해 빈곤층 유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2백만명에게 교육 지원.상담 치료를 했으며 일본도 94년 에인절 플랜(Angel Plan)
을 세워 취업.보육 지원을 해 왔다.
이제 우리도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짜 유아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자녀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야말로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보육시설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체계적인 자활대책을 마련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민과 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첫댓글 엑박의 압박이..
그래도 보려고 애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