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운길산산행 번개를 치긴 쳤지만 과연 몇분이나 동행해 주실런지 별로
기대를 못했었는데 ...
밤늦게 혹시나 싶어 살짝 카페에 들어가 고개를 내닐고 봤더니 산사랑님과 산녀
님이 다녀가시며 댓글를 달아 놓았는데 산녀님은 선약이 있어 못가시고 산사랑님
이 참석을 하신다고 한다 .
같이 갈사람이 없으면 집사람과 둘이서라도 다녀올려고 했는데 ...
역시 이정도면 절반의 성공이다 싶어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여자들이란 밥싸고
반찬싸고 하는일 외에 얼굴에 그림도 그려야 하니 참 바쁘다.
8시쯤 늘보 다람쥐님이 전화와서 산사랑님이란 남촌에게 계속 전화를 했는데 왜
그렇게 전화가 안되냐구 하시면서 아직 준비가 하나도 안됐는데 이제라도 가도
되겠냐구 하시는데 천군만마가 따로 없다.
먹을것 내가 다 싸갖고 갈테니 몸만 오시라고 하곤 서둘러 나오는데 임꺽정님이
전화가 와서 아침에 알았는데 선약이 있다고 잘다녀오라고 하신다.
좀 있다 산울림님 도 전화를 주셔서 파주에 가신다고 못오신다고 하신다.
굳이 전화를 안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남촌 기죽지 마라고 격려를 해 주시는 것같다.
하긴 뭐 이정도로 기죽을 남촌도 아니고....뭐 이정도면 아까 절반의 성공에서
보태면 100%의 성공인데.... 하며 잽싸게 버스에 올라 구리역을 향하는데
오늘따라 이놈의 버스 왜 이렇게 늑장을 부리는지...
집사람은 뭐 맨날 어디가면 미리 준비하지 않고 늦잡친다고 말이 많다...
하지만 뭐 잔소리가 대수랴...
이 좋은날 맑은 공기 마시며 산에 오르는데 이 정도 잔소리야 뭐 백번이라도
감수해야지 하며 9시 조금넘어 구리역앞 벤취에 도착하니 멀리서도 대번에 알아
볼수 있는 우리의 호프 산사랑님 벤취에 앉아 열심히 자판으로 문자를 두드리고 계신다.
9시30분 늘보 다람쥐님까지 도착해 4명의 단출한 운길산 산행팀 보무도 당당하게
GS백화점앞 버스정류소에서 2228번 진중리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다른버스는
다 오는데 이놈의 버스만 빵구가 났는지 좀체 올 생각을 않는다.
하릴없이 벤취에 앉아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이제 덥다고 조금씩 노출을 시작하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혼자 속으로 품평을 한다.
집사람이 알면 야단나겠지만 어찌 남의 마음속까지 짐작하랴?
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버스번호를 확인하며 사람들 표정과 옷입은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거의 한시간이 다되가는 10시30분이 되어 버스가 왔는데 말 그대로 만원이다 .
복장이나 행색들을 보니 반 이상이 등산객 같은데 대부분 운길산이나 예봉산을 등산할
등산객들 같다. 늦게온 완행버스가 또 여기 저기 정류장마다 한번씩 들러 쉼없이 승객
들을 들여 마시고 토하며 달리는데 그래도 창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면 싱그럽기만 하다.
덕소를 둘러 한참 전철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팔당을 지나가는데 아파트 담장을 휘감고
수도 없이 피어있는 천만송이의 붉은 장미의 유혹이 현란해 잠시 현기증이 나서 눈을
뜰수가 없다.
길가에 곱게 단장해 놓은 다른 이름모를 꽃들과 화초들과 시원한 가로수 모든것이 즐겁고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니 정겹고 따뜻하기만 하다.
거의 1시간 15분의 긴여정끝에 진중리 삼거리 검문소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비록
오는동안 좁은 차안에서 시달리느라 다리도 아프고 했지만 오른쪽으로 보이는 팔당대교
밑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
그리고 끝간데 없이 녹색 들불이 번져간곳에 펼쳐진 시원한 수목과 산야를 보니
피곤은 어디로 가고 새 힘이 솟는다.
콘크리트 농로을 따라 걷다보니 길가에 뽕나무 가지에서 새까만 오디가 잎사귀 밑에서
살며시 내다보며 그냥 갈거냐고 유혹한다.
그럼 당연히 들렀다 가야지 하며 다가서니 새까만 오디가 지천이다.
아! 이렇게 자연산 오디를 직접 따본지가 얼마만인가 싶어 몇개를 따먹어 보니 달큰
한게 꽤 맛이 들어 있다.
비록 손과 입에는 잉크를 칠해 놓은듯 시커먼 물이 들지만 그게 뭐 대수랴~~~
계속 길을 따라 가는데 조금 이상하다.
옛날엔 차를 가져가서 조금만 가면 언덕이 나왔었는데 계속가도 콘크리트 소로가
계속된다. 앞서가든 등산객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물어불 사람도 근처에 없고.
혼자 올라가는 분이 있어 어디가냐고 물어보니 수종사를 가신단다.
어차피 운길산 가다 보면 수종사가 있으며 어떻게든 운길산 등산로가 나타나겠거니 하고
계속 가도 길은 반복되고 좁은 길을 지나는 차량들 때문에 수시로 길가로 피해야 하니
은근히 부애가 난다.
거지같은 놈들 어디 차없는 놈이 있냐 이 좁은길을 차를가지고 다니냐고 속으로 욕을
하는데 한참을 가다 물어보니 여기가 수종사가 아닌 세정사 가는 길이란다.
어차피 다시 돌아가기는 글렀고 가다보면 등산로가 나온다니 계속 가는데 우측에 오래된
큰 뽕나무가 있는데 정말 오디가 새까맣게 달려있다.
길에도 새까맣게 떨어져있는 오디를 보고 어찌도 그냥 지나가랴.
부지런히 길위에 떨어진 오디를 줍고 나무에 달린 오디를 따는데 앞에 벌집이 있다고 한다.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와서 보니 정말 벌집이 있는데 커다란 말벌이 있는것 같은데 만약
그 큰 벌에 쏘였다면 최소한 중상 같다.
하지만 또 뽕나무를 쳐다보니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그래도 줏은 것만으로도 술을 담으면 한병은 충분히 나올것 같다.
좀 아쉬우니 우리 이번 토요일에 다시 오자고 현실성없는 약속을 하며 집사람을 달래
걸음을 재촉하는데 다시 조금 더 가니 이번엔 산딸기가 또 지천이다.
갈길은 뭔데 우리 집사람 눈에는 먹을것만 보이니 앞서가는 우리 산사랑님 아마 속으로
엄청 투덜거렸을것 같다.
엉뚱한 곳으로 오는 바람에 제대로 등산도 못하고 더운 아스팔트길을 따라 가느라 발도
아프고 얼마나 속이 쓰렸으랴?
하지만 화도 못내고 마냥 뒤처지는 후미를 바라보는 눈초리를 생각하니 엄청 미안스러워진다.
그러나 역시 주변의 경치는 한마디로 죽인다.
길가에 수도없이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들의 향기,
나무잎을 부딛치며 아스라이 쏟아지는 초록 햇살,
길옆에 맑고 투명한 냇가에 빠르게 헤엄치고 있는 조그만 물고기들,
이산 저산 옮겨가며 꼭꼭 거리는 한가로운 산꿩의 암컷을 찾는 구애의 소리,
감자밭에는 한창 하얀 감자꽃이 흙속에 튼실하게 익어가는 풍성한 결실을 얘기하고,
산비둘기는 구구구 울어재키고,
멧새들은 부지런히 높은 하늘을 날고 있다.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맑고 청명한 시원한 바람....
그럭저럭 한참을 거의 1시간을 올라 가니 12시30분인데 이제부터 정식등산로가 시작된다.
사실 이시간이면 정상을 정복하고 맛있게 점심후의 오후의 나릇함을 즐길 시간인데..
아직 제대로 등산다운 등산도 시작하지 못하고....
모든것이 내 탓인것 같아 무척 미안하고 송구한 맘이다.
오면서 토마토랑 고구마랑 하나씩 먹었더니 그리고 오디와 산딸기로 배를 채운 탓인지
별로 밥생각은 나지 않는다.
거미박물관을 지나 등산로 초입에서 잠시 쉬며 늘보 다람쥐님이 싸가지고온 울릉도
호박떡을 주시는데 그맛이 또한 천하진미다.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보랴?
내가 본래 떡을 좋아해 어렸을때부터 떡보라고 불렸는데 지금도 부페식당을 가면
최종적으로 항상 떡들어갈 자리와 괴일 들어갈 자리는 비워놓는데 이렇게 맛있는
떡을 보니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피해가랴?
40분정도 올라가니 운길산과 예봉산을 이어주는 능선이 나온다 .
이제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운길산을 갈것인지?
그렇잖으면 좌회전해서 예봉산을 갈것인지? 결정을 해야한다.
약간의 갈등끝에 전에 운길산은 와본 적도 있고 해서 이왕이면 좌회전해서
예봉산으로 가기로했다.
30분정도 가다 이왕이면 무겁게 등에 짊어지고 갈게 아니라 뱃속에 넣어 가자고
합의하여 길옆에 자리를 잡고 지고간 베낭을 풀러 1시30분에 점심을 먹었다.
늘보 다람쥐님하고 산사랑님 몫까지 4인분을 싸가지고 갔는데 다들 밥을 싸가지고
오시고 각자 상추도 싸오고 해서 사람수에 비해 퍽이나 음식이 푸짐하다.
산사랑님이 막걸리 한병을 가져오시고 남촌이 집에서 담은 산다래술 한병 그리고
늘보다람쥐님이 복분자술 한병 해서 3병을 꺼내 한잔씩 하는데 평소 별로 술을 잘
못먹는 나지만 그래도 각기 다른 세종류의 푸짐한 술병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다 .
거기다 보온병의 커피까지 한잔하니 이 세상에 더 이상 뭣이 부러우랴?
2시30분 즐거운 식사시간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예봉산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하는데 금방 밥을 먹고 나니 배는 불러오고 한잔술에 호흡은 가빠오고 길이 산책길
같이 넓고 편한 길인데도 무척 힘이 든다.
할수 없이 잠시 쉬었다 소화를 시키고 가기로 하고 30분동안 앉았다 일어나니 훨씬
몸이 편안해진다.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둥굴레 잎사귀가 무척 많다.
아마도 사람손을 타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고요한 산중에 한동안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늘 떠오르는 부산 남쪽 바닷가옆 계정마을...
실업계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든곳,
물도 설고 낯도 설은 그곳에서 일요일 날이면 참 뻐꾸기도 많이 울어 댔었는데...
고향이 그립고 친구가 그리워 낯선 바닷가 근처를 서성이며 무척도 외로움에 목이 메이던
곳이었는데 생각하면 벌써 어언 30년이 흫렀다.
청운의 푸른꿈에 불타던 20대 초반의 청년은 어느듯 50대의 초로가 되어버리고...
잠시 옛날 생각에 젖어 흘러가는 휜구름을 보고 있으려니 집사람의 행동이 갑자기
민첩해진다. 뭐든지 보면 호기심 많고 채취 하는것 좋아하는 우리 집사람 눈에 또
고사리가 눈에 띄었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수가 있으랴?
열심히 고사리를 채취하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며 아직 소녀적 그 호기심과 사물에 대한
관심이 살아있음이 다행스럽고 무척 고맙기도 하다.
몸은 50대지만 마음만은 그래도 20대의 밝고 명랑한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있어주길 바라며
주변에 일부러 만든 듯한 잘생긴 소나무와 수목들을 뒤로하고 문필봉을 거쳐 예봉산 정산을
오르니 헬기장 옆에 조그맣게 세워놓은 표지석이 보인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기가 예봉산 정상인지 제대로 알기도 힘들겠다.
그런데 정상에서 부지런히 막걸리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이제 더 이상 손님이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지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계신다.
생각보다 훨씬 늦은3시30분에 예봉산정상을 밟고나니 날씨가 흐려지고 기온이 떨어지며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이 습기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이 불어오고 조금만 더 그 바람을
쐬고 있으면 감기라도 들것 같다.
시원한 자연산 무공해 바람을 맞으며 이맛에 힘들고 어려운 산행길 고생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정말 이 아름답고 귀한 금수강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곱게 넘겨 주어야지
다짐하며 생각하니 오늘이 무슨 날인가? 이나라 이 민족을 위해 살신성인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이 아닌가?
비록 세상이 이상해져 현충일이 공휴일의 하나로 놀고 쉬는 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일년중
하루라도 그분들을 생각하며 고귀한 넋을 기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우리 중산방 번개때는 항상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날씨가 좋다고 생각
했는데 예외없이 오늘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이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어찌 현충일날 고국을 위해 산화한 그분들의 눈물인양 한줄기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나와 집사람은 우의를 챙겨갔지만 산사랑님과 늘보 다람쥐님이 우의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여 가능한 빨리 내려가기로 하고 부진런히 하산길을 재촉하여 본다.
생각보다 길이 힘들지 않아 팔당으로 내려오니 5시다.
조금더 걸어 내려와 5시 30분에 8번 문호리 버스를 타니 예상외로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하게 졸며 올수 있었다 GS백화점 앞에서 졸고 있는 산사랑님을 깨워 구리역
에 도착하니 6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오늘 거의 7시간의 짧지않은 산행 탓인지 다들 피곤하신것 같아 차마 뒷풀이
얘기는 못 꺼내겠고 하여 구리역에서 늘보 다람쥐님은 전철로 향하고 산사랑님은
걸어서 집으로 가신다고 가시고 우린 조금 기다리다보니 2번 마을버스가 와서
타고 집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되어간다.
비록 적은 인원이 함께한 산행이었지만 그런데로 꽤 괜찮은 산행이었다고
생각해보며 피곤하여 나근한 몸에 번져오는 흐뭇한 행복을 맛보며 다음 산행은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해보며 다음 산행을 기다려본다.
첫댓글 너무나 생생한 후기 잘 읽고 갑니다.......고생을 좀 하셨군요 네분의 전사들 고생 하셨구요~~
산울림님 염려 덕분에 잘 갔다 왔습니다.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옆에 계셨던 분이 어부인이셨군요....근데 오디랑 고사리는 어찌 된거예요??? 벌써 드셨는지 입에 군침이 도는것이......에긍 난 넘 먹는것을 밝히는게 탈이야!!
오디와 산딸기는 술을 담아놓았는데 적당히 익으면 가져가서 산여시님게 품평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단촐하고 오붓한 산행 잘 하셨네요. 다음 번개는 제일 먼저 달려갈 자신 있거든요.
역시 산행에는 산녀님이 계셔야 되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번개앤 참석할 수 없는 몸 임을 한탄 하면서 ,,내 고향산천을 나보다 더 잘 표현 하시니 부럽습니다////
다음에 꼭 함께 할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요.
막걸리~산다래술~복분자~~종류별로 다있었는데 풀잎이 좋아하는 이슬이는 없었네요~~이슬이 가져간다했음 열일 제쳐놓고 갈수도 있었는데~~ㅋㅋㅋ
다음에 이슬이 꼭 책임지고 가져갈테니 풀잎님 무조건 오세요.
글 잘 읽었네요~고생은 조금했지만 넘 잼있는 산행이였군여~담엔 저두 참석을 해야겠네욤~^^
빗방울이야기님 가능한 멀지않은 시간에 꼭 뵐수있길 바래봅니다.
은제 이리 잼잇는 산행기를 쓰신거야요 ...산행기 잼있게 잘쓰셨구요...ㅎㅎㅎ 덕분에 저도 즐거운 산행이었답니다..
산사랑님 고생 많이 시켜드려 넘 지송하네요~~~
언제쓴것이가봬~~~~~이제야 보았을까~~?~~ㅎㅎ 남촌님에 실력을 번개산행기에서 드디여 나타나셨군요,, 재미있네요,,,어쩸~~한발짝~~산과~나무,강을 생각을 글로 나타난다는것은 어려운 일인데,,,오디한병을 담아서 다음에 오실때,,,,오디주 가져오시는거죠,,,잘읽고 갑니다,,
꺽정님을 위해 특별히 순도가 높은 45도의 오디주 담아놨으니 제대로 익으면 시음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앗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