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기도 공공버스 노조의 파업사태
이용시민을 볼모로 삼는 파업을 중단하고,
문제점의 정확한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오늘날 경기도 시내버스의 이슈가 모두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때가 있었는가. 아마 그 전례를 찾아보기 매우 어려울 것 같은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경기도 시내버스 업계가 다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운수업계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수도권 시내버스 업계의 파업위기가 한 차례 있었으며, 다시 2년이 흐른 올해 전자노련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공공버스 노조(13개 지역, 18개 운수업체)에서 지난 10월14일자로 또 다시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명목으로 파업을 단행하려고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올해 역시 첫차시간 1시간여를 앞두고 철회되어 교통대란 및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상황을 가까스로 피해갔다.
하지만, 가볍게만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이번 상황은 2년 전과 전혀 다르다. 처음에는 새벽에 ‘극적 타결’이 되었지만, 올해의 경우 노조에서 ‘조정 신청 취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가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상태로 경기도민의 발이 묶이는 파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노조가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하여 한 달여의 유예기간을 둔 상태로 이 후에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파업을 강행하겠단 뜻으로 파업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서 우리는 파업의 대상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2019년과 올해를 비교할 때 경기도 모든 유형의 시내버스가 아닌 광역버스. 그것도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광역버스가 파업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공공버스 정책은 분명 종사자들의 안전한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을 보장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소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여전히 제도적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경기도 공공버스 노조의 파업원인
이번 공공버스 노조의 파업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서울 및 기타 광역시 준공영제와 비교하여 월 50만원 적은 임금격차의 해소, 현행 3년 단위 호봉 승급 연한을 2년으로 단축, 2층 버스 및 심야운행 수당 지급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 중 임금인상에 대해선 양측 모두 공감했으나, 인상비율 및 세부사항에선 팽팽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나마 노조 입장에서 큰 틀에서의 공감대는 형성되었으며, 세부협상을 빌미로 버스를 멈추는 것은 시민들의 불편함만 가중시킬 뿐 파업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철회한 것이다.
다만, 아직 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통해 임금교섭에 또 한 번 차질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파업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엔 경기도 공공버스 및 민영제 업체 중 18개 일부 업체만이 해당이었으나, 노조가 민영제 시내버스의 근로조건 개선 및 1일 2교대제 시행까지 요구하고 있어 자칫 파업의 불씨가 경기도 전 지역 운수업체로 번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가 없다. 실제 경기도 전 지역의 버스가 멈춘다면 시민들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하기에 만약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만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사실 경기도 시내버스의 문제를 어제 오늘만의 일로 다루기엔 갈등요소가 너무도 큰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것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가 왜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경기도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이 어떤가를 알아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지금처럼 서로 책임소재를 따지기만 한다면 공방만 이어질 뿐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내버스의 쟁점과 이번 파업의 정당성
불과 4년 사이에 경기도 시내버스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2017년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가 발단이 되어 주52시간제가 시행되었고, 2018년에 경기도 14개 시, 군을 대상으로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었으며, 작년 2020년을 기점으로 운수업체의 영구적 노선소유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경쟁 입찰을 통하여 민간 운수업체에게 위탁하는 노선입찰형 준공영제. 경기도 공공버스 제도가 실시되었다. 올해 기준으로 경기도 공공버스는 전체 39개 운수업체가 총 220개 노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버스 체제의 도입은 광역노선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이 주요 장점이며, 코로나 상황으로 이용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공호흡기’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단, 일부에선 기존 격일제와 달리 1일 2교대제로 매일 출근을 해야 해서 힘들다는 의견도 존재한지만 전체적으로 광역버스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된 부분에 대해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공버스 체제가 또 하나의 갈등요소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공버스로 전환된 광역노선들의 경우 업체, 운행환경 및 호봉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약 3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거리, 단거리 구분 없이 비슷하다는 점인데 공공버스 전환과정에서 어떤 노선은 대당 운행회수가 줄어듦과 동시에 배차시간에 여유가 생겨 운행환경이 좋아진 곳이 있는 반면에 일부는 운행회수 조정 없이 기존 민영제 시절과 근로여건 차이에 변화가 없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도가 ‘친절기사 인증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모든 종사자들에게 친절운행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에게 응대하는 방법들을 제시한 ‘감성버스 표준 매뉴얼’을 마련했기에 사실상 공공버스 종사자들은 운행업무에 큰 부담을 느낀다.
그렇기에 크고 작은 불만이 쌓이고, 쌓이는 원인들이 파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허나 친절운행 독려 문제나 노선별 운행환경을 파악하지 않은 급여체계 부분을 제외하면 공공버스 종사자들의 어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공공버스와 달리 똑같이 하루 15~20시간 정도를 격일제로 근무하는 민영제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이 더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이는 공공버스 도입 초반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지만, 똑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공공버스기에 1일 2교대제 근무 및 안정적 급여가 보장되면서 누구는 민영제 시내버스라서 공공버스 종사자들이 받는 혜택. 그 중 백신휴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차별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차별들이 똑같은 사업장 내부의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갈등해결을 위한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의 파업은 어떤 경우로든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지역 중 수원시의 경우 관내 6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대체 교통수단이 미흡하여 버스의존도가 높은 가평군까지 파업에 참여하려고 했다. 게다가 공공버스를 포함한 시내 및 공영버스, 시외직행까지 중단대상에 포함시킨 업체도 있었기에 파업이 실제로 발생했다면 더욱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여 아무리 근로환경 개선이 목적이더라도 버스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역까지 파업에 참여한 것은 곧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잡은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공공버스 노조에서 최소한이라도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한 부분까지 추가로 거론했더라면 어느 정도 파업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허나 공공버스 개통과 함께 운수업체들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승객감소를 핑계로 지속적인 시내버스 운행대수의 감차는 지적하지 않았을 뿐더러, 노선의 소유권은 운수업체에 있는 만큼 공공에서 개입할 권한은 없으나 버스운행에 필요한 재정에 대해 공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어불성설’에 가까우며, 이는 곧 요금인상을 빌미로 이용시민의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강조한다.
경기도의 책임여부 및 결론
2019년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파업, 올해 공공버스 노조의 파업까지 모두 전자노련이 주도하였기에 이용자의 시선에선 요금인상을 내세운 파업이란 점에 대부분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경기도 시내버스의 운행환경 및 근로여건 문제가 언론으로 수차례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쌓이고, 쌓인 갈등과 불만이 한 번에 분출된 끝에 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즉 누가 더 책임소재가 큰가를 따지기보다 결국엔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어 고민해야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파업을 주최한 노조보다 경기도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의 계기가 당초 경기도 공공버스 출범 당시 경기도가 ‘운송원가 결정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는 내용을 조례에 포함시켰기에 노조에서 경기도가 임금교섭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틀리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광역버스 사무를 각 지자체에 위임하였기에 교섭문제는 지자체, 노사가 해결해야 할 일이며 경기도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공공버스 자체가 시, 군이 노선을 소유했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은 운수업체와의 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현재와 같은 공공버스, 민영제 시내버스간의 차별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교통네트워크에선 지난 공공버스 노조의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례상으로 운송원가 결정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는 점을 포함시켰으므로 또 다시 이번 파업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점. 둘째는 공공버스 노선을 소유하고 있는 각 시, 군의 지자체는 운수업체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하여 손을 놓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공공버스 및 민영제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종사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공버스, 민영제 시내버스 구분 없이 백신휴가제 등의 기본적인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