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산천(山川)
[봉의산]
○ 조적(趙績)
使君幽興在烟霞 이 고을 원의 흥 안개와 노을에 있어,
陟彼崔嵬弄物華 저 높은 언덕 올라 물화를 희롱하네.
碧嶂千里圍曠野 푸른 산봉우리 넓은 들에 겹쳐 있고,
淸光五道貫平沙 맑은 빛 반짝이는 다섯 물줄기 평사를 관통했네.
蘭山淑氣靑春動 봉의산 맑은 기운 푸른 봄 속에 일렁이고,
楡谷晴光白日斜 느릅나무 골짜기 맑은 햇빛 비껴있네.
酒盡不須尋去路 술 다해도 갈길 찾지 않으니,
浮生乘醉卽爲家 덧없는 인생 술 취하면 그곳이 내 집.
○ 옛 시
鳳儀高頂鎖靑霞 봉의산 높은 마루 푸른 노을로 잠겨있는데,
暇日登臨勝九華 틈내어 올라보니 구화(九華)보다 빼어나다.
野抱山還山抱野 들은 산을 안고 산은 또 들을 안고,
沙橫水更水橫沙 모래는 물에 비껴 있고 물 또한 모래에 비껴있네.
鷺洲烟浪樽前活 노주의 아지랑이 술동이 앞에 아른거리고,
龍嶽雲林眼底斜 용악(龍嶽)의 구름 덮인 숲 눈 아래 비껴있네.
自是壽春淸絶處 수춘(壽春)은 세속 인연 끊을 수 있는 맑은 곳,
卜居吾欲近仙家 이곳에 복거(卜居)하면 내 신선 되겠지.
[청평산(淸平山)]
○ 곽여(郭璵)
淸平山水似湘濱 청평의 산과 물 상수처럼 아름다운데,
邂逅相逢有故人 옛 친구와 여기서 만났다.
三十年前同擢第 삼십 년 전에 과거급제 같이 하고서,
一千里外各棲身 천리 밖에 떨어져 각기 살았네.
浮雲入洞曾無事 뜬구름 골짜기에 들어와도 더럽혀지지 않고,
明月當溪不染塵 밝은 달 시내 비추어도 티끌에 물들지 않네.
目擊無言良久處 오래 있던 곳 보고 나니,
淡然相照舊精神 옛날에 그 기개 높던 정신 담담하게 드러난다.
○ 이자현(李資玄)
煖遍溪山暗換春 따뜻한 기운 계산(溪山)에 퍼지니 어느덧 봄,
忽遇仙杖訪幽人 홀연히 선장(仙仗) 짚고 이 사람 찾아 왔네.
夷齊遯世惟全性 백이 숙제 세상 피해 성명을 보존했고,
稷契勤邦不爲身 직과 설이 나라 위해 한 일 한 몸 위해서가 아닐세.
奉詔此時鏘玉佩 조서 받든 이때, 옥패 딸랑딸랑 울리는데,
掛冠他日拂衣塵 관 벗어 건 그 날 옷에 흙먼지 떨겠지.
何當此地同棲隱 언제 이 곳에서 함께 은거하여,
養得終來不死神 영원히 죽지 않는 신선될 수 있을꼬?
○ 이우(李堣)
路過淸平院 길 청평원(淸平院) 접어드니,
山高水淸淺 산은 높고 물은 맑고 얕다.
秋氣集兩岸 가을 기운 양 언덕에 모였는데,
颼飅響翠巘 바람소리 높은 산 울린다.
千年尙幽獨 천년토록 홀로 그윽함 지켜,
可想高士踐 덕 높은 선비의 자취 생각게 한다.
希夷相門冑 희이(希夷)는 재상가 집안의 자손,
飄然謝簪冕 표연히 벼슬길 버렸다.
泉石傳靑氈 샘물 흐르는 돌엔 푸른 이끼만 남고,
況履霜露泫 내딛는 발길엔 서리와 이슬만 더욱 반짝인다.
玄杜白岩社 이자현 거처하던 곳 백암사(白岩社).
文殊換新扁 지금은 문수로 이름 바꿔 새로 지었네.
一去三十年 한번 떠나 삼십 년.
千仞同偃蹇 천 길 높이 솟은 바위.
尺一飛天門 왕의 칙서 대궐서 날아드는데,
岩扃固重健 바위 문 겹겹이 굳게 닫혔다.
一身比魚鳥 한 몸 물고기와 새에 비유하니,
淸詞動宸輦 맑은 말에 군주도 감동했다.
高風激貪懶 높은 기상 탐욕에 젖은 사람 분기시키니,
豈但能獨善 어찌 독선(獨善)이라고만 하리.
靑丘山水勝箕潁 우리나라 산수는 기산 영수보다 아름다운데,
只恨洗人耳自鮮 오직 귀 씻는 사람 드물어 안타깝다.
靑編不見隱逸傳 청사(靑史)엔 은일전(隱逸傳) 뵈지 않고,
石瀨潺潺空蘸蘇 돌 여울 잔잔히 흐르는 물 속엔 이끼만 남아있다.
惟公千古名 오직 공의 이름만이 천고에 남아,
獨與江流轉 홀로 강과 더불어 흐른다.
我作托迷客 내 갈길 잃은 나그네 되어,
再對靑山靦 다시 푸른 산 마주하니
白雲生晩峀 흰 구름 저녁 봉우리에 피어올라,
東西任舒卷 동서로 흩어졌다 모인다.
公閑雲亦閑 공 한가하니 구름 또한 한가터니,
愧我非雲伴 나 부끄럽게 하는구나. 구름 벗 아니라고.
○ 이황(李滉)
峽東江盤棧道傾 협곡 동쪽 강가엔 잔도 비껴있는데,
忽逢雲外出溪淸 홀연히 만났다 구름 밖으로 흘러나오는 맑은 계곡물.
至今人說廬山社 지금 사람은 여산사(廬山社)라고 말하지만
是處君爲谷口耕 이곳은 골짜기 어귀에서 당신이 밭갈이 하던 곳.
白月當空餘素抱 밝은 달 허공에 떠 천지 감싸고 있는데,
晴嵐無跡遣浮榮 걷힌 산기운 흔적 없으니 이 세상 영화도 산기운인 듯.
東漢隱逸誰誇傳 동한의 은둔한 선비 누가 과장하여 전하나,
莫指微玭病白珩 작은 허물 가리켜 하얀 옥 나쁘다 마시게.”
○ 이주(李冑)
眞樂曾遊地 진락(眞樂)이 일찍이 놀던 땅.
文殊不住天 문수도 하늘에 살지 않네.
客來沐浴念 객 찾아드니 몸 씻고 싶은 생각.
始覺片時禪 비로소 깨달았네 잠시의 선(禪).
[소양강]
○ 유숙(柳淑)
江邊春氣烟非烟 강가의 봄기운 아지랑이인가.
江頭花開雨後天 강머리 꽃은 비온 뒤에 더욱 활짝.
蘭橈來往明鏡裏 노 저어 맑은 거울 속 오가는데,
松亭掩暎屛風前 소나무 정자 가려 병풍처럼 앞에 비치네.
此間景物稱人意 이 사이 경물 시취 북돋우니,
徐行信馬不動鞭 말타고 천천히 가며 채찍 쓰지 않는다.
良辰樂意莫辜負 좋은 새벽 즐거운 마음 어느 것도 저버리지 않는데,
頭上歲月如犇川 머리카락 물들인 세월 달아나는 냇물 같네.
亭前大野天共遠 정자 앞 넓은 들 하늘까지 뻗쳐있어,
倚欄縱目心闊然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니 마음도 활짝.
落花紛紛飄舞席 낙화 하염없이 휘날려 떨어지는데,
春禽嚶嚶和管絃 봄새는 앵앵거려 관현에 화답하네.
喜予勝景遊觀日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놀며 즐기는 날.
正値民居富庶年 백성들 모두 부유 속에 사는 때.
世間功名杏與梅 세간의 공명은 살구꽃 매화꽃처럼 잠깐인데,
癡兒欲速焦中懷 어리석은 사람 서두르느라 애간장 타네.
我今老病百無用 내 지금 늙어 병드니 모든 것 쓸모없고,
井渫不食生莓苔 우물물 먹지 않으니 해태가 생겼네.
古來賢達今安在 옛날의 현달한 사람들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大江東流不復廻 큰 강 동으로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樽前一笑不易得 술동이 앞 한 웃음 얻기 쉽지 않으니,
對花强飮三兩盃 꽃 마주하고 두 세 잔 들이키네.
人生聚散何足道 사람이 살며 만났다 헤어지는 일 말해 무엇하리.
世事過眼隨飛埃 세상사 눈앞에 떠서 날리는 먼지와 같은 것.
徘徊吊古空嘆息 배회하며 옛날 일 생각하다 슬퍼하니 다만 탄식 뿐,
千年斷碣埋山萊 천년의 조각난 비석 산의 잡초 속에 묻혀 있네.
每將詩酒酬春色 시와 술로 봄 경치 수작할 때마다,
莫待無花空寂寞 꽃 없다 쓸쓸히 대하지 않았지.
誰家泉甘有林竹 뉘 집에 대나무 숲과 단 샘물 있는 고,
招此無家遠遊客 집 없이 떠도는 이 먼 손님 불러 좀 주지.
○ 이달충(李達衷)
昭陽江草綠如烟 소양강 풀 연기처럼 푸른데,
昭陽江水碧於天 소양강 물 하늘보다 파랗다.
情興難容宇宙內 마음 움직여 일어나는 흥 한도 끝도 없어,
吟哦已入羲皇前 태고적 옛 시절 노래로 읊조린다.
平看大野正如局 마주보는 넓은 들 바둑판 같은데,
遠望靑山頗擧鞭 멀리 청산 바라보며 자주 채찍 휘두른다.
誰知仲尼嘆逝水 누가 알리, 중니가 흘러가는 물 보고 탄식한 뜻을,
競效崔灝吟晴川 다투어 최호 본 떠 맑은 물 읊조린다.
去年過此秋颯爾 지난해 이곳 지날 땐 가을바람 스산터니,
今年過此春茫然 금년에 이곳 지나니 봄빛 한없이 펴졌다.
羅綺香薰琥珀枕 비단 향기 훈훈한데 호박 베개,
別離聲苦鴛鴦絃 이별의 노래 소리 원앙현(鴛鴦絃) 괴롭힌다.
多情自謂少壯日 다정하게 말했지, 아직은 젊다고.
屈指還驚老成年 그러다 손가락 꼽아보고 오히려 놀랐네 늙은 나이.
江淸安用心渴梅 강물 맑으니 어찌 목말라하리.
江流可以寄予懷 흐르는 강물에 내 마음 부칠 수 있는 것을
繞江皐芳綴瑤草 강 언덕 빙 둘러 향기로운 풀 돋아 있는데,
愛江石芳坐綠苔 강가의 돌 사랑스러워 이끼에 앉았다.
牽攀六龍日馭驅 해 몰고 가는 육룡 끌어 당겨,
挽到百歲風光廻 백세토록 아름다운 풍광 붙들어 매리
沽酒何論十千斗 술 한말에 만금이면 어떠리.
逢人輒釂三百盃 사람 만나면 삼 백 잔은 마셔야지.
從此徜徉山水窟 이제는 산수 좋은 곳에서 맴돌며,
灑然脫落康衢埃 번잡한 거리의 티끌 깨끗이 털어내리.
行險須知世道惡 험한 세월 살자면 세도 악한 줄 알아야겠지.
多荒要去心田萊 마음의 밭 황폐해졌으니 잡초 뽑아야 하리.
東山不妨有聲色 동산에서 달빛 바람 소리 마음대로 즐기니,
首陽何苦守寂寞 수양산에서 어찌 적적함 지키리.
主人聽此昭陽行 주인이여! 이 소양강 노래 들어보고,
努力勞慰昭陽客 소양강 찾는 길손 위로해 주시게.
○ 최여(崔洳)
上元佳節好風烟 상원 가절(上元佳節)에 아름다운 경치,
千古昭陽江上天 영원히 흐르는 소양강 하늘에 닿았다.
山光靑靑倒鏡面 산 빛 파랗게 잔잔한 수면에 비쳐 있는데,
柳帶裊裊搖風前 버들가지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린다.
江前行客發春興 강 끼고 가는 길손 봄 흥취 솟아,
信馬閑吟垂竹鞭 말 타고 채찍 놓은 채 한가히 읊조린다.
入城景物更奇絶 성에 드니 풍경 더욱 기가 막혀,
野廣白沙分二川 넓은 들 흰모래 두 줄기 물길로 나뉘었다.
停車久立汀洲際 수레 멈춰 한 동안 물가에 서 있을 때,
白鷗落照心悠然 낙조 물든 강물에 흰 물새 나니 마음 한없이 여유롭다.
想見當時全盛日 화려했던 그 시절 생각해 보면,
朱樓畵閣擁管絃 그림 같은 누각 아름다운 노래에 감싸였겠지.
繁華日逐東流去 번화한 시절 물 따라 동쪽으로 흘러가 버려도,
江草江花年復年 강가의 풀과 꽃 해마다 피고 지네.
誰家玉笛吹落梅 뉘 집에서 들리나 낙매곡 피리소리,
令人無端感旅懷 나그네 회포 끝없이 일으키누나.
昔日紅粧暎水處 옛날 미인의 모습 비추던 강물,
浣紗石老空莓苔 비단 빨던 돌 세월 속에 이끼만 남았다.
吾人年少好遊樂 우리들 젊은이 놀기 좋아해,
每逢勝景輒忘廻 아름다운 곳 만나면 돌아갈 줄 모르지.
鸚鵡洲邊木蘭棹 앵무주(鸚鵡洲) 가에 목란 배,
鳳凰臺上黃金盃 봉황대(鳳凰臺) 위에 황금 잔
自從身嬰利名纍 몸 명리에 얽매이면서,
十載蠢蠢趨塵埃 십 년 동안 어지러이 티끌 속 달렸네.
如今按轡水雲界 이제 물과 구름 흐르는 곳 찾아와 말고삐 당기니,
坐使逸想凌蓬萊 세속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앉은 채 봉래로 넘어가네.
此江無盡眞聲色 이 강 달빛 젖어 물소리 바람소리 마냥 들리니,
休道關東多寂寞 관동 땅 적막하다 말하지 마시게.
誰將醉墨語江風 누가 이 강과 바람 그림으로 그리고 시로 쓰리,
紫微花下草綸客 자미꽃(紫微花) 아래에서 윤음을 초하던 나그네.
○ 성현(成俔)
平郊渺渺橫蒼烟 넓은 들 아득한데 어슴프레 연무 비껴 있고,
亂山缺處開春川 난산 끊어진 곳 봄내 벌려 있다.
鳳岳高搴幾千仞 봉악 높이 솟아 얼마나 높은지,
長江匹練流其前 긴 강 비단같이 그 앞을 흐른다.
我來今日到江上 내 오늘 강 위에 이르러,
收拾萬象歸吟鞭 만 가지 경상 거두어 모아 말 위에서 읊조린다.
武昌楊柳暗西渚 무창의 버드나무 서쪽 물가에 우거졌고,
漢陽雲樹分晴川 한양의 구름 나무 맑은 내를 갈랐다.
憑欄落日望不極 난간에 비낀 석양 끝없이 퍼져 있는데,
御風身世飄飄然 바람에 쓸리는 몸 하늘을 나는 듯.
英雄今古幾登眺 고금의 영웅들 몇이나 이곳에 올라 조망했는가?
離筵急管催繁絃 이별 자리의 자지러진 풍악 빠르기도 해라.
溪山烟月自朝暮 계산의 연월은 아침저녁 그대로인데,
人非昔人年非年 사람은 옛사람 아니고 세월도 옛날 세월 아니다.
大堤女兒歌落梅 긴 둑에서 여자 아이 낙매가(落梅歌) 부르니,
惹起多少行人懷 나그네 서러움 짙게 인다.
東風淡蕩吹飛雨 봄바람 살랑살랑 가랑비 날리고,
落花點點埋荒苔 떨어지는 꽃잎 점점이 이끼를 덮네.
花殘苔老啼鳥散 꽃 지고 이끼 시들어 울던 새 흩어지고,
春風一去何時廻 아름다운 봄 경치 사라지면 언제 또 돌아올꼬 봄은.
澆酒不用玉薤酒 근심 씻자고 술 마시는데 무슨 까닭에 옥해주,
有酒不必流霞盃 술만 있으면 그만인데 신선의 술잔 무엇해.
江流漾漾石鑿鑿 강은 출렁출렁 돌은 우뚝우뚝,
昭陽何處迷纖埃 소양강 어느 곳에서 티끌 같은 이 사람 헤매는고.
人間勝地眞難遇 인간의 승지는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데,
何用跨海乎蓬萊 어찌 바다 건너 봉래를 찾을꼬.
千村桃李媚顔色 벌려선 마을마다 복숭아 오얏꽃 피어 아름다우니,
宦情旅懷兩寂寞 벼슬에 대한 정도 나그네의 회포도 모두 적막해지네.
髀肉半消鬢半蒼 비육은 반이나 빠지고 귀밑머리도 반나마 희었으니,
勸君莫作遠遊客 그대에게 권하노니 먼 지방 떠도는 나그네 되지 말게.
○ 이황(李滉)
我行十日穿雲烟 내 열흘 간 구름 연무 뚫고 지나면서,
馬頭猶看嶺揷天 오직 말머리에서 하늘에 꽂힌 높은 산마루만 보았지.
今朝闊眼入春州 오늘 아침 눈 활짝 트여 춘추로 들어오니,
素練一道橫拕前 흰 비단 풀어놓은 외길 눈앞에 비껴 있다.
是時霜淸八月秋 때는 서리 맑은 팔월 가을,
行行江浦吟搖鞭 갯가 따라 가고 가며 채찍으로 장단 맞춰 읊조렸네.
千篇一掃幾英雄 천 편 시 한바탕 읊조리고 나니 영웅 몇일까,
萬古共盡餘山川 오랜 세월 속 모두 없어지고 산천만 남았다.
莫嫌物色少分留 나무라지 마시게 물색(物色) 남은 것 적다고.
故應風月還依然 옛부터 풍월은 그러한 것.
扁舟不辭泛空明 조각배 달빛 뜬 강물에 띄우고,
笑舞馮夷奏湘絃 웃으며 풍이무 추고 상수가에서 현 탄다.
胡爲不暇景物役 어찌 경물 구경할 틈 없으리.
今年又復期明年 금년에 못다하면 또 내년을 기약하면 될 것을,
故園當日手種梅 옛 정원에 손수 매화 심던 그 날,
丘壑從前有好懷 산과 골짜기 그 전에는 정겨웠었지.
一行作夷誤平生 한번 벼슬길 나가 평생 그르치니,
靑鞋不踏耶溪苔 청혜(靑鞋) 신고 아름다운 계곡 이끼 밟지 못했네.
何況嚴程念靡鹽 하물며 짜여진 여행길에 생각마저 번다해,
住處何緣靑眼回 아름다운 곳 무슨 인연으로 눈 맑게 돌아보리.
多生結習在山水 전생에도 산수 즐기는 일 몸에 배었으니,
病裏樂聖猶啣盃 병든 몸 술 즐겨 오히려 술 잔 물고,
曾從物外爛占春 일찍이 마음 비워 춘천에서 살면서,
杳視塵瓮如浮埃 아득히 속세 바라본다 뜬 먼지처럼.
豈惟稽山棹酒船 어찌 계산(稽山)에서 술 실은 배만 노 저으리.
更可鹿門開經萊 다시 녹문산 들어와 묵정밭 일굴 수 있는데,
風流一徑煥增色 풍류 한 번 스치면 아름다움 더욱 빛나니,
莫使名區終寂寞 아름다운 곳 끝끝내 적막하게 두지 마시게.
詩成愼勿俗人傳 시 이루어지면 삼가하여 속인에게 전하지 마시게.
報興沙頭雙雪客 모래 가 노니는 해오라기에게 흥 전하려니.
○ 오숙(吳䎘)
三韓形勝古春州 삼한의 아름다운 곳 춘주 옛 고을.
千尺飛甍望裏浮 날아갈 듯 치솟은 추녀 공중에 떠 있다.
水盡東流分鷺渚 물은 동쪽으로 흘러 백로 내린 섬에서 갈리고,
山爭北去拱牛頭 산은 다투어 북으로 가 우두를 떠 받쳤네.
雲霞點綴時將晩 황혼이면 구름에 노을지고,
松桂蕭條境轉幽 어둠 깃들면 송계 쓸쓸해지네.
看取使君無事飮 고을 원 일 없어 술잔만 기울이니,
眞仙何必訪瀛洲 신선이라 하필이면 영주만 찾으리.
○ 유영길(柳永吉)n
公退肩輿向北過 공무 끝내고 가마 타고 북쪽으로 가.
琴樽不識事機多 술자리 벌리니 세상일 잊혀진다.
醉能騎馬同山簡 취해도 말 타고 산간처럼 돌아와,
老夫居鄕似伏波 늙은이 시골서 복파처럼 살리라.
江陵游魚吹荇帶 강물 불어 물고기 마름풀 스치며 노는데,
春深啼鳥踏松叉 봄 깊어 우는 새 소나무 가지 밟네.
蘭舟一棹南歸疾 배타고 노 저어 바삐 남쪽으로 돌아가는데,
想聽漁樵暝後歌 어부와 목동의 노래 소리 어둠 속으로 젖어든다.
○ 유항(柳恒)
一騎昭陽去又來 한 필 말로 소양강 오가다,
移舟催上鳳凰臺 배로 옮겨 바삐 봉황대 올랐다.
歸路酒醒山日暮 돌아오는 길 술도 깨니 해도 뉘엿뉘엿,
淡然疎樹綠洄洄 맑게 서있는 나무들 물 따라 박혔다.
○ 이주(李冑)
春州山水十分好 춘주의 아름다움 열로 나눈다면,
惟此昭陽得九分 오직 이 소양강이 아홉을 차지했지.
勝在遊人心理會 아름다운 느낌 즐기는 사람 마음에 있어,
難將詩句細云云 싯귀로 하나하나 말하기 어렵지.
[사탄천]
○ 이주(李冑)
余訪史呑幽 내 사탄 그윽한 곳 찾아,
衰年一勝遊 늙은 나이에 한 번 신나게 놀았다.
翠屛開細逕 푸른 병풍은 오솔길에 펼쳐졌고,
白石潄淸流 흰 돌은 맑은 물에 씻긴다.
魚躍層層級 물고기 높게 낮게 뛰어 오르는데,
花紅片片頭 꽃 붉게 피어 송이송이 하늘거린다.
知是梅月老 매월당 이곳서 늙었다하니,
構屋此淹留 초가나 한 칸 엮고 이곳서 살거나.
[고탄계]
○ 이주(李冑)
朝出東亭子 아침에 동쪽 정자로 나와,
悠然坐半空 유연히 허공에 앉았다.
有鷗來水上 물 위엔 물새 날아드는데,
無客到山中 산중엔 오는 손님 없구나.
岸柳風前絲 언덕 위 푸른 버들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데,
溪花雨後紅 개울 가 꽃 비 온 뒤라 더욱 붉다.
更從松下路 다시 소나무 아랫길 따라 가다,
課得採芝童 지초 캐는 아이 만났다.
休道碧山深 푸른 산 깊다고 말하지 마시게.
在山猶不深 산에 있으면 외려 깊지 않지.
世言時到耳 세상 말 때때로 들리기는 하지만,
何處更深深 어느 곳이 이보다 더 깊고 깊을까.
滕外空金屋 잠자리 외에는 좋은 집도 필요 없고,
飽餘無八珍 배부른 뒤에는 팔진미도 소용없지.
如何貪利子 어찌하여 이익 탐내어,
終日自勞身 종일토록 몸 괴롭힐까.
[백로주]
○ 이수록(李綏祿)
點點雙雙白白禽 물가에 박혀 쌍쌍이 노는 물새,
飛來飛去割江心 때때로 강심 가르며 오락가락 난다.
寒霜一夜着楓樹 찬 서리 내리는 한 밤 단풍나무 물드니,
明月孤身玉笛吟 밝은 달 아래 배 띄워 홀로 옥피리 분다.
2. 고적(古蹟)
[삼악산고성(三岳山古城)]
○ 이주(李冑)
三岳城何代 삼악산성(三岳山城)은 어느 때의 성곽이기에,
重新趁方今 아직도 중수(重修)되지 못했네.
內城高萬丈 내성(內城)은 만(萬) 길[丈]에 달하고,
外俯千尋 성 밖으로는 천 길을 내려다보네.
其梢鳥難度 그 끄트머리는 새도 가늠하기 어렵고,
其堅鐵不如 견고(堅固)하기는 쇠도 뚫지 못하네.
一人荷戈立 한 사람이 창을 메고 선 다해도,
萬夫足趑趄 만부(萬夫)의 발길을 막아 세우리라.
觀者相謂曰 보는 이들이 서로 말하기를,
險哉眞天府 험하도다! 참으로 천연(天然)의 요새로다.
南北脫有變 남북에서 닥칠 변괴는 없으니,
捨此無用武 이곳을 버리고는 병법(兵法)을 행할 수 없네.
雖然特地利 비록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리(地利)가 특별한 것이,
郡似得人和 어찌 인화(人和)를 얻음 만 같겠는가?
保障異繭絲 보루와 장벽은 명주실과 다르니,
所貴政不可 귀한 바 정벌이 불가하구나.
雙里門高尺五天 쌍리(雙里)는 문이 높아 그 높이가 다섯 자[尺]나 되고,
一時榮寵出人前 일시(一時)의 영화(榮華)와 총애가 남들보다 출중하네.
山翁自有煙霞癖 산에 사는 늙은이는 자연을 사랑하는 병이 있어,
不願追隨紫陌邊 서울 거리로는 나가고 싶지 않네.
[원창역(原昌驛)]
○ 이우(李堣)
兩邊山抱水前回 산은 양쪽 끌어안고 물은 앞에서 돌아나가는데,
山水雙明一驛開 산과 냇물 둘 다 아름다운 곳에 한 역 있다.
薄暮人還樵汲路 해질녘 사람들 나무하고 물 길어 돌아오는데,
不知身自畵中來 이 몸 그림 속에 있는 줄 모르네.
[인람역(仁嵐驛)]
○ 이우(李堣)
功名兩箇字 공명(功名)이란 두 글자,
奔走百年身 바삐 달리는 백 년 사는 몸.
客路光陰盡 떠돌다 세월 다 보내니,
江山又見春 강산에 또 봄 왔다.
[수춘관]
○ 박승종(朴承宗)
分麾初屬讓夷賢 처음 대장에 임명되었으나 어진 이에게 양보하고,
彌節還奉起廢年 몇 계절 지내고 돌아와 황폐한 농사 받들어 일으켰네.
餘事經營開舘宇 남은 일 경영하느라 객사 여니,
非才慙愧忝承宣 재주가 없어서 주상 뜻 욕되게 하니 부끄럽다.
晴峯晩翠當官道 길가엔 맑은 봉우리에 저녁 어스름,
細草幽香上客筵 가느다란 풀의 그윽한 향기 상객(上客)의 자리엔
欲把春川誇四境 술잔잡고 사방에 춘천 자랑하고자
使君今有許陽川 지금도 허종같은 사람 있다고 한다.
春城經過舘初修 춘성(春城) 지나가는데 객관 처음 수리하여,
繡戶玲瓏稱客留 아름다운 집 영롱하니 나그네 머물라 하네.
明月有情來小榻 밝은 달 날 찾아 작은 침상위에 비쳐들고,
落花無語下重樓 떨어지는 꽃 말 없이 이 층 누각에서 날린다.
風塵荏苒空佳節 병란 계속되어 아름다운 시절 헛되고,
人世蒼茫自白頭 인간 세상 아득하니 저절로 머리 희어졌다.
抛擲簿書時獨立 관청의 문서 내던지고 때때로 홀로 서니,
一庭幽悄當淸遊 한 뜰의 고요함 고상한 놀이가 되리.
○ 홍서봉(洪瑞鳳)
經營不必較前賢 고을 다스리는 일 무엇 때문에 앞선 어진 이와 견줄까,
閒曠惟應樂暮年 한가하게 지내며 노년을 즐겨야 하지.
塵世機關難盡了 티끌세상 벌어지는 일들 다 깨닫기 어려워,
淸樽懷抱直須宣 맑은 술 단지 끌어 앉고 마음속 생각 펼친다.
洩雲無情歸何處 흐르는 구름 무정하게 어디로 돌아가는가,
皓月長生照北筵 밝은 달 오래도록 이 자리 비춘다.
萬古區區隨俯仰 만고에 자질구레한 일 남이 하는 대로 따르고,
且將詩律撼晴川 맑은 냇물로 흔들린 이 마음 시로 지으리.
病客從來㥘羽觴 병든 나그네 본래 술잔을 겁내는 법,
任將歌管屬檀郞 그래도 먼저 베푸는 건 주인님 소관.
何妨閑幔深深掩 휘장 쳐 깊이깊이 가린들 무슨 상관 있을까,
不用淸宵細細長 맑은 밤 버려두면 하염없이 깊어지는데
碧桂近窓傳曉吹 창문가의 푸른 계수나무 새벽바람에 흔들리는데,
金蟾當案護殘香 책상에 젖어든 달빛 남은 향기 지킨다.
獨枕未須成悵望 홀로 누워 창연히 하늘 바라보며 잠들지 못해,
且敎仙夢到高唐 꿈속에서나 신선되어 고당(高唐)에 이르렀으면.
○ 이명한(李明漢)
將軍白首氣靑春 장군의 머리 희지만 기상은 청춘,
按使三秋屬九旬 안무사(按撫使)로 석 달 가을 구십 일.
多難卽今同受命 어려움 많이 겪고 지금은 함께 명 받아,
答恩惟有却忘身 성은에 보답하느라 몸 잊었다.
[문소각(聞韶閣)]
○ 오수채(吳遂采)
貊之墟兮古有閣 맥국(貊國)의 옛 터에는 예전부터 누각(樓閣)이 있었더니,
突兀百年新厥桷 우뚝하니 백년 만에 새롭게 중수되었더라.
閣上閣下瞍幽矚 누각의 위 아래로 그윽한 경치가 선명하니,
鳳儀之雲昭陽月 봉의산(鳳儀山)의 구름과 소양강(昭陽江)의 달빛이라.
太守心淸政與若 태수(太守)는 마음이 맑아 정치도 깨끗하고,
百里太古春有脚 수춘(壽春)이라 백리 땅에 태고(太古)부터 사람의 발길이 잦았으리.
韶亡天地歷千劫 천지(天地)에는 천겁(千劫)토록 소(韶)가 사라졌건만,
怳惚希音滿廖廓 황홀한 희음(希音)만은 허공 속에 가득하네.
我爲作歌聞韶曲 내 노래 한 곡 지으니 문소곡(聞韶曲)이라,
遙賀江山飛一句 길이 강산(江山)을 경하(慶賀)하며 한 구절을 띄우네.
○ 이경석(李景奭)
昭陽倚罷上聞韶 소양정(昭陽亭)을 거쳐서 문소각(聞韶閣)으로 올라가니,
縹渺朱欄切紫霄 비단 같은 붉은 난간이 하늘을 막아서네.
節屬暮春花事遍 계절은 늦봄이라 사방에 꽃이 피고,
江當落日練光搖 해지는 강가에는 하얀 빛이 피어오르네.
身浮宇宙愁還動 광활한 우주에 두둥실 몸을 띄워도 수심(愁心)은 그칠 줄 모르고,
手指蓬瀛路未遙 손가락으로 너머 봉영(蓬瀛) 길도 요원하지 만은 않구나.
山頂風松時奏樂 산마루의 풍송(風松)이 때맞춰 가락을 연주하니,
雲邊怳見鳳飄颻 구름 곁으로 황홀하게 봉황(鳳凰)의 날개 짓을 바라보네.
○ 박태보(朴泰輔)
문소각에서 구술(口述)하여 동석(同席)에 앉은 이에게 봉정(奉呈)하는 시.
亂山中闢野蒼蒼 어지러운 산속에 아득히 들판이 열리고,
二水幷成一水長 두 강물 어우러져 한 물 되어 길게 흐르네.
飛閣不孤塵外勝 날아갈 듯한 누각은 세속을 벗어난 빼어남이요.
淸遊欣値雨餘凉 비온 뒤의 청량(淸凉)한 때를 만나 유람도 청아(淸雅)하네.
波啣落照搖丹襤 물결은 지는 해를 머금은 채 붉은 난간을 뒤흔들고,
風曳流雲度畵梁 바람은 떠도는 구름을 몰아 그림 같은 징검다리를 건너네.
三日淹留幽興足 사흘을 머물러도 그윽한 정취가 흡족한데,
百年登覽幾人忙 백년토록 여기에 오른 이 그 얼마나 많았으리요.
○ 송성명(宋成明)
문소각(聞韶閣)에 올라 즉석에서 지은 시.
落日門巖泊片舠 해지는 문암(門巖)에는 조각배가 머무르고,
仙鄕官路鷺洲皐 선향(仙鄕)으로 부임하는 길에 백로주(白鷺洲)가 시원스럽네.
倚雲秋睡荒郊遠 구름을 의지하여 황량한 교외에서 가을 잠을 이루고,
帶月霄眠畵閣高 그림 같은 누각에 올라 달을 끼고 밤잠을 자네.
貊國墟浮三嶽翠 맥국(貊國)의 옛 터에는 푸르른 삼악(三嶽)이 떠오르고,
鳳儀光撼二江濤 봉의산의 광채는 두 강의 물결 위로 아롱거리네.
朝來不說昭陽會 아침에 올 때는 소양에서의 술자리를 말하지 않더니,
宿醉樽餘栢葉醪 숙취(宿醉)한 뒤의 술통에는 백엽주(栢葉酒)만 남았네.
○ 유득일(兪得一)
문소각에서 박학사(朴學士)의 운(韻)을 차하다.
秋氣江光一樣蒼 가을 기색(氣色)과 강물 빛은 한결같이 푸르고,
畵樓高處鴈嘶長 누각 위로 하늘 높이 기러기의 울음소리 자욱하네.
千年興廢波聲怒 천년의 흥망에 파도 소리가 노엽고,
八月登臨野色凉 추팔월(秋八月) 등람(登覽)이라 들빛이 처량하구나.
侵檻宿雲飛鳳岫 난간 곁에서 지샌 구름 봉의산 위로 날아가고,
透簾新旭射虹梁 발(簾)을 뚫은 아침 햇살 홍량(虹梁)을 비추네.
名區到底看如夢 이름난 고을이라 가는 곳마다 보니 꿈결 같건만,
却笑吾行役役忙 황망한 이내 발길에 도리어 웃음 짓네.
○ 이조(李肇)
眼界乎看一莽蒼 안계(眼界)는 평탄하여 하나같이 푸르고,
山河指點意何長 한 점 한 점 산하(山河)를 가리키는 마음 너무도 벅차네.
酒醒疏檻風留韻 술에서 깬 시원한 난간에는 바람이 시(詩)를 남기고,
睡起虛簷雨送凉 잠에서 일어난 빈 처마에는 비 가운데 청량(淸凉)이 감도네.
鳳岳朝嵐連古郭 봉악(鳳岳)의 아침 아지랑이는 고도(古都)에 걸쳐 있고,
貊江春水上魚梁 맥강(貊江)의 봄물 위로 어량(魚梁)이 가득하다.
潘南寶唾成陳跡 반남(潘南)의 보타(寶唾)도 묵은 자취 될까봐,
爲掃紗籠讀遍忙 사롱(紗籠)의 먼지를 털고 황망(慌忙)히 글을 읽네.
○ 오도일(吳道一)
박학사(朴學士)의 운을 차하다.
故國荒墟樹木蒼 고국(故國)의 황량한 유허(遺墟)에도 수목(樹木)은 푸르고,
煙蕪縱目鳥飛長 연기 자욱한 숲속에서 마음껏 새들의 날개 짓을 바라보네.
簷迎山氣晴霏雨 처마는 산 기운을 맞고 하늘가에 비가 개이니,
窓納江光夏作凉 들창 가득 강 빛이 들어 여름날이 청량하네.
明月幾回留畵檻 밝은 달은 빙빙 돌아 그림 같은 난간에 머물고,
暗塵無數落紅梁 무수한 밤 먼지는 붉은 다리 위로 떨어지네.
流連今古繁華事 고금(古今)에 유련(留連)하여 화려한 일 무성한데,
樓外云云逝水忙 누대 밖으로 깊은 강물은 쉴 새 없이 흘러가네.
○ 오언주(吳彦冑)
삼가 족조(族祖) 서파공(西坡公)의 운을 차하다.
樓壓平蕪十里蒼 평무(平蕪)에 지은 누각 십리(十里)에 푸르고,
夕陽徙倚送眸長 노을 아래에서 한갓 멀리 눈길을 보낸다.
北來山勢圍坪遠 북쪽에서 뻗어 나온 산세(山勢)는 아득히 들판을 에워싸고,
西走江聲落檻凉 서쪽으로 흐르는 강물소리 시원스럽게 난간 위로 흩어지네.
夜靜月華生鳳岳 고요한 밤 화사한 달빛에 봉악(鳳岳)이 생동하고,
日斜人影倒魚梁 햇살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어량(魚梁)에 매달리네.
聞韶飮罷昭陽又 문소각에서 파한 술자리 소양정에서 거듭 여니,
應接風光亦覺忙 응접하는 풍광(風光)도 바쁘기 그지없네.
○ 유숭(兪崇)
문소각에서 삼가 계부(季父) 귀와공(歸窩公)의 운을 차하다.
遠樹秋山八望蒼 먼 나무 가을 산은 푸르게 바라 뵈고,
淸江巨野逵林長 맑은 강 너른 들판은 길게 숲을 감싸네.
重陽令節吾行遍 중양(重陽)이라 아름다운 계절에 이내 발길 두루 미치고,
一夜高樓客夢凉 높은 누각에서 보내는 하룻밤에 객몽(客夢)이 처량하더라.
此日登臨饒勝槪 오늘 소양정에 올라 온갖 절경(絶景)을 다 보았으니,
何年創始揭脩梁 긴 다리 놓일 날 그 언제이런가?
名區處處堪乘興 명승(名勝)이라 곳곳마다 흥겨운 마음이 일건만,
却恨王程等撥忙 조급한 왕정(王程)에 한스러움만 더해지네.
○ 이중협(李重協)
鳳儀山色入靑霄 봉의산(鳳儀山)의 산색(山色)은 하늘처럼 푸르고,
飛閣凝雲怳聽韶 비각(飛閣)에 엉긴 구름 황홀하게 소(韶)를 듣네.
可識化翁勞劈畵 이제야 조물주(造物主)가 애써 빚어 낸 마음을 알겠으니,
須敎勝客着逍遙 아름다운 길손으로 하여금 소요(逍遙)하게 함이었으리라.
雙江合道明沙闊 두 강물이 합류(合流)하여 맑은 모래 드넓고,
千樹橫堤錦葉凋 숲을 가른 제방(堤防)에 고운 잎사귀 시드네.
住節登高還是日 아름다운 계절에 높은 누각에 올라 이 날을 돌아보니,
欄邊秋彰鴈迢迢 난간에는 가을이 물들고 기러기 떼 아득히 훨훨 날아가네.
○ 조최수(趙最壽)
淸分偏於嶺峽饒 영서(嶺西)의 협곡(峽谷)과는 청분(淸分)이 두터워,
宦遊前後到聞韶 벼슬길에 한두 번 문소각에 올랐네.
自慙曾乏褰帷化 일찍이 건유(褰帷)를 나무란 것이 저절로 부끄럽고,
可道今騰詠袴謠 오늘 등람(登覽)해서는 과요(袴謠)를 읊조린다고 할 만하네.
遠嶼回巒江面闊 먼 섬을 돌아가는 물굽이에 강물이 세차고,
雜花柔柳野情遙 온갖 꽃들이 여린 버들에 야정(野情)이 여유롭네.
山鳩下席庭陰轉 산비둘기 내려와 뜰 그늘 속으로 돌아드는데,
官角嗚嗚破寂寥 관가(官家)의 뿔피리 소리 고요를 깨뜨리네.
○ 무진년(1748) 여름[維夏]에 한사득(韓師得)
판상(板上)의 운을 차하다.
三山聳峙二江橫 삼산(三山)이 용솟고 두 강물 가로질러,
形勝關東最有聲 형승이 관동(關東)에서 으뜸이라 일컫네.
神鬼長時應秘護 오래도록 귀신이 비장(秘藏)하여 애호하더니,
樓臺何歲此經營 어느 때 여기에 누대(樓臺)가 세워졌는가?
俄看瑞鳳翔千仞 문득 천길 벼랑을 날아오르는 상서로운 봉황(鳳凰)을 바라보며,
翻聽雲韶奏九成 온 하늘 가득히 구성곡(九成曲)의 연주를 듣는다.
儻問使君閑趣味 사군(使君)에게 한가로운 취미를 물을 적에,
煙洲一鷺檻前迎 연기 자욱한 섬에서 오리 한 마리가 난간 앞으로 날아드네.
○ 김한철(金漢喆)
배를 타고 수춘(壽春)으로 내려가 문소각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峽坼沙明二水分 환한 골짜기 맑은 모래에 두 강물이 흐르고,
鳳儀山下一樓雲 봉의산 아래 누각 하나 구름 속에 우뚝 서 있네.
荒城鴈度孤舟泊 고도(古都)에서 날아 든 기러기 외로운 배 위에 깃들고,
古水蟬鳴落日曛 고목에는 매미가 울고 황혼에 해가 지네.
今夜笙簫仙是吏 이 밤의 피리는 신선(神仙)이 부는 것이요,
昔時宮闕貊爲君 예전의 궁궐은 맥군(貊君)을 위함이로다.
宋欄月上人皆醉 흙은 난간 위로 달이 떠오르니 저마다 취해 있고,
老桂淸香空外聞 계수나무 맑은 향기는 허공 속에 가득하네.
○ 귀록산인(歸鹿山人)
문소각에서 사질(舍侄)의 운을 차하다.
楊柳高欄夕照橫 버들가지 높은 난간에 석양이 비껴들고,
風光却是金湯地 오월(五月)이라 강성(江城)에 꾀꼬리 소리 요란하다.
江城五月亂鸎聲 이곳의 풍광(風光)은 천혜(天惠)의 요새이고,
形勢俱宜水陸營 형세의 마땅함은 수륙(水陸)을 겸하였네.
穢貊亡餘故都在 맥국(貊國)은 망했어도 고도(古都)는 여전하니,
鳳凰來日此樓成 봉황이 찾아드는 날 이 누각도 완성되리라.
衰年車馬還奇會 쇠약한 몸 거마(車馬)에 의지한 채 아름다운 모임에 돌아오니,
喜有他鄕骨肉迎 타향(他鄕)도 기꺼이 골육(骨肉)처럼 맞아주네.
○ 조명리(趙明履)
萬木流秋韻 나무마다 온 가득 가을의 시(詩)가 흐르고,
官庭菊欲黃 관정(官庭)의 국화(菊花)는 노랗게 물들려하네.
峽中開野闊 골짜기 사이로 너른 들이 열리고,
雲裡放江長 강물은 구름 속에서 기다란 몸을 드러낸다.
勝地仍樓閣 빼어난 이 땅에 누각을 지었으니,
佳辰且詠觴 아름다운 계절에 시를 읊조리며 술잔을 기울이네.
錦茵移底處 비단요 옮겨 깐 듯한 아름다운 이곳에,
名構又昭陽 이름난 정자 지었으니 소양정일세.
○ 이형만(李衡萬)
東土曾千國 동방에 일찍이 천국(千國)이 있을 적에,
中原此一吳 중원(中原)의 오(吳)와 한 시기일세.
韶音生曠野 넓은 들판에는 소(韶)가 생동하고,
覇氣散荒都 거친 고도(古都)에는 패기(覇氣)가 흩어지네.
日晩林鳴鳥 해 저문 숲속에는 새들이 울고,
春深江有鳧 봄 깊은 강가에 오리가 떠다니네.
絃歌且爲樂 가락에 맞춰 노래하니 흥겹기도 하건만,
興歇不須吁 사라지는 여흥에 한숨이 저절로 난다.
○ 김진상(金鎭商)
地勢盤巴蜀 지세는 파촉(巴蜀)처럼 반반하기 그지없고,
天客坼楚吳 천용(天容)이 환하기는 초오(楚吳)와 일반일세.
山河今大府 산하(山河)는 아직도 예스러운 고을이요,
人物古名都 인물은 아직도 기세 좋던 도읍(都邑)을 연상케 하네.
兵氣交龍虎 사기(士氣)는 용호(龍虎)의 기운이 교차하고,
波聲雜鴈鳧 파도소리 위로 기러기와 오리 소리가 섞여드네.
斜陽倚高閣 석양에 해질 무렵 높은 누각에 기대서서,
興廢一長吁 흥망을 생각하며 긴 한숨 내뱉는다.
○ 홍봉조(洪鳳祚)
邃深雲夢楚 깊고 아득하기는 초(楚)나라의 운몽(雲夢)이요,
敞豁岳陽吳 높고 광활하기는 오(吳)나라의 악양(岳陽)일세.
遠水迷獜峽 먼 곳에서 흘러 온 강물 기린협(猉獜峽)에서 헤매 돌고,
荒城認貊都 거친 성곽(城郭)은 맥국(貊國)의 도읍을 알려주네.
居民群鳥獸 백성은 조수(鳥獸)처럼 무리지어 사는데,
開國杳魚鳧 개국(開國)하던 시절의 그 물고기와 그 오리가 아련하구나.
興廢成千古 흥망도 어느새 천년이 흘렀으니,
登臨費一吁 누각에 올라서서 긴 한숨을 보낸다.
○ 조재호(趙載浩)
문소각을 중수한 후 율시 한 수를 지어 지주(地主) 김사군(金使君)에게 봉정하다.
山如鳳舞截雲橫 봉황이 춤추는 듯한 산세는 구름의 연횡(連橫)을 가로막고,
韶斷千年或聞聲 천년토록 끊어진 소(韶)를 그 누가 들었는가?
絶峽中間大開野 절험(絶險)한 산중에 들판이 크게 열리고,
名區形勝一防營 이름난 곳의 형승이라 방영(防營)을 이루네.
前人結構疑神造 전인(前人)이 지은 정자 귀신이 조화를 부린 듯하고,
卽地丹靑不日成 화려한 단청은 하루가 채 못 되어 이루어졌다네.
祗願長留賢太守 오래도록 머물면서 어진 태수(太守)가 되어,
錦筵歌管每相迎 아름다운 잔치를 열어 노래와 가락을 언제나 즐기고 싶네.
○ 조명겸(趙明謙)
판상(板上)의 운을 차하다.
鳳儀山聳怳聞韶 봉의산 우뚝 솟아 소(韶)가 들리는 듯 하고,
結構翬飛入遠霄 날아 갈 듯 지은 정자 먼 하늘로 빨려드네.
畵欄迎輝光爍爍 광채 입은 아름다운 난간 찬란하게 빛나고,
危欄架壑影搖搖 골짜기에 걸쳐진 아슬아슬한 난간 위로 그림자가 흔들거리네.
霜淸蘆林漁歌冷 서리 맑은 갈대숲에 어부가(漁父歌) 소리 맑게 들리고,
秋晩江城鴈陣遙 늦가을 강성(江城)에 기러기 떼 아득히 날아가네.
棨纛明朝何處向 내일 아침 사행(使行)은 어디로 향할 텐가?
蓬萊前路興先飄 봉래산(蓬萊山) 전로(前路)에 흥이 먼저 이는구나.
○ 이현석(李玄錫)
雲嵐爽籟自淸凄 운람(雲嵐) 사이 통소소리 맑고도 처량한데,
炎夏如秋客意迷 뜨거운 여름날이 가을 같아 나그네 마음 어리둥절하네.
最愛月明三五夜 달빛이 최고로 사랑스런 삼오야(三五夜)에,
遠江連白近江西 저 멀리 흰빛으로 물든 강물 강서(江西)를 보는 듯하네.
○ 정지환(鄭趾煥)
문소각에서 판상(板上)의 운을 차하다.
十里煙郊極望蒼 십리(十里)에 연기 낀 교외(郊外) 너무도 푸르고,
赤欄西帶碧流長 붉은 난간 서쪽을 휘돌아 푸른 강물 길게 흐르네.
風吹草際帆檣出 바람이 풀끝을 스치니 돛대가 오르고,
月轉松梢枕簟凉 솔가지 너머로 달이 사라지니 잠자리가 서늘하네.
故國江山民似鹿 고국(故國)의 강산이라 백성은 사슴 같고,
仙人樓閣杏爲梁 선인(仙人)의 누각은 살구나무로 들보를 놓았네.
花深鶴睡悠然臥 학(鶴)이 잠자는 무성한 꽃 사이로 한가하게 누우니,
幾處飛塵世事忙 어디선가 날아 온 먼지에 세상 만사(萬事)가 초조해지네.
○ 이정현(李廷顯)
此地何年鳳鳥翶 이 땅에 봉황이 높이 날아오를 날 그 언제인가?
九成遺韻一樓高 구성(九成)의 유운(遺韻)이 흘러 누각이 고원(高遠)하네.
秋生古貊空王迹 가을이 이는 맥국(貊國)에 왕의 자취는 흔적 없어,
天借名區屬我曺 하늘이 이름난 곳을 빌어 이네들에게 부탁하였네.
檻外橫瞻三岳勢 난간 밖으로 비스듬히 삼악(三岳)의 산세를 바라보고,
枕邊長送二江濤 베개 맡에서 아득히 두 강 물결에 눈길을 보낸다.
滁亭誰識從遊樂 강정(江亭)에서 그 누가 종유(從遊)의 즐거움을 알리 오마는,
只有林禽也自號 숲 속의 새들 만이 스스로 울어댈 뿐이네.
○ 신헌조(申獻朝)
鳳舞龍盤畵亦難 봉황의 춤과 용의 도사림은 그리기조차 어려운 일,
昔年王氣好江山 왕기(王氣)가 유구하여 강산도 빼어나네.
群峰拱揖靑千疊 공읍(拱揖)하는 산봉우리 천층만층 푸르고,
遠水來襟白一灣 먼 강물 흉금에 닿고 온 물굽이가 흰빛일세.
峽邑風淳民訟歇 산읍(山邑)이라 순후(淳厚)한 풍속에 민송(民訟)이 없고,
鈴庭日永妓歌閑 관정(官庭)에 해가 길어 기생의 노래가 한가롭네.
平生若得春州倅 평생에 만약 춘주(春州)의 수령 자리를 얻는다면,
世上功名摠不關 세상의 공명(功名)과는 멀어질 수 있으리.
○ 이병정(李秉鼎)
峽路盤回窄似舠 굽이굽이 산길은 조각배처럼 협소하더니,
於焉忽得此亭皐 어느새 홀연히 이 높은 정자를 만나네.
聞韶三日還忘去 삼일 동안 소(韶)에 젖어 돌아가는 것조차 잊고,
儀鳳千年不勝高 천년토록 봉황이 춤을 추었으니 고원하기 그지없네.
客易霽雲開野色 쉽사리 걷힌 구름에 야색(野色)이 드러나고,
許多秋水散烟濤 무수한 가을 강물 위로 연기와 물결 일렁이네.
無由□出空明悄 이유 없이 넓고 맑은 하늘 근심을 일으키니,
態倚胡狀進菊醦 근심스럽게 의자에 기대니 국화주(菊花酒)를 올리네.
○ 서유전(徐有銓)
韶斷人間世幾千 인간 세상에 소(韶)가 사라진 지 수 천년이 지났건만,
忽登斯閣聽依然 홀연히 문소각에 오르니 옛 소리 의연(依然)하더라.
平蕪遠色連秋水 거친 수풀의 아련한 기색은 가을 물에 닿아있고,
古貊遺墟入暮烟 옛 맥국(貊國)의 옛터에 저녁연기 몰려드네.
勝地風光誰是主 빼어난 이곳의 풍광을 주재(主宰)하는 이 누구인가?
淸簫明月吏如仙 맑은 통소 밝은 달빛에 원님이 바로 신선(神仙)일세.
江山不奈新題品 어찌 강산에 새로운 품평 없을까마는,
滿壁驪珠獲已先 온 벽 가득한 여주(驪珠)가 이미 선점하였더라.
○ 이우진(李羽晉)
江閣飄然坐似舠 날아갈 듯한 강변의 누각이라 조각배 위에 앉은 듯하고,
滿簾蒼翠落雲皐 온 발[簾] 가득한 푸른 기운은 구름 너머로 흩어지네.
依俙十五年前勝 어렴풋이 십 오년 전의 승사(勝事)를 떠올리건만,
縹渺三千界上高 삼천 년 전의 세상은 멀고도 아득하네.
春樹萋萋迷古國 봄 나무 무성하여 맥국의 자취 분간하기 어렵고,
晴沙滾滾走平濤 투명한 맑은 모래는 드넓은 물결을 향해 흐르네.
仙區日月淹爲客 신선(神仙)이 삶 직한 아름다운 이곳에 나그네로 머무르며,
潦倒何關醉濁醪 장맛비도 아랑곳 않고 취하도록 막걸리 마시네.
○ 기헌(寄軒) 이정운(李貞運)
彩構結阿閣 언덕 위에 지은 아름다운 누각이라,
丹苞影子回 붉은 기둥 아래로 그림자가 빙빙 도네.
庭疑群鳥舞 뜰에는 뭇 새들이 춤을 추는가 싶더니,
山忽九成臺 산 중에는 어느새 구성대(九成臺)가 이루어졌네.
㗳爾噓天籟 아득히 하늘의 소리를 죄다 불어내어,
殷其動地雷 대지(大地)의 뇌동(雷動)을 무성하게 하네.
希音如復作 흡사 희음(希音)이 다시금 이는 듯하여,
許見有虞來 순(舜)임금의 행차(行次)를 볼 수 있을 건만 같네.
○ 김근순(金近淳)
갑자년(1804)에 나는 노친(老親)을 봉양하기 위해 춘천부사를 자청했다. 한가한 날 문소각,에 올라 벽 위에 붙어 있는 백주(白洲)의 지자(識字)․희자(喜字) 운에 차하다.
鑾掖
銅章喜是彩衣郞 이제는 동인(銅印)을 지닌 채의랑(彩衣郞)이 되었네.
名區日月鴻恩重 이름난 곳에서 보내는 세월에 나라님 은혜가 무겁고,
仙窟烟霞鶴髮長 연기 노을 가득한 선굴(仙窟)에 학발(鶴髮)이 무성하다.
秋艇飛高銀鯽膾 나는 듯한 가을 배에서 비단 붕어를 회치고,
春盤採動紫芝香 봄철 소반에는 보랏빛 영지(靈芝)의 향기가 진동하네.
更憐朱墨多閑燕 할 일 없는 주묵(朱墨)이 너무도 가여워서,
聊點丹鉛擬晩唐 점점이 단연(丹鉛)을 찍으며 만당(晩唐)과 비기려 드네.
○ 박종정(朴宗正)
翬閣斜連鳳岫蒼 훨훨 나는 누각은 봉의산(鳳儀山)에 비껴 닿고,
九韶當日六鳴長 구성곡(九成曲)이 울리던 그날은 육명(六鳴)이 길게 들렸으리라.
黃花滿岸秋容淡 온 언덕에 황화(黃花)가 만발하여 가을 기색(氣色)이 맑고,
白鳥橫江暮色凉 백조(白鳥)가 강물 위를 비껴 날아가니 해질녁 경관이 처량하더라.
伯氣千年迷穢貊 천년의 패기가 예맥(穢貊)을 헤매 도니,
客愁何處問河梁 시름겨운 나그네 그 어디서 강다리를 물어보리.
人間一謫猶仙界 인간의 귀향처도 선계(仙界)와 다를 바 없어,
隨意登臨不用忙 마음이 내켜 오른 유람이라 조급하지 않구나.
○ 서직수(徐直修)
落木蕭蕭客未眠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나그네 잠 못 이루고,
蒼莽野色峽中圓 짙푸른 들 빛은 골짜기 속에서도 자욱하네.
楊嘉路出三山外 길가의 고운 버들 삼산(三山) 밖으로 뻗어나고,
獜狼舡分二水邊 인수(獜水)와 낭수(狼水) 두 물가에서 뱃길이 나눠지네.
此日縣監前府使 전일의 부사(府使)가 오늘 현감(縣監)이 되고,
千年貊國卽村田 천년의 맥국에도 이제는 인가(人家)와 전답(田畓)이 들어섰구나.
聞韶閣上悄然坐 문소각 마루 위에 초조하게 앉아도,
鳳不飛來月在天 봉황은 날아들지 않고 달만 하늘에 떠있네.
○ 홍서봉(洪瑞鳳)
벽상(壁上)의 운을 차하여 부백(府伯)에게 증정하다.
經營不必較前賢 고을을 경영(經營)하는데 전현(前賢)에 견줄 필요는 없고,
閒曠唯應樂暮年 한가할 때면 마땅히 노년을 즐겨야하네.
塵世機關難盡了 세속의 교사(巧詐)한 마음 비우기 힘들어도,
淸尊懷抱直須宣 그대 같은 포부라면 은덕을 베풀 수 있으리.
洩雲無定歸何處 바람에 떠도는 정처 없는 구름 어디로 갈 지 몰라도,
皓月長生照此筵 밝은 달은 오래도록 이 자리를 비추네.
萬古驅驅輸俯仰 만고의 기러기 떼 하늘과 물 위를 오르내리니,
且將詩律撼晴川 마땅히 시 한 수 지어 맑은 하늘을 요동시키리.
재미 삼아 윤이성(尹而聖)에게 봉정하고 아울러 부백(府伯)에게도 보이다.
病客從來怯羽觴 병든 객(客)은 예전부터 술 마시기를 꺼려해서,
任將歌管屬檀郞 마음껏 노래하고 피리 불며 단랑(檀郞)을 모우네.
何妨閑幔深深掩 큰 장막에 깊이 가려진들 무슨 상관있겠으며,
不用淸宵細細長 맑은 하늘이 가늘게 보인들 어이하리오.
碧桂近窓傳晩吹 들창 가까이 푸른 계수(桂樹) 만취(晩吹)를 전해오고,
金蟾當案護殘香 금 두꺼비 책상에 앉아 남은 향기 감싸네.
獨枕未須成悵望 홀로 잠들지 못하는 이 밤에 슬픈 바람 생기니,
且敎仙夢到高唐 선몽(仙夢)이 고당(高唐)에 이르게 하고 싶네.
○ 백주(白洲)
춘천부 객관(客館)에서 학곡 홍상공(洪相公)의 운에 차하다.
春讌江樓雨滿觴 강루(江樓)의 봄 잔치에 술잔 가득 빗물이 괴고,
繡衣當日我爲郞 안찰(按擦)하러 왔던 그 시절에는 낭관(郎官)의 몸이었네.
仙區一去烟霞隔 신선이 사는 이곳을 떠나자 연하(煙霞)마저 멀어지더니,
使節重來歲月長 사명(使命) 받들고 다시 오니 그 세월이 장구하네.
巖寺可忘津北路 암중(巖中)의 사찰(寺刹)은 북정(北程)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官樓初動臘前香 관루(官樓)에는 어느새 납전(臘前)의 향(香) 내음이 진동하네.
籠紗暎壁無人知 사롱(紗籠)이 벽에 비쳐도 알아주는 이 없건만,
爲有新詩逼盛唐 새로이 지은 시(詩)만은 성당(盛唐)에 버금가네.
○ 조홍진(趙弘鎭)
문소각에서 삼가 귀록상공(歸鹿相公)의 운에 차하다.
鳳儀山豁大江橫 활달한 봉의산 앞으로 큰 강이 가로 질러 흐르고,
至樂無聲勝有聲 지락(至樂)은 들리지 않고 승경 속에 담겨져 있네.
別界開張何爽朗 별세계가 펼쳐지니 그 얼마나 맑고 시원한가?
化翁排置太經營 조물주의 이 솜씨도 태초(太初)에 경영한 것이리라.
敢言肉味忘三月 세달 동안 육미(肉味)를 잊었음을 감히 말하노라니,
自覺臺名合九成 구성대(九成臺)로 이름 한 뜻이 저절로 깨우치네.
夜半雲晴生桂魄 반야(半夜)에 구름이 걷히고 달이 떠오르니,
把盃如接故人迎 응접하듯 술잔을 잡고 옛 사람을 맞아들이네.
○ 이광문(李光文)
을해년에 나는 은대(銀臺)에 있으면서 춘천부사로 나가기를 자청했다. 부모를 모시는 여가에 즉사(卽事)를 읊어 희환(喜歡)에 가탁하다.
十載承恩侍玉堂 십년 동안 은혜를 입어 옥당(玉堂)에서 시종하였고,
東飛鳬舃又玆鄕 오리와 까치처럼 동쪽으로 날아오니 바로 이 고을이더라.
中天積氣孤峯出 하늘 한복판에는 고고(孤高)한 산봉우리 솟아있고,
遠浦流雲二水長 먼 포구(浦口)에는 구름이 떠돌고 두 강이 길게 흐르네.
比屋桑麻時雨潤 늘어선 집과 상마(桑麻)에는 촉촉이 단비가 내리고,
滿簾松桂晝陰凉 온 발[簾] 가득한 송계(松桂)는 대낮에도 시원스레 그늘이 지네.
斑衣晨夕春爲壽 새벽저녁으로 반의(班衣) 걸치고 님[王]을 축수하고서도,
更以岡陵答寵光 또다시 언덕에 올라 나랏님 은총(恩寵)에 보답하네.
○ 남주헌(南周獻)
朝衣鳳惹御爐烟 조복(朝服) 갈아입으니 봉황이 어로(御爐)의 연기 끌어와,
恩誥來州暫借緣 왕명(王命)이 고을에 이르러 잠시나마 인연(因緣)을 늘이네.
古樂不圖聞此地 고악(古樂)은 이 땅에서 다시 들리려 하지 않건만,
名樓何幸得殘年 명루(名樓)는 다행히도 여생(餘生)을 벌었구나.
山高神鳳其來否 산은 높은데 신령한 봉황은 오려나 오지 않으려나.
野闊泟鴻遂杳然 들은 넓건만 기러기 소식은 끝끝내 아득하네.
謾卷文書隱䋛檻 고을 일 젖혀두고 화려한 난간에 숨으니,
夕陽搖蕩二州邊 석양이 두 물가에서 요동치고 있네.
○ 이인부(李寅溥)
燕坐仙樓對羽觴 한가하게 선루(仙樓)에 앉아 술잔 마주 대하니,
官娥細唱勸桑郞 관기(官妓)의 가녀린 노랫소리 상랑(桑郞)을 권하네.
山如振翼當簷近 날개를 펼친 듯한 산세는 처마 가까이로 다가서고,
水似彎弓抱野長 만궁(彎弓)처럼 휘어진 강물 길이 들판을 품고 흐르네.
病冒日醒甘井味 병든 몸 나날이 감천(甘泉)의 물맛에 술을 깨고,
酒情春動異蔬香 술에 취한 봄날에 이채로운 나물 향기 진동하네.
碧紗輝暎朱欄月 푸른 사롱(紗籠) 휘황하고 붉은 난간 위로 달이 떠오르니,
豈有新詩更擬唐 어찌 새로이 시(詩)를 지어 성당(盛唐)에 비기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