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얼마나 알고 드십니까?
금요일의 과학터치 약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을 지켜준 건강 파수꾼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약의 범람으로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은 이제 소비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상식을 요구하고 있다.
제 49회 금요일에 과학터치 서울역 강연은 강원대 이범진 교수(45)의 약 이야기다.
이 교수는 ‘먹는 의약품 제제를 만드는 원리와 미래비전’이란 주제로
먹는 의약품이 체내로 전달되는 과정과 이를 이용해
의약품을 만드는 원리에 대해 강연했다.
약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지만 만드는 과정은 오늘날에도 간단치가 않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의 몸이 매우 복잡한 순환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의 80%가 알약이나 캡슐 등의 먹는 약품이다.
그러나 먹는 의약품은 체내 전달 과정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
즉, 먹는 알약을 체내에 투여했을 때, 위장관내 불안정성, 낮은 용해도,
불완전한 흡수 및 높은 간 대사 등으로 말미암아 전신순환계로 들어가는
약물의 양과 흡수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을 인체에 주입해 혈액 속에 퍼뜨려서 치료를 위한
장기에 도달시켜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약의 효과는 인체 내 혈액속의 농도가 기준이 된다.
체내에 약물이 방출되어 온 몸에 흐르는 혈액 속에 도달하는 속도 및 그 양이
약물의 작용부위로의 이행에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약의 제형에 따라서 약물이 혈액내로 이행하는 속도와 도달하는 양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활용되는
기준이 바로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다.”
즉, 생체이용률이란? 약이 혈중으로 도달하는 속도와 양
즉,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체순환계로 들어가는 약물의 양과 속도로
정의된다는 이 교수의 설명.
혈액속의 농도 조절이 중요
병원이나 약방에 가면 매우 다양한 약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왜 약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약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의약품은 원료 물질 자체로 투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에 대한 정확한 용량이나 안전성 등을 위해 먹는 알약, 캡슐, 분말, 용액 등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어진다.
제형이 중요한 이유는 대기 중의 산소 혹은 습기로부터의 보호, 맛, 냄새 등의
차폐, 다양한 방출 조절에 의한 약리 작용을 시간에 따라 조절하기 위함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약은 입에 쓰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약을 먹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약에는 원료이외에도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간다.
“첨가제는 약에서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알약과 같은 먹는 의약품 제조의 경우, 부형제, 결합제, 붕해제, 활택제 등의
다양한 첨가제를 사용한다.
약물과 첨가제를 혼합하고 이를 과립으로 만든 다음에 알맞은 크기를 선택한다.
건 조후에 정제기를 사용, 일정한 크기로 압축해 알약을 만든다.”
약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이러한 방법들은
약의 생체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물의 생체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약물의 성질의 경우, 잘 녹는 정도, 결정다형성, 입자의 크기 및 형태,
입자 표면적 등이 있다.
제제의 경우, 첨가제와 제형,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도 영향을 미친다.
또 인체의 성질 중에 복잡한 위장관의 상태, 간 대사, 음식물의 영향,
약물간의 반응 등도 생체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약의 조건은 무엇보다도 약리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없는 약이다.
이를 위해 생체이용률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체내에 투여된 약물은
혈액과 림프계를 통해 생체막과 장기 등으로 이동, 특정 장기에 도달하고
질환 부위에 분포되어 있는 수용 체와 결합, 치료 효과를 가지게 된다. 그
러나 질환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 가는 약물은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생체이용률을 이용하면 피속의 농도 조절, 부작용의 제거,
치료 효과 등을 높일 수 있다.”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신약 기술
기존 의약품의 효능을 최대화시키는 반면에 약물의 부작용을 극소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양의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다.
강원대 약대 생체이용률 조절연구실을 이끄는
이 교수의 연구 분야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약물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마치 퍼즐을 짜 맞추는 것과 같다.
낮은 용해도, 높은 대사율, 불안정성, 낮은 투과성 등이 퍼즐의 핵심 요인들이다.
이런 문제점을 가진 퍼즐들을 잘 짜 맞춰야 좋은 약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 약의 제조에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고
새로운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혈중 약물농도가 커 치료효과가 안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에 혈중약물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서 치료약물 농도범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시스템이 바로 ‘방출제어형 약물방출시스템’이다.
이는 약물의 혈중농도의 변화를 감소시키고 투약의 빈도를 줄이며
부작용과 함께 환자의 편리를 도모, 생체이용률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 원리를 활용한 캡슐 형태의 약의 경우,
캡슐의 마개가 벗겨지는 속도를 조절, 약이 방출되는 속도가
각 장기의 특성에 맞게 제어된다.
이외에도 레이저로 매우 정밀하게 구멍을 뚫어 그 크기에 맞게
약이 녹아서 방출되도록 하는 ‘삼투압을 이용한 약
물 전달시스템’ 등 최신의 연구 기법 등이 소개됐다.
이 교수는 미래의 신약 기술개발의 비전에 대해 소개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신약 개발은 연간 5~40억불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 분야다.
하지만 의약품 시장의 80%인 알약, 캡슐 등의 먹는 의약품들은
체내 전달 과정이 복잡해 신약 개발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첨가제 활용, 제어방출제제, 나노 입자화 기술 등의 요인을
생체이용률 조절 기술과 접목하면 국내는 물론, 기존의 다국적 기업이 차지했던
세계 시장을 대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이범진(李凡珍) 교수는
‘84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동대학 석사를 거쳐서
’92년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Oregon State Univ.)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 약대 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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