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화 강 추!!
[영화 평]
황후화를 보고 나서
벌써부터 인터넷 공유 폴더엔 이 영화의 파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하철 노점상들이 파는 불법 DVD에도 어김없이 이 영화는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이 영화는 극장 그것도 스크린이 아주 큰 곳에서 봐야 할 영화라 생각되어 다른 곳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사전 지식들이 오히려 온전한 영화 감상에 방해를 받은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나온 각종 정보들(TV 영화 소개 및 인터넷 감상 평. 기타 영화잡지의 프리뷰)을 철저히 차단하여 아무 사전 스포일러 없는 상태에서 구로 cgv 4관 (참고로 구로 cgv중 가장 스크린이 큰 곳)을 예약하여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나의 이 가상한 노력 덕분일지 몰라도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나의 감상평은 에이 플러스가 되었다.
갈등과 음모.,질투가 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가 아닌가 한다.
역시 이 모든 것의 근본은 서로에게 엇나간 사랑이 있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 있음.
주윤발의 야심에 희생된 태자 엄마의 사랑
황제를 사랑하지만 황제의 사랑을 받지 못한 황후의 어긋난 사랑
자신의 동생인지도 모르고 사랑했던 태자의 가슴 아픈 사랑
아빠 엄마 중에서 엄마 편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원걸 왕자의 부모님에 대한 사랑
유약하지만 태자를 사량했던 황제의 사랑
사랑 속에서 질투가 싹 트는 법이며 이 질투는 또 다른 음모를 낳는법인가 보다
주인공들의 인물 연기가 너무 좋았고 무술 액션 역시도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규모로 승부하는 영화답게 볼거리를 아주 많이 제공하고 있었고 그 덕에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윤발 형님을 큰 스크린에서 다시 마주 하게 되어 너무 좋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영웅본색을 알게 된 후 20년 가까이 좋아하고 있는 윤발 형님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카리스마도 더 중후하게 변화는 것 같다.
주걸륜이란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쌍꺼풀이 없는 눈이 참 멋있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게 만든 배우다.
대만에서는 유명한 가수라고 한다.
참고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주제가를 주걸륜이 부르고 있었다.
너무 좋아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극장에 앉아 있었다.
황제의 절대 권력에 도전하지 마라는 메시지는 결국 이전에 장예모가 보여줬던 천하라는 큰 명제 앞에서 개인의 숱한 감정들은 없어져도 된다는 중국 정부의 절대 권력에 까불지 마라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까지 거창하게 확대하여 이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다.
그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의상들 액션장면들 그리고 그 현란한 색채들을 보면서 그렇게 까지 깊이 해석하는 것은 평론가에게 맡기고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역시 DVD로 소장해야 할 영화다. 스크린의 화질 상태가 지글거림이 많아서 다소 불만이 있는데 DVD로 나올 때 제대로 개선되어서 나왔으면 하는데 어떨지?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노란색의 국화 속에서 죽어가는 많은 병사들의 붉은 피는 더욱 붉게 보인다.
개인의 존엄성이나 가치는 그 큰 전쟁 속에서 아무런 의미가 아님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잠시 느끼기도 했다.
이 영화는 꼭 극장 그것도 큰 스크린에서 접하길 바라면서 이만.
마지막으로 영화 끝나고 나서 나오는 주걸륜이 부른 주제곡의 가사
당신의 얼굴처럼 야윈 초승달의 창백한 달빛
당신의 눈물에 비춰 반짝이네요.
당신 없이 외로운 밤 춥고 길기만 한데
절망으로 얼어붙을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이슬비에도 쉽게 젖고 한낱 실바람에도 사라지는 게
종이 위에 쓰인 나의 운명입니다
꿈은 저 멀리에서 향기처럼 피어나는데
당신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국화가 꺾이니 대지가 슬픔에 젖고 당신의 미소는 강물 따라 흘러가고
떨어지는 꽃잎이 애간장을 태우지만 내 슬픔은 평온을 찾습니다.
하지만 매서운 북풍과 여명의 어둠 속에도 당신의 그림자만은 눈에 선합니다
홀로 남아 외롭지만 호수에 비춰보니 둘이 되었네요.
꽃잎이 찬란하게 황혼녘 바람에 흩날립니다
운명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긴 힘들어요
슬픔은 강을 건너지 못할 운명이니 당신의 마음은 물 밑으로 가라앉고 말거예요
그리움에 발이 묶여 건너갈 수 없을 거예요.
이곳은 누구의 천하입니까 이곳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검을 내던지고 변한 세상에 울분을 토해봅니다.
저 하늘에 서서히 동이 터오니 그대의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아쉬운 하룻밤을 수놓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