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송년회때
울주군 연합회 신년회 일정을 잡던 중 나온얘기가 한라산 등반이라,
술김에 모두 OK 했었고
그때만 지나면 모두 잊어버릴거라 생각했더만,
이 화상들이 그 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더라는,
그래서 부랴부랴 제주 한라산 등반일정을 잡는다.
방학중 가장 피크철이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어찌어찌하여 겨우 장흥 노력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찾았다.
11일 금요일
먼저 출발하게 된 우리는
주원(동구에서 온)의 아는집(알고 보니 굿당 이었다 ㅠ.ㅠ)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전남 강진으로 출발, 밤 10:10에 월남저수지옆 수지산법당에 도착한다.
월출산 자락의 월남저수지 경치가 훌륭하다고 하나
어둠에 묻혀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풍성한 남도 음식과
따스한 보살(?)님의 미소가
긴 여정의 피로를 한꺼번에 풀어 주었다
늦은밤 우릴 반기는 음식. 오른쪽의 전복간장조림이 눈에 띈다.
명태전과 불고기, 그리고 김치찌게
동해안에서 보기 힘든 병어와 민어 구이...
병어가... 그 크기가 얼마나 크던지
아마 A4용지 사이즈 만큼 컸던걸로 기억한다.
역시 남도는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며
늦은밤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행복지수 충만~~ ^^;;
잠자리가 다소 후덜덜--;;
굿을 하기위한 굿당...
각종 제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자리에 누우니 눈에 확 들어오는 풍경.
천정엔 계란판을 다닥다닥 붙여 놓았다.
다소 싱숭생숭한 맘으로 눈을 붙였다 일어나니 6시.
그 이른 시간에도
보살(?)님의 정성가득한 전복죽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수지산굿당 "의 법사님은
수익금을 무료로 굿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퍼 주시고
또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을 조건없이 거둬 먹이고 재우고 한단다.
여기 보살님..
사실은 친구 주원의 회사 사장님 아내다.
중풍으로 한쪽이 마비되고 불구가 되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치료를 하여도 효과가 없다가
여기 굿당에서 2년정도 있으며 완치를 하였다고 한다.
워낙 멀쩡하게 움직이고 말하시길래
중풍환자라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암튼,
전통 무속신앙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나도
또 다른 세상을 접해본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하여
서둘러 장흥 노력항에 도착하니
새벽 2:30에 울산에서 출발한 2팀이 속속 도착하고
오렌지호를 배경으로
스쿼시라켓과 등산 복장등을 겸비한
다소 난해한 군상들이 모여 기념사진 한컷!
2시간 20분을 달려 성산항에 도착 후
제주에 오면 항상 반가운 얼굴..
미리 와서 기다리던 성필과 합류하여
서둘러 식충이를 달래기 위해 제주 동문시장을 들른다
제주 올때 마다 들르는 동문시장...
수산물 시장코너에서 싱싱한 고등어와 칼치, 방어회,고등어회,광어회,
그리고 소라,해삼,개불에 저녁에 먹을 옥돔까지 바리바리 사서
금메달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한다.
금메달 식당은...
시장에서 사온 각종 먹거리를 가져다 주면 요구하는대로 요리를 해주는데,
요리솜씨가 일품이어서
괜히 비싼돈 주고 제주의 칼치조림이나 고등어 조림등을 발품팔며 먹을일이 없다.
이렇듯 노릇하게 잘 구워진 싱싱한 고등어 구이와
입속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칼치 구이...
싱싱한 소라를
요렇게 파내어 먹는 맛이란...가히 꿀맛 이로다.
(저기 위~ 소라의 끝 부분 파란것은 창자로서 먹으면 뒷탈이 납니다.~)
시중의 3-4만원 하는 칼치, 고등어 조림.
참으로 보암직 하고 먹음직 하다
제주를 자주 왔다는 이 친구들도
여기는 처음이라는...
음식을 기다리는 이 모습.
폭풍흡입을 한 뒤의 모습을 찍어야 하는데. ㅋㅋㅋ
한라수목원 위
한라산휴양팬션으로 이동 후
여장을 풀고 보니
전경이 무척 아름답다.
앞으로는 이름모를 오름이 보이고
주말(토) 인데도 20평 펜션 1박 비용이 9만원으로 착하다.
여장을 풀고
제주스쿼시로 이동, 모처럼 스쿼시로 몸을 푼다.
이날이
"바락"스쿼시 정모라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고
많은 인원탓에 맘껏 뛰진 못했지만 즐거운 화합의 장이 되었다.
우리팀은...
모두들 밤새 달려온 터라
피곤이 잔뜩 끼어 있다.
피곤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과 한잔은 필수..
바락스쿼시회원이 운영하는 "고구려"식당에 모였다
먹을때는 항상 모두가 행복한것...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오른쪽 벽면의 박헌웅 제주스쿼시 연합회장님
귀요미들의 V 사랑과
쑥스러운 포즈도 한컷
울주군 부회장님과 병원 의사이신 광식형님,
그리고 바락스쿼시 회장이자 친구인 성필.
우리 울주군 스쿼시 기술고문 우진씨와 이사 경환
이번 여행은 등산이 아니라 힐링이라는 ,
동구에서 온 태화와 울주군 이사 경민이
그리고 나와 우리 마굿간 회원으로 가입한 이상언씨...
제주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스쿼시로 몸무게 10kg을 감량했단다.
그렇게 즐거운 만남의 여흥이 끝나고
숙소인 한라산휴양펜션으로 돌아와
옥돔을 굽는다
마침
조리사인 정훈이
아주 적당하게 노릇노릇한 옥돔을 구워 내고
한잔 술로 늦은밤 한라산 기슭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
.
.
5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한라산 등반을 위해 서둘러 여장을 갖추고 나선다.
노형동 사꾸라 호텔옆 미원 해장국.
제주의 맛집으로 미풍해장국이 유명하지만
이곳 미원해장국도 썩 괜찮다
이른 새벽시간,,,
입구엔 대형버스가 서있고
단체 등반객들이 벌써 식당을 절반이상 채워 놓았다
미원해장국..
보기좋은 만큼 맛도 있다. 강추하고픈 맛집이다.
성판악휴게소.
이른 새벽시간에도
산행을 위한 등반객과 대형버스가 뒤엉켜 엉망이다.
6:40
드디어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등산이 시작되고
누가 빠르고 늦고도 없다
한라산 정상을 오르기 위한 긴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세월아 네월아 오르다 보니
속밭대피소가 나오고
또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온다
참아왔던 생리현상을 풀기위해
대피소의 화장실은 다시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고
한쪽 공터에서는
버너에 불을 피워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과
통행로가 아닌곳으로 막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어떠냐는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귤껍질을 보란듯이 버리는 사람들...
대피소 안내원의 화난 목소리가
묘하게 제주사투리와 어우러져
많은 등산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인가 보다
국민소득 2만,3만불이 된다한들 무엇하리...
아직도 의식수준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거늘...
화려한 등산복장과 장비를 갖추면 뭘 하나?
스틱을 함부로 다루면 뒷사람한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기가 체력이 약해 천천히 가려면
한쪽으로 비켜서주면 될 일.
그러나,
많은 그런사람들이 가뜩이나 좁은 등산로 가운데 서서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나만, 내 가족만 알고
춥고 배고픈 시대 앞만보고 달려온 세대들에겐
"배려"란 것을 생각하기엔 아직도 이른 것인가??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단체여행객 들이며, 연령대가 대체로 많았다는...)
11:30
약 4시간에 걸쳐 한라산 정상에 도착한다.
분화구의 백록담내 얼마 남지 않은 물도
한겨울 추위에 꽁꽁 얼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어떤 등산객(아마도 이곳을 자주 오르는 현지인 인가 보다) 왈.
오늘 등반하시는 분 복 받았다고,
바람도 없고 포근하며
다소 흐리긴 하여도 저 멀리 제주 일원이 시야에 잡힌다며..
정상 어느곳에서든
사진 찍느라 난리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한컷!
한라산은...
겨울을 제외한 계절엔
등산로가 험해(길이 화산석 덩어리로 이루어져 울퉁불퉁하고 다리에 무리가 많이 온다)
겨울철에 오는것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눈이 울퉁불퉁한 모든 틈을 메우고 다져저 평탄해지기 때문이다.
총 12명이 와서
4인가족 한팀이 빠지고
늦은밤 과한술로 또 4명이 빠져
결국 4명만 올라왔다
정상에 서니
연신 흘러내린 땀을 닦던 수건이 즉시 얼기 시작하고
손가락이 아파오기에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관음사쪽으로 내려가기로 방향을 잡고
미끄러지기도 하고
때론 썰매타기도 하며
한라산 눈길산행의 기분을 만끽한다
중간중간 쉼터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가
요놈 까마귀들의 야생성을 죽일터,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덥죽덥죽 받아 먹는다.
문득 올라오는길에 세워진 푯말에
"한라산 동식물은 음식물을 싫어합니다" 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우리도 조촐하지만
김밥 한줄로 허기를 달래고(김밥이 얼어서 딱딱해졌다)
다시 열심히 걸어 내려오니
대피소까지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는 모노레일 운반선이 폭설에 갇힌 모습도 보이고
어느덧 하산지점인 관음사가 목전이다.
관음사 휴게소에서 우릴 기다리던 동료들과 만나
급히 맥주를 사서 원샷 때린다.
하산할때 물이 없어 얼마나 목이 타던지...
12시에 정상에서 출발, 관음사 도착이 13:20..
3시간 하산거리를 달려서 1시간 20분만에 내려왔더니
이제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온몸이 쑤시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접히질 않는다.
허기를 달래려
탑동 보건식당을 들른다
나름 오분자기 뚝배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오분자기가 귀해 가격이 만만찮다
성필이가 시킨 메뉴라(10,000원짜리 헐~~)
이것이 전복인지 오분자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그냥 작은 전복이나 오분자기나 그게그거더만...
"오분자기뚝배기" 메뉴를 먹어보지 않았으니 평가는 보류.
그렇게 점심을 먹고
서둘러 성산항으로 이동한다.
이제는 만사가 귀찮고
빨리 이곳을 떠나 집에서 편히 몸을 누이고 싶은 맘 뿐.
그렇게
짧다면 짧은 1박2일을
너무너무 알차게,
그리고 몸을 혹사시키며 이번여행을 갈무리 한다.
첫댓글 한라산 공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ㅋㅋㅋ
다들 수고 했습니다...ㅋㅋ
멋져부려...부러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