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1. 월요일. 그리스 솔로이스츠 피아노 콰르텟 콘서트.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주한 그리스 대사관 주관)
디오니시오스 수르바노스
이름부터 거창했다. 거창한건 꽤나 별론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허구 속 인물은 아녔다.
토가대신 블랙수트를 입고....
피와 살을 가진...확실히 실존인물이었다.
다만 오르페우스 뺨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주한 그리스 대사이기는 했다.
사실 정식 연주홀이 아녔다. 종로에 있는 미래에셋빌딩 2층 한구석을 빌린 조촐한 음악회였다. 참으로 집밥스러운 음악회.
중앙의 그랜드 피아노는 참으로 소박한 사이즈라서 무대체질과는 거리가 먼듯 보였다. 물론 이러한 편견은 매우 가까운 미래, 첫곡 모짜르트의 피아노 사중주 1번으로 철저히 깨질 예정이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리스 대사의 열정적인
헌사가 있은 직후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와 현악기의 대결 그리고 밸런스
바로 피아노 4중주의 묘미이자 난제이리라...
모짜르트 피아노 4중주 1번
앞서 고백했듯이 전적 나의 편견이었다. 건반 위에 피아니스트의 고귀한 두 손이 얹어졌을 때부터 한없이 평범해 보이던 피아노는 이내 비범한 소리를 냈다.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보다 부드러운 레가토, 진득한 연속성, 빠른 속도임에도 촘촘히 한음한음 들리는 고른 스케일. 현악기들을 리드하면서도 결코 독재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이끄는 피아노(누가 민주주의를 잉태한 나라 아니랄까봐 ㅋㅋㅋ)
반면 연주 초기에 유일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는 좀 긴장을 했던지 1악장 초반, 좀 속도를 내서 연주해야 하는 부분에서
다소 깔끔하지 못하고 소심한듯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비올라와 첼로에 비해 멜로디를 맡는 빈도수가 월등히 많고 피아노와 더불어 관객이 곧잘 주목하는 악기이니만큼 부담이 적잖이 되었을거다....하지만 모든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듯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력도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훌륭해진다. 아마도 차차 심적 평정을 찾았으리라....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한국이 낳은 세계 피겨여왕 김연아로 인해 더더욱 유명해진 곡♥
엄격한 분위기가 단박에 자유스럽게 바뀌었다. 바로 탱고라는...비유컨데 남미산 향차이(고수)를 넣었을뿐인데...
유럽이민자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 원래도 구슬픈 탱고에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레퀴엠풍 탱고. 현악기가 빚어내는 심금 울리는 비브라토의 여운이 하루지난 지금도
귓가에 여전하다..
레오니다스 카니리스의 헬리노트로피스
솔직히 미지의 그리스 현대 작곡가여서 별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난해성보단 어느정도 대중과의 공감을 중요시 여기는 작곡가의 컨셉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처음 먹어본 현지 음식이 의외로 먹을만하고 더러는 맛있기도 할 때의 바로 그 느낌!!!
특히 피아니스트가 재즈식으로 경쾌하게 발을 구르며 현악주자들과 한큐에 종결부분을 맺을 때!!!열에 들뜬 환호성이 공연장을 꽉 매웠다.
라스트는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
일찍이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의문을 제시해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소설 속 여주인공
두명의 남주인공을 클라라와 그녀의 남편 슈만, 그녀를 평생 짝사랑한 브람스에 빚대어
읽어도 무방하지만 작가 자신이 소설에서 밝혔듯 그의 음악을 좋아하든 안좋아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근데 난 그녀의 이 소설을 떠올릴 때마다 부질없게시리 문자 그대로의 소설 제목에 꽂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음표까지 첨가시켜 나 자신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즉각 답한다...이렇게...
「네 좋아해요...아니 아주 사랑해요!!!!!」
유독 관심을 기울이던 이 피아니스트!!
브람스에선 정말이지 끝내줬다!!!!!
실내악을 듣는건지 교향곡을 듣는건지 헷갈릴정도로 첫 스타트부터 매우 드라마틱하게 대범하게 연주하더라. 중간부분은 다분히 낭만적 서정성이 음색에 짙게 스며들어 두터운 마티에르의 중량감있는 유화 한점이 오버랩되었다.
피날레에 가서는 본디 집시풍이라 흥이 겨운데다가 아주 아슬아슬 감질쩌는 템포 루바토 재주까지 부리니... 한여름의 무더위로 아침부터 무겁게 가라앉아 답답하던 마음이 일순간 시원하게 확 뚫렸다.
바이올린 또한 초반부 긴장으로 인한 아쉬움을 이내 떨쳐버리려는듯 불꽃처럼 탁탁 튀는 매서운 연주와 비상한 집중력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현악기군을 이끌었다.
비올라와 첼로주자
어쩌면 가장 서러운게 비올라 연주자일지도..
피아노는 건반악기니 그렇다하고
현악기에서 항상 선호도 대중성 1위를 차지하는 바이올린과 중후함 있어 인기있는 첼로에 비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으니까...
헌데...비올리스트가 키도 훤칠하고 장발이 잘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자꾸 눈이갔다 ㅋㅋㅋ
그 옆에 첼리스트...실상 아름다운 선율, 역동적인 리듬을 헤아릴 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베이스인데....정말 기막히게 깔아주었다...봄철 민들레 씨처럼 푹 꺼지거나 들뜨지않게끔... 피아노의 생동감, 바이올린의 예민함, 비올라의 완숙에는 못미치는 반숙된 중량감(그래서 빈약할 수밖에 없는)고루고루 돋보이도록 하는 첼리스트의 수고는 응당 박수받아야 한다.^^
인터미션도 생략한 체 80여분의 음악회가 막을 내렸다.고온다습으로 악장 사이 간간 튜닝작업하던 현악기 주자들...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절대음을 눌러주고 조율하게끔 기다려준 피아니스트의 세심한 배려♥
이렇듯 오늘 연주의 성공은 그들의 타고난 재능과 개성뿐만은 아니었다.그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한몫을 했다.^^
피아노 4중주...주한 그리스 대사의 말마따나 클래식 음악가들이 가장 적게 작곡한 실내악이다...그만큼 작곡도 연주도 쉽지 않다는 얘긴데...그 적은 수의 피아노 4중주가
하나같이 클래식 음악사상 빼어나다한다...
블로그를 쓰고 있는 동안 하루가 지나갔다.
밖에는 다시금 시작된 지리지리한 장맛비 소리가 한창이다...몇시간 전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 위에서 연주한 그들도 한창 단잠자고 있겠지...아직도 감흥에 심장은 벌렁벌렁 뛰지만 필자도 이제는 눈을 붙일 시간이다....또 내일의 음악회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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