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냈지만,
청소년 문화를 알기는 쉽지않다.
가끔 물어보면, 애들이 유치하다는 둥, 정서가 안맞는다는 둥(지 엄마 닮아서 일단은 부정적) 감을 잡을 수 없고, 아직 미국친구도 없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나 또한 미국의 문화나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듯이...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겉모습으로는 상당히 어른스럽다.
복장도 자유, 신발도 자유, 화장도 자유(지역이나 학교에 따라서는엄격한 데도 있지만)이다. 원래 학교에는 복장 규정이 있긴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끈티는 물론이고, 배꼽티, 가슴만 가린 티를 입는 것이 다반사고, 남자아이들의 패션은 바지를 엉덩이 반에 걸쳐서 속에 입은 팬티가 다 보이는 것이 유행이란다.
여기 온 한국아이들도 그걸 본떠서, 한국엄마들은 애들보고 '야 바지올려.'를 입에 달고 다닌다. 남자애들도 귀걸이는 보통. 신발은 샌달이나 슬립퍼를 신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사들까지도 반바지에 슬립퍼, 학부모 회의가 있는 날도 역시 마찬가지. 어떻게 보면 왠 쌍놈들 하겠지만, 형식 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들이니까 하고 이해도 한다.
여자 아이들은 화장도 많이한다. 눈을 시커멓게 칠하고, 분도 바르고, 개중에 아주 적긴 하지만 소위 날라리들은 검은 옷이 유행이어서 검은 미니 스커트에 검은 티, 검은 머리, 거기다 갑자기 튀는 분홍색 머리띠 등으로 그로테스크하게 하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나 타코벨같은 데로 몰려다닌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애들은 마약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TV에서도 마약 퇴치 광고를 하고, 들은 바에 의하면 밸리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마약을 가지고와서 학생들에게 팔았던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얼마나 마약경험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쉽게 구할 수는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아이는 학교에서 성냥갑만한 미니 화약을 친구를 통해서 샀다가 발각되어 6개월 정학.
얼마 전에는 학교 안에서 자살사건도 있었다. 학교에서 쉬쉬하여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한 학생의 권총자살이었다. 아직 이 도시에서는 총기난사와 같은 일은 없었다.
또 여기는 만 15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차를 가지고 등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허나, 그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도 만만치않다.
운전을 하다보면 훽훽 달리는 차는 거의가 청소년들이니까.
최근에는 노인운전도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사고를 많이 내고있다. 따라서 이런 저런 문제로 학교 앞에는 항상 경찰차들이 와 있다. 때로는 경찰이 학교 주변에서 수업에 안들어가고 빠지는 학생들을 잡아다가 학교로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한시간이라도 예고없이 빠지는 경우는 항상 집에 전화가 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렇게 어펄더펄하고 문제가 많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자유의 홍수 속에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대체로 미국아이들은 상당히 파워풀하다. 육식을 위주로 하고 어려서부터 운동을 많이 시켜서인지 지치거나 기운이 없어서 헬렐레한 아이들이 없다. 항상 생기있고, 움직이고, 떠들고, 뭔가를 한다.
시간도 잘 지킨다. 큰딸 기림이가 마칭밴드를 하는데, 매일 0교시 수업을 하면 아침 6시 45분까지 가야하는데, 늦는 아이가 거의 없단다. 과외활동이라 늦으면 혼내거나 벌을 주는 것도 아닌데... 시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사람들은 시간 개념은 확실하다. 우리는 '쪼금 있다 갈게요. 잠시 후에 시작합니다. 서너시간 걸리죠. 이따 오후에 봅시다.조만간 올게요'등이 다반사이지만, 이 사람들은 '5분 후에, 1시 45분에, 밤 12시 이후에, 24시간 후에'등 명확하다. 물론 동양적인 사고로 치면 여유의 미학도 있지만 때로는 명확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옆길로 새는 얘기지만 연애할 때 '24시간 후에 전화할게.'하면 얼마나 밥맛인가.(물론 그들도 그렇지는 않겠지만)
끝나는 시간, 시작하는 시간도 초를 다툰다. 11분, 23분,이런 식이다. 어떤 때는 쪼잔한 것들! 하고 흉도 보지만 그만큼 시간을 아끼고 쪼개고 정확한 것을 좋아한다.
화장실에 가 보면 담배 연기가 가득할 것 같던 화장실에서 누구도 담배를 피지않는다. 고등학생들에게는 담배를 절대로 팔지않는다.
동네에 나쁜 짓을 할 빌미가 없다. 피씨방, 노래방, 술집도 없거니와 어쩌다 시내로 나가면 있는 나이트클럽은 만 19세 미만이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미국 애들은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놀거리가 없으니까.
공부도 너무도 다양하고 넓은 범위 속에서 하고있다.
다시 말하면 못하는 애들은 바닥이지만, 잘 하는 애들은 대학생 이상의 수준이다.
이 애들은 중학교 때부터 교실을 옮겨다니며 공부를 한다.
우리하고는 반대로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학생이 선생님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 시스템과 똑같다. 125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고, UC계열의 대학을 가려면 어너클래스(쉽게 말하면 우수반)나 AP클래스(대학 수준)를 많이 들어야한다. 그러므로 같은 10학년이라도(고등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그러나 이것은 얼바인의 경우이고 같은 캘리포니아라도 바로 옆동네도 학제가 다름)
시간표가 같은 학생은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Algebra1, Geometry, Algebra2/Trig, Pre-calculus, calculus의 순으로 중학교 후반부터 고등학교에 걸쳐 배우는데, 10학년의 경우 인제 일제브라1을 하는 애도 있고, 빠른 애는 프리 칼큐러스하는 애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낙제해서 다시 듣는 애도 있고.
그야말로 능력별 시스템이다. 또한 각 과목이 연계되어 있어 예를 들어 Biology를 듣고싶으면 수학의 Geometry를 끝내야만 할 수 있다. 시간표도 A데이 B데이가 다르고 끝나는 시간도 다르고, 게다가 레이트 스타트 데이, 미니멈데이까지. 여하튼 한국의 '붙박이 시스템'이 아닌 '이동식 시스템'이어서 여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입에 넣어주는 것만 먹는 우리의 중,고등학교가 얼마나 편했는지를 실감한다.
그 밖에도 커리큘럼이나 시간운영에 관해서 할 말이 많지만 나중에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