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체력이 걱정이 되어 3박 4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갔는데도 역시나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종주였습니다. 출발 전에 다음 지도로 계산한 거리는 중산리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여 화엄사 버스정류소까지 41km였는데 트랭글에는 총거리가 44.86km로 나타났습니다.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자 | 출발지-도착지 | 출발-도착 시간 | 거리 | 소요시간 | 평균 속도 | 에너지 소모 | 대피소 |
4/30 | 중산리 터미널 장터목 대피소 | 10:01~17:29 | 08.44km | 7시간 28분 | 1.3km/h | 1,532Kcal | 07:00 사상-중산리 장터목 대피소 |
5/1 | 장터목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 06:59~16:17 | 12.92km | 9시간 18분 | 1.5km/h | 1,779Kcal | 연하천 대피소 |
5/2 | 연하천 대피소 노고단 대피소 | 06:03~14:11 | 14.25km | 8시간 08분 | 1.9km/h | 2,012Kcal | 노고단 대피소 |
5/3 | 노고단 대피소 화엄사 정류소 | 06:07~10:31 | 09.25km | 4시간 24분 | 2.1km/h | 1,112Kcal | 12:30 구례-부산 |
<4/30.화>
2023년에 대원사에서 출발하여 성삼재로 걷는 대성종주를 했다. 그래서 올해는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화엄사로 내려가는 중화종주를 하게 된 것이다. 일기예보가 4/30과 5/1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비의 양이 적은지라 그냥 우의를 준비하고 떠나기로 했다. 5/2, 5/3에는 날씨가 좋아서 기대를 했다.
새벽 04:00에 알람을 울리게 하고 아침을 먹고 86번 버스를 04:58에 탔다. 이른 시각에도 버스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서면역에서 사상으로 가는 지하철로 환승하고 사상 서부터미널에 도착하니 06:00이다. 인터넷 예매한 티켓을 발권하고 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냈다.
<두류탐방로에서 칼바위로 향했다>
정확하게 07:00에 중산리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쏟아지는 잠에 나도 모르게 잤다. 버스는 진주를 거쳐 중산리 시외버스터미널에 09:50에 도착한다. 터미널 대기실에서 빵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 들어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빵으로 대신한 것이다. 10:01에 트랭글을 작동시켰다. 이번 종주에서는 트랭글로 거리와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고 싶었다.
터미널을 출발하여 중산리 탐방 안내소까지 1.5km 도로를 걸어야 한다. 배낭의 무게가 11.5kg이라서 그런지 걷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잔잔한 통증이 일어났다. 걷다가 자주 쉬기를 반복하니 두류동 탐방안내소까지 25분이 걸렸다. 그 앞에서 순두류 환경교육원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다음 버스는 11:00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무려 30분을 기다리는 것이 이상해서 그냥 칼바위 쪽으로 걸었다. 이 길은 순두류에서 걷는 것보다 600m를 더 걷는 것이다. 시간이 맞으면 셔틀을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칼바위>
간밤에 비가 많이 왔는지 계곡 물소리가 요란했다. 작은 소와 폭포에서 하얀 물보라가 보인다. 가끔 보이는 예쁜 새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쉬운 것은 카메라를 배낭 속에 넣어서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칼바위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장터목대피소와 로타리 대피소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늘은 천왕봉을 먼저 가야 하기에 로타리 대피소로 방향을 잡고 힘들게 올라갔다.
로타리 대피소에는 3시간 만에 도착했다. 올 연말에 개장을 앞두고 공사중에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법계사 일주문 옆에 식수용 샘물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등산에서 물의 무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중간에 샘터가 있으면 출발 할 때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간식을 먹고 잠시 쉬다가 천왕봉을 향해 또 올라간다. 배낭 무게가 버거워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트랭글은 현재 속도를 1.2km/h라고 알린다. 그래 오늘은 무리하지 말자! 저녁 7시까지만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면 되니까 시간은 내편이다. 스스로 위안하고 격려하면서 돌계단을 밟았다.
<법계사 일주문>
예전에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무박산행을 할 때 15시간이 걸렸다. 스틱도 준비 안 하고 그냥 용감 무쌍하게 걸었는데 여기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급경사 돌계단이 나를 울게 하였던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려 딛는 무릎이 바늘로 찌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두 번 다시 안 올 거란 생각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그 길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뿌연 상태를 '곰탕'이라고 부른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곰탕이라도 고마울 뿐이었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비가 안 내리니 곰탕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오르는 중간에 하산하는 등산객을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안 그러면 하루 종일 얘기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일부러 서서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나도 좋으니 잠시 대화시간을 갖는다.
<천왕봉에 다 왔다>
막바지 데크 계단을 오르면 중봉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잠시 오르면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역시 곰탕인데 수시로 기상이 변하니 능선이 잠시 보이기도 했다.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하여 인증샷을 찍었다. 인터넷에 보면 다양한 포즈의 정상 사진이 나오는데 오늘은 나 혼자라서 그냥 인증 사진만 찍었다.
이젠 하산이다. 장터목까지 1.7km라고 하는데 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넘어지거나 자빠지면 안 되는 일이라 한발 한발을 조심스럽게 디뎠다. 제석봉에는 고사목도 있고 주목도 있어서 겨울에는 멋진 그림이 나왔는데 4/30인 오늘은 뭔가 썰렁했다. 철쭉이 애매모호하게 피어서 지는 것인지, 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왕봉에 올랐다>
장터목 대피소에는 17:29에 도착하였다. 7시간 28분 동안 걸은 것이다. 장터목 대피소는 내부 수리를 완벽하게 하여 난방이 잘 되었고, 화장실도 잘 만들었다. 더구나 샘물을 커다란 물탱크에 담아 놓아서 식수로 쓸 수 있게 하였다. 체크인 하고 취사장에서 핫앤쿡으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이번 등산에서는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치약없이 간단하게 치솔질하고 방에 들어가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청했다. 역시 사람이 많다 보니 코고는 사람이 여럿이다. 어떤 분은 이를 두고 '코케스트라'라고 말씀하신다. 참 참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귀마개를 준비 안 했으니 인내심을 갖고 내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잠이 들었다.
<제석봉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