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으로 치닫는 지자체 재정 위기
신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남용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와 재정난이 우려를 넘어 유동성 위기로 가는 느낌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 경북 영양군, 강원 철원군 등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들 월급도 못주는 기초단체가 38곳이나 된다. 빚이 많아 가용재원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중앙정부까지 각종 복지예산을 지방자치단체로 미루는 바람에 복지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표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0% 이하면 ‘양호’, 25%를 초과하면 ‘주의’, 40%를 초과하면 ‘심각’ 수준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행전안전부의 판단기준인 채무비율이 40%를 초과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어, 교부세의 감액과 지방채 발행 및 신규 사업을 제한받게 된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들은 무리한 개발사업 등으로 재정 위기에 몰려있다. 인천직할시 외에도 부산직할시․대구직할시의 채무 비율이 ‘심각’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예를들면, 인천직할시의 올해 부채 규모는 작년보다 5641억원이나 늘어난 3조 3042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천직할시 올해 예산(특별회계 포함)이 7조 5000억원이므로, 부채비율은 약 44%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인천직할시는 송도국제도시에 유엔해비타트․유네스코 무형유산센터 등 국제기구를 유치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국제기구를 유치하려면 한 곳당 연간 5억-6억원을 지원해야 하는 데, 재정난으로 월급도 주기 힘든 상황에서 국제기구를 유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직할시는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함께 구도심 개발․검단신도시․지하철2호선 건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기침체 등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인천직할시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직원이 체납차량의 번호판을 떼오는 작업을 하는가 하면,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재정 기여도’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된다. 즉, 재정기여도가 승진․업무 평가의 주요 잣대로 부상했다. 최근 시간외수당 등 직원 수당과 함께 사회 단체 보조금도 대폭 깎았다.
부산직할시와 대구직할시의 사정도 거의 비슷하다. 부산직할시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33%, 대구직할시는 38%로 전년도 보다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돈 씀씀이를 얼마나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느냐를 따지는 재정자립도의 경우 부산은 지난해 52%, 대구직할시는 49%로 크게 떨어져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기초지방단체는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방단체장들의 선심성 포퓰리즘 한 건에 시 재정파탄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태백시의 경우는 태백탄광공원, 오투리조트, 고생대 자연사박물관은 태백의 3개 골칫거리로 재정파탄의 주범이 되고 있다. 태백시의 올해 예산이 2450억원 인데, 오투리조트 건설비용 중 1460억원의 지급을 보증했다가 상당부분 떠안게 되어 고스란히 시의 부채로 되돌아왔다. 태백시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소, 농업기술센터, 태백산 민박촌 등 팔 수 있는 재산은 모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201억원의 이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오투리조트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구책만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용인시의 경우는 경전철사업에 투입된 비용이 정부보조금과 민간투자금을 합쳐 모두 1조 32억원인데, 이중에서 용인시는 최소 5159억원에서 최대 8460억원을 시행사에 지급해야 한다. 용인시는 일부 생활․민원행정을 제외하고 규모가 있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고, 할 여력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용인시는 5급 이하 공무원들 전원이 월급 인상분을 전부 반납했고,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업무 추진비도 모두 30% 삭감했다. 또한 시의 필수 경상비용도 30% 삭감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자치단체의 심각한 재정난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부터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통합재정수지 비율 및 채무 비율, 부채 등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향후 정치권이 연말 대선을 겨냥해 각종 복지 포퓰리즘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이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하여 무상복지․무상보육 등 각종 복지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복지비용은 중앙정부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도 같이 부담하는 예산이다. 중앙정부는 각종 복지정책을 수행할 때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고려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의 복지 포퓰리즘과 지자체장들의 한건주의는 각 지자체 재정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것이다.
지난해 국회가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대상을 하위 70%에서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지자체들이 3279억원의 예산을 부담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 초 전국 16개 시․도지사는 지자체들의 재정난으로 올해 6-7월이면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될 것이라며, 전액 국비사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에 빠질 수 있는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예산을 지출하거나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하여 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정착화되면서 선거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하여 유권자에게 잘 보일 수 있는 크고, 화려하고, 표를 의식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이를 수행하기 위해 일반회계보다는 추가적으로 부채를 발행하는 것이 손쉽기 때문에 지방채에 의존할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각 지자체장들도 치적주의를 버려야 하며, 표를 의식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서 보여주기 위한 성심성 예산을 단념해야 한다. 또한 각 지자체의 지방의회는 지자체장의 독단에 더욱 날카로운 감시와 견제기능을 가져야 하며, 시민단체들은 자기 지역 살림살이에 더욱 관심을 가지야 할 것이다.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가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가운데 경기 수원시의 부채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는 우선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지방채 발행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민선 5기 들어 현재까지 23억원만을 발행했다. 또한 국비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난해 직무와 관련한 내부 직원들의 제안 등을 통해 세수를 증대시켰으며, 소요사업비 절감과 민간참여 유도 등을 통해 사업비를 절감했다. 지난해 도입한 경제성 검토제도(VE)로 예산을 절감했으며, 체납액 징수를 위한 재원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밖에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47건 사업에 대한 125억원의 예산안을 주민이 직접 심의하고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하는 소통행정을 펼쳤다.
각 지자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원의 절약과 채무발행 억제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향후 지자체의 정상적인 정착여부는 각 지자체의 재정건정성에 달려있으며, 지자체간의 빈부격차는 또 다른 정치․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각 지자체의 채무는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이 값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