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제 책: <몽실언니> 권정생 소년소설, 이철수 그림
모임날짜: 2024년 7월 10일 수요일
모임장소: 빽다방 고양DT
발 제 자: 엄난미
서 기: 이나라
오래전에 읽을 때는 몽실이가 너무 가엾어서 펑펑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미리 울 각오를 하고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부분에서 그리 슬펐던지 자세한 줄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였는데도 눈물까지는 나지 않았다. 내가 감정이 메말랐나 생각하다보니 전에는 몽실이 처한 상황에만 몰두하여 다른 것은 돌아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주변 인물들에게도 좀 더 공감이 되고 동정과 원망 등을 동시에 느끼면서 시대 상황이나 인물들의 생각 등을 좀 더 넓게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 나이 들어 하는 독서의 이점이라고 할까.
정씨 아버지나 김씨 등을 비롯해 책속에 나오는 많은 아버지들은 무능하고 폭력적이고 뻔뻔하기까지 하다. 몽실의 아버지도 밀양댁이 배고픔을 못이겨 집을 나갔는데 끝까지 원망만 하다 죽은 뒤에야 반성을 한다. 김씨는 몽실을 잘 키워주겠다고 하고는 아들이 생기자 밀양댁에게 함부로 대하고 몽실의 다리가 부러져도 미안한 마음조차 갖지 않았다. 가장으로서의 고통과 절망도 있었겠지만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보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아버지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지만 말 그대로 일만 하다 정작 가족의 소중함을 놓치고 말년엔 원망과 후회만 남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가난을 핑계로 가족을 학대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아버지도 많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주며 고난을 극복하는 가족이야말로 ‘가난’이라는 추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몽실의 현실은 비참했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 인물이 바로 북촌댁이다. 비록 죽음을 맞았지만 몽실이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사람도 북촌댁이라고 생각된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 나이와 상황에서도 엄마가 다른 동생과 아빠가 다른 동생까지 챙기고 돌보는 몽실.
구국의 영웅이나 위대한 발명가만 위인이 아니라 몽실이 같은 잡초같은 인생에도 ‘위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그들,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아니었으면 수많은 가난한 동생과 어린 자식들이 그 지난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냈을 것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어디에서 위로받았을까? 몽실이가 옆에 있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함께 나눌 이야기
1. 밀양댁이 처음부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아가는 일이 없었다면 몽실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아마 굶어 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절름발이가 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밀양댁의 심정과 결정을 비난만 할 수 없었다면 제가 너무 매정한걸까요?. 여러분이 그 상황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요?
2. 「해방 후 만주나 일본 같은 외국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줄지어 돌아왔다. (중략) 말만으로 해방된 조국에 빈 몸으로 찾아온 그들은 살아갈 길이 없었다. 귀국동포라는 말은 라디오나 신문 같은 데에서만 쓰이고 보통은 일본거지 만주거지라고 불렀다.
몽실언니도 그 거지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앞부분에 나오는 글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행한 시대에도 서로를 차별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픕니다. 몽실 역시 정씨 아버지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다 결국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지만 자신보다는 동생들을 위해 상상할 수 없는 고난을 겪습니다.
우리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큰 성취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매스컴이나 책에 나오는 유명 인물 외 이름 없는 우리 주변의 소시민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이야기 또는 몽실 언니처럼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도 좋습니다.
첫댓글 "이것이 나이 들어 하는 독서의 이점이라고 할까"
멋진 난미님~~ 엄청난 미인 ♡
우리 북적북적 몽실언니로 좋은 책모임 나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