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상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직 주님께만 의지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으로 충만 되어 있으면 아무 것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시면서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악령을 몰아내는 능력입니다.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힘’은
그들과 함께 있었던 셈입니다. 제자들은 그 힘에 이끌려 예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자신의 모든 삶을 하느님 섭리에 맡기기를
바라십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한 '무소유'의 삶을 살라는 것이며,
사도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것이 바로 '가난'입니다. 지팡이는 제자들
삶의 특징이 ‘가난’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지팡이밖에 없는
가난한 제자의 삶’은 바로 머리 누일 곳도 없다고 하신 스승의 삶을
그대로 본받는다는 표시입니다. 가난한 스승에 대한 복음 선포는 제자들의
영적인 가난과 물질적인 가난 안에서 선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어느 부자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또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권력가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연설한다면 누가 진심으로
그의 말을 믿겠습니까? 성경에서 예수님 제자들의 가난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입니다.
또한 지팡이는 제자들이 파견 받아 해야 하는 일이 오직
‘하느님의 도움’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제자들은 매일 기도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그들이 맡은 일을 완수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 종이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하느님의 벗이라고 불린 위대한 지도자 모세도 지팡이 없이는 홍해 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후계자인 눈의 아들 여호수아도
지팡이 없이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르단 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시편 23,4). 하느님의 종들이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지하면서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지팡이가 되어 끝까지 함께 해주시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둘씩 짝을 지어 주었습니다.
인간은 연약합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함께 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의 연약한 마음을 붙들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둘이 함께하는 것은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파견된 제자들에게 회개하라고 선포한 후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고대에 ‘기름’은 병을 고치는 좋은 약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단순한
의약품이 아니라, 병자한테 베풀어지는 하느님의 도움을 나타내는
표징입니다. 파견된 제자들은 오직 하느님의 도움으로 그들이 맡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도들을 파견하신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당신의 일을 우리를 통해 이루시고자 합니다.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 것에
매이지 말고 하늘의 것을 추구하는 의로움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삶의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의로움을 선택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접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 꾸르실리스따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께서는 모든 부족함을 다
아시고도 우리를 선택하셨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주님의 뜻을
기다리면 열매는 주님이 주십니다. 주님의 뜻을 행하였다면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는 주님께 맡기면 됩니다. 그분은 우리를 지켜줄
힘과 능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이사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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