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치~법흥산성~돼지동봉~아침치재
도시가 인간의 심장이라면 숲은 대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러한 심장이 울긋
불긋하게 물들어 있다.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여섯 식솔들의 누런 빛깔이 우선
광범위하게 바탕색을 이룬 가운데, 느릅나무,고로쇠나무,피나무,버즘나무 등의 싯누런
색이 넉넉하게 보태졌으며,복자기나무,단풍나무,옻나무,화살나무,노박넝쿨 등의 불그
레한 얼룩으로 화룡점정이 된 만추의 숲이다.이러한 숲은 이타정신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숲을 구성하고 있는 온갖 식물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
가 되며, 육식동물이 죽으면 미생물이 이를 철저하게 분해하고 식물은 이를 거름삼아
성장한다.생태계는 이렇게 생산자,소비자,분해자로 이루어져 있다.식물은 생산자이고
인간은 영악한 소비자인 거다.인간이 죽으면 분해자들은 육신을 낱낱이 분해해서 생산자
에게 아낌없이 돌려준다.그 순환운동이야말로 신비롭고 경외스럽지 않은가.생산자로서
자신을 아낌없이,그리고 대가없이 소비자에게 흔연스레 주어버리는 숲은 이타심의
화신인 게다.
들머리 법흥2리
-법흥2리 마을 회관 앞을 뒤로하고 법흥천에 걸쳐있는 철다리를 넘어서면 좌측으로
숲으로 향하는 수렛길을 따른다(9시20분).먼젓 번의 날머리 수순을 역으로 추적을 하고
있는 게다.지난 번의 날머리 하산 때의 어려움을 익히 겪은 터라, 오늘은 내심 좀 더 나은
오르막 산길을 눈밝혀 찾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고난을 자초하게 된다.거추장스럽고
고생스럽더라도 지난 번의 하산길을 그대로 따랐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어쨋든 나는 지난 번에 이미 한 차례 올랐던 886m봉을 오늘 다시 한번 더 오르게 되고
어림치로 내려서서 내처 오늘의 산행일정을 잇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지난 번의
하산지점인 어림치까지 닿는 데, 한 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오르막을 두 시간 가량을
쏟아부은 거다.
아직도 싯누런 잎사귀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의 숲 길이
아름답기만 하다.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들의 잎사귀도 노릇노릇하다.숲 길은
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다갈색의 낙엽들로 버석거린다.엄장한 덩치의 노송 한 그루가
온갖 잡목들에게 둘러싸인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 한 차례 더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둥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되는 데,나무 말뚝 위에 가로 걸려있는 널판지에 '해발863m의
법흥산성'이라고 써 있는 안내판이 굵직한 굴참나무을 의지하고 서 있다.
멧부리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바위들과 돌들이 널려있다.법흥산성의 잔해로 여겨진다.
이 멧부리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우측으로 보이는
산길은 법흥리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낙엽들 사이로 법흥
산성의 잔해로 여겨지는 울퉁불퉁한 돌들의 산길이 이어진다.능선 양 측의 사면(斜面)은
매우 날카로운 가파른 행색이다. 이러한 지형의 특성을 십분 고려하여 축성을 한 거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지에 산재해 있는 옛 성곽들이 이렇게 산줄기를 따라 축성을 하는
퇴뫼식의 방식을 띠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산악국가임을 간접적으로 웅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지맥의 산길은 한동안 이러한 법흥산성의 무너진 돌성 위를 따르는 형국이다.밋밋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줄기이지만 산길은 울퉁불퉁한 돌길이다.그것도 다갈색의 낙엽이
돌들의 틈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발목의 안전을 은밀하게 노리고 있는 산길이다.
둔덕이나 다를 게 없는 돌무더기 봉을 두엇 넘어서 완만한 비탈을 한 차례 더 올려치면
조금 전의 법흥산성의 안내판과 형태가 똑같은 안내판이 기다린다.'해발825m의 전망대'
라고 써 있는 낡고 빛바랜 안내판이 말이다.이 멧부리도 우측으로 법흥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봉우리이다.지맥의 산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10시 방향쯤이다.
법흥산성의 흔적
지맥의 주능선의 양 사면은 여전하게 벼랑을 이루고 있으며, 산길도 부드럽고 밋밋하지만
울퉁불퉁한 돌들과 돌니의 산길이다.그리고 숲은 거개가 참나무 식솔들만의 누런 잎사귀
들이 드리워져 있으며, 이따금 범강장달 같은 노송이 나타나곤 하는 숲이다.온갖 잡목들과
노송 두어 그루가 싸움질 하듯이 얽혀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지나면 끼끗한 허우대의 노송
두어 그루가 헌걸찬 몸매를 뽐내고 있는 둥긋한 봉우리를 오르게 된다.지맥의 산길은
부드럽게 구불거리며 꼬리를 잇는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만의 숲 길이 연신이어지는가 하더니 어느 틈에 낙엽송
숲으로 바뀌게 된다.낙엽송들의 잎사귀도 노릇노릇하게 익어 있다.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 숲을 지나서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굴참나무 군락지나 다를 게 없는 붕긋한
봉우리이다.그러나 이 봉우리를 뒤로하고 완만한 내리받잇길을 따르면 숲은 다시
낙엽송들의 무성한 숲 길이다.완만하게 내려서던 산길이 가파른 오르막을 내 놓는다.
헐떡거리며 비탈을 올려치면 해발 763.2m봉인 데,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
이다.지맥의 산길은 좌측으로 이어지고 우측의 산길은 법흥리 쪽이다.
법흥리와 판운리 사이의 임도
삼거리봉을 내려서는 산길이 가파르다.게걸음을 치면서 비탈을 내려서면 지맥을 가로
지르는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영월군 수주면의 법흥리(우측)와 주천면 판운리(좌측)
사이의 임도인 거다.임도를 곧장 가로질러 가파른 비탈로 기어 오르면 거뭇한 행색에
푸릇푸릇한 이끼가 더께로 붙어 있는 바위들이 줄을 이으며 기다리고 있다.곧장 날등
으로 직등을 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바위들을 거스르지 못하고 우횟길로 기신거리며
가파르고 험한 비탈을 올려친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해발 739.9m의 멧부리,돼지동봉
이다.
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이 심어져 있으며 주변으로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식솔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는 봉우리이다.이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으로 2시 방향
으로 꼬리를 잇는다.돼지동봉을 뒤로하는 숲 길은 꺽다리 노송들이 주로 꾸며 나가는
산길이라고 할 수 있다.두껍고 비늘같이 생긴 소나무의 껍질이 한 가닥 벗겨져 나가
치자빛으로 물 든 속껍질이 보기에 좋다.가파른 비탈을 내려서니 거뭇한 행색에 이끼가
더께로 붙어 있는 가파른 바윗길이 기다린다.엉금엉금 가파른 바윗길을 기어 오르고
치받이 비탈길을 헐떡이며 오르면 치자빛의 몸통을 뽐내고 있는 꺽다리 노송들만의
둥긋한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해발739.9m의 돼지동봉
노송봉을 내려서면 범강장달 같은 허우대의 노송 한 그루가 지맥의 산길을 가로질러
누워있다.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낙엽의 버석거리는 치받이 오르막은 여러 종류의
활엽수들만의 봉우리로 산객을 안내하고, 그 멧부리와 엇비슷한 행색의 봉우리를 8부
능선쯤에서 좌측의 사면을 따라 건너 뛰기도 한다.다시 산길은 꺽다리 노송들의 숲 길
이 갈마들며 이어진다.고만고만한 높이와 엇비슷한 행색의 멧부리들이 줄을 잇는다.
그 봉우리들을 잇는 지맥의 산길에는 꺽다리 노송들이 보기좋게 꼬리를 잇는다.
두툼한 비늘같이 생긴 솔보굿이 한 차례 벗겨지면 노송의 몸피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연분홍색을 띠기도 하고 치자빛을 나타내기도 한다.주변에 두루 산재하고 있는 하늘을
찌를 기세로 먹줄 같은 곧은 자세의 낙엽송를 따르려는가? 지맥의 주능선을 따라 줄을
잇는 노송들도 하늘을 찌를 기세다.지맥의 산길은 이러한 행색의 줄기를 따라 행색이
엇비슷한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며 끊임없이 이어진다.잎사귀를 온통 떨궈내린 활엽수
들의 산길이 자취를 감춰버리면 끌밋한 꺽다리 노송들이 나타나고 낙엽송들이 비집고
들어선다.
바위절벽을 엉금엉금
솔가리를 잔뜩 뒤집어 쓴 봉분의 묘지를 지나고 참나무 식솔들이나 소나무 등속이나
모두 키가 꺽달진 숲 길을 지나간다.이들이 함께 하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를 오르고
내려서면 누런 잎사귀의 낙엽송 숲이 기다린다.그러한 행색의 부드러운 길을 따르고
완만한 비탈을 거푸 오르면 꺽다리 노송과 그와 걸맞는 높이의 참나무 식솔들의 멧부리
에도 오르게 된다.비교적 관리가 잘 된 삼척김가의 묘지를 지나간다.그리고 곧바로
만나게 되는 묘비없는 묵묘의 봉분은 잡풀이 뒤덮혀 있어서 마치 삽살개의 머리 같은
외양의 묘지다.
숲은 다시 낙엽송 등의 침엽수들이 빼곡한 숲으로 산객을 안내한다.그윽한 숲 향이
감돌고 분위기는 고즈넉하기만 하다.멧부리를 곧장 넘어서지 않고 봉우리 8부 능선쯤
에서 좌측으로 산길은 이어진다.영월엄가의 묘지를 지나고 꺽다리 솔수펑이를 거쳐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다갈색의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둥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산길은 다시 미끌미끌거리는 낙엽싸인 비탈길로 이어지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받잇길을 게걸음으로 짓쳐 내려서면 산길은 또다시 오르막 비탈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인내심을 저울질 한다.
팥죽땀을 흘리며 애면글면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둥긋한 멧부리 한복판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구덩이가 하나 파여 있다.해발 652.8m봉이다.지맥의 산길은 이곳
에서 좌측의 9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이루게 된다.내리받이 산길은 급경사를 보인다.
내리받이 산길은 다소 희미하고 희미한 산길에는 넝쿨식물들이 얽혀있어 발걸음을
떼기가 조심스럽다.맞은 쪽 저 아래로 지맥을 가로지르고 지나가는 2차선 차도가
실배암처럼 보인다.조심조심 발밑을 살펴가며 가파른 비탈을 따르면 60세 남짓의
한 사내가 지키고 있는 산불초소를 지나가게 된다.
고개를 넘는 화물차와 승용차의 숨가뿐 엔진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온다.가파른
내리받이 비탈길을 빠져 나오면 '주천장묘컨설팅'이라고 써 있는 간판이 걸려있는
반토막짜리 컨테이너 앞을 지나가게 된다.그러면 곧바로 영월군 주천면과 평창읍
사이를 잇는 2차선 차도(82번)에 닿게 되는 데,고향치재의 언덕배기가 된다.
오늘의 최종 날머리인 거다.그런 뒤에 차도를 따라 우측으로 20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도로 우측으로 넓은 주차공간이 닦여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14시).
고향치재(우측 끄트머리)
오늘은 초장부터의 알바로 일찌감치 기운과 진을 모두 소진시키고 나서의 산행이다.
비록 어프러치까지의 거리가 12km에 불과한 비교적 짧은 구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
으나, 산줄기의 고저의 굴곡이 만만치않은 구간이었다.하물며 고난의 알바를 보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출출함이 밀려온다.널찍한 주차장 한켠에서 양은 개다리 소반에
서너 명씩 둘러앉아 밥상에 얼굴을 묻는다.
산협의 언덕배기에는 으레 바람이 쉬어간다고 했으니 서늘기가 묻어 있는 바람이 없을
수가 없다.그러나,잔잔하기만 하다.목하, 볕이 그리워지는 계절의 길목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람(人)이 산(山)에서 살면 신선(仙)이 된다고 했으며,사람(人)이
나무(木)와 함께 있으면 쉰다(休)는 뜻이라고 이해를 하였다.갈증을 달래려고 마신 몇 잔
의 술 탓인가? 아슴아슴 졸음이 밀려온다. (2017,11/2)
▣ 아침치~함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