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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後人有詩歎曰:黃祖才非長者儔,禰衡喪首此江頭。今來鸚鵡洲邊過,惟有無情碧水流。
[解釋] 후세사람이 시를 지어 한탄하였다. 황조의 인물됨은 어른 축에도 못 들어, 예형의 목이 이 강가에서 떨어졌네. 오늘에 앵무주 물가를 지나다보니, 푸른 물만 무정하게 흘러가고 있네.
17
卻說曹操知禰衡受害,笑曰:「腐儒舌劍,反自殺矣!」因不見劉表來降,便欲興兵問罪。荀彧諫曰:「袁紹未平,劉備未滅,而欲用兵江漢,是猶舍心腹而顧手足也。可先滅袁紹,後滅劉備,江漢可一掃而平矣。」操從之。
[解釋] 한편 조조는 예형이 죽임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웃으며 말하였다. 「썪어 빠진 선비의 설검이 도리어 자신을 죽였구나.」 한편 조조는 유표가 항복해오기를 내심 기다렸으나 그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그 죄를 물으려 하였다. 순욱이 간하여 말하기를, 「원소도 아직 평정하지 못하였고, 유비도 아직 없애지 못하였는데, 유표를 잡으러 강한으로 군사를 보내신다면, 이것은 바로 가슴과 배를 버려둔 채, 손과 발을 돌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먼저 원소를 쳐부수고 그 다음에 유비를 멸하십시오. 그러면 강한은 비로 한번 쓸듯이 간단히 평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순욱의 계책을 따르기로 하였다.
18
且說董承自劉玄德去後,日夜與王子服等商議,無計可施。建安五年,元旦朝賀,見曹操驕橫愈甚,感憤成疾。帝知國舅染病,令隨朝太醫前去醫治。
[解釋] 한편 동승은 유현덕이 스스로 떠나간 이후부터, 밤낮으로 왕자복 등과 함께 의논하였으나 조조에게 대항할 계책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건안 5년(AD 200년) 정월 초하룻날 동승은 천자(헌제)에게 신년하례를 드리려고 조정에 들어갔다가, 조조가 전과 달리 교만이 넘치고 일도 제멋대로 전횡하는 것이 더욱더 심해진 것을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병이 되었다. 헌제는 동국구가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태의를 불러 명하였다. 「동국구를 찾아뵙고 치료하시오.」
此醫乃洛陽人:姓吉,名太,字稱平,人皆呼爲吉平,當時名醫也。平到董承府用藥調治,旦夕不離;常見董承長吁短歎,不敢動問。
[解釋] 이 태의는 낙양사람으로, 성명은 길태이고, 자는 칭평인데, 당시 사람들은 모두 길평이라 부르는 명의였다. 길평이 동승의 집에 도착하여 약을 쓰고 질병을 치료하는데, 온 정성을 쏟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길평은 항상 동승이 길게 한숨짓고 짧게 탄식하는 것을 보았지만, 감히 그 까닭을 여쭈어 보지 못하였다.
19
時值元宵,吉平辭去,承留住,二人共飲。飲至更餘,承覺困倦,就和衣而睡。忽報王子服等四人至,承出接入。服曰:「大事諧矣!」承曰:「願聞其說。」
[解釋] 마침 정월 대보름날 달밤을 맞이하여, 길평이 동승과 작별하고 떠나려하자 동승이 만류하며 붙잡는 바람에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두어 시간이 넘도록 술을 마시다보니 동승은 피곤함이 몰려와 기운이 빠져 나른해지는 것 같아서 옷을 입은 채로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왕자복 등 네 사람이 찾아왔다는 보고가 들어와 동승이 밖으로 나가 그들을 맞아들였다. 왕자복이 말하였다. 「큰일이 잘 풀려갑니다.」 동승이 물었다. 「큰일이 잘 풀려간다니 자세히 말씀 좀 해 보시오.」
服曰:「劉表結連袁紹,起兵五十萬,共分十路殺來。馬騰結連韓遂,起西涼軍七十二萬,從北殺來。曹操盡起許昌兵馬,分頭迎敵,城中空虛。若聚五家僮僕,可得千餘人。乘今夜府中大宴,慶賞元宵,將府圍住,突入殺之。不可失此機會!」
[解釋] 왕자복이 말하였다. 「유표가 원소와 연계하여 50만 대군을 일으켜 10로로 나누어 함께 쳐들어오고 있으며, 마등은 한수와 연계하여 서량군 72만을 일으켜, 북쪽에서 쳐들어오고 있으며, 조조는 허창에 있는 모든 병마를 몽땅 다 일으켜 쳐들어오는 각각의 길목으로 군사를 나누어 보내 적을 맞아 싸우느라 성안은 지금 텅 비어있습니다. 우리 다섯 집안의 하인을 모아도 1천여 명은 될 것이니, 오늘 밤 승상부에서 대보름을 경축하는 연회가 열리는 틈을 이용하여, 승상부를 에워싸고 돌격하여 쳐들어가 죽이면 대사는 끝납니다. 이런 호기를 잃으면 안 될 것입니다.」
20
承大喜,隨即喚家奴各人收拾兵器,自己披挂綽鎗上馬,約會都在內門前相會,同時進兵。夜至二鼓,眾兵皆到。董承手提寶劍,徒步直入,見操設宴後堂,大叫:「操賊休走!」一劍剁去,隨手而倒。
[解釋] 동승은 너무나 기뻐서, 집안의 노비들을 모두 불러 모아 각자 병기를 챙기라고 이르고, 자기는 갑옷을 걸치고 창들 들고 말에 올라, 모두 대궐 문 앞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고, 모두 다 모이면 함께 쳐들어가기로 하였다. 밤이 들어 초경쯤에 이르자 각 집안의 가병들이 모두 도착하였다. 동승은 보검을 빼어들고 곧장 걸어서 들어가, 후당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던 조조를 보고 동승은 조조를 향해 뛰어들며 소리쳤다. 「역적 조조야 꼼짝마라.」 동승은 조조에게 있을 힘을 다해 칼을 내리쳤다. 조조는 동승의 손놀림에 따라 쓰러졌다.
霎時覺來,乃南柯一夢,口中猶罵操賊不止。吉平向前叫曰:「汝欲害曹公乎?」承驚懼不能答。吉平曰:「國舅休慌。某雖醫人,未嘗忘漢。某連日見國舅嗟歎,不敢動問。恰纔夢中之言,已見真情。幸勿相瞞。倘有用某之處,雖滅九族,亦無後悔。」承掩面而哭曰:「只恐汝非真心!」
[解釋] 그 순간 동승은 잠에서 깨어났다. 조조를 쓰러뜨린 것은 한낱 남가일몽이었던 것이다. 그 때까지도 동승은 입으로 역적 조조를 꾸짖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길평이 동승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네가 조공을 해치려 하느냐?」 그제서야 동승이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동승은 스스로 놀랍고 두려움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태의 길평이 입을 열었다. 「국구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비록 의원이기는 하지만, 한 번도 한나라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매일 국구께서 한숨을 쉬시며 한탄하시는 것을 보고도 감히 그 까닭을 묻지 못하였는데, 방금 꿈속에서 하신 말씀을 듣고 이미 참뜻을 알았으니, 바라건대 제발 속이지 마십시오. 만약 저를 쓰실 곳이 있다하시면, 비록 구족이 멸문을 당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동승이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다만 태의께서 하신 말씀이 진심이 아닐까 두렵소.」
21
平遂咬下一指爲誓。承乃取出衣帶詔,令平視之;且曰:「今之謀望不成者,乃劉玄德、馬騰各自去了,無計可施,因此感而成疾。」平曰:「不消諸公用心。操賊性命,只在某手中。」承問其故。
[解釋] 이 말을 듣고 길평은 즉시 손가락 하나를 물어뜯어 피를 흘리며 맹세하였다. 동승은 그제서야 의대조를 꺼내 길평에게 보여주고 또 말하였다. 「지금까지 헌제께서 비밀리에 의대에 써서 내린 명을 아직도 받들어 이루지 못한 것은, 도움을 청할 유현덕과 마등이 각자 되돌아갔기 때문에 딱히 쏜 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네. 이에 비통한 마음에 속을 끓이다보니 병이 난 것이라네.」 길평이 말하였다. 「여러분은 마음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역적 조조의 목숨은 오직 제 손안에 있습니다.」 동승이 그 까닭을 물으니 길평이 답하였다.
平曰:「操常患頭風,痛入骨髓;纔一舉發,便召某醫治。如早晚有召,只用一服毒藥,必然死矣,何必舉刀兵乎?」承曰:「若得如此,救漢朝社稷者,皆賴君也!」
[解釋] 길평이 말하였다. 「조가놈은 항상 두통을 앓고 있는데, 통증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만약 투통이 한번 발작을 하면, 그 즉시 제가 불려가 치료를 하는데, 조만간에 저를 부를 터이니 그때 가서 독약 한 봉지를 타 먹이면, 반드시 죽을 것인데, 무엇하러 군사를 일으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동승이 말하였다. 「만약 그 말대로만 할 수 있다면, 한나라 사직을 구하는 것은 모두 그대에게 달렸소!」
22
時吉平辭歸。承心中暗喜,步入後堂,忽見家奴秦慶童同侍妾雲英在暗處私語。承大怒,喚左右捉下,欲殺之。夫人勸免其死,各人仗四十,將慶童鎖於冷房。慶童懷恨,夤夜將鐵鎖扭斷,跳墻而出,逕入曹操府中,告有機密事。操喚入密室問之。
[解釋] 이윽고 길평은 동승과 작별하고 되돌아갔다. 동승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후당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다가, 우연히 가노 진경동을 얼핏보았는데, 그놈이 시첩 운영과 함께 어두컴컴한 곳에서 은밀히 정담을 나누는 것 같았다. 동승이 화가 치밀어 올라, 좌우 경비를 불러 체포하여 죽이려 하였는데, 부인이 한사코 죽이지는 말라고 권고하였다. 그래서 동승은 죽이는 대신 두 사람에게 곤장을 40대씩 때리고, 진경동을 차가운 감옥에 가둬버렸다. 진경동은 이에 한을 품고 한 밤중에 쇠사슬을 비틀어 끊고 담을 뛰어넘어 달아나, 곧장 조조의 집으로 들어가서 꼭 알려드릴 기밀사안이 있다고 고하였다. 조조가 밀실로 불러들여 물었다.
慶童云:「王子服,吳子蘭,种輯,吳碩,馬騰五人在家主府中商議機密,必然是謀丞相。家主將出白絹一段,不知寫著甚的。近日吉平咬指爲誓,我也曾見。」曹操藏匿慶童於府中,董承只道逃往他方向去了,也不追尋。
[解釋] 장경동이 말하였다. 「왕자복, 오자란, 충집, 오석, 마등 이렇게 다섯 명이 제 주인집 동승의 집에 모여 비밀을 논의하였는데, 이는 필시 승상을 해치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의 집 주인은 흰 비단 한 폭을 꺼내 와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베껴 썼는데, 그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길평이 손가락을 깨물어 맹세를 하는 것도, 제가 일찍이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조조는 진경동을 집안에 숨겨주었다. 동승은 진경동이 오직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 것으로 밖에는 알 수 없어서 뒤쫓거나 찾기를 포기하였다.
23
次日,曹操詐患頭風,召吉平用藥。平自思曰:「此賊合休!」暗藏毒藥入府。操臥於床上,令平下藥。平曰:「此病可一服即愈。」教取藥罐,當面煎之。藥已半乾,平已暗下毒藥,親自送上。
[解釋] 다음날, 조조는 두통이 발작한 것처럼 속이고, 길평을 불러 약을 쓰게 하였다. 길평이 속으로, 「이 도둑놈도 이젠 숨이 멈출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독약을 숨겨 가지고 승상부로 들어갔다. 조조는 침상에 누워 길평에게 약을 처방하여 올리라 명하였다. 길평이 말하였다. 「이 병은 약을 한 봉지 달여 드시면 즉시 나으실 것입니다.」 길평은 약탕관을 가져오게 하여 조조가 보는 앞에서 약을 달였다. 탕약이 거의 반쯤 달았을 때, 길평은 몰래 독약을 넣어 손수 약사발을 받들어 올렸다.
操知有毒,故意遲延不服。平曰:「乘熱服之,少汗即愈。」操起曰:「汝既讀儒書,必知禮義。"君有疾飲藥,臣先嘗之;父有疾飲藥,子先嘗之。" 汝爲我心腹之人,何不先嘗而後進?」平曰:「藥以治病,何用人嘗?」
[解釋] 조조는 이미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늑장을 부리며 약을 마시지 않자, 길평이 말하였다. 「탕약이 따뜻할 때 복용하셔야 땀을 내고 금방 나으실 것입니다.」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너도 이미 유서를 읽었을 것이니, 예의를 알 것이다. "임금이 병이 나서 약을 드실 때에는, 신하가 먼저 맛을 보고, 아버지가 병이 나서 약을 드실 때에는, 자식이 먼저 맛을 본다"고 하였는데, 너는 나의 심복이 되어가지고, 어찌하여 먼저 맛을 본 다음에 올리지 않는 것이냐?」 길평이 말하였다. 「약은 병을 치료하기위해 먹는 것입니다. 무엇하러 타인에게 맛을 보게 하겠습니까?」
24
平知事已泄,縱步向前,扯住操耳而灌之。操推藥潑地,磚皆迸裂。操未及言,左右已將吉平執下。操曰:「吾豈有疾,特試汝耳!汝果有害我之心!」遂喚二十個精壯獄卒,執平至後園拷問。操坐於亭上,將吉平縛倒於地。
[解釋] 길평은 일이 이미 누설되어 물 건너갔다는 것을 직감하고, 조조의 앞으로 훌쩍 뛰어 달려들어 조조의 귀를 꽉 틀어잡고 약을 입에 들어부으려 하였다. 조조가 약사발을 세차게 밀어제치자 탕약은 바닥에 쏟아져 흘렀고 약사발은 산산이 부서졌다. 조조의 입이 미처 떨어지기도 전에 좌우가 이미 번개같이 달려들어 먼저 길평을 잡아 꿇렸다. 조조가 말하였다. 「내가 어찌 두통이 있겠느냐? 특별히 너를 시험해보려 하였을 뿐인데, 너는 과연 나를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구나!」 조조는 즉시 20여명의 힘세고 건장한 옥졸을 불러 길평을 끌고 후원으로 갔다. 고문하여 배후를 캐기 위함이다. 후원에서 조조는 정자위에 앉아서 내려 보는 가운데 길평은 꽁꽁 묶인 채, 끌려와 땅바닥에 내 동댕이쳐졌다.
吉平面不改容,略無懼怯。操笑曰:「量汝是個醫人,安敢下毒害我?必有人唆使你來。你說出那人,我便饒你。」平叱之曰:「汝乃欺君罔上之賊,天下皆欲殺汝,豈獨我乎!」
[解釋] 그러나 길평의 얼굴빛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두려움도 겁도 거의 없어 보였다. 조조가 싸늘하게 웃음을 띠고 말하였다. 「헤아려보면 너는 일개 의원일 뿐인데, 어찌 감히 혼자서 독을 써서 나를 해치려 하였겠느냐? 반드시 나를 죽이라 사주한 사람이 있을 것이니, 네가 그 사람이 누군지 분다면, 즉시 너를 용서하여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길평이 조조를 꾸짖으며 소리쳤다. 「네가 바로 임금을 기망[欺君罔上]하는 역적이다.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찌 나 혼자만이 너를 죽이려 하겠느냐?」
操再三磨問。平怒曰:「我自欲殺汝,安有人使我來?今事不成,惟死而已!」操怒,教獄卒痛打。打到兩個時辰,皮開肉裂,血流滿階。操恐打死,無可對證,今獄卒揪去靜處,權且將息。
[解釋] 조조가 두번, 세번 연거푸 꼬치꼬치 캐물으니, 길평이 화를 벌컥 내며 말하였다. 「내 스스로 너를 죽이려 하였거니, 어찌 나에게 시킨 사람이 있겠는가? 이제 일은 실패로 끝났으니, 나는 오직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조조도 화가 치밀어 옥졸에게 호되게 두들겨 패라고 명하였다. 두 시간여 동안 두들겨 맞은 길평은 살갗이 찢어져 벌어지고 속살도 터지고 해져 흘러내린 피가 계단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조조는 길평이 맞아 죽으면, 대질시켜 증명할 수 없게 될 것이 두려워, 옥졸에게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당분간 몸조리하게 하라고 명하였다.
傳令次日設宴,請眾大臣飲酒。惟董承託病不來。王子服等皆恐操生疑,只得俱至。操於後堂設席。酒行數巡,曰:「筵中無可爲樂,我有一人,可爲眾官醒酒。」教二十個獄卒:「與吾牽來!」
[解釋] 그리고 조조는 다음날 연회를 베풀겠다고, 명령을 내리고 술자리에 여러 대신들을 초청하였는데, 그 자리에 오직 동승만이 병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고, 왕자복 등 뜻을 같이 하기로 한 신하들은, 모두 조조가 의심할까 두려워, 어쩔 수없이 모두 다 참석하였다. 조조는 후당에서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술잔이 몇 차례 돌고난 후 조조가 말하였다. 「술자리에 즐길만한 것이 없으니, 내가 한 사람을 불러내 여러분의 술이 확 깨어나게 하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조조는 20여명의 옥졸에게 명하였다. 「내 앞으로 끌고 와라!」
25
須臾,只見一長枷釘著吉平,拖至階下。操曰:「眾官不知:此人連結惡黨,欲反背朝廷,謀害曹某;今日天敗,請聽口詞。」操教先打一頓,昏絕於地,以水噴面。吉平甦醒,睜目切齒而罵曰:「操賊!不殺我,更待何時?」
[解釋] 잠시 후에 긴 칼을 목에 쓴 길평이 계단 아래로 끌려왔다. 조조가 말하였다. 「여러분들은 이 사람을 모를 것이오. 이놈은 못된 무리들과 결탁하여 조정을 배반하고 나를 모해하려는 것을 오늘 하늘이 막아 나를 살렸소. 저자가 입으로 뭐하라는지 들어보시오.」 조조는 먼저 한번 호되게 때리라고 하였다. 얻어맞은 길평이 정신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지자 얼굴에 물을 뿌렸다. 길평이 깨어나자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조조 이 역적놈아 나를 죽이지 아니하고, 언제 죽이려느냐?」
操曰:「同謀者先有六人,與汝共七人耶?」平只是大罵。王子服等四人面面相覷,如坐鍼氈。操教一面打,一面噴。平並無求饒之意。操見不招,且教牽去。
[解釋] 조조가 말하였다. 「너보다 먼저 모의한 놈이 6명이라 하니, 너까지 합하면 7명이더냐?」 길평은 다만 큰 소리로 조조에게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 왕자복 등 네 사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이 안절부절하지 못하였다. 조조는 길평에게 매질을 계속하고 실신하면 물을 뿜어 깨워내기를 반복하였지만, 길평은 목숨을 구걸하려는 뜻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조는 길평이 끝내 배후를 밝히지 않자, 또다시 끌고 가라 명하였다.
26
眾官席散,操只留王子服等四人夜宴。四人魂不附體,只得留待。操曰:「本不相留,爭奈有事相問。汝四人不知與董承商議何事?」子服曰:「並未商議甚事。」操曰:「白絹中寫著何事?」
[解釋] 이렇게 술자리는 끝이 나고 여러 관료들은 흩어져 돌아갔으나, 조조는 왕자복 등 네사람을 야간 연회에 그대로 잡아두었다. 네 사람의 혼은 이미 몸에서 빠져나간 상태[魂不附體]였으나, 할 수없이 머물러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조조가 입을 열었다. 「본래 붙잡아 둘 생각은 없었으나, 너에게 물어볼 일이 있으니 어쩌겠나? 너희 네 사람은 동승과 무슨 일을 상의하였는지 알지 못하는가?」 왕자복이 말하였다. 「어떤 일도 상의한 적이 없습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흰 비단 폭에는 무슨 일을 썼느냐?」
子服等皆隱諱,操喚出慶童對証。子服曰:「汝於何處見來?」慶童曰:「你迴避了眾人,六人在一處畫字,如何賴得?」子服曰:「此賊與國舅侍妾通姦,被責誣主,不可聽也。」
[解釋] 왕자복 등 모두가 사실을 말하기 꺼리며 숨기기에 급급하였다. 조조는 숨겨두었던 진경동을 불러오라하여 대질하였다. 왕자복이 진경동에게 물었다. 「네가 어디에서 봤다는 것이냐?」 진경동이 대답하였다. 「네가 여러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여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명하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어찌하여 믿을 수 없다는 것이냐?」 왕자복이 조조에게 말하였다. 「이 도적놈은 동국구의 시첩과 간통을 하다가 두들겨 맞은 놈으로 그 책임을 모면하려고, 주인을 무고하는 것이니, 이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됩니다.」
操曰:「吉平下毒,非董承所使而誰?」子服等皆言不知。操曰:「今晚自首,尚猶可恕;若待事發,其實難容!」子服等皆言並無此事。操叱左右將四人拏住監禁。
[解釋] 조조가 말하였다. 「길평이 탕약에 독을 털어 넣었는데, 동승이 시킨 일이 아니라면, 그 누가 시켰겠느냐?」 왕자복 등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모르는 일입니다.」 조조가 말하였다. 「오늘밤 자수하여 털어놓는다면, 용서할 여지가 있을 것이나, 만약 사건이 들통 나면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 왕자복 등이 모두 함께 말하였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듣고 싶은 대답을 듣지 못한 조조는 좌우 측근에게 이들 네 명을 잡아 가두라고 호통 쳤다.
27
次日,帶領眾人逕投董承家探病。承只得出迎。操曰:「緣何夜來不赴宴?」承曰:「微疾未痊,不敢輕出。」操曰:「此是憂國家病耳。」承愕然。
[解釋] 다음 날, 조조는 여러 수하들을 거느리고 곧장 동승의 집으로 문병을 한다는 구실로 들이 닥쳤다. 동승은 어쩔 수 없이 나와 맞아들였다. 조조가 물었다. 「어째서 어젯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소?」 동승이 대답하였다. 「병든 몸이 아직 낫지 않아 가볍게 나설 수 없었습니다.」 조조가 소곤거렸다. 「이 병은 국가를 걱정하는 병일 따름이오.」 그 말을 들은 동승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操曰:「國舅知吉平事乎?」承曰:「不知。」操冷笑曰:「國舅如何不知?」喚左右:「牽來與國舅起病。」承舉措無地。
[解釋] 조조가 물었다. 「국구는 길평 사건을 알고 계시오?」 동승이 말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조조가 싸늘한 미소를 띠고 말하였다. 「국구께서 어찌 모른다하시오?」 조조가 좌우 심복을 불러 명령하였다. 「끌고 가서 국구가 병을 털고 벌떡 일어나도록 해드려라.」 동승은 어찌해야할지 어쩔 줄 몰랐다.
28
須臾,二十獄卒推吉平至階下。吉平大罵:「曹操逆賊!」操指謂承曰:「此人曾攀下王子服等四人,吾已拏下廷尉。尚有一人,未曾捉獲。」因問平曰:「誰使汝來藥我?可速招出!」
[解釋] 잠시 후, 이십 여명의 옥졸들이 길평을 계단 아래로 끌고 오자, 길평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조 이 역적놈아!」 조조가 길평을 가리키며 동승에게 말하였다. 「이 놈은 일찍이 왕자복 등 네 놈과 결탁한 자로 내가 이미 잡아들여 옥에 가둬는데 아직도 한사람만은 아직 붙잡지 못하였소.」 그래서 조조는 길평에게 계속 물었다. 「누가 너에게 나를 독살하라 시켰느냐? 어서 빨리 자백하지 못하겠느냐!」
平曰:「天使我來殺逆賊!」操怒教打。身上無容刑之處。承在座觀之,心如刀割。操又問平曰:「你原有十指,今如何只有九指?」平曰:「嚼以爲誓,誓殺國賊!」
[解釋] 길평이 말하였다. 「하늘이 나에게 역적 네놈을 죽이라 시켰다!」 조조가 성을 내며 때리라고 하였으나, 몸에는 더 이상 때릴 곳이 없었다. 동승은 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자니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 마음이 아팠다. 조조가 또다시 길평에게 물었다. 「너의 손가락은 원래 열 개였는데, 어찌하여 지금 손가락이 아홉 개 밖에 없느냐?」 길평이 답하였다. 「맹세를 하느라 씹어 먹었다. 네놈을 죽이겠다고 맹세하였다.」
操教取刀來,就階下截去其九指,曰:「一發截了,教你爲誓!」平曰:「尚有口可以吞賊,有舌可以罵賊!」操令割其舌。
[解釋] 조조가 칼을 가져오라고 하여, 가져온 칼을 받아든 조조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 남은 아홉 개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렸다. 그리고 말하였다. 「단칼에 모두 잘라버렸으니, 어디 더 맹세해 보아라.」 길평이 말하였다. 「아직 입이 있으니 네놈을 씹어 먹을 수 있고, 아직 혀가 남아 있으니 네놈을 꾸짖을 수도 있다.」 조조가 명령하였다. 「저놈의 혀를 잘라내라!」
平曰:「且勿動手。吾今刑不過,只得供招。可釋吾縛。」操曰:「釋之何礙?」遂命解其縛。平起身望闕拜曰:「臣不能爲國家除賊?乃天數也!」拜畢,撞階而死。操令分其肢體號令。時建安五年正月也。
[解釋] 길평이 말하였다. 「잠시 손을 멈추어라. 이제 혀를 잘라내는 형벌만큼은 내 차마 배겨낼 수 없으니, 부득이 자백할 수밖에 없겠다. 결박이나 먼저 풀어라.」 조조가 말하였다. 「결박을 풀어주는 게 뭐 어렵겠느냐?」 마침내 조조는 결박을 풀어주라 명하였다. 길평은 일어서서 대궐을 향해 몸을 돌려 절을 올리고 말하였다. 「신이 국가를 위하여 역적을 제거하지 못한 것은 곧 하늘의 뜻입니다.」 절을 올리고 나자마자, 길평은 계단에 머리를 들이박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조가 분을 참지 못하고 명령하였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호령하라!」 이때가 建安 5년(AD 200) 정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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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官有詩曰:漢朝無起色,醫國有稱平。立誓除姦黨,捐軀報聖明。極刑詞愈烈,慘死氣如生。十指淋漓處,千秋仰異名。
[解釋] 길평의 죽음에 대하여 사관이 시를 남겼는데 이러하였다. 한나라는 되살아날 기색이 없는데, 병든 나라 고치려 한 자는 길평이로다. 간당을 없애겠다 맹세를 하고, 제 몸 바쳐 성은에 보답하였네. 모진형벌 받았어도 말은 더욱 매서웠고, 비참하게 죽었지만 그 기운은 살아있는 듯하네. 열손가락 피가 뚝뚝 떨어지던 그 곳, 천추가 우러르리라. 그 특이한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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操見吉平已死,教左右牽過秦慶童至面前。操曰:「國舅認得此人否?」承大怒曰:「逃奴在此!即當誅之!」操曰:「他首告謀反,今來對證,誰敢誅之?」
[解釋] 조조는 길평이 죽자 좌우에게 진경동을 끌고 오라고 명하였다. 진경동은 곧바로 조조 앞으로 끌려왔다. 조조가 동승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국구! 이놈을 아시오?」 동승이 화를 벌컥 내며 말하였다. 「도망친 종놈이 여기에 있었구나. 당장 죽여야겠다.」 조조가 말하였다. 「그는 모반을 고발한 자로 지금 범인과 대질하여 증명하러 왔는데, 어느 누가 감히 죽이겠다는 것인가?」
承曰:「丞相何故聽逃奴一面之說?」操曰:「王子服等吾已擒下,皆招證明白,汝尚抵賴乎?」即喚左右拏下,命從人直入董承臥房內,搜出衣帶詔并義狀。
[解釋] 동승이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도망친 종놈의 일방적인 말만 들으십니까?」 조조가 말하였다. 「왕자복 등 모반한 놈들을 내가 이미 잡아 가두었고, 모두 다 자백하여 의심할 것도 없이 증명되었는데, 너는 아직까지 네 죄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려하느냐?」 말을 마치자, 조조는 즉시 좌우를 불러, 동승을 잡아 끌어내라 하고, 종복들에게 동승의 침실로 곧장 들어가 수색하라 명하였다. 잠시 후 종복들이 의대조와 의장을 찾아 가져나왔다,
操看了,笑曰:「鼠輩安敢如此!」遂命:「將董承全家良賤,盡皆監禁,休教走脫一個。」操回府以詔狀示眾謀士商議,要廢獻帝,更立新君。
[解釋] 조조가 이것들을 살펴보고 나서 웃으면서 말하였다. 「쥐새끼 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이럴 수가 있는가?」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동승의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양천을 불문하고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잡아 가두고 단 한 놈이라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라.」 조조는 의대조와 의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모사들에게 보여주면서 상의하였다. 「이제 헌제를 폐하고 새로운 임금을 다시 세우는 일이 필요하오.」
正是:數行丹詔成虛望,一紙盟書惹禍殃。
[解釋] 바로 이러하였다. 몇 줄의 피로 쓴 조서는 허망하게 되었고, 한 조각 맹세의 글은 재앙을 불렀구나.
未知獻帝性命如何,且看下文分解。
[解釋] 헌제의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의 설명을 또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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