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일 춘천 소양강-바위산-매봉
글쓴이: 김충서 날짜: 2006.06.28.
6월 25일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바위산 (857m) - 매봉 (800m)
날씨; 구름 조금. 온도: 30도. 참석인원 28명.
*** 속세 떠나 8시간, 원시 자연 속에 파뭍히다 ***
실로 오랜만에 서울 북쪽 방면으로 산행을 준비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은..
항상 경춘가도의 귀경길이 지옥길임을 너무나 환하였기에 손을 안 대었으나
소양호 뱃길 1시간의 매력에 빠져, 귀경길을 각오하고 저질렀는데..
● 06:00 APT 출발
소양댐 출항 뱃시간이 08시 30분이라, 여기에 맞추기 위해 6시에 출발했다.
어허?? 가는 도중에 그토록 지겹게 가로 걸리던 신호등이 없다?? 고속도로네??
청평 못미처 대성리까지 논스톱.. 그리고 가평부근에서 옛길을 따르다가..
춘천에 거의 다 가서는, 다시금 고속도로?? 양구가는 길이 뻥~ 뚤렸다..!!!
도중에 청평 에덴휴게소에 들려 아침식사 하고도 2시간 만에 소양댐 도착..!
그동안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네요. 진작 알았으면 춘천방면으로 산행 좀 할 껄..
● 08:05 소양댐 주차장.
시간이 이르기에 어슬렁 어슬렁 선착장에 다달았지만... (??) 세상이 조용~
썰렁한 선착장에는 손님없는 빈배들만 가득하네요..
우리 산악회 말고는 손님이 아얘 없네!
● 08:30 소양댐 출항
거창하게 출항이랄 것은 없지만, 좌우간 '출발'하여 선장과 대화를 나누며 조교리를 향했다.
"오래 전부터 손님 없어요"
"사방에 뚫린 도로 때문에?"
"이젠 낚시꾼들도 배 안타고 차몰고 다니며 낚시해요. 가끔 옛 정취를 느끼려고 일부러 타러 오는 손님이나 있을가 ??..."
"그럼 우리도 그런 축이네? 우리같은 산악회도 안와요?"
"한달에 한 두 건 있을가 말까?. 그것도 여름에 잠깐... 진작 없어질 건데 국고 보조로 운행하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언제까지 운항해야 할지 아무도 몰라요"
".............."
"저기 물로리에서 내려 가리산을 가도 좋아요. 한번 가봤는데, 가보세요. 정말 좋아요"
"홍천에서 버스로 갈 수도 있는데요?"
"여기서 홍천 쪽으로 가도 좋고, 거꾸로 해도 좋죠. 골짜기도 좋고 산도 좋고.."
"하산길이 매우 더울텐데.. 마을에 가면 맥주 한 잔할 가게는 있겠죠?"
"황혜원씨라고 이장인데, 민박도 치고 음료도 팔지만 미리 연락을 해두어야.."
"그럼, 없다구요?"
"가서 말해보세요. 맥주 몇병이야 없을라구요.. ㅎㅎ"
뱃길 1시간이 참으로 시원하고 선선하다. 배도 가고 나도 간다.
파란 물결을 헤치고 구비구비 고불고불 돌고돌아 조교리로 향하면서..
참으로 우리나라 다양한 나라야.. 여기 또 이런 경치도 있구나........
● 09:30 조교리 (180m)
물이 많이 빠져서 배는 마을과 엄청 떨어진 아랫바닥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그러면서 선장은 우리에게 오후 5시 20분에 여기서 만나자고 하며 돌아갔다.
내려서니 사방이 휑~하게 트인 벌판이라. 햇볓을 그대로 받으며 마을을 향해 출발.
연초록의 연약한 풀밭이 우리를 감싸고, 옆에 흐르는 맑은 냇물이 우리를 반긴다.
환상의 동화 나라같으요. 마치 이상한 나라 별천지에 도착한 기분이라오.
● 10:00 황혜원씨 민박집
배에서 내려 무려 30분을 걸어 와서야 민가가 나왔다. 역시 별 세계네..
민박집에 들려, 하산 길에 맥주 좀 맛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없어요. 아무 것도.. 미리 연락이 없으면 아무런 준비 안 해요"
이런 세상에.. 여기는 사람도 안 사는 동네인감??
"그러니 그냥 저기 평상에서 쉬다 가세요. 얼마던지.."
무척이나 친절한 이장 부부는 우리의 청을 들어 줄 수 없다고 매우 안쓰러운 표정이다.
농가 몇 채를 뒤로하고 우리는 산골로 들어갔다. 빛바랜 묵은 리본이 우리의 이정표.
● 12:00 850봉
오늘 산행은 널널한 시간 죽이기 산행이려니...
1시간 반이면 될 곳을 2시간에 걸쳐 두 번이나 쉬면서 올라왔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심한 깔딱이 있었던가..????? 사람 잡네 잡아...
토골을 벗어난 다음 맑은 개울과 함께 마음 편이 놀다가..
졸지에 나타난 급경사를 만나 정신없이 올려치다보니 기진맥진..
올라가기는 했는데.. 이건 좀 심했다...
그래도 능선에 부는 약한 바람이나마 좀 위안이 되기는 했다만..
● 13:00 바위산 (857m)
정상 표시가 없으니 겨우 찾은 삼각점으로 정상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벌목을 약간 해놓아 햇볓은 따가우니, 도로 밑으로 내려가 도시락을 펼치고..
오늘 정상은 오환숙 회원의 차지가 되었다.. 식사 후 "만 세~~"
아무래도 매봉까지 들렸다가는 시간이 모자랄 것이 틀림없기에
몽땅 B코스인 수산재에서 내려간다고 안내를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 14:20(?) 수산재(670m)를 그냥 통과
어디가나 눈에 띠어야 할 빛 바랜 표지기 조차도 없고...
하필 오늘 따라 단단히 준비해 두었던 GPS를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어디가 수산재인지 도무지 어림이 안가 "좀더~ 좀더~" 하면서 지나 간 것이 그만....
어디가 수산재인지 지나치고도 한참을 지나쳐 버리니,
이젠 꼬빡없이 매봉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말았지 뭐여~!
졸지에 뱃시간이 촉박해졌고, 눈 앞이 난감해졌다.
평소에 긴 산행을 하지 않았던 B코스 전용 회원들..
특히, 몸 약한 오사녀, 윤대숙, 김동일 회원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눈 앞이 어질어질~~~~~~
게다가 오늘 널널한 산행이라고 쫓아 나온 신참 엄향숙, 이선자 님..
등에 식은 땀 솟을 꺼 생각하니.. "그저 송구하오이다"
● 14:40 매봉 (800m)
그동안 봉우리와 안부를 몇 개를 넘었는지 따질 겨를도 없어지고..
이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시간에 쫓기는 형편으로 돌변하고 말았으니..
쉴 여가도 없다. 이제는 죽기살기로 돌진! 돌진..! 돌격뿐이다..!
여기도 정상 표시 없이, 나무 몇그루 잘라 논 외에 삼각점이 있을 뿐..
여기가 매봉이라는 표시는 아무데도 없다.
다만, 나무 사이로 트이는 조망이 그나마 위안을 해줄 뿐...
능선을 우측으로 꺾어 돌아 서쪽으로 좀 나가니 (...???)
이건 낭떠러지 능선이 올시다... 길도 희미해지고..
눈 앞이 감감해지네... 뚫고 나가야지 별 수 있나..
선두에서 조금철 회원이 사생결단하고 길을 개척해 나가고..
대충 방향만 잡은 채 월남 정글 돌파작전.
● 15:20(?) 중밭골 상류뷰 (380m)
이거 정신없네... 골짜기는 또 왜 이리 깊은고?
휘원들 표정에 미소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됐으니..
완전히 전쟁터 패잔 낙오병같은 신세..
중밭골을 누비며.....
드디어 희미하나마 길을 찾았다. 얼마만인가..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아본다.
그러나 이것도 길이 있다가 사라지네, 그냥 방향 잡아 나가다 보면 또 나타나고..
이러기를 몇 번인가? 개울을 건널 때마다 건널편 희미한 족적을 찾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표지기 리본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뒤따라 올 회원들이 걱정이다.
그런데... '중밭골'이라고 하는 이 골짜기.. 갈 수록 가경이 올시다.
맑기도 한 없이 맑기만 한 섬섬옥수의 청량 계곡.
만날 때마다 세수하고 물 떠먹고... 물맛도 대단히 좋아요..
개울을 가로지르기를 몇 번이던가? 세다가 잊어버렸다.
족히 25회는 넘으리라......
계곡은 하류로 갈수록 작고 큰 폭포와 마당바위.. 그리고 소와 담이 어울려
깨끗하고도 절경의 풍경을 그려주는데...
어쩔꼬..!! 이 맑은 물에 '퐁당'해 볼 시간이 없다네..
아까 들렀던 황혜원씨 민박집 앞을 적어도 4시 50분에는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약속한 뱃시간을 맞출 수가 있다오.
그러나 이 경치 삼삼한 계곡은 가도가도 끝날 줄을 모르네....
애초 계획대로 여유있는 산행이 되어 주었더라면,
이 중밭골 계곡은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되고도 남을 텐테..
안타깝고도 안타깝네~~!!
등어리에는 땀에 쩔어 등산복 전체가 홈빡 젖었지만...,
그냥 "나 몰라라" 하고 그대로 '풍덩'하고 싶은 유혹은 한이 없어라.....
● 17:00 조교리 마을
뒤쳐진 다른 회원들을 위해서라고, 참고 참으며 내리 달려야 한다.
먼저 가서 배를 잡아 놓아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눈 딱 감고 내 달렸다.
마을은 나타났지만 이미 시간에 쫓기는 몸. 아무래도 배보다 내가 늦을 것만 같고..
등에는 땀으로 끈적끈적.. 내 몬 살아 !.. 내 참.. 오늘 같은 산행도 있네..
그 좋은 계류에 풍덩 한번 못해보고 눈 요기만 하고 내려왔다.
한심하게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 17:40 조교리 임시 나루터
다행이도 배가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지각하는 바람에 선장한테 좀 덜 미안했다.
회원들은 저멀리에 줄줄이 서서 나타나고..
인원점검을 속으로 해보면서 "휴~~ " 다행이도 낙오병은 없네.
소양댐으로 가는 배 안에서..
졸지에 한 명의 열외도 없이 해병대 극기훈련에 비교할 8시간 10분의 대장정을
강제로 진행시킨 <흉악한 기획총무>가 되어 버렸으니...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배 뒤쪽의 선실 쪽에는 얼씬도 못했다.
그러면서.. 곰곰히 오늘 산행을 되집어 본다.
이정표나 정상 표시도 없고, 마을에는 그 흔한 가게조차 없는데다가,
휴대폰은 하루종일 불통. 능선과 숲길은 제멋대로 솟구치며 자란 잡목 정글.
마치 구석기 원시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맑고도 깨끗한 하루의 일정이 싫지만은 않다.
이런 나의 기분이 다른 회원들도 같은 느낌일까??
8시간이나 돌아 다녔는데도, 무리한 것같은 기분이 전혀 안들었으며..
비록 냉탕도 못했지만, 머리 청소 만큼은 확실하게 한 날이 되었다.
소양댐 선착장을 향하며..
비로소 신발벗고 양말벗고 배 끝에 걸쳐 앉아 발을 호수 수면 위로 내려 뜨렸다...
~~ "햐~~!!!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