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하는 인물 선정하고 선정한 이유와 함께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최종회 클라이막스 묘사
도경수 : '괜찮아 사랑이야', '백일의 낭군님'과 '너를 기억해.’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음. 순수한 눈망울과 진한 눈썹이 성실한 이미지를 줌. 이런 이미지를 이용해 가면을 쓴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소시오패스의 오피스 드라마를 오히려 신선하게 잘 소화할 것 같다고 생각했음.
지난 이야기 : 소시오패스 진단을 받고 살아가는 주인공 강무진은 어떻게든 사회에 녹아들려고 애쓴다. 소시오패스지만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없으며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무진. 똑똑한 무진은 다른 사람들은 남을 위해서 살아가기도 한다는걸 인지하게 된다. 그의 목표는 높은 건물에서 일하지 않고 살수 있을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 칭찬하는 법, 착한 표정 짓는 법 등 인터넷에서 배운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회사동료 아연씨다. 사내에서 외유내강 미소천사로 통하는 아연은 무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여러사건을 겪으며 함께 업무를 해내던 아연은 무진이 똑똑한 소시오패스라는걸 알게 된다. 지병으로 인해 퇴사를 결정한 아연은 무진에게 말할까말까 고민한다.
1)
쾅쾅쾅쾅쾅쾅쾅.
이사준비를 마친 뒤 곤히 잠든 아연이 연신 뒤척거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집주인이 나올때까지 두드릴 모양이었다. 아연은 결국 소음에 못이겨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아연은 자다깬 차림새 그대로 현관문을 열었다. 문앞에 있는 사람은 무진이었다.
"퇴사했다면서." 무진은 평소에는 전혀 볼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남들 앞에 있을때만큼은 눈썹을 최대한 끌어올려 선하게 보이려고 한다더니, 간만에 만난 그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네. 제가 좀 아프거든요."
"어디가 아픈데?"
"마음?" 아연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변화없는 무진의 표정에 아연은 다시 정자세로 섰다. 아연은 그동안 병원에 다니랴, 이사준비를 하랴 정신이 없었다. 병마에 지지 않기 위해 상경한지 3년, 항복하고 귀향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무진 씨가 찾아오다니. 저한테는 굉장히 기쁘면서 무서운 일인데요. 설마 진짜 제가 걱정돼서 오신거에요?"
"진짜 퇴사해? 나한테 말도없이 덜컥 퇴사를 해버려?"
"그게 당신의 진짜 표정이었네요. 와우, 진짜 무시무시하다."
"내가 남들이랑 다르다는걸 내가 모를까. 일단 문 열어봐." 무진은 아연이 막고있는 현관을 열려고 애를 썼다.
"무진씨. 저 내일부터 여기 없어요. 남해에서 살 집을 구했어요." 무진은 문을 열려던 손을 떨궜다.
2)
무진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연이 털어놓은 얘기를 가만히 정리했다. 그녀는 오랜 지병이 있었고 이를 위해 서울의 큰 병원을 위해 상경했다는 이야기, 차도가 생겨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 여기까지는 아는 이야기였다. 어둑한 전등 밑에 누워 그는 가만히 고민했다. 자신을 전담하던 유일한 전문의가 남해군의 병원으로 지역병원으로 나가게되어 자신도 따라 간다는 말을 했다. 그건 좀 이상했다. 자신을 고칠 수 있는 전문의가 거의 없어서 서울에 오게 됐는데, 그 하나뿐인 의사가 서울대학병원을 두고 남해군에 간다는 건 이상했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서재로 향했다. 서재 한쪽 벽면에는 거대한 화이트보드가 붙어있고, 그 위에는 온갖 사진과 글씨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반사회적 성향의 사람들의 특징. 이타적인 사람들의 특징.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는가? 인위적이지 않은 호의를 표하는 법. 등등 그가 그동안 반사회적인 성향을 들키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적어놓은 행동방침이었다. 그는 화이트보드 구석에 적힌 회사구조도로 향했다. 그곳에 가득한 여아연 공략법. 아연이 그를 도운 방법과 그 이유, 사람들이 그녀에게 반응하는 방법 등등 온갖 정보가 가득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타인은 보이지 않고 그와 아연의 지난날들이 수기처럼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는 무심하지만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3)
“당신의 집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은 딱 하나야. 게다가 당신이 좋아하는 맛집도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지. 그 병원에서 희귀병에 관련된 연구를 지금까지도 진행하는 사람은 딱 한명이야. 최근 임상실험이 실패하면서, 연구는 사실상 엎어졌어. 당신이 걸린 희귀병은 해외에서도 연구자료가 별로 없지. 국내에서나 겨우 임상실험을 진행해오던 병을 남해군에서 치료하다는 건 말이안돼. 당신은 분명 이곳을 무덤으로 생각하고 넘어온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긴 왜 왔냐구요.”
"나는 나를 위해서만 움직여. 당신이랑 같이 있는거, 그게 나한테는 이득이야."
아연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땅끝마을 어딘가에 자리잡은 작은 집앞 두 남녀가 휑뎅그레 서 있다. 그는 회사에서 늘 눈에 밟히던 사람이었다. 묘하게 친절했지만 단한번도 자신의 이야기나 기분을 말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늘 누군가를 관찰하는 듯한 기묘한 낌새. 하지만 먼저 한번도 남의 기분을 해친 적은 없었다.
“진부해서 죄송하지만, 저 오래 못 살아요.”
“있을 수 있을 때까지만 있을게.”
"저는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절절한 애정, 제 스타일 아니에요."
"역시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해."
아연은 씩 웃는 무진을 보며 어쩔수없이 웃었다. 그가 표현하는 사랑은 서툴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꽤나 궁합이 잘 맞았다. 아연과 무진은 바닷바람의 짠내를 맡으며 짐을 풀러 집으로 들어갔다.
첫댓글 주목하는 인물의 새로운 면, 신선한 면을 보고자 선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언급된 두 작품이 다 5년 이상 된 작품들이라 최근 필모그래피를 언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시오패스, 오피스, 로맨스(마지막에만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르에 포함시킨다면)를 합한 드라마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정확히 어떤 지점인지가 조금 애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클라이맥스가 퇴사를 앞둔 아연의 행적을 쫓는 무진의 모습이라면 더 긴박한 묘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무진이 사랑을 깨닫는 장면이라면 그 비중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전체 분량이 많아 배분이 어렵다면 지난 이야기를 생략하고 적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동의합니다. 저도 쓰면서도 이게 클라이맥스가 맞나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승을 쓰지않고 전을 쓰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최종화만 덜컥 생각한다는 정말 어려운일이구나를 실감했습니다..
은채님 작문 잘 읽었습니다. 순수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틀어서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을 가져간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맑눈광?느낌으로 잘어울릴 것 같아 머릿속에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소시오패스가 사랑을 한다면 정말 이렇게 할 것 같아서 몰입도 잘 되었습니다.
다만 저도 가영님과 같이 클라이맥스 부분이 약간 애매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진이 아연을 해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사실은 아연을 좋아했다는 식의 반전 같은게 있다면 클라이맥스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의 설명 분량을 줄이고 약간은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반전을 주는 방향은 어떨까 의견드립니다! 작문 수고하셨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