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수련회가 다가오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밥은 잘 먹을 수 있을지, 수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잘 적응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을 지 수도 없이 걱정을 한다.
사실 이번 수련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4학년이 되어 실습도 나가고, 실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학교 시험 준비와 자격증을 병행하고, 비전트립을 준비하며 자연스레 수련회는 내 마음 속에 있지 않았다. 1분기가 지나고 나의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하였다. 목표와 성취만을 추구한 나는 ‘아, 나 아직 졸업할 때가 아닌데, 진짜 이대론 취업도 못한다’라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하였다. 이런 생각으로 밤새 울고 혼자 스트레스 받아하며 잠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그리곤 후회했다.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학과로 진학 할 껄, 아빠 말 듣지 말고 살아볼 껄. 나는 그저 아빠가 원하는 삶을 대신 살아오고 있었다. 학교도 학과도 모든 선택이 아빠였다. 나에겐 게임 속 캐릭터 마냥 미션을 깨고, 진급하고, 더 성장해야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현타가 많이 왔다. 그렇다보니 세상적인 것에 손을 많이 대기도 했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뿐 또 다시 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난 누구를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사는 거지?라는 생각을 너무나도 많이 했다.
그 때 주님은 다시 한번 나의 손을 잡아주셨다. 포기치 않도록 용기를 주시고 회복을 주셨다. 간절히 기도하였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믿음의 확신이 생겨 하나님의 예비하신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였다. 하지만 기도를 하고 하나님에 대해 알아갈수록 영적 방해가 심하였다. 기도를 할 때 마다 들리는 주변 기도 소리에 이명과 두통, 헛구역질 등 점점 나는 아팠다. 너무나도 서러웠다. 하나님을 사랑할수록 왜 저는 더 아픔이 많아질까요. 그렇지만 이것 또한 주님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 간절히 믿었다.
그렇게 수련회의 기간이 오고 전날 밤 잠도 못 잔 상태로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멀쩡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조원들과 이야기하고 예배도 드리고 기도회도 참석했다. 기도회 때 긴장을 많이 했다. 항상 기도 시간에 아팠기에 사람이 훨씬 많은 수련회에서도 피할 수 없겠구나 생각이 들어 심호흡을 많이 했다. 집에서 챙겨온 귀마개도 끼고 들려오는 소리의 데시벨을 자체적으로 줄여 기도회에 참석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첫날은 많이 아프지 않았다.
나의 시작은 둘째날부터였다. 분명 부흥예배까지 괜찮았다. 기도회 초반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점점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 들었다. 울렁거림과 메쓰꺼움, 본격적인 영적 방해가 시작된거다.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기도하였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심장이 조였다. 결국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심호흡을 하던 중 간사님이 오셨다. 간사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기도를 너무나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간사님과 주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사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의지를 해도 되는건지 혼자 생각을 했었다. 몸이 괜찮아질때 쯤 기도회가 끝이 났다.
셋째날 기도회는 거의 시작 전부터 너무나도 이명이 들렸다. 귀를 막아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온전히 기도회에 참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계속 자리를 지켜내려했다. 더욱더 기도하고 외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블랙아웃이 온 듯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잠에 들었나...? 싶었지만 그럴리가. 잠을 그렇게 잘잤는데.... 차라리 잠에 든 거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기도했다. 뒤에 서서 진정도 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것 마냥 계속 나를 가스라이팅했다. '지영아 너 안아파 너 이겨낼 수 있어 기도하고 찬양해' 그리고 주님께 계속 기도했다. '주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도 여기 있는 모든 지체들처럼 주님께 기도로 나아가고 싶어요.' 라고 말이다. 기도회가 끝난 뒤 나는 만신창이였다. 흐트러진 머리와 눈물, 그리고 마음 속 공허함. 어제보다 더 아팠지만 더욱 간절했고, 더욱 기도하려 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마지막날 기도회. 캠퍼스 지체들과 함께인 만큼 힘을 냈다. 저번 겨울수련회 때는 독감이슈로 누워만 있었는데,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했고 다같이 아자자하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다들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이 솔직히 부러웠다. 하지만 그 열정들이 너무나도 아팠다. 중후반부 때 쯤엔 바닥에 주저 앉아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 손이 떨렸고 호흡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 번 기절 직전까지 경험하고, 나는 살아났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정신력으로 버텼다. 또한 계속 기도했다.
사실 3일동안 기도회 인도하시는 간사님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열심히 준비하셨을텐데.... 죄송했다. 그래도 수련회의 이 아픔을 통해 더욱 주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나에겐 언제나 주님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끝내 모든 일을 해내주셨으니깐....!!
나는 언제나 강해보이고 싶었다는 걸 알았다. 아픈 티도 내고 싶지도 않고, 힘들어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지영창님 어디 아프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이 말이 참 싫었다. 나약해 보이는 내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서운해도 서운하다 말 안하고 누군가 나에게 이런 점이 상처였다해도 내 이야길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다 내 잘못이지 이러면서 애써 위안하며 넘어가기도 했다. 또한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자라온 적이 없다보니 의지가 어려웠다. 사람들과 주님에게까지. 하지만 DSM을 통해 혼자서만 이겨내긴 어려운 것임을 알고 차근차근 의지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믿고, 그 안에서의 은혜를 삶에서도 보이는 내가 되고 싶다. 주님께 나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으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마음의 벽을 깨보려고 한다.
수련회가 마친 지금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다. 이제 그 어떤 아픔이 와도 주님과 함께 당당히 이겨낼 수 있을 거 같다. 뭔가 큰 사건을 하나 해결한 느낌이랄까? 그 고통 속에서 주님의 살아계심을 알았다. 더욱더 주님을 사랑하고 [오직 믿음으로] 나아갈거다! 앞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세상의 것을 이겨내고 삶의 무거운 짐을 주님께 맡길 거다.
"언제나 제 곁에 계셔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 있어서 주님을 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