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어느날.
삽목용 상토 구매를 위해 영암 삼호 농협 농자재 판매 코너에 들렸습니다.
창구에 있는 "유기질비료지원사업" 이란 팜플렛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구 직원에게 "이거이 머하는 물건이냐?"고 물어 보니 정부에서 비료값 지원해 주는 사업인데
"농업경영체"로 등록이 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는 겁니다.
농지원부는 이미 발급 받아 두었으니 되었고...
이장님 찾아뵙고 경작사실확인원에 싸인 받은다음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고 자상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이 친구 정말 친절합니다.)
드뎌 기다리던 주말.
외진곳에 사시는 이장님이 읍내 나갈일이 별로 없으실것 같아 바나나 한덩어리를
사들고 찾아뵙니다.
뭐 우리 농장 오실때마다 커피대접을 해드렸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도 면소재지까지
20분이나 걸리는 외딴동네 이장님 찾아뵈며 빈손으로 간다는거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으로서 도리가 아니죠.
마침 외손녀를 안고 나오십니다.
"아니 넌 왜 이렇게 이쁜고야?"하면서 바나나 한개를 떼어 건네주니 반갑게 받습니다.
이장님 얼굴이 환해 지셨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의 예술 이라고 주장하는 내 인생철학(개똥철학)의 귀결입니다.
"경작사실확인원 싸인좀 해주세요"
기분 좋아지신 우리 이장님 읽어 보지도 않고 싸인 촥! .(이장님 고마 워요~)
그리고 월요일
땅이 해남에 있으니 당연히 해남지사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저 해남 화원면에서 농사짓는 거시기인데요. 농업경영체 등록하려고
전화했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신분증하고 경작사실확인원 가지고 방문하시면 됩니다."
"필요한 서류는 없나요?"
"아뇨 그거면 됩니다."
전화기 너머 보드랍고 착착 감기는 여직원의 목소리에 취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기를 내려 놓습니다.
'짐이 너를 간택 하였노라.'
화요일.
회사출근해서 일단 눈도장 찍어 놓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갔습니다.
거리 50km/소요시간 40분 군청소재지가 이리도 멉니다.
도착시간 8시57분.
드뎌 창구에 등록서류를 내밉니다.
근데 이 아줌마 서류를 살펴보는 표정이 요상합니다. 그리고는
"목포지사로 가셔야 되는데요."
"머시여 라고라고라? 목포 라고라? 나가 시방 목포서 왔는디 목포로 가라고라?"
돌아버립니다.
얘긴즉슨 거주지가 목포라서 목포로 가라는겁니다.
'이론 된장. 아스바리... 그럼 그렇다고 얘길해주지 내앰비'
말은 못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니 두고 가란다 . 우편물 처리해 주겠다고...
"이거 급하걸랑요. 11월말일까지 비료신청해야되거든요. 내가 직접갈께요."
"어차피 목포지사에서 우리쪽으로 실사 의뢰가 들어오니 의뢰오면 서둘러는 드릴께요."
말은 이쁘게 합니다.(결국은 립서비스였을뿐입니다.)
그나마 말이라도 이쁘게 하니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면서 다시 목포로 고고씽!
(참고로 저는 고향이 서울인데 전라도 사투리가 재밌어 공부 욜씨미 하고 있답니다.)
일단 사무실로 복귀한 다음 인터넽에서 목포지사 위치확인.
11월28일 금요일까지는 이제 4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서둘러야 겠습니다.
목포지사 도착.
창구에서 서류를 내밀며 "졸지에 해남까지 갔다왔다"
"그러니 잘 봐달라"라는 표정으로로 너스레를 떨며 서류를 제출하니 엥?
농지원부 내 놓으란다.
"해남에서는 그런 얘기 없던데요?"
"지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이론 된장. 아스바리... '
"그럼 어떻하라고요~~~~"
일단 접수해 놓고 팩스로 제출하면 된단다.
사실 이 농지 원부 떼는 일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동사무소에서 신청하면 시청에 접수되고 얼마후 시청에서 팩스로 보내주기 땜시
두어시간은 보통 걸리는데 마냥 기다릴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직장 근처 영암 삼호읍으로 보내 달라해놓고 다시 회사로...
에궁. 공인 농부되기 진짜 힘들다 힘들어...
문자메세지가 들어 옵니다.
'신청하신 민원서류 삼호읍 도착'
또 씩씩 거리며 달려갑니다.
농지담당이라 써진 창구로 가서 담당 여직원에게 "농지원부가 팩스로 왔다던데 좀 주시죠"
했더니 이 싸가지 고개만 까딱하면서 "민원창구로 가세요"
순간 화가 치밀어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다가 참고 민원창구로 가니 번호표까지 뽑고 기다려야 되는 상황.
마침 다른 창구 직원에게 얘기하니 자기일이 아닌데도 찾아서 건네 준다.
순간 농지원부 담당 창구를 보니 혼자 룰루랄라 사람도 없고 편안하게 컴화면만 보고 앉아 있다.
'저걸 그냥 확~'
'참자 오늘은 바빠서 그냥 간다만 너 선수 잘못골랐다. 이 싸가지야'
팩스로 최종 접수를 마치고 사무실로 컴백홈.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접수까지는 완료.
오늘은 접수까지의 과정만 적었습니다.
이야기는 2탄에서 계속됩니다.
모든 서류가 완벽하게 접수 되었다는 사실은 본인이 꼭 직접 전화 해 봐야 확인이 됩니다.
절대로 먼저 전화해 주는 법이 없지요
목마른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방법 외엔 길이 없습니다.
국가기관 전화 요금은 국민이 낸 혈세이므로 아껴 써야 되거든요.
참 장한 우리의 공무원들입니다.
우야던둥 우여곡절 끝에 서류 접수가 완료 되었습니다.
목요일.
국립농산물 관리원 (해남)으로 전화해 보았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내일이 비료신청 마감일인데 영농확인서 어떻게 내일 나올 수 있을까요?"
“선생님 땅은 너무 멀어서 금주 중에 실사를 못나가고 다음주 월요일에나 가능합니다.”
“내가 비료 신청 마감일 땜시 특별히 긴급처리좀 부탁 드린 것 아닙니까?”
애원해도 소용없습니다.
우리의 공명정대하신 공무원 나으리들 절대로 개인적인 특혜는 줄 수 없답니다.
힘없는 민초.
최대한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처량한 말투로 “그럼 그날 꼭좀 부탁드릴께요…”하면서
전화기를 내려 놓습니다.
휴일을 보내고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처리 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로 다시 전화를 합니다.
“월요일날 실사 나간다고 하시더니 다녀 오셨나요?”
“아니요.”
“왜요?”
“눈도 오고 날씨도 구중중하고 바빠서요.”
귀챦다는 듯이 툭툭 내 뱉는거이 슬슬 열받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한마디가 사나이 가슴에 불을 사정없이 지펴 붑니다.
“처리기간이 30일인건 아시지요?
실사 다녀와서 보고서 쓰고 결재 받고 하면 시간 좀 걸릴겁니다.”
“허걱”
참았던 분노가 용암처럼 끓어 오릅니다.
잘못 보여서 농업경영인 확인서 안 내주면 그뿐이고, 비료 내 돈주고 사면 되고 아쓰바리
"니덜 다 죽!었!쓰~."
“머시라. 정해진 처리기간이 30일이니 처리기간 내에만 끝내면 된다고라?
이런 된장. 이거 보슈. 그건 수도권 지역이나 귀촌 귀농인이 맣은 지역의 경우지
해남군에서 새로 영농인이 되는 가구가 한달에 몇집이나 된다고 30일 얘기 하는거요.
좋시다 그럼 처리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당신들이 얼마나 바쁜지 열람 한번 해 봅시다.
내가 당신네 사무실 가서 보니까 전부다 탱탱 놀면서 커피나 마시며 잡담들이나 하고 있드만.
알았으니까 맘대로 해봐.
글구 국무총리실 신문고에 낱낱이 적어서 문제 제기 할 테니까 한달 꽉 채워서 해줘.
쓰바”
“……”
전화기 너머에선 암소리도 안 들립니다.
전화기를 끊고 ‘이거 잘못 보여서 혹, 불이익 받는거 아냐?’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번뜩 들긴했지만 열 받는 이 상황 에서 뒷생각하고 그럴 내가
아니쟎습니까?
천하의 “쌈닭”이었던 내가 이렇게 참고 있었던것만으로도 얼마나 대견스러운데…
(성질머리 죽이고 이렇게 참아내고 있었던게 스스로 대견 스럽습니다.)
근데 오늘 내 질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수요일!
또 다시 전화 합니다.
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습니다.
“여보세요 저 화원면 농부 거시긴데요. 내 영농확인서 우째 되었습니까?”
“결재 받아서 목포로 넘겼는데요.?”
띠요~~~옹!
럴수 럴수 이럴수가 하루만에 실사 다녀와서 결재까지 받아 목포로 넘겼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밍기적 밍기적 거리다가 "인터넽 신문고" 어쩌고 "국무총리실" 어쩌고 쎄게 나가니까
잽싸게 현장 나가 확인하고 결재 받아 하루만에 목포로 넘긴 겁니다.
하루만에 처리되는걸 처리기간 30일 운운한겁니다.
농사꾼이라고 띄엄 띄엄 본거지요.
그래도 그나마 알아서 긴 덕분에 몇 놈 모가지 건진 겁니다.
다음날 목포지사로 전화를 겁니다.
"우째 되었습니까?"
“발급 되셨습니다.”
아니 버~얼써 ♩♬
“그럼 확인원 fax 로 보내주세요”
“네”
따르릉 삐~익.
팩스 들어오는 소리가 오늘따라 아주 맑습니다.
드뎌 대한민국 공인 농부가 태어나는 순간 입니다.
요렇게 해서 공인 농부가 되었답니다.
신청한지 10일만에ㅋㅋㅋ
지난 일요일 공인농부된 기념으로 야외 식탁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석양을 즐겨 봅니다.
역시 공인 농부가 되고나니 농부 냄새가 팍팍 납니다.ㅋ
내가 적법하게 하는 한 공무원 두려울거 없습니다.
당당하게 맞서고 따질거 따지고 살겁니다.
더러버라서도 박농부 일은 선착순 처리해주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농부들 한테 모든 공무원들이 깍듯해 지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첫댓글 흐미 머리아퍼요. 언제 공부하셨대요..난 불량학생ㅇㅋㄷㅋㄷ
한참 읽었슈..시골 관공서 가믄 기가막혀라~ 어의 상실 말도안나오고 뚜껑부터 열려라~그래도 어쩌것어 힘없는 농민인개 ~관공서는 그지역의 대표 얼굴이지요..
의지의 한국인
반듯한 농부
공무원 킬러
@해남 박농부 굿~~~
글만 읽어도 짜증나네요,ㅋㅋ
친절하신 공무원들도 많으시지만 가끔 진짜 열받게 하는 공무원들도 있는거 같아요!
씁쓸하지만 여차하면 큰 소리 치는게 장땡^,^"
공인농부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실제 면사무소나 군청 가보면 탱탱 노는 넘들이 태반이고 불친절하긴 으뜸이라.
암행어사라도 출두 해서 육모방망이 휘둘르고 곤장치고 멀리 유배 보내야 할 공무원 많습니다.
@해남 박농부 ㅋㅋ 해남박농부님 단디 열받으셨네요!
좋게 말하고 싶지만 진짜 공무원들 일하는거 보면 속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대♡빡을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요,ㅋㅋ
잘 좀 해주세요,공무원님들~~~♡
웜메 잘해부럿소야....
긍게 그거이 혼나 싸제.ㅋ
대한민국 공인농부 해남 박농부님, 지난해 애 많이 쓰셨군요. ㅎ
이래 사진들 넘 멋집니다. 저절로 노래가 나올 듯한 멋진 풍경입니다요~
대한민국 농부 면허증.
그거 따느라 애 썼심다.
시골살면 아무나 주는건데 난 왜 이렇게
어렵게 딴건지...
진짜 농부가 되기위한 한걸음 한걸음
아닌가 합니다.
전 면농협에 제초제사러 갔더니 조합원 아니라구 젊은놈이 삐딱하게 말해 열받았어요 그래 속으로 이렇게 욕해줬어요 (야 이놈아 조합장 바뀌면 목 댕강할것이 너무 힘준다 ) 하구요 ㅋ
어지간하면 동네 조합원 이름 입력시키고
할인혜택 주던데 그 젊은노무시키는 정말
싹수가 없군요.
한말씀만 하소서.
제가 단칼에 해치워 드리리다.
저는 무조건 모르니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신기하게 잘 들 도와주시고 해결해주시던데요?아,반드시 웃는 얼굴로^^
좋은 동네 사시는군요.
다 나쁘단건 아니고
개중에 그렇더라는거지요.
제 글 중에도 좋은분들 몇몇 등장합니다.ㅋ
@해남 박농부 글을 어쩜 이리 조리있게 잘 쓰시는 지?^*^기타도 노래도 거기에 글 까지~~
경희님은 미모가 되시잖아요?^^
@꽃순이 엥?????
@경희 웃는 예쁜 여인이 부탁하는데 누가 빡빡하게 굴겠어요?^^
@꽃순이 마자요~~~
@꽃순이 동의합니다.
주소지와 농지가 먼 시골 경우 아차하면 뺑뺑이 도는 수가 있겠네요.
수고하셨고, 축하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농업 경영체 신고는 반드시 토지 소유자 거주지 "국립 농산물 검역센터 "에 신고해야
된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웃기는 업무 분장입니다.
농사짓는 땅 관할 군청 농지계에서 하면 될일을 뭐땀시 국립 농산물 뭐 어쩌구 하는지 원 )
저 처럼 뺑뺑이 돌고 나면 승질 안날사람 없심다.
축하감사합니다.
이 글은 지난 겨울에 쓴건데 참고하시라고 다시 올린거랍니다
그런 공무원 나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습니다..근데 승질 드럽게 생겨서 누가 별루 갈구지도 않습니다~~ㅋ 사회적이목땜에 콧구녕만한 동네서 소문날까봐 꾹!꾹! 참고 삽니다..그래서.........아직 농지원부도 경영체도 못만들었답니다..ㅠㅠ
혹 군수 출마 하시려고 표밭 관리하시는거
아니신지? ㅋ
@해남 박농부 헥! 저는 정치하는 *들 질색입니다요~
필히 둘 다 갖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