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 캘리포니아에 쏟아진 폭풍우와 정전으로 인해 오랫동안 못 만났던 고교 동창과의 번개팅이 무산된 일이 있었다.
비는 그쳤건만 그도 나도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 나기는 어려웠다. 어느날 울타리 몰에서 한국산 냉동게를 반값에 세일을 한다기에
한박스 사다가 양념 게장을 만들어 하루가 지나 제대로 맛이 밴 게장으로 네식구가 저녁을 잘 먹었다. 가족 모두가 좋아 해도 그동안 게 값도 어마어마 하게 올랐지만 거의가 중국산이라고 적혀 있어서 께름직한 마음에 안사다 먹었었다.
전화통화를 하며 그 얘기를 했더니 반색을 하며 게장을 하면 무슨일이 있어도 내려왔다 가겠단다. 그래서 3주 후로 잡은게 저번 월요일 이었다. 한식집에 가도 맛있는 게장을 못먹었다며 돌아가신 엄마가 젊으실적에 해 주셨던 게장이 먹고 싶단다. 내가 네 엄마 손맛을 어찌 따라 잡겠냐며 그래도 좋다면 오라고 했다. 새벽에 떠나 7시간을 운전해 12시에 도착한 친구를 마사지 샾에서 좀 쉬게 한후 늦은 점심을 함께 했다. S.F.에 살지만 한국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 이곳에서 내가 하는 모든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버린게다. 돌아갈 길이 멀기에 오후 5시에 출발을 시켰다. 오랫만에 만나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무척 아쉬웠지만 또 이어지는 강행군 스케쥴 때문에 빨리 보내야만 했다. 전날 쑤어 놨던 녹두죽과 게장,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와 파김치를 싸주니 자기가 마치 친정집 왔다 가는 딸 같다고 해서 서로 늙어가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 했기에 그냥 자고 다음날 아침에 녹두죽과 게장으로 엄마손맛을 느끼며 눈물 반 게장맛 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며 연락이 왔다. 막내딸의 대학원 졸업식 때문에 보스톤을 갔다와서 바로 한국에 가야하는 바쁜 스케줄에 우선 먹고 나머지는 냉동보관 했다 먹는다며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내마음도 뿌듯했다. 결국은 양념게장이 우리의 만남을 성사 시켜준것 같아 무산됐던 번개팅의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다. 지금쯤 그 친구는 한국행 비행기안에 앉아 있겠지.
첫댓글 그 친구는 복이 많네요. 영일샘의 친구로 살아가니까요.
맞아요. 영일샘은 누구에게나 엄마같은 사람이랍니다. 따듯한 사랑으로 주위를 환하게
해주는 영일샘과 함께 걸어가는 나의 삶도 감사하고 있어요.
햇빛같은 영일샘이여, 친구분과 함께 행복하세요. 아, 그 양념게장이 먹고 싶어용!!!
이런 멋진 친구를 가진 그 분은 행운의 여인입니다. ^^*
음식 손맛에 넉넉한 인심까지.
맛있는 게장과 녹두죽, 파김치... 엄마 생각이 나네요. 훌쩍.
언제 우리가 대면으로 만나 식사를 할수 있다면 겉절이 김치라도 해갈텐데...
별루 음식솜씨는 없는데 그냥 옛날식으로 엄마들 하시던 맛? 기회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