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쪽. 지붕빨간이끼가 형성하는 조밀한 군락은 건조할 때는 빨간 벽돌같고 젖어있을 때는 녹색 벨벳과 같다. 지붕빨간이끼는 주차장 가장자리나 지붕 위처럼 자갈이 많은 곳에서 가장 흔하게 뱔견딘다.
도시뿐 아니라 어디서든 가장 흔한 이끼는 은이끼다. 내가 이제까지 간 여행지 중 은이끼가 없었던 곳은 없다. 뉴욕시에서는 포장된 도로에서 보았고,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눈을 떠 창문을 열었을 때는 타일 지붕위에서 보았다. 지구 모든 곳을 돌아다니는 대기 플랑크톤, 포자구름, 꽃가루안에 항상 은이끼 포자가 있다.
은이끼라는 이름은 마른 식물체의 윤이 ㄴ는 은빛에서 ㅇ래했다. 길이가 1mm도 안되는 작고 등근잎을 확대경으로 보면 가장자리에 부드럽고 하얀 털이 나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털은 이끼가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주변 여건이 제대로 갖춰진 상태라면 은이끼는 포자를 대기 플랑크톤과 결합시킬 포자체를 수없이 형성해 뉴욕에서 홍콩까지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훨씬 더 일반적인 확산 경로는 행인의 발이다. 은이끼 지상부의 끝은 다른 부분보다 약해 분리되기 쉽다. 분리된 끝 부분을 사람들이 뒤꿈치로 끌고 가면 다른 인도에 도달하게 되고 그 결과 은이끼는 도시 전체에 확산된다.
160쪽. 미국 중서부에서는 프레리도그가 사는 글 앞에, 북극에서는 레밍이 사는 굴 앞에 은이끼로 된 도어매ㅡ가 깔려있다. 동물들은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서식지 입구에 소변을 보고 은이끼는 질소가 풍부한 그곳에서 번성한다. 도시에 있는 소화전 아래도 마찬가지로 탐나는 서식지다.
161쪽. 도시거주인이 잔디밭에서 이끼를 없애는 방법을 문의했다. 그는 정성스럽게 가꾼 잔디를 이끼가 죽인다고 확신했고, 이끼에게 복수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끼는 풀을 죽이지 못한다. 전혀 적수가 될 수 없다. 이끼가 잔디밭에 등장하는 까닭은 주변 환경이 잔디보다는 이끼가 자라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늘이 짙거나, 물을 너무 많이 뿌렸거나, 산도가 너무 낮거나, 흙이 너무 압착되어 있어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잔디는 잘 자라지 않고 대신 이끼가 나타난다. 이끼를 죽인다고 해서 시들한 잔디가 살아나진 않는다. 햇빛을 더 잘 받도록 하거나, 아니면 더 바람직하게는, 남아있는 잔디를 뽑아 자연이 선사하는 훌륭한 이끼 정원을 가꾸면 된다.
167쪽. 이끼는 고등식물보다 대기오염에 훨씬 취약하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황. 이산화황은 황이 다량 함유된 화석 연료가 연소되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풀잎과 나뭇잎은 표면이 여러 겹이고 표피가 왁스처럼 덮여있다. 이끼는 이러한 보호막이 없다. 이끼 잎의 두께는 세포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섬세한 폐조직처럼 대기와 직접 접촉한다. 이러한 특성은 공기가 깨끗하다면 장점이지만 이산화항으로 오염된 곳에서는 재앙이다. 이끼잎은 젖어있을 때만 활동한다는 점에서 폐포와 비슷하다. 광합성에 유익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수분막을 통해 교환된다. 하지만 이산화황이 수분막에 닿으면 황산으로 변한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는 질산으로 변해 이끼 잎 주변은 산성으로 가득찬다. 표피로 보호받지 못해 죽은 이끼 잎은 색이 빠져 바랜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이끼는 대부분 죽기 때문에 오염된 도심에서는 이끼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끼의 쓰임새>
176쪽. 이끼는 어디든 서식하고 사람들에 의해 이름지어지지만 인류학자들이 남긴 기록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끼의 역할이 너무 작아 보고할 가치가 없었을 수 있다. 아니면 작성자가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궁금해하지 않았을 수 있다......
단열효과를 지닌 이끼 덩어리는 겨울 동안 손가락과 발가락이 시리지 않게 하는 데도 쓰였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과거 북쪽 지역에서는 겨울 부츠와 벙어리장갑의 테두리를 부드러운 이끼로 감싸 방한효과를 높엿다. 티롤지역에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5200년 된 '얼음인가'이 발견되었을 대 그가 신은 부츠 안에는 납작이끼속ㅇ인 넥케라 콤플라나타를 비롯한 이끼가 채워져 있었다. 납작이끼는 설인이 발견된 곳에서 남쪽으로 약 95KM 떨어진 저지대 계곡에서만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얼음인간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178쪽 근대식물학의 아버지인 린네는 사미족이 거주하는 라플란드를 탐사할 때 솔이끼속 이끼로 만든 침낭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털깃털이끼속이끼로 만든 베개는 잠자는 사람에게 특별한 꿈을 전해준다고 여겨졌다. 휩눔이라는 라틴어속명은 최면 효과를 의미한다.
나는 이끼가 바구니장식, 등불심지, 설거지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얼마 안 되는 기록이지만 사람들이 이끼에 대해 무지하지 않았으며 이끼에게 주어진 역할이 실제로 있엇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끼의 고유한 역할을 일고 싶었다>
179쪽. 약초는 질병의 근원에서 자란다.
오논다개울을 따라 머위가 자라는데, 물에서 놀다 기침하는 아이에게는 머위차를 먹이면 좋다. 덩굴옻나무를 만져 옻이오르면 그 옆에 동반자로 자라는 물봉선의 줄기를 두 손바닥으로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뭉개 해독제 즙을 낸 다음 손 전체에 가득 바르니 더 이상 박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180쪽. 19세기 인류학에서 이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던 것은 원주민 공동체를 연구한 사람 대부분이 상류층 남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상에 연구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세상에 속하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은 다르다. 그들의 공책은 사냥, 낚시, 연장 만드는 법처럼 남자들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했다. 이끼가 작살에 촉을 붙이는 데 쏘이면서 무기를 만드는ㄷ 사용된 때가 있는데 그 당시 기록은 상당히 자세하다. 거의 포기하려고 할 즈음, 드디어 자료를 찾았는데 단 한구절, "이끼는 기저귀와 생리대로 널리 사용되었다."...
아기는 말린 이끼를 깔아 안락하게 만든 휴대용 요람 바구니에 담겼다.
물이끼가 자신의 무게보다 20~4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성능이 팸퍼스 기저귀에 버금가는 이끼는 최초의 일회용 기저귀였다. 이끼를 채운 바구니는 지금 널리 사용되는 기저귀 가방만큼 엄마들의 필수품이었을 것이다. 말린 물이끼에는 공기가 많이 들어 있어 늪지의 수분을 빨아들일 때처럼 아기 피부에 묻은 소변을 흡수한다. 물이끼의 산성물질은 피부를 수렴하고 어느 정도 소독 작용도 해 기저귀 발진을 예방했다. 엄마들이 구부리고 앉아 아기를 씻기던 얕은 웅덩이 주변에 핀 스펀지 같은 이끼도 머위처럼 자신들이 쓰일 곳에 존재했다.
182쪽. 유록족 엿ㅇ들에 따르면 생리기간은 명상의 시간이었고 산속에는 월경중인 여성만이 목욕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우물이 있었다. 이러쿼이 여성들은 월경 중 여성이 활동을 할 수 었던 이유는 월경 동안 영적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므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면 주변 기운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일부 부족에서는 생리동안 고립되는 기간이 영적 정화와 수련의 시간이었고 이는 남성들이 한증막같은 오두막에서 땀을 흘리며 수련하는 것과 비슷했다.
생리중인 여성이 머문 오두막에 비치된 물건 중에는 용도에 맞게 엄선한 이끼들을 담은 바구니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다양한 이끼 종을 능숙하게 분별할줄 알았고, 질감에 대해 잘 알았으며 린네보다 훨씬 전부터 이끼들에게 다정한 이름을 붙여줬다는 결론을 내림. 선한 여자 선교사들은 이러한 관행을 끔찍해하며 얼굴을 찌푸렸겟ㅈ만, 나는 생리대가 이끼에서 삶은 하얀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무언가가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184쪽. 과거에는 이끼로 연의 껍질을 벗겼다. 치누크러를 쓰는 부족을 연구한 여러 민족지는 여성들이 연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 동안 말린 이끼가 떨어지지 않도록 어떻게 상자와 바구니에 보관했는지 설명한다.
186쪽. 옛 스승들은 인간의 역할이 존중과 보호라고 말한다. 우리의 책임은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식물과 땅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는 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식물의 본질을 조중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우리는 식물이 계속 자신의 재능을 선사하도록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신성한 세이지의 역할은 우리의 생각을 창조주가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세이지라는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얻는다면 세상은 우리의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89쪽. <물이끼가 품는 죽음>
물이끼속은 단일 식물 속 중에서 탄소 함량이 가장 노파. 육상 서식지에서 이끼는 관다발 식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주로 조연만 맡는다. 하지만 늪에서는 물이끼가 주인공. 물이낀ㄴ 늪에서 번성할 뿐 아니라 아예 늪을 형성하기도 한다. 산성을 띠는 물웅덩이에서 대부분의 고등식물은 살기 힘들다. 그러나 물이끼느 큰득 작든 어떠한 식물보다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주변 환경을 훌륭하게 통제한다.
190쪽. 물이끼에 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몸 대부분이 죽어 있다는 것이다. 현미경으로 잎을 보면 초록 산울타리가 빈 목초지를 둘러싸듯 살아있는 세포가 얇은 띠를 이루어 죽은 세포가 모인 공간을 감싼다. 살아있는 세포는 스무개당 한개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죽은 세포벽으로 그 골격안은 세포 내용물이 빠져나간 빈 공간이다. 이러한 세포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죽어야만 성숙해서 완전한 기능을 할수 있다. 세포벽은 아주 작은 체처럼 작은 구멍들이 난 다공성이다. 이처럼 구멍난 세포들은 광합성이나 번식을 할 수는 없지만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 다공성 세포의 ㅇ일한 기능은 물, 그것도 아주 많은 양의 물을 보관하는 것. 보기에는 속이 꽉 찬 물이끼를 손으로 수면에서 건져올리면 물이 흐른다. 한 웅큼 쥔 물이끼를 꼭 짜면 1리터에 달ㅎ는 물이 나온다. 죽은 세포로 채워진 물이끼는 자신의 몸무게보다 스무배까지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다. 물을 엄청나게 정자는 덕분에 원하는 대로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 물이끼가 있으면 토양 입자 사이에 공기 대신 물이 차기 때문에 토양은 축축해진다. 죽은 물이끼가 물에 잠겨 생긴 이탄(peat)은 혐기성이서 뿌리 역시 숨을 쉬어야 하는 대부분의 식물은 자라지 못한다. 그 결과 높은 나무가 성장할 수 없어 사방이 트이고 해가 잘 든다.
살아있는 물이끼지대는 산소가 부족해 미생물의 성장도 저해한다. 따라서 죽은 물이끼는 매우 느리게 부패한다. 심지어 수세기동안 거의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라앚은 물이끼는 사라지지 않고 몇년 동안 누적되면서 점점 늪을 채운다.
이러한 보존효과 덕분에 덴마크의 한 늪에서 아탄을 채취하던 사람들은 2000년 전 매장되어 완벽하게 보존된 시신들을 발견. 이들은 철기시대 톨룬드 마을 출신으로 밝혀졌고 이후 늪지 인간으로 불렸다. 그들은 사고로 늪지에 빠지지 않았다. 여러 증거에 따르면 늪지 인간들은 풍년기원 농경의식의 제물로 바쳐졌다. 그들의 얼굴은 놀라운 정도로 평화롭고 그들의 존재는 죽음에 의새서만 생명이 다시 태어날 수 잇음을 보여준다.
부패가 서서히 진행되어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는 살아있는 생물에 있는 무기질이 쉽게 재활용되지 않는 것이다. 무기질은 이탄 속에서 복잡한 생체분자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물이 흡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관다발 식물은 영양소가 부족해 번식을 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물이끼매트가 깔리ㅣㄴ 늪은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파리지옥 같은 벌레잡이식물의 안락한 서식지. 습지의 무수히 많은 사슴파리와 모기는 날아다니는 동물성 질소 농축액이다. 이러한 질소를 얻기 위해 진화된 끈끈한 더 또는 주전자같은 정교한 식충성 잎은 뿌리로는 얻을 수 없던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물이끼는 주변환경을 대디적으로 변화시킨다. 산소 및 질소부조글 일으킬 뿐 아니라 산도도 바꾼다. 물이끼는 자신이 서식하는 물을 산성화해 다른 식물이 살기 힘들게 만든다.
물이끼는 높은 산서도와 막강한 흡수성 때문에 한때 붕대로 널리 사용됨. 제1차 세계대전에 이집트에서 전쟁이 일어나 면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군 병원에서는 소독한 물이끼를 상처감은 드레싱으로 가장 많이 활용.
195쪽. 이탄은 고대스리스에서는 입욕제로 사용됙 현재는 에탄올의 재료가 됨. 오랜 역사동안 인간에게 유용. 1. 이탄을 말려 만든 벽돌은 여러 북방 민족 사이에서 중ㅇ한 난방 수단. 2. 이탄을 서서히 태운 연기가 맥아를 첨가한 곡물에 스며들면 가을의 풍미가 나는 스카치위스키가 딘다. 싱긂ㄹ트 스카치위스키의 독특한 향은 늪지에서 채취한 이탄의 품질에 따라 결정된다... 이탄은 물뿐 아니라 영양분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식물에 서서히 공급딘다.
203쪽. 스플락눔. 어떤 이끼도 스플락눔만큼 깐깐하게 서식지를 고르지 않는다. 이끼가 흔한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스플락눔은 늪지에서만 ㅏㅈ을 수 있다. 이탄 언덕을 만드는 물이끼처럼 컴컴함 물가에 서 흔히 발견되는 종들과도 석이지 않는다.
스풀락툼 암풀라체움은 늪지에서 딱 한곳에서만 자란다. 바로 사슴 배설물 위. 흰꼬리사슴의 배설물. 그것도 이탄 위에 4주동안 놓인 흰꼬리사슴 배설물, 시기는 7월이어야 한다. 작정하고 찾으면 찾을 수 없다. 이탄을 뒤적이다 희귀한 사라세니아의 포충 주머니와 끈끈이주걱, 가지에 거미집이 쳐진 늪월께수를 발견해따. 수많은 사슴배설물과 코요테 배설물도 찾았지만 작은 갈색 덩어리에는 아무것도 었어다.
스플락눔은 아주 희귀한 이끼지만 어느 늪지든 최대 세종류의 스풀락눔이 서식할 수 있다. 스플락눔 암플라ㅔ움은 흰꼬리사슴 배설물에 서식한다. 사슴 냄새를 맡고 늪지로 들어간 늑대나 코요테의 배설물은 또 다른 종일 스플락눔 루테움이 점령한다. 육식 동물의 배설물은 초식동물의 배설물과 화학조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스플락눔 종이 서식한다. 스푹락눔이 속한 화병이끼과 이끼 중에 동물에서 나온 질소를 좋아하는 또 다른 종들도 있다. 테트라플로돈과 탕이로리아는 부엽토에서도 발결디지만 주로 동멸 뼈와 붕이의 토사물 같은 동물의 잔해에 서식한다. 전에 내가 소나무 아래에서 엘크ㅃ를 발견했을 때 턱 관절이 테트라플로돈으로 덮여 있었다.
206쪽. 안전된 서식지는 이끼의 수명보다 오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잠시 생긴 서식지에서는 이동성에 에너지를 투자해야 이익이 크다. 곧 사라질 서식지에 발이 묶인다면 절멸하고 만다. 현재의 서식지가 무너지기 전에 신속하게 포자를 생성해 대기로 이도이켜 새로운 서식지로 퍼트려야 한다. 민첩한 스플락눔은 배설물을 신속하게 점령할 부 ㄴ아니라 그 배설물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재빨리 옆의 배설물로 도망간다.
아직 성장중인 스플락눔 군락은 되도록 빨리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달팽이처럼 느린 다른 이끼와 달리 스플라눔은 엄청난 속도감을 느낀다. 달팽이처럼 느린 다른 이끼와 달리 스플락눔은 엄청난 속도로 ㄱ의 하룻반 사이에 포자체를 생성 잎 뒤로 벋은 자로 위에 포자로 가득 부푼 포자낭들이 솟는다. 다른 어떤 이끼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번식의 열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끼답지 않은 분홍색과 노란색 빛을 내는 포자낭은 잎 위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포자낭이 부풀다가 터지면 화려한 포자로 이루어진 끄근한 덩어리가 뿜어져 나온다.
스플락눔은 배설물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바람으 ㄹ믿지 못한다. 날아간 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동수단 뿐 아니라 목적지가 확실한 예약 티켓이 있어야 한다. 칙칙한 녹색 늪지엣 파리는 솜사탕 색의 스플락눔을 꽃으로 착각하고 다가간다. 있지도 않은 꿀을 찾으며 이끼를 헤집는 동안 파리의 몸은 끈끈한 포자로 덮인다. 갓 나온 사슴 배설물 냄새가 바람을 타고 풍기면 파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배설물에 스플락눔 발자국을 남긴다.
215쪽. 산수목이끼속은 바위틈에서 자랄 수 없고, 서리이끼속은 명주실이끼속과 서식지를 공유할 수 없다. 이처럼 아름답긴 해도 인공적인 조합이 주인의 진본성 기준을 어떻게 통과햇는지 의문이었다. 이끼는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예술품 재료로 전략했고 그나마도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217쪽. 아무것도 없는 맨바위는 이끼가 살기에 척박하다. 우선 바위표면이 바람과 물에 깎인 다음, 지의류가 생성한 산성 물질에 침식되어야 한다. 그러면 포자가 원사체라고 불리는 섬세한 녹색실을 형성하고 이 원사체가 바위에 단단히 고정된다. 원사체가 살아남으면 작은 싹이 돋아 잎 모양 지상부가 된다.
219쪽. 정원 꾸미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맨바위가 오래된 바위처럼 보이도록 바위벽에 이끼를 빨리 자라게 하는 법을 오랫동안 여구했다. 난 벽에 산성용액을 여러번 덧바르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아마도 산성 용액이 바위 표면을 녹이면 이끼가 자리잡을 수 잇는 작은 구멍이 생길 것이다. 지의류가 분비하는 산성 물질이 바위 표면을 서서히 부식시키는 현상을 따라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똥을 돌에 바르는게 가장 좋다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냄새가 고약하겟지만,얼마 지나지 않아 이끼가 자란다고 한다.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법은 훨씬 위생적인 이끼 밀크세이크다. 우선 이끼를 심으려는 바위와 비슷한 바위를 숲에서 찾은 다음, 그곳에서 원하는 이끼를 채취한다. 당신의 정원과 동일한 조건에서 자라는 이끼만 골라야 한다. 바위종류, 빛의 세기, 습도가 같아야 한다. 하나라도 달라지면 이끼는 눈치챈다. 그 다음 버터밀크 약 1리터와 아끼를 믹서에 넣고 초록 거품이 생기도록 섞는다. 혼합물을 바위에 바르면 1-년후 이끼막이 생성된다. 그밖에도 요구르트, 계란희자, 맥주효모등 주방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이런 혼합물을 설명하는 가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잘린 잎이나 줄기에서도 이들은 재생된다.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이끼 조각은 원사체를 밖으로 내보내 새로운 기저에 고정하고 작은 지상부를 올린다. 최소한 비가 내리기 전까지 버터밀크는 이끼가 선호하는 산성의 서직지를 제공할 것이다.
235쪽. 숲의 수분을 유지하는 이끼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숲에 서 있으면 우산을 쓸 때처럼 젖지 않느낟. 빗방울은 잎사귀와 부딕혀 경로를 바꾼 뒤 잔가지로 미끄러진다. 가지끼리 교차하는 곳에서 빗방울 두개가 햐벼지고 또 두개가 합쳐지면서 미세한 지류가 생긴다. 모든 지류가 나무줄기로 흐르는 물줄기로 향하면 나무 한 그루는 강이 된다. 임학에서는 이처럼 나무 아래로 향하는 물을 수간유하수라고 부른다. 한편 가지와 잎에서 떠어진 물은 수관통과수라고 부른다.
236쪽. 비가 거세게 내리면 잔가지와 굵은 가지에 있던 퇴적물도 물과 함께 이동한다. 먼지, 곤충 배설물, 미세한 파편이 모두 물에 녹아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수간유하수는 순수한 빗물보다 영양소가 훨씬 풍부하다. 따라서 비는 나무를 씻은 다음 애타게 기다리는 뿌리에 얼른 목욕물을 부어준다. 이처럼 나무껍질을 씻으면서 생긴 영야소가 재활용되기 때문에 흙은 소ㅜㅇ한 영양소를 흘려보내지 않고 나무에 간직핤 잇다. 흙은 이끼에 감사해한다.
흐르는 강에 베개같이 생긴 모래주머니를 놓았을 때처럼,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온 빗줄기가 이끼 덩어리를 만나면 속도가 느려진다. 이끼위로 흐르는 물은 대부분 이끼 덩어리 사이에 있는 모세관으로 흡수된다. 좁은 이끼 잎끝에 닿은 물방울은 미세한 배관으로 흘러 잎 아래에 있는 오목한 수조로 떨어진다. 죽은 이끼도 오래된 잎과 엉킨 헛뿌리로 수분을 가둔다. 오리건에 있는 이끼가 얼마만큼의 빗물을 가두는 지는 한번도 측정된 적 없지만, 코스타리카의 한 숲에서는 한번 비가 내릴 때마다 이기가 흡수하는 물의 양이 1헥타르당 45만리터에 달한다. 삼림이 파괴된 경사에서 물이 세차게 흐르는 이유는 쉽게 알수 있다. 비가 오랫동안 래리지 않더라도 이끼가 낀 나무줄기는 지난주 내린 비를 서서히 내보내기 때문에 촉촉하다. 숲우듬지를 뚫고 들어오는 빛 줄기가 이끼 덩어리를 비추면 김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 구름은 이끼에 감사해한다.
237쪽. 이끼 군락의 정교한 표면에 수분이 닿으면 머리카락 같은 잎 끝과 섬세한 가지가 안개를 응결시켜 물방울이 구슬처럼 맺힌다. 또한 딸기잼을 끈적이게 만드는 성분인 펙틴이 이끼의 세포벽에 풍부해 수분고 결합한다. 펙틴 덕분에 이끼는 대기에서 수증기를 직접 흡수할 수 있다. 숲 ㅜ듬지에 있는 이끼는 비가 내리지 않아도 물을 모으고 서서히 땅으로 흐르게 해 나무가 자랄 토양의 수분을 유지해주고, 나무는 그 보담으로 이끼를 지탱해준다.
241쪽. <이끼와 숲속 생명의 관계>
이끼가 많은수록 습도가 올라간다. 습도가 높아지면 이끼는 급증한다. 이끼가 계속 내뱉는 숨은 새소리부터 바나나민달팽이에 이르기까지 온대우림의 다양한 특징에 기여한다. 노출되느 ㄴ체면적이 매우 넓은 작은 생물체는 대기가 젖어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몸이 말라버린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작은 생물도 건조해진다. 그러므로 이기가 없다면 곤충의 수도 줄고 그 결과 먹이사슬 위에 있는 개똥지빠귀도 줄어든다.
곤충은 이끼에 서식하지만 이끼 지상부를 먹는 경우는 드물다. 새와 포유루 모두 단백질이 풍부하고 크기가 큰 포자체 외에는 이끼를 먹지 않는다. 이끼가 먹잇감이 되지 않는 이유는 잎에 페놀 화합물이 많고 영양가도 낮기 때문. 또한 세포벽이 뻣뻣해서 소화안됨. 동물이 이끼를 삼키더라도 거의 대부분 그대로 배설됨. 이처럼 잘 소화되지 않는 이끼 섬유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바로 겨울단ㅁ을 자고 있는 곰의 항문이다. 동면전에 많은 양의 이끼를 먹어 긴 겨울동안 배변이 일어지지 않도록 소화계를 막은 것.
수많은 곤충의 유충은 탈피할 때까지 이끼 매트속에서 지냄. 껍질을 벗고 나오면 새로 생긴 날개를 펼치고 이끼 덕분에 촉촉한 공기속으로 자유롭게 비행. 이끼 쿠션안에서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하고, 며칠이 지난후에는 알을 낳고 날아간다. 이러한 곤충을 잡아먹는 갈색짂빠귀는 이끼로 둘러싼 둥지에 알을 품는다.
243쪽. 알락쇠오리는 태평양 연안에 풍부한 해양 생물을 먹고 사는 바닷새. 수십년 동안 개체수가 감소해 현재 멸ㅈㅇ 위기 동물로 분류됨. 개체수가 감소하는 원인은 한동안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알락쇠오리는 다른 새들과 결코 섞이지 않았고, 그들의 서식지는 한번도 발견되 넞ㄱ이 없으므로 숨어서 둥지를 틀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알락쇠오리 둥지는 먹이를 얻는 해변과 멀리 떨어진 노령림 꼭대기에 있었고, 그는 매일같이 무려 80km씩 내륙을 날아 해안산맥의 노령림으로 향한다. 노령림이 사라지면서 알락쇠오리가 사라졌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알락쇠오리는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고유 이끼종으로 잎이 무성하고 금빛 초록색을 띠는 안티트리키아 쿠르티펜둘라로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다. 이러처럼 짝을 이루는 이끼와 알락쇠오리는 모두 노령림에 의존한다.
노령림 나무에 서식하는 양치식물은 아무것도 없는 나무껍질에서는 뿌리를 못내려 반드시 이끼가 있어야 한다....높이 솟은 나무와 작은 이끼는 태어날 때부터 지소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끼매트는 종종 어린 나무의 탁아소가 된다. 맨딸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소나무씨는 강한 빗방울에 휩쓸리거나 숲 청소부인 개미에 의해 옮겨진다. 작은 뿌리는 햇빛에 노출되면 마른다. 하지만 이끼 지상부사이로 안전하게 떨어진 씨는 맨흙보다 수분이 오래 머무는 곳에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다. 씨와 이끼 사이의 상호작용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씨는 작지만 이끼가 크다면 묘목 성장에 방해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끼는 나무가 뿌리내리도록 돕늗다. 이끼 낀 통나무는 보살핌 통나무라고 불린다.
수분은 이끼를 탄생시키고 이끼는 민달팽이를 탄생시킨다. 노랗고 얼룩덜룩한 몸으로 이끼 낀 통나무 위를 기어가며 15cm까지 늘어나는 바나나민달팽이는 등산객을 깜짝 놀래키는 태평야 연안 북수부 우림의 비공식 마스코트. 바나나민달팽이는 이끼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 뿐 아니라 이끼 자체도 먹이로 삼는다. 생물학자인 내 친구 한 명은 작은 거라면 뭐든지 흥미를 느끼는ㄷ 어느 날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민달팽이 배설물을 퍼서 집으로 돌아와 현미경ㅇ로 관찰했다. 역시 배설물은 이끼 조각으로 가득해 그는 흥분하며 전화로 소식을 알렸다. 민달팽이는 이끼를 먹은 다음 그 보답으로 이끼를 멀리 퍼트린다. 생물학자들은 저녁 식사 자리에 부적절한 화제를 자주 꺼내지만 우리는 불쾌하게 느낀 적이 거의 없다.
246쪽. 숲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특별한 종류의 균류 역시 땅 위 이끼 카펫 아래에 서식한다. 숲 표면은 듬성듬성한 겉굵은이끼속과 대걸레자루 같은 레우콜레피스 이끼로 덮여있다. 그 밑에 있는 부엽토에는 나무뿌리와 공생하는 균류인 균근이 서식한다. 나무는 이러한 균근을 초대해 광합성에 필요한 당을 제공한다. 균근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땅에 실과 같은 균사체를 퍼트린 다음 나무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아준다. 수많은 나무가 이러한 호혜적 관계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치근 연구에서는 균사체는 이끼 층 아래에서 훨씬 밀집된다. 맨흙은 나무와 균류의 파터너쉽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끼와 균근이 이끼 카펫 아래에서 관계를 맺는 이유는 습도가 일정하고 영양소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
그들은 숲에서 인 함량을 측정해 비가 내리며 ㄴ인이 그리는 복잡한 경로를 추적. 수관통과수가 가문비나무의 잎에 있던 인을 씻어 아래에 있는 이끼로 보내면 인을 품은 이끼 밭에 균근이 실뿌리를 뻗었다. 균근은 가는 실 같은 균사와 체외쇼솔 죽은 이끼 조직에서 인을 흡수했다. 이끼에 균사를 ㅃㄷ으 균류들은 가문비나무 뿌리에도 균사를 뻗어 이끼와 나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이러한 호혜 연결망을 통해 인은 전혀 낭비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활용된다..... 이끼는 필요한 만큼만 적게 갖고 크게 보답한다. 이끼는 존재함으로써 강과 구름의 삶, 나무, 새, 조류, 도롱뇽을 부양하지만, 우리는 존재함으로써 이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 인간은 설계한 체계는 보답하지 않고 갖기만 하므로 생태계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 벌목은 단기적으로 한가지 종의 요구는 충족할 지 모르지만, 이끼, 알락쇠오리, 연어, 가문비나무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한다. 나는 우리도 가까운 미래에 언젠가 이끼처럼 자제하고 겸손한 삶을 살 용기를 갖게 될 거라고 전망한다.
260쪽. <빛이끼와의 만남>
침식된 모래 호숫가의 작은 동굴. 동굴 입구에 쳐진 끈끈한 거미줄을 손으로 휘둘러 없애고 안으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 나는 호수에 씻긴 자갈밭 위에 누워 머리만 굴에 넣은 채 어욱한 천장을 보았다. 오래된 지하실의 눅눅한 바닥처럼 시원하고 습한 내음이 났다. ...돔모양의 어두운 동굴 천장은 자작나무 부리들과 흙이 엉겨있었다. 동굴 안쪽은 위로 그늘이 졌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밖에 있는 물이 반사되어 생긴 빛만이 동글 안 벽에서 으스스하게 위아래도 움직였다. 그때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고 녹색이었다. 손전등 불빛에 반사된 고양이눈동자처러 무언가가 번뜩였다. ...동글 바깥 호숫가에 있는 평범한 이끼들은 넓게 퍼져 햇살을 받는다. 작지만 튼튼한 잎과 지상부를 만들어 유지하려면 상당한 태양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떤 이끼는 태양을 정면으로 받아야 살 수 있고, 어떤 이끼는 구름을 통과해 분산된 빛을 선호하지만, 빛이 끼는 구름의 흰 가장자리에서 나오는 빛이면 충분하다. 호숫가 동굴안에 존재하는 빛은 호수 수면에서 반사된 빛 뿐이다. 바깥에 내리찌는 빛의 1/1000에 불과하다.
햇빛이 매우 귀한 동굴 안에서 빛이끼는 구조가 복잡할 수 없다. 잎은 척박한 환경에서 사치. 그러므로 빛이끼매트는 잎과 지상부 대신 반투명한 녹색 실 형태의 원사체만 성글게 엉켜 있다. 거의 보이지 않는 실들이 축축한 흙벽에 엮여 빛이끼의 빛을 전부 만든다. 빛이끼가 빛을 내는 이유는 축축한 흙벽에 거의 보이지 않는 실들이 엮였기 때문이다. 빛이끼는 어둠속에서 빛난다.
263쪽. 빛이끼 실험
모든 건 타이밍이었다. 지구가 자전하며 밤이 되기 바로 전 찰나 동안 동굴 안은 빛으로 가득했다. 존재감이 거의 없던 빛이끼가 녹색 반짝이로 된 크리스마스 카펫처럼 갑자기 반짝엿다. 원사체이 모든 세포가 빛을 굴절시켜 생성하는 당은 앞으로 다가올 어둠 동안 이끼를 지탱할 것이었다. 그리고 명 분 후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루끝 무렵 태양이 동굴 입구와 일렬ㄹ 되는 순간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되었다.
시기가 정말 좋은 여름 ㅈ녁에는 동굴안이 그날처럼 빛이 가득해진다. 빛이끼는 이에 반응해 여름의 빛을 더 주워담기위해 증식한다. 원사체를 따라 난 미세한 눈들이 순간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사체에 흩어진 눈들ㅇㄴ 몸ㅇㄹ 뻗으며 위로 솟아 지상부를 셩성한다. 납작하고 섬세한 지상부는 깃털 같았다. 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부드러운 청록색 잎들이 반투명 양치식물 더미처럼 서 있었다. 정말 작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인내심 있게 빛을 모은 빛이끼는 마침내 가족을 일굴 에너지를 얻는다. 동굴 벽에 응결된 수분에서 정자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난자에 닿을 때까지 헤엄쳐 포자체를 생성한다. 얇은 막 같은 잎 아래에서 올라온 작은 포자낭은 포자를 바람에 날린다. 바람이 거의 들지 않고 막혀 있는 동굴 안에서는 포자가 벗어나긴 힘든데, 호숫가를 따라 빛이끼 군락들이 흩어져 있다. 빛이끼는 우연히 오게 된 이곳 서식지에서 어찌됐든 여러 다양한 곳에 군락을 형성하는 방법을 찾은 듯 햇다. 동글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다행.
<좋은 말들>
214쪽. 숲은 정원을 꾸미기 위한 묘목장이 되어서는안돼요. 정원은 자생 능력을 갖춰야만 유지될 수 있어요.
230쪽.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강력한 지배행위다. 수집된 자연물은 자연으로 남을 수 없다. 자연물은 근원에서 멀어지는 즉시 본성을 잃는다. 어떠한 대상을 원래의 존재가 아닌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행위가 바로 소유다.
265쪽. 언젠가 한 오논다가족 노인은 내게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266쪽. 빛이끼와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건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장소로 우리를 데려온 수많은 우연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 그런 선물에 보답하는 적절한 화답은 반짝이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