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4월8일 연등 행사
연등은 고려시대에 본격화되어
어린이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연등 비용을 만들기
위하여 한 달 전부터
종이를
오려서 대나무에 기를 달고
성중(城中)을 다니면서 쌀과 베를
구하는 호기풍속(呼旗風俗)이 생겨났고,
공민왕도 두 차례에 걸쳐
어린이들에게 쌀을 하사한 적이 있다.
이 호기풍속은 연등행사에 따르는
결정적인 민속으로 변하여
조선
시대 연등행사에 영향을 주었다.
그와 같은 연등 의식과 행례는
왕이 봉은사 행향(行香)에 따르는
원칙에 준해서 총 1,500명이
넘는 대규모로 베풀어졌고,
대회(大會)와 소회(小會)로
나누어 의식을 거행하였다.
연등회 날은 공휴일이었고
이 연등회의 모든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국가에서는 연등도감
(燃燈都監)을 설치하였는데,
언제부터 설치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 초기에는 상원연등과
초파일연등이 계속되었으나
1415년(태조 15)에 초파일
연등을 중지시켰고,
1416년 이후의 『조선왕조실록
(朝鮮王朝實錄)』에는
상원연등에
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1414년부터는 정월연등을
대신하는 수륙재(水陸齋)가 열렸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 사는 유주
(有主), 무주(無主)의
고혼(孤魂)을
천도하는 의식이다.
조선 태조는
이 수륙재를 2월과 10월에 열었다.
이는 불교에 신심(信心)이 두터웠던
태조가 유생(儒生)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호국신앙의 성격을
띤 봄과 가을의 수륙재를 통하여
연등회와 팔관회를 정기적 행사로
합리화시킨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월 15일 연등은 조선시대에 와서
수륙재라는 이질적인 현상을
나타내었지만,
초파일연등은 많은 기복을 겪으
면서도 꾸준하게
전승되어
오늘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초파일은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이날의 중요행사로 지혜와
광명을 밝힌다는
신앙적 의미가
부각되어 연등행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이 같은 연등행사는 고대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의
농경의례 등에 자연스럽게 뒷받침
되고 습합되면서 고려시대까지는
이 세 가지 연등행사가
국가적
행사로 성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 연등회의
국가적 행사로서의
의미가 사라
지자 점차 쇠퇴일로에 이르지만,
사월 초파일연등만은 불교교단과
신도들에 의해 계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만 초파일연등이 석가의
탄신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계속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여기에는 고려시대까지
계속 성행해 온 민속적
의미가 강한 정월연등,
2월 연등의 행사까지 아울러
행하게 됨으로써 초파일은
단순히 불교적 의미만이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세시풍속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월 초파일은 불교인이
아니라도 우리 민족에게
세시명절의
하나로 깊이 자리잡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적 세시명절인 사월 초파일이
절대적인 석가모니의 탄신일은
아니다.
그것은 석가의 탄신일로 상징적
의미를 지닐 따름이다.
왜냐하면
석가탄신일을 4월 8일로 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뿐이며, 일본은
음력 4월 8일을
양력으로 환산
하지 않고 양력 4월 8일로 바꾸었고,
동남아 불교국가에서는 5월과
6월로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이 탄생을
상징하고 있는 데서
석가의
탄생일이 정해졌다.
만약 그렇다면 이날은 불교인만의
명절이 아니라
보편성을 지닌
만인의 명절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월 초파일은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명절로
정착되어 온 것이다.
그것은 서양인들에 의한 성탄절이
기독교인만의 명절이 아니라
만인의 명절이 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초파일에 신도들은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관불회(灌佛會),
연등행사, 탑돌이를 한다.
초파일 행사 중 연등행사가 가장
성대하게 행해지고 초파일하면
너도나도 등을 다는 행사에 참여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석가탄신일인 초파일에 등을
단다는 것은 무명(無明)을
밝힌다는 불교적 의미가
일차적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모든 민족의 명절로 선행하게
된 데에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보편적
의미와 그것을 농경의례화한 우리
민족의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세시풍속으로 또는 민족의 명절로
오늘에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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