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5일...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작은가방하나 들고, 슬리퍼 신고 제주도에 들어와서,
성산읍 신산리 바닷가에 있는 리조트에서 6개월간 잠만 잡니다.
아침에 눈 뜨면 일출이 보이는 멋진 풍경입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지라 별 감흥이 없이 지냅니다.
잠만 자고 있노라니...
예전부터 인연이 되어 알고 지내던 마을 어르신께서,
젊은 사람이 그렇게 살면 어떡하냐고...
혼인지라는 곳을 소개해주십니다.
마을 일 좀 보라고...
마을일이라기 보다는 혼인지 관리를 하면서 자원봉사하는
사단법인 온평리 문화유산 보조회라는 단체의 회장님을 소개해 주십니다.
어떻게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혼인지 관련된...
사단법인 관련된 일을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2015년 4월 말,
갑자기 육지에 일이 생겨 서울로 잠시 돌아갑니다.
9월경 보존회 회장님께서 전화가 옵니다.
이제 제주도는 안 오는 거냐고...
불현듯 제주 생각이 나서 다시 보따리 싸서 제주도로 내려옵니다.
그리고는 집 얻어보려고...
이곳 저곳, 이리 저리 알아보던중 마을 이장님께서
마을 회관 옆의 조그마한 단독주택을 소개해 주십니다.
그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이것 저것 준비를 하는데,
제주 2공항 발표가 납니다.
집 주인이 헌 집을 허물고 새로 짓겠노라고, 임대를 못주겠다고 합니다. ㅡ.ㅡ;;
졸지에 갈 곳이 없는 노숙자가 됩니다.
하루는 아는 동생이 있는 승마장에서 자고,
하루는 모텔에서 자고,
하루는 펜션에서 자고,
또 하루는 호텔에서 자고,
또 하루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고...
그러다 집 얻기를 포기하고 이동식 주택을 하나 사오기로 합니다.
혼인지 옆에 있는... 창고랑 사무실 놓기 위해 미리 얻어 둔 마을땅에
이동식 주택을 하나 가져다 놓고 움막 생활을 합니다.
차라리 속 편한 생활입니다. ^^
2015년 겨울...
감귤장사해서 심하게 망한 가슴아픈 사연은 다른 글에 적은 관계로 생략...
2016년 2월...
지난해 귤장사 해서 망한게 보기 딱했는지,
마을 어르신과 보존회 회장님이 감귤농장을 관리해보겠냐고 물어 봅니다.
씩씩하게 감귤농장을 얻습니다.
제주도에 사니 감귤농장 정도는 하나 있어야겠죠 ㅋㅋㅋ
2월에...
서귀포 시에서 공모하는 "2016 서귀포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혼인지 활성화를 위한 전통혼례 및 서민혼례 체험공연 사업"이라는
보조사업에 응모해서 당첨...
보조금을 받아서 행사를 하면서 즐겁게 보냅니다.
2016년 여름...
제주와서 알게 된 마을 형님이,
보트 한 척 살거냐고 물어보십니다.
아... 제주도에 살면 보트 한대정도는 있어줘야 폼나겠다는 생각에,
덜컥 보트를 사버립니다.
ㅋㅋㅋ 2016년 여름에 사서, 아직도 한번도 못 타본 보트 ㅡ.ㅡ;;
보트 면허가 없어서 바다에 나가지를 못합니다.
올해는 꼭 면허를 따서 바다에 나가볼 계획입니다.
뭐 어찌되었건,
감귤 농장도 있고...
보트도 있으니 제주도 생활에 자랑할게 많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관광식당에 갔더니 안쓰고 있는
커다른 횟집용 수족관이 있습니다.
친구한테 수족관을 달라고 합니다.
뭐할거냐고 묻길래,
집에 가져다 놓고, 인어도 키우고, 고래도 키우고, 상어도 키우겠다고 하니...
'미친 늠' 하면서 가져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 도와주러 오신분과, 제주와서 알게된 동생이랑 가서
낑낑되면서 수족관을 가져옵니다.
이제 맑은 날 수족관을 집에 설치하고...
인어도 두어마리 잡아넣고,
고래도 두어마리 잡아넣고,
상어도 두어마리 잡아 와야겠습니다.
뭔가 허전합니다.
뭐가 빠진거지?
생각하다 보니...
제주도에 그 많은 말이 한마리도 없습니다.
성읍랜드라고...
승마장에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망아지 언제 낳느냐고...
지금이 놓는철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망아지 두마리만 달라고 합니다.
개 대신 말끌고 산책다닐거라고...
마차 만들어서 동네 다닐거라고... ㅋㅋㅋ
그리하여... 젖 떼면 망아지 두마리를 가져오기로 합니다.
이제 제주살면서...
자랑할거는 다 갖추어 졌는데, 먹고 살 일이 큰일입니다.
수입은 하나도 없는도... ㅡ.ㅡ;;
벌기는 쥐꼬리만큼도 못 벌면서,
쓰기는 악어꼬리만큼이나 쓰고 있으니,
통장에 돈 있는 날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육지에서 돈 가져다 쓸 수도 없고... ㅠㅠ
이제 혼인지에서
전통혼례 체험 열심히 영업하고,
전통혼례복 대여도 하고,
먹고 살 일만 남았습니다.
뭐 어찌되었건...
즐거운 제주생활입니다.
안즐거워도 즐거운 척 하면서 지내볼까 합니다.
첫댓글 사장님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삶의 이야기가 소설이네요 책한권 출판하지면 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