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
진주 중앙시장 통의 식당이다. 시장에 비빔밥이다. 그것도 육회비빔밥이라 석쇠불고기와도 짝을 맞추는 메뉴다. 진주 음식을 고루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음식은 정갈하고 저렴하다. 함께 나오는 선지국은 조연임에도 넘치는 맛이다. 진주 인심을 제대로 보여준다.
1. 식당대강
상호 : 천황
주소 ; 경남 진주시 촉석로207번길 3
전화 : 055-741-2646
주요음식 : 진주비빔밥, 석쇠불고기
2. 먹은날: 2022.11.28.저녁
먹은음식 : 육회비빔밥 10,000원, 석쇠불고기 20,000원
3. 맛보기
진주비빔밥은 전주비빔밥과 쌍벽을 이룬다는 메뉴이다. 같은 메뉴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음식으로 비빔밥의 확산에 큰 몫을 함께 한다. 전주비빔밥에 빠지지 않는 콩나물이나 황포묵, 미나리 없이도 맛있는 비빔밥을 만드는 것은 비빔밥 문화 발전을 위해 좋은 현상이다.
육회가 많고 푸짐하고 부드러워 육회비빔밥 맛을 톡톡히 보여준다. 이 값에 가능한가, 우려될 정도다. 함께 나오는 선지국물 맛이 일품이다. 선지가 이렇게 개운하고 맛이 깊어도 되나. 처녑은 국물에 맛을 내주고 건더기맛은 희미하다. 탱탱한 선지는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고 맛을 낸다.
천황은 모든 게 작다. 집도 좁고 가장 작은 것은 식탁. 여기서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로 앙징맞게 작다. 집을 짓고 남은 나무로 식탁을 만들어서 그렇단다. 찬기가 작은 것이 당연하다. 작은 것은 시장통에 잘어울린다. 많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서로 껴서 먹어야 하는데 넓은 공간보다 적절한 것 같다.
오래된 노포의 공통점 두 가지는 위치와 메뉴이다. 위치는 시장이나 역참, 메뉴는 주로 국밥이다. 시장이라는 특성이 음식보다 공간에 더 많이 반영된 거 같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좋은 음식이 자라나기 쉽다. 특히 백화점보다 시장을 더 선호하는 진주에서는 특히 그렇다. 맛있는 음식 태반이 시장에 있다. 진주는 시장에 있어야 식당이 성공하기 쉽다면 이 식당이야말로 그런 성공의 공식이 잘 적용된 경우일 것이다.
석쇠불고기. 이곳 진주 지역의 향토음식이다. 서울 영등포의 바싹불고기만은 못해도 불맛이 제법 나서 향이 좋다. 식감도 쫄깃하고 좋다. 그런데 단맛이 너무 강하다. 그것도 인위적인 맛, 뒤끝이 남는 단맛이 강해서 식감과 향이 곧 잊힌다. 고기에 자신감을 갖고 본래의 맛을 살려냈으면 싶다.
비벼 놓고 나니 밥이 좀 서운하다. 좀 더 탱탱하고 밥맛을 조금 더 담았으면 싶다. 밥이 퍼지니 맛이 모이지 않는다. 전주와 달리 콩나물이 시늉으로만 들어 있어 씹히는 식감을 낼만한 것이 별로 없다. 거기다. 거섶이 대부분 무르게 되어 있어 제 맛으로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게 뭐지? 이건 뭐였더라? 총체만 있고 객체가 없어서 식감을 즐기기는 어렵다. 육회도 쫄깃한 맛은 약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가격을 좀 더 높여서 나물 하나하나에 공을 좀 더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선지국. 정식메뉴로도 서비스되는 음식이지만 비빔밥에서는 조연 국으로 나왔다. 신부보다 더 잘 차려입은 하객 패션은 반칙이다. 이 선지국이 그렇다. 광주 어디엔가도 가면 선지국이 화려하다. 주연은 잘 기억 안나고 선지국이 두고두고 기억난다. 주메뉴보다 더 긴 역사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비빔밥집이지만 원래는 국밥집이었는지 몰라. 오랜 기간의 음식 실력이 다 뭉쳐 있는 음식이다.
곁반찬이 깔끔하고 좋다. 깍두기는 조금 짠 편이지만 싱싱한 맛이 좋다. 오징어채도 적당하게 달고 식감이 쫄깃하고 좋다. 콩나물도 적당히 삶아져 적당한 양념으로 신선한 맛이 난다.
압권은 오이절임. 간장에 절인 오이절임이 압권이다.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다. 개운하고 탱탱한 육질까지 더해져 간단한 양념으로도 얼마나 깊고 새로운 음식을 보여줄 수 있는지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비빔밥 맛이 환상이 아니어도 왜 이집에 오랜 맛집으로 명성이 높은지 이 오이절임 한 조각만으로도 입증이 된다. 사각거리는 맛, 오이의 진득거리는 밭을 향한 염원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간단한 양념으로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경상도 요리의 특성도 제대로 본다.
묵은지. 묵은지가 상큼하다. 묵었는데도 상큼해서 양극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묵은 솜씨 신선한 솜씨가 한꺼번에 보인다. 역시 진주는 음식 자랑할 만한 곳이다.
4. 먹은 후
1) 천황의 서사
이 동네에 봉황이 살았더란다. 하늘의 봉황, 천황이 되었다. 1915년부터 100년 넘게 해오는 식당이란다. 6.25에는 파괴되어 식당을 다시 지었더란다. 그래도 식당만은 수습하여 살려냈더란다. 식당도 그때 그 모습이란다.
그러고보니 7080 박물관에 있는 식당 같기도 하다. 이 모습이 이미 서사가 된 것이다. 이리 오래 식당 수명이 길어진 것은 천황과는 관계없는 걸까. 천황과 역사까지 이어 이야기를 더 확대하면 이야기로 이어지는 음식문화가 더 재미날 거 같다.
2) 진주성 공북루 야경구경
천천히 밥먹고 걸러도 갈 만한 거리에 진주성 입구, 공북루가 있다. 성을 두른 조명도 화려하다. 비가 와서 조명이 곱절이 되었다. 공북루의 아름다움도 곱절이 되었다.
*아래는 남강의 일출
3) 월인천강 차 마시기
좋은 음식 먹고 그냥 귀가가 서운하여 들른 찻집. 자사호 차의 명인이라는 월인천강, 본격적인 차구를 갖춰 격식 갖춘 차를 다과를 곁들여 마셔본다. 진주 사람 멋쟁이다.
4) 차 박물관 지리산 작설차 : 2022.11.29.
충담사를 차조로 하여 한국 차문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 차공양 마치고 돌아간다는 삼국유사의 충담사 조를 주목하여 차 시조로 모셨다. 한국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한다. '한국차문화역사관'을 내친 김에 구경한다.
진주는 중국 보이차를 넘어 한국차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차문화의 본산지를 자처하는 동네가 되어 있다. 밥먹고 차 마시고가 어쩌다 보니 판이 커졌다.
*공북문 언저리 다음날 다시 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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