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5일 장이 서는 날, 장터는 북새통이다. 강한 바람에 천막이 훌렁 제 몸을 뒤집는다. 상인이 급하게 봉을 잡아당겨 바로 세웠다. 햇볕 아래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봄빛처럼 화사하다. 장터는 예전처럼 큰소리로 가격을 흥정하는 이들이 드물다. 정찰제가 시장에도 어느 정도 정착한 듯한데, 그래도 주고받는 '덤'이 있어 마트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요즘 시장에 가보면 단연 나물류가 많다. 엄나무 순, 두릅, 방풍나물, 참나물, 머위, 생미역이 있고, 고추나 상추 토란 등은 모종으로 나와 있다. 싹 난 감자도 팔았는데 이것도 일종의 모종 개념이겠지? 내 경우 음식은 종종 기억에 덧붙는다. 머위는 엄마가 생각나는 나물이다. 이맘 때 자주 해서 상에 올리던 음식이라 엄마 생각하며 좀 샀다. 물론 엄마는 머윗대를 들깨 넣고 조렸지만 그냥 쪄서 먹을 생각으로. 잎사귀가 이미 널찍하게 커져서 쌈용으로 알맞을 듯했다. 두릅과 엄나무 순도 샀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검색해 나물 요리에 대한 공부를 좀 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조리법으로 두릅과 엄나무 순을 삶아 된장 넣고 무쳤다. 머위나물은 삶을 걸 그랬나 싶게 쓴 맛이 강했다. 원래 쓴 맛을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건 좀 세다. 그러고 보니 봄나물은 대부분 쓴 맛이 많다. 나른한 봄, 각성을 위한 자연의 섭리라면? 역시 인간 본위의 해석이다.
첫댓글 슬로우 푸드의 생활, 좋아 보입니다. ^^ 쓴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은근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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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온" 것들입니다.